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Buddhist Thought and Culture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연구논문

불교와 도교의 습합(習合) 형식에 대한 고찰: 북촌미술관 소장 조선초기 <신선도(神仙圖)>의 형식 분석을 중심으로

강소연*
So-yon Kang*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부 문화재학전공 교수
*Professor, Joong-Ang Sangha University

© Copyright 2019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Feb 18, 2019; Revised: Mar 25, 2019; Accepted: Jun 21, 2019

Published Online: Jun 30, 2019

국문초록

본 연구에서는 북촌미술관 소장 조선초기 추정 <신선도(神仙圖)> 작품을 중심으로 불교와 도교의 습합적 형식에 대한 고찰을 진행하였다. 본 작품의 형식적 도상학적 분석을 통해 시대 판정의 타당성 및 장르 구분을 시도하였다. 이를 통해 희귀한 도상으로 추정되는 본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기초 연구로 삼고자 한다. 본도는 일견(一見) 신선도의 장르에 속하는 작품으로 사료된다. 화면 중심에는 주(主)존상으로 보이는 동파건(東坡巾)을 쓴 흰 수염의 노인이 있는데, 그는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상징하는 학(鶴), 노송(老松), 영지(靈芝), 국화(菊花), 거북이, 사슴, 천도(天桃), 호로병(葫蘆甁) 등의 도상들에 의해 둘러싸고 있다. 이에 전형적인 불로불사(不老不死)를 상징하는 길상(吉相)으로서의 신선(神仙)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본도 주존상의 머리 주변에서는 두광(頭光)이 발견되고, 지물(持物)로서 오른손에 불자(拂子)를 들고 있고, 왼손은 설법인(說法印)의 수인(手印)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불교의 설법하는 선사(禪師) 또는 나한(羅漢)으로서의 특징이 간취된다. 또, 주존상의 (정면에서 보아) 우측에는 나한도 등 불교회화에서 종종 확인되는 형태의 향로(香爐)와 향합(香盒)이 발견된다. 특히 주존상의 앉은 자세와 공양여인과의 대각선 상하 배치 구도에서는 헌공(獻供) 또는 청법(請法)을 하는 인물과 이에 대응하여 설법(說法)을 베푸는 존상이라는 상관관계적 구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나한도 또는 수월관음도 등의 불화 장르에서 확인되는 전형적인 구도이기도 하다.

상기에 언급한 이러한 특징들을 해당 시대와 비슷한 시기로 추정되는 선대(先代) 작품들 중에 가장 큰 유사성을 띄는 작례들을 추려 비교 분석하였다. 예를 들면, 개인소장 고려시대 추정 <신선(神仙)과 학(鶴)>, 동경국립박물관소장 고려시대 1235년명 <오백나한도(五百羅漢圖) 제23천성존자(天聖尊者)>, 로스앤젤러스 카운티 뮤지엄 조선시대 1562년명 <오백나한도(五百羅漢圖) 제153덕세위존자(德勢威尊者)> 등과 상세한 비교 고찰을 진행하였다. 작품의 구도와 형식적 특징, 그리고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이 같은 제반 도상학적 상징 등을 분석해본 결과, 결론적으로 신선(神仙)과 나한(羅漢)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반영되었다고 판단된다. 이에 도교적(道敎的) 신선과 불교적(佛敎的) 나한의 형식적 특징이 습합(習合)된 작품으로, 그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하겠다. 또, 세련된 필치와 고풍스러운 품격은 당시 주변 작례와 비교해 보았을 때, 궁정 세화(歲畵) 또는 왕실 발원으로 간주될 만큼의 예술적 기량을 보인다. 특히 본 작품의 불교적 특징은 조선후기의 독성각에 안치되는 산신도(山神圖)나 독성도(獨聖圖)의 형식과 구도 정착에 기여한 시원적 역할을 했다고 사료된다. 본 연구자는 ‘불교와 도교의 습합적 관점’에서 논지를 전개하였다. 또, 본론에서 상세하게 제시한 형식적 논증을 기반으로, 본도가 조선 초기 약 15세기경 작품으로서의 타당성을 검증해 보았다.

Abstract

This paper explores the formalistic and iconographical features of the newly discovered painting the <Immortal>. The painting shows compound elements of both Taoism and Buddhism which is very interesting and unique feature unlikely to be found in the other immortal paintings of the time. The white beard main figure can easily be regarded as a Taoist immortal due to the fact that he is wearing Dōngpōgan (東坡巾) and is surrounded by icons such as pine tree, crane, nectarine, chrysanthemum, tortoises, deer, lingzhi mushroom (靈芝) and húlu vessel (葫蘆甁) which are all symbol of longevity. However, on the other hand, a halo is found around the head of the main figure representing Buddhist enlightenment and he holds a fúzi (拂子) as a possession in his right hand and his left hand is posing a preaching mudra. It shows the typical characteristics of Buddhist sermon or Arhan. On the right side of the main figure (seeing from the front) lies a censer and incense box usually found in the Arhan paintings.

In particular, the sitting posture of the main lord and the diagonal top-down arrangement with the offering woman show the typical form of the devotee asking for the law to the corresponding main figure. This is a composition which can be confirmed in the Buddhist genre such as the Arhan paintings or Water-Moon Avalokiteˊsvara paintings. Complex characteristics mentioned above are carefully analyzed in the paper in comparison with the most similar works estimated to be contemporary works.

Through the detailed comparison of the composition, formal characteristics, and iconographic characteristics of the paintings with related works such as the personal collection of <Immortal and Crane>, <The 23rd Cheonseon Arhan (天聖尊者)> dated 1235, <The 153rd Deogsewi Arhan (德勢威尊者)> dated 1562, it was concluded that the elements of Taoist and Buddhist metaphors were reflected in a complex way. As a result, the work combines the formal characteristics of Taoist immortal and Buddhist arhan synthesizing Taoism and Buddhism. And such an unique aspect of the painting makes its creativity stands out.

The sophisticated style and classical dignity of the work show a skill that is comparable to the royal origins when compared with the works of the early Joseon period. Particularly, the Buddhist features of the works are considered to have played a primary role in contributing to the establishment of the form and composition of the paintings of <Mountain God (山神圖)> and <Dogseong-saint (獨聖圖)>, which are popular in the late Joseon Dynasty. In conclusion, the work can be considered as a masterpiece of excellence of the royal court in the 15th century. The work reaches beyond the level of conventional paintings of immortal or longevity by adding the Buddhist element of profound enlightenment.

Keywords: 신선(神仙); 나한(羅漢); 도교(道敎); 불교(佛敎); 습합(習合)
Keywords: Immortal; Arhan; Taoism; Buddhism; Synthesis

I. 서론

본 연구에서는 북촌미술관 소장 조선초기 추정 <신선도(神仙圖)>를 불교와 도교의 습합적 형식으로서의 상세한 형식 분석을 시도하였다. 작품의 보존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였고, 도상에 있어서도 독창적인 작품성을 보이는 바, 그 학술적 의의 및 가치를 도불(道佛) 습합적 관점에서 검토해 보고 논지를 진행하였다. <신선도>(이하 본도(本圖), <그림 1>)는 일견(一見) 신선도의 장르에 속하는 작품으로 사료된다. 화면 중심에는 주(主)존상으로 보이는 동파건(東坡巾)을 쓴 흰 수염의 노인이 있는데, 그는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상징하는 학(鶴), 노송(老松), 영지(靈芝), 국화(菊花), 거북이, 사슴, 천도(天桃), 호로병 등의 도상들에 의해 둘러싸고 있다. 이에 전형적인 불로불사(不老不死)를 상징하는 길상(吉相)으로서의 신선(神仙)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본도 주존상의 머리 주변에서는 두광(頭光)이 발견되고, 지물(持物)로서 오른손에 불자(拂子)를 들고 있고, 왼손은 설법인(說法印)의 수인(手印)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불교의 설법하는 선사(禪師) 또는 나한(羅漢)으로서의 특징이 간취된다. 또, 주존상의 (정면에서 보아) 우측에는 향로(香爐)와 향합(香盒)이 놓여 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이 같은 제반 도상학적 특징을 바탕으로 고찰하면, 신선(神仙)과 나한(羅漢)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화면 좌측 하단에 공양을 올리는 여인상과 주존상과의 배치와 그 형식적 묘사에서도 불교회화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공양 구도와의 유사성이 발견된다. 이와 같은 신선도(神仙圖)로서의 도교적(道敎的) 성격과 나한도(羅漢圖)로서의 불교적(佛敎的) 성격이 공존함에 착안, 도(道)·불(佛) 습합적(習合的) 또는 융합적(融合的) 관점에서 본 신(新) 자료의 소개를 진행한다. 본 고찰을 통해, 본도가 도석인물화(道釋人物畵)로서 조선전기(朝鮮前期)의 정점(頂點)을 찍는 작품임과 동시에 조선후기 산신각에 모셔지는 산신도(山神圖) 또는 나한도(羅漢圖) 형식 불화의 시원적(始原的) 작품으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jbs-11-1-115-g1
그림 1. <신선도(神仙圖)>, 견본채색(絹本彩色), 43x84.5cm, 북촌미술관 소장. 출처: 사진 필자(이하, 작품정보 동일).
Download Original Figure

II. 구도와 구성의 비교 고찰

1. 선인도(仙人圖) 관련 작품과의 유사성(類似性)과 상이성(相異性)

현존하는 다수의 신선 관련 작품들을 검토해 본 결과, 시대가 가장 올라가는 비견 작례로 <신선과 학>(고려시대 추정, 필자미상, <그림 2>)1)이라는 작품이 본도와 가장 근접한 구성을 보인다. 이에 비교 작례로 선정하여 구체적으로 유상성과 상이성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먼저 구도에 있어서, 신선은 소나무 밑에 바위 위에 앉아 있는데, 소나무가 곡선형으로 아치를 만들어 그 안에 인물을 품는 듯 또는 외호하는 듯이 묘사하고 있다. 바위 위에 걸터앉은 점이라든가, 아치형의 소나무의 형식은 본도와 유사하다. 하지만, 본도에 있어 주(主)존상이 걸터앉은 바위는 산수화 풍경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실적 바위라기보다 기암괴석(奇巖怪石)으로 불화(佛畵)의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또는 나한도(羅漢圖)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너럭바위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위가 평평하게 넓어 특정한 기물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좌측에 있고, 또 아래부분은 대각선으로 좁아지는 형태로 역삼각형의 모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양자의 주인공은 모두 3/4측면관을 비스듬히 걸터앉아 있는데, <신선과 학>의 주인공은 낮잠을 즐기고 있고, 그 앞에 학이 외다리로 서 있다. 반면, 본도의 경우에는 학이 소나무 위를 역동적으로 날갯짓하며 다리를 가지런히 뻗고 날고 있다. 표현 형식은 각기 다르지만, 소나무와 학 그리고 신선이라는 도상 구성에 있어서 유사하다. 그 이외에 호로병(葫蘆甁)도 공통되는 도상으로 등장한다. <신선과 학>의 가운데 공간에는 “碧峯海面藏靈書 上帝揀作仙人居(푸른 봉우리와 바다 면에 신령한 글을 간직하고 있고, 상제께서는 신선이 있는 곳을 특별히 고르셨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그리고 그 좌측으로 “贈芬皇國師(분황국사에게 드린다)”라고 적혀 있어, 신선이 그려진 도교의 그림이지만 불교(佛敎) 사찰인 분황사(芬皇寺)에 주석하는 당시 승려 최고법계인 국사(國師)에게 헌증(獻贈)된 것임을 추정할 수 있다.

jbs-11-1-115-g2
그림 2. <신선과 학>, 고려시대 추정, 견본채색, 43.3x28.5cm, 개인소장.
Download Original Figure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작품 중에 소나무 모티프가 그려진 것으로는 이 <신선과 학>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꼽힌다. 그 외 소나무와 선인(仙人)을 모티프로 그린 조선시대 작품으로는 15세기경의 이상좌(李上佐)의 <송하보월도(松下步月圖)>를 비롯하여 다수 있으나2), 이들은 산수화 장르의 풍경화에 속하는 작품들로, 모두 산수적 배경이라는 공간감(空間感)이 부여되고, 그 속에 탈속(脫俗) 또는 은일(隱逸)하는 존재로서의 선인(仙人) 또는 처사(處士)를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그림 속 인물들은 탈속이라는 산수풍경 속의 일부로서 비교적 작게 묘사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본도의 경우에는 풍경 속의 은일이라기보다 작품 속 주인공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관점으로 묘사가 되어 있다. 즉, 작품의 초점 또는 주제가 탈속(脫俗)에 맞추어져 있기 보다는 주(主)존상의 현묘(玄妙)한 신성성(神性性)에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다음 장(章)인 나한도(羅漢圖)와의 비교 고찰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한다.

이들 산수풍경 속의 선인화(仙人畵)로서의 작례들과 본도의 가장 큰 상이점(相異点)은 상기 언급한 작례들은 모두 수묵화(水墨畵) 또는 수묵담채화(水墨淡彩畵)이고, 본도는 오히려 채색화(彩色畵)에 가깝다는 것이다. 본도는 수묵화의 배경에 등장인물들은 모두 진채(眞彩)로 처리되었다. 이 같은 채색 방법은 불화(佛畵)에서 확인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물론, 본도의 노송의 좌우에 언뜻 보이듯 그려진 거대한 바위 표면에서 과감한 대부벽준(大斧劈皴)의 필치와 굵은 태점들이 보여 절파풍(浙派風)이 감지되지만, 화면 중심에 그려진 도상들이 모두 밝고 경쾌한 채색으로 표현되었다. 화면 중심에 있는 주(主)존상, 공양여(供養女), 동자(童子)의 존상들은 채색화의 형식으로 그려졌고, 소나무, 바위, 폭포줄기, 영지(靈芝) 및 대나무 잎 등 주변 배경에 그려진 것들은 수묵화적 형식으로 그려져, 수묵화적 요소와 채색화적 요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본도의 특징 중 하나이다. 이에 본도의 작가가 단순히 산수인물 화가가 아니라, 채색화 계통의 불화에도 능통한 화사(畵師)였음을 가늠케 해준다.

이상, 고찰을 통해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작품 중에 소나무와 선인(仙人) 모티프가 그려진 것으로는 고려시대 추정 <신선과 학> 그림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간주되고, 그 다음으로 시대가 올라가는 조선초기(朝鮮初期)의 차기(次期) 작품으로 본도가 상정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상기 비교 작례의 형식적(形式的) 작풍(作風)의 전통(傳統)을 계승함과 동시에 채색화(彩色畵)로서의 창작(創作)과 변용(變容)이 가미된 작품으로 본도의 독창적 면모가 두드러진다고 하겠다.3)

2. 나한도(羅漢圖) 관련 작품과의 유사성(類似性)과 상이성(相異性)

본도의 주(主)존상은 머리에 전형적인 동파건(東坡巾)을 쓰고 있는데, 그 안으로 머리카락을 올려 묶은 모습이 비춰 보인다(<그림 4>, <그림 6>). 그리고 머리카락, 눈썹, 긴 수염이 모두 백발(白髮)이다. 부드러운 세필(細筆)의 백발과 또렷하지만 온화한 눈매, 이마의 주름과 비교적 큰 코와 귀의 특징들이 어우러져 후덕하고 인자스러운 용모를 연출해 낸다. 입모양은 살짝 열려서 붉은 위아래 입술사이로 가지런한 치아가 보여 현재 무언가 말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오른손에는 불자(拂子)가 들려 있는데, 불자의 머리 부분은 작은 여의(如意) 모양의 형태를 취하고 있고, 거기에서 터럭이 길게 늘어져 왼손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 왼손의 모양은 중지와 엄지를 동그랗게 말아 쥐어 마치 설법인(說法印)의 수인 모습을 하고 있다. 불자는 고승이 법상에서 강연할 때 지니는 의식용 불구로, 총채처럼 생겨 마치 먼지를 털듯이 번뇌와 상념을 털어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조사(祖師)의 진영(眞影)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지물이다. 선승이 선문답(禪問答) 시에 이를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음을 볼 때 조사의 진영에 불자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본도의 주존상이 이를 지물로 들고 있다는 사실은 주존상을 단순히 도교적 신선으로 규정짓는 데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말하는 입모양, 손에 든 불자, 설법인의 수인 등의 이같은 형식적 특징을 바탕으로, 주존상은 무언가 설법(說法)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기할만한 형식적 특징은 주존상의 머리에 두광(頭光)이 둘러 있다는 것이다(<그림 4>). 두광 또는 신광 등의 광배(光背)는 불교에서 깨달음의 상징으로 표현하는 전형적인 특징으로, 이는 몸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혜(智慧)의 빛을 묘사한 것이다. 물론, 부처 및 보살의 존상에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고, 나한의 경우에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데, 나한이 독존으로 그려질 때는 반드시 그려진다.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의 아라한 청중 속에서는 아난과 가섭만 두광이 표현된 경우가 많다.

이에 본 주존상은 동파건 등을 비롯한 배경의 제반 요소를 바탕으로 신선 또는 노(老)선비로 간주될 가능성도 있지만, 광배 등과 같은 상기의 언급한 요소들로 인해 나한으로서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본도와 유사한 구도의 비견 작례로 <오백나한도(五百羅漢圖) 제23천성존자(天聖尊者)>(고려시대 1235년, <그림 3>)를 들 수 있다. 천성존자는 바위에 걸터앉은 자세로 대각선 아래의 제자처럼 보이는 인물을 내려다보고 있다. 천성존자의 머리에는 두광(頭光)이 나타나 있고, 그 위로는 고목(古木)이 아치형으로 드리워있다. 특히 나한의 두광(頭光)과 같은 도상학적 특징은 본도 주존상의 두광이 소의(所依)할 수 있는 주요한 공통점이라 할 수 있겠다. 고목의 기저부분이 우측 하단에서부터 둥글게 올라가서 존자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듯한 구도는 본도와 흡사하며, 거친 듯한 묵법(墨法)의 용필도 유사하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독존 형식의 나한도는 이같은 구도를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천성존자의 아래에서 그에게 공손히 합장의 예를 올리고, 무언가 여쭙듯 입을 움직이는 제자가 있는데, 존자는 그에게 답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마치 두 인물이 사이에 선문답이 오가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는데, 이러한 분위기는 본도의 주존상과 공양여인과의 관계에서도 간취되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구도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의 수월관음과 선재동자(또는 용왕·용녀)와의 상관관계에서도 간취되는 전형적인 특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본도의 공양여인은 불화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공양을 올리는 용왕·용녀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들의 공통적 특징은 작품의 주인공이 (정면에서 보아) 우측 하단을 대각선으로 내려다보고 있고, 그 시선이 가는 곳을 따라가 보면, 그 하단에는 예(禮)를 올리는 존상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각선식의 상하 배치를 통해, 공양 받는 자와 공양 올리는 자로서의 두 존상이 서로 소통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jbs-11-1-115-g3
그림 3. <오백나한도 제23천성존자>, 1235년, 견본담채 59.7x41.5cm, 일본 동경국립박물관. 출처: 국립춘천박물관. 2003. 『나한』. 경기: 삼화인쇄. 도판52.
Download Original Figure
jbs-11-1-115-g4
그림 4. <그림 1>의 부분(두광 강조선 필자).
Download Original Figure

그 외에도 비견할 만한 조선시대 작품으로 1562년명 <오백나한도(五百羅漢圖) 제153덕세위존자(德勢威尊者)>(<그림 5>)가 있다. 소나무 아래의 커다란 너럭바위 위에 덕세위존자가 걸터앉아 있는데, 3/4측면관의 각도나 머리의 두광, 그리고 신발의 표현 등에서 흡사성(恰似性)이 발견된다. 특히 군의(裙衣) 바깥으로 붉은 비단 신발의 코가 살짝 보이는데, 신발에 시문된 나선형 문양 그리고 앞부분이 위로 반전된 형태 등이 본도의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 <오백나한도 제153덕세위존자>는 문정왕후가 국가의 안녕과 왕의 무병장수와 자식의 번영을 위해 발원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묵화를 배경으로 존자는 경권(經卷)을 펴서 읽고 있다. 붉은 색과 녹색 톤의 배색의 법의를 걸치고, 금니(金泥)의 소략한 원(圓) 문양이 시문되어 있다. 광배와 금니 문양 등으로 아름답고 섬세한 필치로 나한이 묘사되었는데, 이상 언급한 제반 형식적 특징은 이하 본도에서도 간취되는 것을 다음 장(章)에 상세하게 논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본도 배경의 바탕 처리는 여타 도가적(道家的) 선인도(仙人圖) 또는 신선도(神仙圖) 계통과는 완연하게 다른 면모를 보인다. 배경 전체를 자색(紫色)이 도는 갈색(褐色) 톤으로 통일되게 배채(背彩)의 기법으로 칠한 듯한데, 이는 고려후기 또는 조선전기의 수월관음도 및 나한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바탕의 처리 방법이다. 반면, 여타 산수화적 경향이 강한 수묵담채의 선인도 또는 신선도의 경우에는 허허로운 공간이 강조되고, 바탕을 채색으로 본도와 같이 전체를 칠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자색이 도는 갈색 바탕의 처리는 적멸(寂滅)의 공간을 상징하는 고려불화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기본적 특징이다. 이에 본도에는 고려시대부터 관찰되어 조선으로 이어지는, 한 폭에 단독으로 그려지는 독존 형식의 나한도 전통이 십분 반영되었다고 하겠다.

jbs-11-1-115-g5
그림 5. <오백나한도 제153덕세위존자>, 1562년 견본채색, 44.5x28.4cm, 미국 로스앤젤러스 카운티 미술관. 출처: 국립춘천박물관. 2003. 『나한』. 경기: 삼화인쇄. 도판104.
Download Original Figure

III. 형식적 특징과 도상적 내용

1. 묘사선(描寫線)을 비롯한 형식적 특징

본도의 등장인물들 의복에서는 금니선(金泥線)이 발견된다. 먼저 주존상이 쓰고 있는 동파건의 묵선 외곽선을 따라 금니선이 둘러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주존상은 하얀 저고리와 붉은색 군의(裙衣) 위에 녹색 의금(衣襟)의 두루마기를 입고 있다. 녹색 의금과 붉은 군의의 색조대비는 불화의 불존들의 의습 형식을 연상시킨다. 물론 금니 역시 전형적인 불화적 선묘의 특징 중 하나로 꼽는 것이다. 옷 문양을 보면 군의 위에는 작은 원 문양에 빛을 방사되듯 짧은 실선이 둘러 있는데, 이 같은 소략한 방사형 원 문양은 조선전기 불화의 불보살 의습에서 빈번히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다. 옆에서 시좌하는 동자의 옷 문양에서도 금니선의 연화문과 같은 꽃 문양이 발견된다. 녹색과 붉은 색의 대비와 군의의 소략한 원문양 등은 공양 여인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이러한 금니선과 묵선을 외곽선 또는 세부 문양을 묘사하는 선으로 병행하여 쓴 점이라던가 필선의 두께가 어느 정도 일정하게 운영되고 있는 점은 조선전기 불화에서 확인되는 기본적 선묘의 특징이다(<그림 7>, <그림 8>). 이 같은 선묘와 문양의 성향은 본도를 여타 신선도와 구별 짓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라고 하겠다. 물론 불교의 나한도와 도교의 신선도의 존상은 서로 형식적 특징을 공유하며, 원·명대를 통해 다수 나타난다. 주로 불교의 존자들이 신선처럼 표현되는데, 주지하듯이 대부분이 묵선 위주의 활달한 필치로 묘사된다. 예를 들면, 달마대사가 파도를 타고 바다를 건너오는 모습이 마치 신선처럼 묘사되는데, 신선적 의습 표현의 특징은 강렬한 비수선(肥瘦線)이다. 강약의 리듬감이 강한 굵은 묵선으로 옷자락이 역동적으로 바람에 나부끼듯 표현한다.

jbs-11-1-115-g6
그림 6. <그림 1>의 부분. 주존상의 얼굴.
Download Original Figure
jbs-11-1-115-g7
그림 7. <그림 1>의 부분. 출처: 사진 필자.
Download Original Figure
jbs-11-1-115-g8
그림 8. 보살상의 부분, <관경변상도>, 1465년, 일본 경도 지은원. 출처: 사진 필자.
Download Original Figure

본도의 공양여인은 측면관을 직립하여 선 채로 공양물인 천도(天桃)를 반(盤)에 담아 두 손으로 올리고 있다(<그림 9>). 이와 유사한 형식의 공양 올리는 동녀(童女)의 모습을 옥도사(屋島寺) 소장 <수월관음보살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그림 10>). 반(盤)을 들고 있는 자세, 겹쳐서 휘날리는 하단의 옷자락, 녹색과 붉은색을 기저로 하는 의습, 흰색의 대(帶) 자락 등이 유사한데, 공양물이 여의주 또는 마니보주라는 점이 다르다. 불화에서는 주로 둥근 구슬 모양의 보주 또는 칠보의 보석 등이 공양되는데, 본도에서는 도교의 수복(壽福)의 상징인 천도(天桃)가 담겨져 있다. 여기에 묘사된 천도는 <공수도(供壽圖)> 부류의 신선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탐스러운 천도의 모습과 같다.

jbs-11-1-115-g9
그림 9. <그림 1>의 공양여인.
Download Original Figure
jbs-11-1-115-g10
그림 10. 공양여인, <수월관음보살도>의 부분, 시대 미상, 일본 香川 屋島寺. 출처: 神奈川縣立歷史博物館. 2007. 『宋元佛畵』. 神奈川: 圖書印刷株式會社. 도판23.
Download Original Figure

특히 본도 공양여인의 군의(裙衣) 뒤로 흘러내리는 흰색 대(帶)는 본도와 유사한 시기로 추정되는 다수의 당대 불화에 나타난 공양자의 의습에서도 발견된다. 허리띠처럼 둘러서 아래로 늘어지다가 리본과 같은 매듭을 중간에 크게 묵고, 다시 발치 아래까지 흘러내리는 형식이다(<그림 11>). 매림사(梅林寺) 소장 1427년명 <수월관음보살도>(<그림 12>)에 보이는 한 무리의 공양군중 속에 뒷모습을 보이는 두 여인에게서 같은 형식의 허리띠가 발견된다. 또, 상희원(常喜院) 소장 1572년명 <천장도(天藏圖)>의 공양자상에서도 유사한 형식의 중간 매듭이 있는 대(帶)가 보인다(<그림 13>). 이들은 모두 본도와 동일하게 화면의 우측 하단에 배치되어 있으며, 측면으로 직립하여 예를 올리는 모습을 취한다.

jbs-11-1-115-g11
그림 11. <그림 9>의 부분.
Download Original Figure
jbs-11-1-115-g12
그림 12. 공양여인, <수월관음보살도> 부분. 1427년, 福岡 梅林寺. 출처: 사진 필자.
Download Original Figure
jbs-11-1-115-g13
그림 13. 공양자, <천장도> 부분. 1572년, 高野山 常喜院. 출처: 사진 필자.
Download Original Figure

그 외에도 사천자(泗川子)콜렉션 <왕비상(王妃像)>이라는 보기 드문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은 왕실의 왕비가 직접 생활하는 공간을 그린 것으로, 작풍으로 보아 15세기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의 시녀상(侍女像)(<그림 15>)의 옆얼굴 모습은 본도 공양여인의 얼굴상(<그림 14>)과 유사한데, 눈썹과 속눈섭의 묵선묘(墨線描)와 초승달 같은 눈매의 표현, 다문 붉은 입술과 턱선과 귀의 모습 등에서 흡사성(恰似性)이 고찰된다.

jbs-11-1-115-g14
그림 14. <그림 9> 공양여인 얼굴.
Download Original Figure
jbs-11-1-115-g15
그림 15. 시녀상, <왕비상>의 부분, 지본채색, 조선전기, 11.5x51cm, 일본 泗川子콜렉션. 출처: 明新印刷株式會社. 1986. 『李朝の繪畫』. 도판64.
Download Original Figure
2. 불로장생(不老長生)의 도상적 내용

본도의 가장 상단부분에는 학(鶴)이 소나무 위를 날고 있다(<그림 16>). 온몸은 흰색이고, 머리꼭대기는 붉으며, 이마에서 멱에 걸친 부위는 검다. 신선이 타고 다니는 모습으로도 표현되고, 또 세화(歲畵)의 주제로도 잘 알려진 학은 천년을 장수하는 영물로 인식되는 친숙한 존재이다.

jbs-11-1-115-g16
그림 16. 그림 1의 부분, 학(鶴).
Download Original Figure

상국사(相國寺) 소장 14-15세기 추정의 <명학도(鳴鶴圖)>(<그림 17>) 또는 李澄(1581년-1645년경)의 <방학도(放鶴圖)> 등에서 확인되듯이, 날개의 안쪽 둘째 날개깃과 셋째 날개깃이 검정색이고, 나머지 날개깃은 흰색인 것이 통례이다. 본도의 학과 비교해보면 펼친 날개나 비상하면서 머리를 회전하여 주존상을 향하는 모습 등은 상기 작례와 매우 흡사하지만, 날개깃이 아니라 몸통의 뒷부분에서 검은 깃이 난 것처럼 표현한 것이 다르다. 본래 학은 꽁지를 덮고 있는 둘째 날개깃이 검정색이므로 앉아 있거나 걸을 때는 마치 꽁지가 검은 것처럼 보인다. <명학도>나 <방학도> 등에서는 검은 깃이 날개깃의 일부로 제대로 표현되었으나, 본도와 상기 언급한 개인소장 <신선과 학>에서는 몸통 뒤쪽의 윗부분을 덮는 깃털로 잘못 표현하고 있다. 미묘한 차이이지만, 산수화를 기본으로 전공한 화원 계열의 작가들에게서는 이 같은 실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본도를 지작한 작가가 불화를 전공한 화승(畵僧) 또는 화사(畵師)로, 불화에서는 생소한 학이라는 소재를 기존의 작례들을 통해 모방하면서 벌어진 실수가 아닌가 생각된다.

jbs-11-1-115-g17
그림 17. <명학도>, 문정(文正), 견본채색, 165.4x 84.8cm, 일본 京都 相國寺. 출처: 奈良國立博物館. 1999. 『聖と隱者』. 奈良: 天理時報社. 도판58.
Download Original Figure

주존상의 옆에 서 있는 동자는 사슴을 동반하고 있고(<그림 18>), 주존상의 지물인 장대를 들고 있는데, 장대 머리부분에는 호로병(胡蘆甁)과 경권(經卷)이 매달려 있다(<그림 20>). 김홍도의 <선동취적도(仙童吹笛圖)>(<그림 19>)와 거의 유사한 소재인데, <선동취적도>의 경우에는 선동(仙童)이 생황(笙篁)을 불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동자는 사슴을 어루만지며 다루는 듯이 묘사되었고, 얼굴의 용모가 매우 앳되고 아름답다(<그림 23>). 사슴의 발아래 쪽 하단에는 거북이가 있다. 작게 표현하여 잘 보이지 않지만 금니선의 귀갑문(龜甲紋)이 시문된 등껍데기가 관찰된다(<그림 21>). 소나무 줄기의 밑부분에는 국화(菊花)가 둘러 그려져 있고, 거북이의 (정면에서 보아) 좌측으로는 수석(壽石), 대나무 싹, 영지(靈芝)가 묘사되어 있다(<그림 22>). 대나무의 경우에는 동자의 위쪽으로 세 줄기 정도의 잎 새 가지가 뻗은 것이 보여, 비교적 큰 키의 대나무가 소나무와 함께 병행하여 서 있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작품 하단에는 바위가 있는데, 그 위로는 영지, 대나무 싹, 국화가 묘사되었다. 사슴이 마치 풀을 찾듯 이들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주제들을 탐색하듯 그려져 있다. 이들은 십장생(十長生)의 소재들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본도의 주존상을 둘러 외호하듯이 묘사되었다. 게다가 공양여인이 천도(天桃)를 헌공(獻供)하고 있으니, 천수(千壽) 또는 장생(長生)의 길상적(吉相的) 의미를 십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jbs-11-1-115-g18
그림 18. <그림 1>의 부분, 동자와 사슴.
Download Original Figure
jbs-11-1-115-g19
그림 19. 김홍도, <선동취생도>, 1779년, 견본담채, 130.7x57.6cm, 국립중앙박물관. 출처: 이동주. 1996.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서울: 시공사. 도판234.
Download Original Figure
jbs-11-1-115-g20
그림 20. <그림 1>의 호로병.
Download Original Figure
jbs-11-1-115-g21
그림 21. <그림 1>의 거북이.
Download Original Figure
jbs-11-1-115-g22
그림 22. <그림 1>의 부분. 영지, 국화, 대나무, 바위.
Download Original Figure
jbs-11-1-115-g23
그림 23. <그림 1>의 부분. 동자 얼굴.
Download Original Figure

IV. 결론

이상, 본도와 유사한 형식적 특징을 가진 다수의 先代 작품들 중에 가장 큰 유사성을 띄는 개인소장 고려시대 추정 <신선과 학>, 동경국립박물관소장 고려시대 1235년명 <오백나한도 제23천성존자>, 로스앤젤러스 카운티 뮤지엄 소장 조선시대 1562년명 <오백나한도 제153덕세위존자>를 선별하여 구도와 형식적 특징을 상세하게 비교 고찰을 하였다. 이를 통해 <신선과 학>과의 비교에서는 소나무가 아치형으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독존이 큰 바위위에 걸터앉아 있는 기본 도상의 유사성을 밝혔으나, 의습의 필선 묘사에 있어 상이점이 두드러짐을 언급하였다. 본도는 조선전기의 불화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선묘(線描) 및 진채(眞彩)의 색감이었고, <신선과 학>의 경우는 일반적인 신선도에서 볼 수 있는 강약의 리듬감이 강한 거친 비수선(肥瘦線)의 필선임을 상이점으로 들었다. 다음으로 <오백나한도 제23천성존자>의 나한도 작품과의 비교에서는 주로 나한과 공양인물과 서로 응대하는 상관 관계적 구도에서 그 유사성을 고찰하였다.

그리고 가장 근접한 비견 예로 <오백나한도 제153덕세위존자>를 들었는데, 수묵화적(水墨畵的) 배경을 불화(佛畵)의 장르로 포용하여 완성시킨 점과 주존의 의습 채색 및 디테일 문양의 상관성(相關性)에서 유사성을 찾아 연관성을 기술하였다. <오백나한도 제153덕세위존자>는 문정왕후가 국가의 안녕과 왕의 무병장수와 자식의 번영을 위해 발원 제작한 것임에 착안하여, 본도 역시 유사한 목적과 기능을 위해 발원된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볼 수 있었다. 단, 제작시기가 1562년명인 이 작품보다 한 세기 이상 올라간다고 사료되는데, 그 이유는 주존상의 의습(衣褶)과 수인(手印)의 표현, 필선(筆線)과 채색(彩色)의 묘사 등에서, 1465년명 <관경변상도>와 매우 유사한 형식 및 양식의 특징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물론, 한정되게 남아있는 작품들 중에서 비교대상을 찾는 것은 무리가 따르겠으나, 본도의 현주소를 찾기 위해 그 근거가 될 만한 유사 시대의 기년명 작품들을 최대한 집중 비교하여 그 디테일을 본문에 상세히 분석하여 제시하였다. 그리고 15세기 궁정 풍경을 그린 사천자(泗川子)콜렉션 <왕비상>에 나타난 시녀상(侍女像)과 본도의 공양여인의 묘사에 있어서의 흡사한 필치와 형식적 구성을 들어, 15세기 전반으로 추정하는 본 의견을 보완하였다. 본도의 공양여인의 의습에 나타난 허리 대(帶)의 특징의 유사 사례를 매림사(梅林寺)소장 1427년명 <수월관음보살도>의 공양자(供養者) 등의 상에서 찾아 이 같은 시대 추정에 도움이 되도록 제시하였다.

본도는 고아(高雅)한 노(老)선비의 기상이 느껴지면서도 정각(正覺)의 상징으로서의 절멸(寂滅)의 분위기를 함께 갖추었다. 짜임새 있는 구도 속에 주존상의 상호가 매우 평온하고 온화하며, 실제 인물을 그린 듯한 생생함이 전달된다. 이에 도교적(道敎的) 신선(神仙)과 불교적(佛敎的) 나한(羅漢)의 형식적 특징이 습합(習合)된 작품으로, 그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하겠다. 또, 세련된 필치와 고풍스러운 품격은 당시 주변 작례와 비교해 보았을 때, 궁정 세화(歲畵) 또는 왕실 발원으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 특히 본도의 불교적 특징은 조선후기의 독성각에 안치되는 신선도(山神圖)나 독성도(獨聖圖)의 형식과 구도 정착에 기여한 시원적 역할을 했다고 사료된다. 이상, 형식적 비교 분석을 바탕으로 고증해본 결과, 본도는 조선전기 15세기경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할 수 있겠다. 추후, 회화사 연구자들에 의한 보다 전문적이고도 심도 있는 의견을 요한다고 하겠다. 본도는 기존의 신선도나 세화의 화격(畵格)을 넘어, 불교적 색채가 가미됨에 따라 한층 신비로운 신성성(神性性)이 구현되었다. 이에 한국 신선도의 전통 선상에서 그 독창적 일면모를 보여주는 작례라 할 수 있겠다.

Notes

현존하는 고려시대 작품 중에 고려불화 이외에 남아있는 극히 드문 작품 중에 하나가 <신선과 학>인데, 이 그림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이원복(2015) 참조. 그 외 신선도(神仙圖)와 산신도(山神圖) 등에 대한 기본 개념을 잡는 데에는 송혜승(1998), 김영자(2005), 이희재(2015), 조인수(2009), 유옥경(2011), 조재국(2011) 등을 참고하였다.

소나무와 선인 또는 선비를 모티프로 그린 조선시대 작례로는, 이상좌(李上佐)를 필두로 하여 이인상(李麟祥, 1710-1760)의 <雪松圖>, <松下觀瀑圖>, 이인문(李寅文, 1745-1821)의 <松溪閑談圖>, 이재관(李在寬, 1783-1837)의 <山居圖>, <松下處士圖>, 김수철(金守哲, 19세기경)의 <松溪閑談圖>, 김홍도(金弘道, 조선후기)의 <仙人松下吹笙圖>, 신윤복(申潤福, 조선후기)의 <松亭雅會>, 장승업(張承業, 조선후기)의 <松下老僧圖> 등이 있다.

참고문헌

1.

고려대학교 박물관·고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1996. 『조선시대 선비의 묵향』. 서울: 삼성문화.

2.

국립중앙박물관 편집. 1977. 『한국회화-국립중앙박물관소장미공개회화특별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3.

국립춘천박물관. 2003. 『나한』. 경기: 삼화인쇄.

4.

김성환. 2011. “최치원 ‘국유현묘지도(國有玄妙之道)’설의 재해석 - ‘한국 고대 신선사상의 지속과 변용’의 시각에서 -” 『도교문화연구』 제34호. 서울: 한국도교문학회: 9-38.

5.

김영자. 2005. “산신도에 표현된 산신의 유형” 『한국민속학』 41: 187-223.

6.

송혜승. 1998. “조선시대의 신선도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7.

유옥경. 2011. “김홍도 <신선도8첩병풍>의 호로신선(葫蘆神仙) 이미지.” 『미술사학보』 37: 155-182.

8.

이동주. 1987. 『한국회화사론』. 서울: 열화당.

9.

이동주. 1995. 『우리나라 옛 그림』. 서울: 학고재.

10.

이동주. 1996.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서울: 시공사.

11.

이원복. 2015. “고려시대 그림으로 전하는 고사인물도 - <신선과 학>과 일괄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미술자료』 88: 112-127.

12.

이희재. 2015. “도교의 신비주의와 불교.” 『한국불교학』 74: 173-196.

13.

임재해·박종성. 2005. “산신설화의 전승양상과 산신숭배의 문화.” 『비교민속학』 29: 379-423.

14.

조용진. 2007. 『동양화 읽는 법』. 집문당.

15.

조인수. 2009. “중국 원명대의 사회변동과 도교 신선도.” 『미술사학』 23: 377-406.

16.

조재국. 2011. “일본종교의 신개념의 습합적(習合的) 성격에 관한 연구.” 『신학논단』 66: 125-148.

17.

중앙일보. 1981. 『고려불화-한국의 미7』. 서울: 중앙일보사.

18.

최수빈. 2014. “도교에서 바라보는 저세상 - 신선(神仙)과 사자(死者)들의 세계에 반영된 도교적 세계관과 구원 -.” 『도교문화연구』 41: 303-350.

19.

根津美術館. 2005. 『明代繪畵と雪舟』. 동경: 日本寫眞印刷株式會社.

20.

奈良國立博物館. 1999. 『聖と隱者』. 奈良: 天理時報社.

21.

大和文華館. 1986. 『李朝の繪畫』 特別展. 泗川子collection. 奈良: 明新印刷株式會社.

22.

山口縣立美術館. 1997. 『高麗李朝の佛敎美術展』. 山口: 山口縣立美術館.

23.

神奈川縣立歷史博物館. 2007. 『宋元佛畵』. 神奈川: 圖書印刷株式會社.

24.

阮榮春. 2000. 『中國羅漢圖』. 長沙: 湖南美術出版社.

25.

村松正明. 2015. “竹取物語に見られる神仙思想.” 『日本思想』 29: 55-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