The Journal of Buddhist Thought and Culture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특집: 월주 스님의 행원(行願)과 한국사회의 발전

세계화·양극화 시대, 불교사회운동의 진로 모색:

박수호1
Su-Ho Park1
1중앙승가대학교 불교사회학부 교수
1Professor, School of Buddhism and Society, Joong-Ang Saṅgha University

© Copyright 2019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Mar 09, 2018; Revised: May 03, 2018; Accepted: Jun 20, 2018

Published Online: Jun 30, 2018

국문초록

이 논문의 목적은 세계화와 양극화라는 거시적 사회변동의 흐 름 속에서 불교사회운동이 지향해야 할 좌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세계화와 양극화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그로 인한 사회문제의 양상들을 살펴보았다. 이어서 불교사회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되는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 갖는 의미를 검토하고, 세계화와 양극화와 관련된 불교사회운동의 사례로 ‘지 구촌공생회’와 ‘함께일하는재단’의 활동을 고찰하였다. 그런 연후 에 세계화 및 양극화 시대의 불교사회운동은 개개인의 일상적 삶 과 신행이 통합된 서원불교를 지향할 필요가 있음을 제안하였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set the coordinates of Buddhist social movements in the flow of macro-social change such as globalization and polarization. To do this, we first looked at the basic understandings of globalization and polarization and the social aspects of them. Then, we examined the meaning of ‘movement of socialization of enlightenment’ which is evaluated as a new paradigm of Buddhist social movement and examined the activities of ‘global community cooperative society’ and ‘foundation working together’ as examples of Buddhist social movement related to globalization and polarization. After that, the Buddhist social movement in the era of globalization and polarization suggested that there is a need to pursue Aadjuration (praṇidhāna) Buddhism, which integrates individual daily life and religious life.

Keywords: 불교사회운동; 세계화; 양극화; 깨달음의 사회화; 서원불교
Keywords: Buddhist Social Movement; Globalization; Polarization; Social Expansion of the Enlightenment; Aadjuration (Praṇidhāna) Buddhism

Ⅰ. 머리말

현대 사회의 변화 속도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변화의 폭도 넓다. 멀게는 르네상스에서부터, 조금 가깝게는 산업혁명 이후부터 시작된 근대사회로의 변화가 합리성 혹은 효율성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속도전의 양상이었다면, 포스트모던적 사회 질서의 영향을 일정 부분 반영하고 있는 후기근대사회의 변화는 규칙성을 찾아보기 힘든 카오스 상태에서 전개되는 빠른 속도의 난전(亂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난전을 부추기는 거시적 사회변동의 요인들로는 정보화, 고령화, 세계화, 양극화, 개인화 등이 꼽히고 있다. 정보화, 고령화, 세계화 등은 과거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작동원리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의 출현을 초래하고 있다. 정보사회, 고령사회, 세계사회 등의 등장이 그것이다. 양극화와 개인화는 새로운 사회의 출현을 촉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구성원의 삶과 존재의 기반을 협애화(狹隘化) 시킴으로써 사회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사회구조와 질서의 근본적 변화는 그에 상응하는 문화, 다시 말해 생활양식의 변화를 수반한다. 이 때 기존의 삶의 방식들을 고수하는 것은 진부하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매도되고, 때로는 타파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축적되어 온 삶의 방식들이 변해가는 과정은 불가피하게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불편함과 예기치 못했던 새로운 문제의 출현을 수반한다. 적응 과정의 불편함은 시간의 경과 속에서 잦아들겠지만, 사회변동으로 촉발된 문제의 해결은 원인과 과정에 대한 깊은 성찰, 바람직한 사회에 대한 미래 비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해법을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주목하게 되는 것이 바로 사회운동이다.

특정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기획된 사회운동은 사회변동을 이끌어내는 주요한 요인의 하나이다. 사회운동이 현존하는 사회제도의 구조적 부적합성을 변화시키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조직된 집합행동(박수호, 2005: 60-61)이라면, 종교사회운동은 사회변동을 이끌어내려는 목적으로 종교에 의해 수행되는 조직화된 집합행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종교는 사회운동에 매우 커다란 공헌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한국사회에서는 정치사회적 맥락이 변화하면서 사회운동이 위축되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야기한 촛불혁명과 이후 이어지고 있는 적폐청산 운동을 통해 사회운동의 잠재력이 여전히 건재해 있음을 증명하기는 했지만, 1990년대처럼 왕성한 사회운동의 흐름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건전하고 비판적인 사회운동의 존재가 사회의 질적 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불교계도 이와 같은 전반적인 사회 풍조에서 비껴나 있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현실 인식은 사회운동에 대한 성찰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사회운동의 퇴조라는 위기는 기존의 사회운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전반적인 인식 위에서 이 논문은 불교사회운동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특히 세계화와 양극화라는 거시적 사회변동의 흐름 속에서 불교사회운동이 지향해야 할 좌표를 설정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첫걸음은 세계화와 양극화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그로 인한 사회문제의 양상들을 고찰하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이어서 불교사회운동의 맥락에서 기념비적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는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 갖는 의미를 검토하고,1) 세계화와 양극화로 인해 촉발되는 사회문제의 해결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여러 사회운동들 중에서 월주스님께서 주도하고 있는 ‘지구촌공생회’와 ‘함께일하는재단’의 관련 사업을 비판적으로 고찰할 것이다. 그런 연후에 세계화 및 양극화 시대의 불교사회운동이 나아갈 바를 간략하게나마 제언할 것이다.

Ⅱ. 세계화, 양극화의 기본적 이해

1. 세계화의 과정과 결과

세계화에 대한 정의들로는 사회적․문화적 제도에 대한 지리적 구속력이 약해지는 사실을 사람들이 더 많이 인식하게 되는 사회적 과정(Waters, 2001), 한 나라의 경제, 정치, 문화, 사상 등이 다른 나라로 침투해가는 과정(Mittleman, 1996),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행위가 지구상의 다른 곳에 있는 개인이나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전반적 과정(McGrew, 2008)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정의를 종합하면 결국 세계화는 단적으로 말해서 개별 국민국가들 사이의 상호의존성이 증가함으로써 하나의 사회로 통합되어 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즉, 단일화된 세계사회의 출현을 야기하는 거시적 사회변동의 과정이 세계화이다. 세계가 시간적, 공간적으로 압축되고 상호의존적 관계가 심화되면서 개별 사회 혹은 개인의 삶은 세계적 차원의 의미를 내재하게 된다. 나의 문제가 세계의 문제이고, 세계의 문제가 곧 나의 문제인 사회가 세계화된 사회이다.

20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세계화 논의는 매우 다양한 차원으로 분기되어 있지만, 크게는 경제적 세계화와 정치적 세계화, 그리고 문화적 세계화에 대한 논의로 구분할 수 있다. 경제적 세계화는 무역과 금융, 노동, 그리고 기술을 중심으로 한 경제활동의 범위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그 결과 전 세계가 하나의 단일한 시장으로 통합되어 가는 현상을 지칭한다. 정치적 세계화는 국민국가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다양한 국제기구들을 중심으로 전 지구적 의제를 다루는 글로벌 거버넌스가 확대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문화의 세계화는 새로운 생활양식의 전 지구적 확산을 통해 유사한 삶의 방식으로 수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애초 교통 및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촉발된 세계화 현상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제반 사회 영역의 전 지구적 통합으로 나아가면서 세계적 차원의 경쟁을 이끌어 냄으로써 효율의 극대화를 초래하는 긍정적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이철우, 2011).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는 기존의 국가간, 계층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정치적으로는 자국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국민국가의 정책적 개입을 무력화시키고, 문화적으로는 개별 국가나 지역공동체의 고유한 문화가 해체되는 위험에 처하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화에 저항하는 반세계화 운동도 세계 곳곳에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2)

이 논문의 입장에서 혹은 불자로서 세계화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우리의 생활공간이 전 지구적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전혀 알 수 없었던 머나먼 타국에서의 일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고, 서로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했던 외국인들과 수시로 교류하고, 함께 일을 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것은 ‘인류는 하나’라는 추상적 사유가 현실에서 구체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족과 지역공동체, 국가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던 사회적 관계의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우리의 인식 관심도 확장됨으로써 먼 나라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게 되고, 그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게 된다. 불자로서 자비행의 대상과 범위가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장되는 ‘자비의 세계화’를 의식해야 하는 것이다.3)

2. 양극화의 현실과 대안 모색

양극화는 중간층이 해체되면서 양 극단으로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사회과학적 맥락에서 양극화는 사회불평등 현상이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회불평등은 편재적이다. 즉, 언제, 어디에서나 불평등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불평등의 차원은 정치, 경제, 교육 등 제반 사회영역에서 두루 나타난다.

한국사회에서 주로 거론되는 양극화 현상은 소득의 양극화를 중심으로 한 경제적 불평등과 관련되어 있다. 지니계수나 소득분배율과 같은 경제지표들을 통해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특히 빈곤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소득 양극화 못지않게 자산의 양극화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양극화는 소득 불균형과 소득 이원화 경향의 복합적 결과로 이해되고 있으며, 불로소득에 의해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김문조, 2008: 72-73).

김문조(2008)는 경제적 양극화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양극화와 의식적 양극화도 동시에 거론하고 있다. 집(주거지)이 투기의 대상이 되고, 학군과 사교육이라는 교육 현실이 결합되면서 부자동네와 가난한 동네라는 구분이 명확해졌다. 이러한 주거환경의 불평등은 계층 간의 분리 효과를 초래하고,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나아가 분리된 계층 간 생활양식의 차별화는 문화적 양극화 현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소비의 양극화는 문화적 양극화의 핵심으로서 소득 양극화에 버금가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김문조, 2008: 75). 의식적 양극화는 경제적, 사회문화적 불평등이 보다 견고해짐으로써 계층 이동이 단절되는 상황으로 인해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려는 성취동기마저 꺾는 현상을 의미한다(김문조, 2008: 119). 즉,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일종의 패배의식이 확산되는 것이 의식적 양극화이다.

양극화 현상의 시발점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극화 현상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치러진 선거의 핵심 쟁점은 경제적 불평등을 어떻게 완화하는가에 있었다. 그리고 주지하듯이 양극화 현상의 첫 번째 해법으로는 항상 일자리 창출이 거론되었다.

불교는 승가의 경제활동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극화 현상을 직접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통을 여의어 즐거움을 얻게 하고, 널리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 불자의 본분이라면 양극화 문제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양극화 문제의 핵심인 경제적 양극화는 사람들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고, 사회문화적 양극화나 의식적 양극화도 사람들에게 심대한 고통을 유발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Ⅲ.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과 그 의미4)

한국 불교사회운동은 불교혁신운동에서 기원하여 불교정화운동과 민중불교운동을 거쳐 참여불교운동과 작복불교운동에 이르고 있다.5) 이러한 흐름 속에서 참여불교운동과 작복불교운동은 이전 시기의 불교사회운동과 뚜렷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분기점이 바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다. 이 장에서는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6) 무엇이 참여불교운동 및 작복불교운동 이전과 이후를 구분하게 되는 지를 검토할 것이다.

1.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

1990년대 이후 참여불교운동과 작복불교운동의 실질적 출발점은 1994년 종단개혁에 성공한 개혁종단이 추진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1995년)이었다. 사회정의 실천운동, 통일운동, 환경운동, 평화운동 등을 구체적 내용으로 삼고 있는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종단 차원에서 실무기획단을 구성해 활동하였으며, 불교단체에 대한 지원과 불우이웃돕기, 복지시설 지원 등도 장기적 사업으로 전개되었다.7) 또한, 북녘동포돕기 불교추진위원회를 통한 대북 구호사업과 남북종교인 회의를 통한 북방교류 등도 종단 차원의 사회참여운동이 이룩한 성과이다(연기영, 1998: 208-212; 조성렬, 2002: 460-461).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에 깔려 있는 공통의 문제를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점에서 불교가 본래의 가치를 회복하고, 역사 사회 속에서 대중과 함께 살아 숨쉬는 살아있는 종교의 모습을 보여주는 실천운동이자, 우리 민족과 사회의 고통을 함께 나누면서 모든 갈등과 대립을 없앤 보살공동체를 형성해 가는 정신혁명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연기영, 1998: 190-207).

1)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에 대한 정의

송월주는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깨달음, 사회화, 운동이라는 세 개의 핵심 개념을 통해 규정하고 있다.

불교에서 깨달음은 석가모니가 깨우친 존재의 본질을 의미한다. 모든 존재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연관되어 있으며, 결국 모든 존재가 둘이 아니라는 연기의 법칙이 바로 석가모니가 인식한 깨달음의 실체이다. 송월주가 제창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바로 이 석가모니의 깨달음에 근본을 두고 있다. 송월주는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언명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배재한 채 인간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만 인간의 본질을 규정하고 있는데 비해, 불교적 깨달음은 사회와 자연을 포함하고 있다고 본다. “인간은 시간적으로는 인(因), 연(緣), 과(果)의 원리 속에서 존재하며, 공간적으로는 사회 및 자연이라는 전체와의 관계(이를 緣이라 부른다)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불교의 연기설(緣起說)은 인간 존재를 중중무진적 상의상관 관계 속에서 파악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총체적 본질 규정에 도달하고 있다”(송월주, 1996: 703-704)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원효의 귀일심원(歸一心源)에 대한 해석을 덧붙임으로써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의 대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송월주는 본래의 청정한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귀일심원을 “사회로부터 격리된 어떤 마음의 경지를 따로 설정하고, 그곳으로 돌아가라는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수많은 연기적 관계에 대한 깨달음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깨달음의 대상은 사회를 떠나 존재하는 그 무엇이 결코 아니며,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든 사회적 문제가 모두 깨달음의 대상이고, 불교계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송월주, 1996: 704). 이러한 송월주의 인식은 사람들에게 고통이 되는 사회문제에 불교계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당위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화는 깨달음의 실천으로 규정되는데, 송월주는 이를 원효의 요익중생(饒益衆生)(중생에게 널리 이익을 줘라) 사상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인식은 사회의 규범과 문화를 내면화함으로써 그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가는 사회학적인 사회화의 개념을 넘어선다고 주장한다. 즉, 사회학적인 사회화의 개념으로 깨달음의 사회화를 이해하면 불교적 깨달음을 내면화하는 것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치의 내면화가 반드시 사회적 실천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승불교적 전통을 가진 한국 불교계에서 … 중략 …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깨달음의 소극성을 극복하여 이를 우리 사회에 보다 적극적으로 환원하자는 운동으로서 대승불교의 본래의 취지에 따른 것”(송월주, 1996: 704)이어야 하며, “‘깨달음의 사회화’란 불교의 현실 참여 혹은 사회 참여의 의미를 띤다”(송월주, 1996: 704-705).

운동은 “사부대중들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노력 속에서 비로소 달성되는”(송월주, 1996: 705) 사회운동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회운동은 추구하는 목표와 집합적 행위의 주체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한편, 비록 명확히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의 주체는 한국 불교계 전체를 의미하고 있으며, 나아가 일반 시민으로 확산되어야 함을 1995년 총무원장 신년사나 다른 연설문 등을 통해서 확인해주고 있다(송월주, 1995a, 1995b).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결국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나를 넘어서 모든 존재에게 자비를 베풀고 그들과 함께 해탈함으로써 불국토를 건설하려는 목적을 가진 사회 참여를 총칭하는 개념이며, … 중략 … 대승불교적 전통을 가진 한국 불교 성격을 가장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 … 중략 … 실천적 종교운동이자 시민사회운동”(송월주, 1996: 705-706)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2)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의 불교사상적 근거

송월주는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의 불교사상적 근거를 이념적 측면과 실천적 측면으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이념적 측면은 불교의 사회관, 정치관, 경제관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으며, 실천적 측면에서는 보살행 사상에 주목하고 있다.

송월주가 제시한 불교적 사회관의 핵심은 세간과 출세간 혹은 사회와 불교 사이의 불이(不二)적 관계이다. 깨달음을 얻은 후 45년간 중생구제를 위해 전법에 매진했던 석가모니의 삶이 곧 불교와 사회의 불이적 관계를 암시하고 있으며, 용수와 유마거사, 원효 등의 사상가를 통해서 불이적 사회관이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고찰하고 있다. 즉, 세속제(世俗諦)와 승의체(勝義諦)8)를 불이의 관계로 파악하는데서 출발하고 있는 용수의 중도사상과 세속에서 승의제의 구현을 주장하는 유마거사의 적극적인 대승불교사상이 원효의 삶에 맞닿아 있으며, 송월주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친 요익중생의 사상도 여기에서 연유하고 있다는 것이다(송월주, 1996: 707-708).

불교의 정치관에서 송월주가 주목한 것은 기세인본경, 법화경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국가와 전륜성왕으로 상징되는 최고 통치자의 역할이다. 국가와 통치자는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봉사자이며, 풍요롭고 도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도덕 사회의 건설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윤세원, 2008). 송월주는 “정치가 소수의 지배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보편적 이해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불교적 정치관이 철저히 대승불교사상에 입각해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송월주, 1996: 708-709).

불교의 경제관과 관련해서는 소욕지족(少欲知足)과 무소유(無所有), 사분율(四分律)9) 등의 소비윤리, 정의와 자비의 원리를 강조하는 분배윤리(오노 신지, 1992: 226-236) 등에 주목한다. 송월주는 이러한 불교의 경제윤리가 “연기적 세계관과 이타정신에 입각할 때에만 가능하며, … 중략 … ‘지속가능한 성장’과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경제원리를 내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송월주, 1996: 709-710).

한편,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 가진 실천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보살행 사상을 검토하고 있다. 『대승열반경』, 『화엄경』, 『유마경』 등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보살의 노력을 포착해 낸 송월주는 “불교의 보살행은 중생들의 현실적 고통, 즉 빈곤문제, 통일문제, 인권문제, 환경문제 등에 직접 뛰어들어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참여운동으로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한다(송월주, 1996: 711).

이러한 논의를 통해 송월주는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 부처의 삶 그 자체이고, 국민 일반의 복리증진을 지향점으로 삼아, 사회불평등과 환경 등의 영역으로 확산되어 종내에는 사바세계에 불국토를 건설하는 실천적 사회참여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3)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의 배경과 역할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영역에서 자본주의화, 민주화, 지방화, 관료제화, 정보화, 세계화 등과 같은 복잡다단한 변화에 직면해 있으며, 그에 부합하는 적응의 필요성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 불교도 예외는 아니다. 또한, 한국 불교는 불교인구의 양적 감소, 사회적 영향력의 축소, 이기적 기복신앙이라는 폄훼에도 대응해야 하는 불교 내적 도전에도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위에서 언급한 사회적 혹은 시대적 맥락과 함께 송월주의 사상적 태도 및 개인적 행장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귀일심원 요익중생’을 삶의 화두로 삼고 있는 송월주의 사상적 태도는 다음의 인용문들을 포함해 그가 행한 많은 법문과 연설, 기고문 등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10)

“근본고 뿐만 아니라 시대고, 사회고, 환경고를 해결하는 일이야말로 현대판 보살행이라고 한다면, 과연 보살행을 어떤 구체적인 방법으로 전개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 먼저 개개인의 의식을 일깨워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고, 그런 다음 조직적인 시민운동을 전개해 나가도록 향도적 역할, 즉 목탁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태공월주스님 화갑기념문집 간행위원회, 1996: 107).11)

“수행이 교화이고, 교화가 수행이라는 말과도 통한다. … 현실 속에 참여해서 현실의 고통을 해결하는 시민운동도 또한 수행이며 부처의 행이다. 통일, 공해추방, 환경보호, 사회복지, 경제정의, 공명선거 등을 위한 사회운동들도 수행이며 부처의 행인 것이다. … 중생의 현실적인 고통을 직시하고, 그 고통을 그치게 하고 현실적인 안락을 시여하는 일 등등, 곧 그런 처처의 보살행이 그대로 성불행, 즉 부처의 행이기 때문이다”(태공월주스님 화갑기념문집 간행위원회, 1996: 63-64).12)

송월주는 1980년대 초반 10․27법난으로 인해 총무원장에서 물러난 후 미국, 일본, 유럽, 동남아 등에 머물면서 해당 지역의 종교단체들에 의해 전개되는 각종 봉사활동을 접하면서 사회참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경험은 송월주에게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행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정학섭, 2015: 489-490).

1994년 조계종 종단개혁 이후 구성된 대한불교조계종 개혁회의 의원으로 참여한 송월주는 사회참여에 대한 자신의 관심과 인식을 개혁회의의 주도로 이루어진 종헌 개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시켰고, 그 결과 종헌 제21장 ‘문화, 복지 및 사회 활동’의 장에 사회문화 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기관의 설립을 규정한 제114조, 사회복지 및 사회공익사업을 위한 기관과 단체의 구성을 규정한 제115조, 승려노후복지원과 불교사회복지원의 설치를 규정한 제116조와 제117조 등과 이의 구체적 실행을 종법에 위임하는 제118조가 신설되었다.13) 이 조항들의 신설은 1962년 대한불교조계종이 출범 이후 내세운 ‘도제 양성, 포교, 역경’ 등의 3대 핵심사업 중에서 포교 사업의 구체적 대상과 범위를 설정함으로써 불교계의 포교 지평을 확대하고, 이후 조계종이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과이다.14)

이러한 맥락 속에서 송월주는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에 대해 두 가지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우선 사회적으로는 불교가 우리 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바림직한 대안을 제시하며, 이를 보살행으로 실천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사회운동이 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또한 불교 내적으로는 포교적 기능을 수행하고, 종단 내부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불교의 교세 및 사회적 영향력을 강화하며, 나아가 불교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보았다(송월주, 1996: 714-715, 717-718). 이것은 송월주가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통해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불교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불교가 종교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고, 불교의 내적 역량강화와 개혁을 이루어냄으로써 불교 발전의 동력을 확보하고자 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4)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의 활동영역

사회문제에는 각 사회가 안고 있는 대립적 이해관계를 배태시킨 구조적 모순이나 제도적 한계가 반영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회문제의 해결은 기존의 구조적 모순이나 제도적 한계를 극복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사회문제의 발원지가 되는 구조나 제도가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이해관계로부터 한 발 벗어나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종교는 사회문제 해결에 있어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회제도이다. 송월주는 바로 이러한 종교의 특성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사회구조적 모순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는 바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 참여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라고 선언하고, 대승사상과 이타행으로서의 보살도의 실천인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야말로 “인간사회를 존속시킬 수 있는, 그리고 붕괴되고 있는 공동체 원리를 다시 복원시키는, 사회적 실천”이라고 규정한다. 또한 “불교의 관심영역과 사회의 궁극적 관심영역인 사회문제간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사실상 불국정토화는 점점 요원해지기 때문에” 사회문제의 해결에 참여하는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사회문제의 불교적 해법인 동시에 불교의 궁극적 목표인 불국정토 건설의 수단임을 천명한다(송월주, 1996: 719).

이처럼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 사회 전반에 걸쳐서 제기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송월주는 사회불평등, 환경, 통일, 비인간화 등의 사회문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진단과 처방을 통해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 지행해야 할 바를 제시하고 있다.

사회불평등 문제는 근원적으로 자본주의에 내재하는 본질적 모순에서 연원하지만, 분배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미비도 주요한 원인임을 지적한다. 이로 인한 한계는 노사문제와 빈곤문제로 나타나고 있으며,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불교적 경제윤리의 생활화를 통해서 절제된 소비와 분배정의로 욕구 충족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제공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한다. 또한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의 동시적 발전을 통해 소외 현상을 극복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자비의 실천을 통해 불평등 현상을 줄여나가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송월주, 1996: 721-722).

자본주의사회에서 인간 활동과 자연 사이의 모순 관계가 심화되며 나타나는 환경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건강한 자연이야말로 인간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조건이자 생산의 가장 중요한 자본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송월주, 1996: 722). 이어서 인간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경제 규모를 유지할 때 비로소 쾌적한 자연 환경과 인간의 행복이 공존하는 경제 구조가 확보될 수 있다는 슈마허의 불교경제학(슈마허, 2002), 연기법과 그에 따른 생명존중사상, 방생(放生) 문화 등에서 대안 모색의 가능성을 보고 있다.

민족적 과제인 통일 문제는 이념 대립과 분단 이후 전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는 것이 핵심 과제이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의 문화적 동질성에 토대를 둔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사상이나 역사, 전통문화 등에서 부분적이나마 공유하는 부분을 가진 불교가 다른 종교들에 비해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인식에 근거해서 송월주는 정치성을 배제하고 상호 공감대 및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통일운동을 전개해야 하며, 북한 불교의 종교성 회복을 위한 인도적 지원의 중요성도 강조함으로써 통일 한국의 사회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기반 구축이라는 미래지향적 과제까지 제시하고 있다(송월주, 1996: 723-724).

현대 사회의 비인간화 문제는 관료제로 상징되는 조직합리성의 부산물이며, 비인간적일 뿐만 아니라 비민주적이고 비효율적이기까지 한 관료제를 한국 사회가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합중(和合衆)이라는 이상적 공동체 원리와 처한 곳마다 주체가 된다는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사상에 내재한 사회성과 조화를 이루는 개인의 주체성 같은 다양한 불교의 사상적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송월주, 1996: 725-726).

이 외에도 인권, 지역주의, 부정부패, 범죄 등 무수한 사회문제를 불교사상에 근거해 해법을 모색하여 실천하는 것이 곧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며, 이것이 승가에 부여된 역사적, 사회적 임무라고 주장한다(송월주, 1996: 727).

5)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의 실천 전략

사회문제의 해결을 추구하는 사회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운동의 당위성을 알리고 동의를 구하며, 참여를 동원하는 것은 사회운동의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업들이다.

송월주는 이와 관련하여 불교사상에 기초하고 있는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 불교계 및 한국 사회의 발전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인식시키고, 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첫 번째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이끌어갈 수 있는 지도자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사명을 가진 스님들의 각성과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종단, 교구본사, 신행단체 및 후원자들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인적․물적 자원을 조직화하고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복지 분야에서는 보현행(普賢行) 사상, 통일 분야에서는 원효의 화쟁사상, 환경 분야에서는 생명존중사상 등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제언들을 덧붙이고 있다(송월주, 1996: 727-730).

2.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의 불교사회운동사적 의미

이 절에서는 앞서 살펴본 불교혁신운동, 불교정화운동, 민중불교운동 등과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의 특징들을 운동의 목표와 주체, 방법론과 사상적 근거, 활동 영역 등의 맥락에서 비교함으로써 불교사회운동사적 의미를 도출하고자 한다.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연기적 관점에서 불이의 관계에 있는 사회의 모든 문제가 깨달음의 대상이자 운동의 목표이므로 불교계의 개입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불교 교단과 교단의 구성원, 나아가서는 운동의 목표에 동의하는 모든 사람들로 운동의 주체를 설정하고 있다. 연기법과 보살행에 기초한 불교적 방법으로 운동의 실천을 추구하며, 사회와 불교계의 동시적 발전을 도모하고, 다양한 운동의 영역을 설정하고 있다. 아울러 수행과 이타행의 교호성(交互性)을 요구하고 있다.

불교혁신운동은 한국 사회의 부국강병과 법맥 및 승가공동체의 복원을 목표로 하였다. 국운이 날로 쇠락해 끝내는 식민지로 전락한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사회적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외세의 침탈로부터 국가를 지킬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쇠퇴한 국력 못지않게 피폐해진 승가공동체와 끊어진 법맥을 회복하는 것은 불교의 존재 기반을 되살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 목표들은 당시 한국사회와 불교계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시대적 과제가 각각의 영역에서 구체화 되었다는 점에서는 동질적이고, 그런 점에서 불교계의 개입도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국강병과 승가공동체의 복원이 직접적인 불이의 관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한계를 갖는다. 한편, 불교혁신운동의 주체는 일부 불교지식인과 선각자들에 의해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제한적이었고, 사회문제의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불교적 성찰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불교혁신운동의 주된 활동영역이 불교계에 국한된 것도 아쉬움이다.

불교정화운동은 일제 잔재 청산과 청정수행가풍의 확립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직후 제기된 공통의 과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불교정화운동의 구체적 실천이 대처승 축출로 표출된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왜색불교의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진 대처승 축출이 비구승 중심의 청정수행가풍을 확립하기 위해 불가피한 과제였음은 인정되지만, 일반 사회와의 접점을 가지지 못했고 운동의 주체도 재가신도가 배제된 채 출가 승려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는 한계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또한, 불교의 독신출가 전통을 명분으로 하고는 있지만, 정화유시라는 정치권력의 지시를 근거로 삼아 폭력과 사법절차라는 비불교적 방법을 동원했다는 점은 불교정화운동의 태생적 약점이다.

민중불교운동은 독재정권 치하에서 고통 받는 민중의 해방을 추구하는 반독재민주화 투쟁을 운동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승가와 재가가 모두 운동의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불교사회운동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연기법과 공업의 교리적 재해석을 통해 민중불교운동의 사상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적인 계급투쟁 노선을 채택하고, 운동의 주체들 스스로가 민중불교운동을 사회변혁운동의 부분운동으로 제한으로 있다는 점은 명백한 한계이다.

그리고 수행과 이타행의 교호성이라는 차원에서 불교혁신운동이나 불교정화운동, 민중불교운동은 수행과 이타행이 모두 괴리되어 있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불교혁신운동은 수행과 이타행을 동시에 추구하고는 있지만 승가공동체 회복과 부국강병 나아가 독립운동이 서로 연계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불교정화운동은 수행에 주안점을 두는 대신, 이타행에는 무관심했다고 여겨지며, 민중불교운동은 수행보다는 이타행에 더욱 주의를 기울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 제창된 이후 전개된 참여불교운동과 작복불교운동은 이전의 불교사회운동과 다른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참여불교운동과 작복불교운동은 승가와 재가가 모두 운동의 주체로 참여하고 있으며, 현대 사회의 여러 사회문제들에 대해서 연기법과 보살행이라는 사상적 근거에 더해 개별 사회문제들의 특성에 부합하는 다양한 교리적 검토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수행과 이타행을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을 통해 불교적 방법으로 운동을 전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 제창 이전과 이후의 불교사회운동이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송월주도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 “해방 직후 불교혁신운동이나 불교정화운동의 성격과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후자의 운동들이 특정한 이데올로기나 자기 정화 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면,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보살도를 실현하려는 자비의 운동이다. 그리고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을 넘어서려는 오늘날의 시대적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는 시민사회운동이기도 한 것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송월주, 1996: 706).

그렇다면 불교사회운동사적 맥락에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사실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그 자체가 하나의 구체적 목표와 활동 내용을 가진 개별 사회운동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구체적 활동영역을 가진 불교사회운동을 아우르는 총체적 개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계기로 불교사회운동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들에 비추어 볼 때,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불교사회운동을 인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은 특정한 사회 구성원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인식의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처음 사용한 패러다임 개념은 특정 과학자 사회의 구성원에 의해 공유되는 신념, 가치, 기술 등을 망라한 총체적 집합을 의미한다. 패러다임은 연구해야 할 문제와 해결 방식을 모두 제공하는데,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새로운 대안적 패러다임을 모색하게 된다고 한다. 대안적 패러다임을 통해 문제 해결에 성공한다면 기존의 낡은 패러다임은 폐기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과학자 사회에 자리잡는 과학혁명이 일어난다는 것이 쿤의 입장이다(쿤, 2013).

이러한 쿤의 논의에 기대어 볼 때,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 불교사회운동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는 평가는 더욱 분명해진다. 우선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사회문제를 연기법에 근거한 불이적 관계로 인식해야 한다는 불교적 관점으로 이해하고 있다. 즉, 사회운동의 대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행을 통한 깨달음과 보살도의 실천인 이타행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가장 불교적인 방법을 사회운동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불교를 제대로 믿고 신행생활을 하는 것이 곧 불교사회운동을 실천하는 것이며, 바람직한 사회로서의 불국정토를 구현하는 길임을 의미한다. 즉,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통해 불교와 사회의 질적 도약을 이뤄내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Ⅳ. 세계화, 양극화 시대의 대안적 사회운동 사례

이 장에서는 세계화와 양극화라는 거시적 사회변동에 대응하는 불교계의 사회운동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월주스님이 이끌고 있는 사회운동인 지구촌공생회와 함께일하는재단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1. 세계화의 대안: 지구촌공생회의 사례

세계화와 관련해 불자로서 의식해야 하는 것이 ‘자비의 세계화’라는 점은 앞서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 활동이 바로 국제구호사업이다. 불교계의 해외 자원봉사단체로는 지구촌공생회, 한국JTS, 진각복지재단, 이웃을 돕는 사람들, 나누며하나되기운동본부, BWC(Beautiful World of Cambodia),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세계불교기아도움기구 등이 있다. 이 중에서 해외에 사업장을 두고, 정기적인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지구촌공생회, 한국JTS, 진각복지재단 등을 꼽을 수 있다. 불교계에서 가장 오래된 해외 자원봉사단체는 한국JTS이지만, 이 논문에서는 가장 많은 국가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지구촌공생회의 사례를 주로 검토하고자 한다.15)

지구촌공생회는 너와 나 그리고 세상이 하나임을 깨달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2003년 창립된 국제개발협력 NGO입니다.

캄보디아, 라오스, 몽골, 미얀마, 네팔 등 아시아 11개국과 아프리카 케냐, 중남미 아이티 등에서 소외되고 어려운 지구촌 이웃들을 위한 국제개발협력 사업과 국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복지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위의 인용문은 지구촌공생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단체소개 글이다. 그다지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구촌공생회의 설립 목적은 아래 인용문에서 보듯이 지구촌 이웃들을 대상으로 이고득락의 자비행을 실천하는 것이다.

지구촌공생회는 지구촌 이웃들의 고통을 줄이고, 즐거움을 더하는 자비를 실천한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자비의 손길을 내밀어 자립기반을 함께 만들고, 그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삶의 주인공으로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특히 단순한 구호사업이 아니라, 자립기반과 희망을 만들어 줌으로써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진정한 원조는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원조가 필요 없도록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지구촌공생회의 사업이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지구촌 이웃들의 삶과 아픔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귀일심원 요익중생’의 실천이라는 월주스님의 원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지구촌공생회의 주요 사업으로는 우물을 파고, 물탱크를 관리하는 식수지원사업, 학교와 유치원, 청소년센터 등을 건립하고, 운영을 지원하는 교육지원사업, 유목민들을 위해 농장을 일구고, 유실수를 보급하는 지역개발사업, 내전 당시 매설된 지뢰를 제거해 평화로운 마을을 만드는 지뢰제거사업 등이 있다.

식수지원사업은 주로 캄보디아, 미얀마, 몽골, 케냐 등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캄보디아에 2,246기의 우물을 건립했고, 미얀마에는 건립 중인 5기를 포함해 총 29기, 케냐에는 18기의 우물을 건립했다.

지구촌공생회의 사업이 자립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핵심적인 사업은 교육지원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캄보디아, 네팔, 미얀마, 라오스, 몽골, 케냐 등 지구촌공생회의 활동이 전개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학교와 유치원, 청소년센터 등의 교육시설을 지어주고, 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지역개발사업은 각 나라의 사정에 적합한 사업들을 펼치고 있었다. 캄보디아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지뢰를 제거하는 것이 삶을 안정시킬 수 있는 우선 과제라는 인식에서 지뢰제거사업에 주력하고 있었고, 네팔에서는 재봉교육과 창업지원사업 및 데이케어센터 운영 등의 사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몽골의 경우는 묘목을 심는 녹지화 사업과 농장 운영을 통해 자립기반을 만들고 있었고, 케냐에서도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2005년 인도양 지진해일, 2006년 인도네시아 자바섬 지진, 2008년 미얀마의 나르기스 태풍 피해, 2010년 아이티 지진, 2011년 일본 도호쿠 지진 및 쓰나미, 2013년 필리핀 하이옌 태풍 피해, 2015년 네팔 지진, 2016년 에쿠아도르 지진 등 세계 곳곳에서 예기치 못했던 자연재해로 인해 도움이 손길이 절실한 곳에서 긴급구호 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지구촌공생회의 각종 사업들에는 이사장 월주스님의 원력이 담겨 있다. 월주스님은 불교적 관점에서 볼 때, 세계화의 본질이 ‘자비의 세계화’에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든 이웃들의 고통이 없어질 때까지 함께 노력하며 살아가겠다고 서원한 보살입니다.

남의 고통을 나의 고통처럼 받아들이고, 그 고통을 해소하도록 나눔을 생활화 한다면 그 자체가 天地與我同根(천지여아동근: 세상은 나와 더불어 한뿌리)이요, 萬物與我一體(만물여아일체: 모든 존재는 나와 더불어 하나)임을 자각한 사람의 모습입니다.

우리의 활동이 전 지구촌의 생명을 살리고 빈곤을 해소하여 인류의 고통을 다 없앨 수는 없지만 한사람, 한사람 후원자의 관심과 정성이 쌓이고 전파된다면 그만큼 지구촌의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고통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와 민족, 인종과 언어, 종교와 문화, 이념과 사상의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차별하지 않고 돕는 것이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의무입니다. 그리하여 지구촌 이웃들과 함께 나눔으로써 또 다른 행복의 가치를 얻고, 지구촌 공동체 정신이 널리 함양되기를 희망합니다.

위의 인용문은 월주스님의 인사말이다. 국가, 민족, 인종, 언어, 종교, 이념 등의 차이에 구애되지 않고 차별 없는 도움을 주는 것이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불자로서의 태도임을 선언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선언의 밑바탕에는 “지구촌이 한 가족이요, 한 생명”(송월주, 2016: 267)이라는 월주스님의 신념과 함께 자원봉사활동을 “다른 사람의 고통을 어루만져 주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타행을 통해 나와 남이 하나임을 아는 지혜를 증득하고, 연기적 존재의 이치를 깨달아 우리 사회가 불국정토가 되도록 하는 봉사행위”(송월주, 2016: 227)라고 정의하는 월주스님의 불교적 재해석이 자리하고 있다.

이상에서 간략히 살펴본 바와 같이 지구촌공생회는 세계화라는 시대적 상황과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월주스님의 불교적 재해석과 원력을 토대로 활동 목표를 정하고, 구체적인 사업들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화 시대에 대응하는 불교적 대안의 하나로 큰 의의를 갖는다.

2. 양극화의 대안: 함께일하는재단의 사례

양극화 해소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적 양극화의 극복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앞서 간략히 논의한 바 있다. 또한, 경제활동 참여에 대한 불교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주스님은 한국사회의 원로로서, 또 승려로서 사람들의 고통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고자 ‘함께일하는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깊이 참여하고 있다. 이 논문에서 불교단체가 아닌 일반민간단체인 ‘함께일하는재단’의 활동 사례를 검토하는 것은 월주스님의 영향력이 어떻게 재단의 활동에 반영되어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하기 때문이다.16

함께일하는재단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양극화를 해소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기본 목표로 삼고 있다.

함께일하는재단은 ‘실업극복’이라는 사명을 안고 첫발을 내딛었던 2003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데 전념해온 민간 공익재단입니다. 청년, 여성, 중장년 등 다양한 계층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특히 새로운 일자리 모델로 주목받는 사회적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캠페인, 연구, 출판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실업 및 빈곤 상황에 대한 발전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함께일하는재단의 미션은 기본적 생계유지와 함께 사람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일자리를 통해 사회양극화를 해소하여 모든 사람이 소외되지 않고 어우러지는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임을 의미한다.

위의 인용문은 함께일하는재단의 소개글이다. 소개글 어디에서도 직접적으로 종교색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이러한 사정은 재단이사장인 월주스님의 인사말에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함께일하는재단의 주요 사업은 고용기반조성 사업, 일자리 증진 사업, 사회적 경제 활성화 사업, 국제협력 사업, 정책연구 등 5개 분야로 구분된다. 이들 중에서 눈여겨볼만한 사업이 고용기반조성 사업과 국제협력 사업이다. 이들 사업 분야의 세부 과제 중에서 일부가 월주스님의 활동과 겹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고용기반조성 사업에는 라이트어램프(Light a lamp), 사회적기업 인력양성, (예비)사회적 기업 회계전문인력 양성 및 고용 연계사업, 청년네트워킹센터 희망청,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 지역아동센터 및 공부방 지원사업, 우리마을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 강원 신재생에너지 사회적 기업 설립사업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서 집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 지역아동센터 및 공부방 지원사업, 우리마을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 등은 사업의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일자리 창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인다.

집 밖에서 유유자적 프로젝트는 은둔형 외톨이인 청소년들에게 악기 연주를 가르치고, 밴드 활동을 하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해주는 사회성 회복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아동센터 및 공부방 지원사업은 지역 아이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올바른 독서 습관을 기르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청소년으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고, 우리 마을 체인지메이커 프로젝트는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이 주체적으로 지역 문화를 만들고 공동체의 가치를 되살려 지역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들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일반적인 사회운동에서 찾아보기 힘든 사업들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이들 사업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반조성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모두가 한 가족이고, 하나의 생명이라는 월주스님의 신념이 반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 복귀와 지역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것은 미래의 실업자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고, 현재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부모세대의 직업 활동을 돕는 것이다. 지역공동체의 복원을 시도하는 사업도 그러한 생각의 연장선에 있다고 여겨진다. 이들 사업은 ‘일자리’라고 하는 노동에만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협애한 관점에 갇히는 위험을 벗어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열린 시각을 견지할 수 있는 밑바탕에 월주스님의 혜안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직, 빈곤 가정의 아동과 청소년의 자립을 모색하는 라이트어램프(Light a lamp) 사업도 월주스님의 감화를 받은 결과로 생각된다. 교육지원사업이나 지역개발사업을 통해 자립기반을 만들어주는 지구촌공생회의 활동과 라이트어램프 사업이 배경과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함께일하는재단의 국제협력 사업 중에는 개발도상국의 빈곤가정 부모의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돕고, 아이들에게는 인성교육 및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여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통해 빈곤해결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스마일투게더파트너십이라는 국외아동지원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 사업은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우간다, 카자흐스탄, 과테말라, 네팔, 미얀마, 인도 12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들 국가 중 상당수가 지구촌공생회의 긴급구호나 해외지원사업이 전개된 국가들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일자리 창출 사업의 대부분이 경제활동에 바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반해, 이 사업은 아이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상에서 검토한 것과 같이 함께일하는재단이 비록 불교단체는 아니지만, 월주스님의 원력과 생각이 주요 사업들에 반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월주스님은 법어집에서 “절대 빈곤자나 상대적 박탈감이 큰 분들을 방치해서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없습니다. 이분들에게 먼저 재교육을 통해 삶의 가치관을 정립하게 해주고, 교육의 기회를 주고, 일자리를 마련해 줌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 줘야 합니다.”(송월주, 2016: 264)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이 단순한 일자리 알선이나 직업교육이 아니라, 인성교육과 문화교육, 자립기반 조성 등의 사업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여기에 앞서 살펴본 ‘귀일심원 요익중생’, ‘천지여아동근 만물여아일체’의 사상이 배어있음은 물론이다.

Ⅴ. 맺음말: 불교사회운동의 새로운 진로

그렇다면 세계화, 양극화 시대를 맞아 불교사회운동은 어떤 진로를 모색해야 할까? 양극화로 인해 이고득락의 자비행, 혹은 이타행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화는 자비행이나 이타행의 범위를 전 지구적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변동의 흐름으로 인해 깨달음의 사회화운동이 제시한 불교사회운동의 내용을 변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깨달음의 사회화운동에 제시된 구체적 내용들은 여전히 의미 있는 제안들이다.

다만 깨달음의 사회화운동을 추진해가는 불자들의 태도와 자세에서 새로움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참여불교-작복불교로 이어지는 불교사회운동의 전개 과정과도 연동되어 있다. 깨달음의 사회화운동은 불교가 사회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한다. 한국불교가 참여불교운동에 눈 뜨고,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간 것은 깨달음의 사회화운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러나 참여불교운동은 불자 개개인의 삶, 신행, 그리고 불교사회운동을 하나로 묶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비록 참여불교운동이 신행생활과 참여불교운동의 실천이 동일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참여불교운동은 사회적 문제를 불교에 근거한 해법으로 풀어나가고자 했을 뿐, 그것이 자기 삶의 변화와 이어지고, 자기 신행의 일부로 통합하는 것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한편, 사회적 회향을 통해 자리이타의 가르침을 실현하고자 했던 ‘작복불교’는 불자들의 외면을 받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전히 불자들은 기도와 수행의 공덕을 자기 자신에게 향하도록 하는데 몰두했다.

따라서 깨달음의 사회화운동이라는 큰 틀 안에서 참여불교운동과 작복불교운동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향후 불교사회운동의 진로를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불교가 앞으로 ‘서원(誓願)불교’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 불교는 전근대성을 극복한다는 명분 위에서 기복불교를 비판하고, 지식불교, 수행불교, 참여불교, 작복(作福)불교 등 다양한 방향성을 모색해 왔다. 서원불교는 구복과 성불이라는 종교적 욕구를 결합한 것이다. 서원이란 원(願)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고자 맹세하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절실한 무엇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구복의 성격을 갖는다. 동시에 서원은 회향을 전제로 한다. 서원은 이기적 욕구를 넘어서는 이타적 욕구이다. 서원을 통해서 불자들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성불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서원불교는 불교의 새로운 지향점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박수호․이민정, 2017).

서원불교는 월주스님의 원력과도 이어져 있다. 월주스님은 지구촌공생회 홈페이지에 올린 인사말을 통해서 지구촌공생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모든 이웃들의 고통이 없어질 때까지 함께 노력하며 살아가겠다고 서원한 보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고득락하고 요익중생하는 자비보살의 삶에서 일상생활과 신행은 분리되지 않을 것이며, 자비보살들의 집합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은 개개인의 삶과 신행과 불교사회운동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을 것이다.

Footnotes

1) 이후의 논의 과정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게 되겠지만,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1995년 개혁종단에의해 제창되고, 불교계를 중심으로 전개된 불교사회운동으로 불교사회운동의 패러다임을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 세계화의 영향에 대한 평가는 관점이나 분야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고, 이 글의 목적이 세계화에 대한 논쟁을 본격적으로 고찰하는데 있지 않기 때문에 간단히 개괄하는 것에서 논의를 마무리할 것이다. 세계화의 부정적 평가에 대한 논의는 스티글리츠(2002)마르틴과 슈만(2003) 등의 저서를 참고하기 바란다.

3) 정승안(2015)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한국불교의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주로 경제적 세계화와 관련된 논의를 하고 있다.

4) 이 장의 내용은 『사회사상과 문화』 18권 2호(2015)에 게재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과 한국 불교사회운동의 패러다임 전환”의 4장을 전재한 것이다.

5) 불교사회운동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박수호(2015)를 참고하기 바란다.

6)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1994년 종단개혁 이후 출범한 개혁종단의 총무원장 월주스님에 의해 제창되었다. 여기서는 월주스님의 화갑기념문집 『보살정로』 해제편에 수록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송월주, 1996)의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7) 개혁종단에의해 개정된 종헌의 제21장 제114조, 제115조, 제116조, 제117조 등의 법적 근거를 확보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1995년 1월 16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신년하례식에서 총무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처음 공표되었다. 이를 계기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불교계 전체의 실천운동이자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새로운 본보기로 주목받게 되었다.

8) 불교에서는 흔히 세속제를 속제(俗諦)로, 승의제를 진제(眞諦)로 표현한다. 속제는 경험적 진리를, 진제는 궁극적이고 참된 진리로 이해되며, 진리의 두 측면인 속제와 진제는 결국 다르지 않다는 것이 용수의 중관사상의 요체이다.

9) 사분율은 총생산의 1/4은 생산을 위한 재투자에, 2/4는 저축에, 1/4은 일상생활에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10)‘귀일심원 요익중생’ 사상에 기반을 둔 송월주의 사회참여 의지와 실천은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 제창되기 이전인 19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 창립대회의 격려사, 1990년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남북불교교류추진특별위원회 회의 인사말, 1991년 공명선거추진불교시민연합회가 주최한 시민감시단 출범식 대회사, 1992년 공해추방운동불교인모임 창립발기인대회 대회사 등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다. 태공월주스님 화갑기념문집 간행위원회(1996)을 참고할 것.

11) 1993년 5월 19일 동국대학교 정각원이 주최한 고승초청법회에서 ‘세간의 고통을 구제하는 것이 바로 보살행’이라는 제목으로 설한 법문.

12) 1996년 1월 7일 <현대불교신문>에 게재된 ‘처처의 보살행이 그대로 성불행’이라는 제목의 법문.

13) 제21장의 각 조항은 다음과 같다. 제114조 본종은 사회문화 향상에 기여하기 위하여 각급(各級) 학교, 학원, 어린이집, 유치원, 출판, 신문, 방송 매체, 영상 사업기관 및 문화예술진흥원을 설립한다. 제115조 ① 본종은 사회적으로 불우한 위치에 있는 아동, 노인, 부녀, 심신장애인 등 요보호 계층을 대상으로 의료사업, 양로원, 노양원, 기타 각종 사회봉사와 사회복지 사업을 전개하고, 이를 위한 사회복지기관과 단체를 양성한다. ② 본종은 사회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요보호 대상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복지시설을 유지 경영한다. ③ 본종은 공원묘지, 납골당, 납골묘지, 장례식장 등의 사업을 한다. ④ 본종은 사회 발전을 위하여 인권옹호, 환경, 통일, 여성 문제, 인간소외 극복 등 사회 공익사업에 필요한 기관과 단체를 구성한다. 제116조 본종은 승려의 노후생활 보장과 건강 유지를 위해 승려노후복지원을 설치한다. 제117조 ① 사회복지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불교사회복지원을 둔다. ② 불교사회복지원은 법인으로 설립하며, 총무원장은 당연직 이사장이 된다. 제118조 이 장에 정한 각종 기관과 단체의 조직, 운영 기타 필요한 사항은 종법으로 정한다. 대한불교조계종 홈페이지(http://www.buddhism.or.kr/) 참조.

14) 이 조항은 조계종 총무원장에 입후보한 송월주가 ‘새로운 한국불교, 민족의 미래’라는 종책 기본 방향을 발표하면서 “불교의 시대적 역할을 확대하고, 사회의 구제와 계도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고 선언하며 도덕성 회복, 환경, 경제정의, 통일, 지역사회 등의 분야를 구체적인 사회참여 영역으로 제시하는(태공월주스님 화갑기념문집 간행위원회, 1996: 325-326) 근거가 되었고, 총무원장에 당선된 후에는 총무원 사회부 산하에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 실무기획단과 연구기획단을 두어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종단적 차원에서 실천하게 하는 토대가 되었다.

15) 이 절의 내용은 지구촌공생회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16) 이 절은 함께일하는재단 홈페이지의 검색 결과를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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