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Buddhist Thought and Culture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연구논문

COVID-19, 종교, 그리고 ‘코로나 이후’ 사회:

유승무*
Seungmu Lew*
*중앙승가대학교 불교사회학부 교수
*Professor, Jung-ang Sangha University

© Copyright 2020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May 30, 2020; Revised: Jun 20, 2020; Accepted: Jun 26, 2020

Published Online: Jun 30, 2020

국문 초록

이 연구는 의료사회학적 시각에서 의료현상으로서 ‘COVID-19 현상’과 전체사회(특히 COVID-19 이후 사회변화) 사이의 관계를 종교를 매개로 논의해 보았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글에서는 이론적 차원에서 선행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다음, 종교를 매개로 한 의료사회학적 연구를 시도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는 COVID-19 현상과 전체사회의 관계에 신탁의 종교가 개입하느냐 혹은 심탁(수행)의 종교가 개입하느냐에 따라 그 관계가 판이하게 다르게 나타날 것이란 이론적 틀을 말한다.

둘째, 앞서 언급한 이론적 틀에 근거하여 COVID-19 현상, 한국사회의 사회적 면역체계로서 사회적 거리두기, 그리고 이에 대한 각 종교(신탁의 종교와 심탁의 종교)의 대응 사이의 역동적 관계를 실증해 보았다. 그 결과, 신탁의 종교가 심탁의 종교에 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저항함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의료현상으로서 COVID-19 현상과 전체 사회의 변화 사이의 인과관계가 종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이상의 논의에 기초하여 우리는 COVID-19 이후 사회적 파장으로서 사회변화를 사회구조적 차원과 생활세계의 차원으로 나누어 자세하게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COVID-19 현상이 몰고 올 새로운 종교현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두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실천적 차원에서 심탁의 종교로서 불교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제시하였다. <보배경>에 나타난 붓다의 모범이 그 지향적이라면 제주도 원명선원의 실험은 그 붓다의 모범을 따르는 불교적 실천행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Abstract

This study discussed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COVID-19 phenomenon” as a medical phenomenon and the society as a whole (especially social change after COVID-19) through religion from a medical sociological perspective. The results are summarized as follows.

First, in this article, a theoretical framework was proposed that could critically review prior studies at the theoretical level and then attempt medical sociological research through religion. Specifically, it refers to the theoretical framework that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COVID-19 phenomenon and the whole society will appear differently depending on whether the religion of the trust(oracle religion) or the religion of Shim-tak(the Religion of the heart) intervenes.

Second, based on the aforementioned theoretical framework. the dynamic relationship between the COVID-19 phenomenon. social distancing as a social immune system in Korean society. and the response of each religion (the religion of the trust and the religion of the heart) was demonstrated. As a result, it was found that the religion of the oracles was relatively more resistant to social distancing than the religion of Shim-tak. This means that as a medical phenomenon. the causal relationship between the COVID-19 phenomenon and the transformation of society as a whole can vary according to religion.

Third, based on the above discussion. we not only presented in detail the social change as a social wave after COVID-19 at the social structural dimension and the living world dimension. but also specifically presented a new religious phenomenon that the COVID-19 phenomenon will bring.

Finally, we presented what and how Buddhism would do as the religion of Shim-tak in practical terms. It could be confirmed that if the Buddha’s example in <Bobai sutra> was oriented. the experiment of Wonmyeongseonwon in Jeju Island was a Buddhist practice that followed the example of the Buddha.

Keywords: COVID-19; 종교를 배태한 의료사회학; 신탁의 종교; 심탁의 종교; 사회적 거리두기; 사회적 파장
Keywords: Covid-19; Medical Sociology Incorporating Religion; Oracle Religion; The Religion of the Heart; Social Distancing; Social Impact

Ⅰ. 머리말

이제는 상식이 된 사실이지만, COVID-19는 인수공통감염병인 동시에 인종에 관계없이 모든 인류가 감수성자가 되는 질병일 뿐만 아니라, 초기증상이 가볍고 발생시점이 명확하지 않아 지역사회 전파로 이어지기 쉬운 특성을 갖고 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실제로 COVID-19는 삽시간에 전지구적 차원에서 인간안보(human security)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문자 그대로 팬데믹(pandemic)으로 발전한 지구적 차원의 재난이다. 실제로 지난해(2019년)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COVID-19는 지금까지 수천만명에 이르는 지구인들을 확진자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수십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1).

설상가상으로 COVID-19는 시공간적으로 확산 및 연장하면서 지구인 전체를 대상으로 불안과 공포라는 심리적 질병을 급속하게 전파하고 있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국경을 걸어 잠그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지구촌 전체가 병원이라도 된 듯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는 등 지구촌 사람들이 이른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돌입했다. 게다가 이따금씩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림으로써 불안과 공포를 가중시키는 이른바 인포데믹(Info-demic)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 사회적 파장은 경제적 위기, 정치적 무능력과 통치성의 위기, 인종 편견 및 인종 차별의 심화, 개인화 및 각자도생의 가속화, 공공성 및 연대의 약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인류는 COVID-19와의 전쟁뿐만 아니라, 불안과 공포와의 심리전이나 가짜 정보와의 정보전도 치러야 했으며, 지구적 차원의 잇슈에 대한 개별 국민국가적 정치의 구조적 무능력으로 인한 통치성의 위기나 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한 경제적 위기 등 사회적 파장과도 싸워야 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매우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싸움 속에서도 혹은 바로 그 싸움의 경험 때문에 다양한 면역체계가 새롭게 생성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의 경우 코로나 19에 저항할 수 있는 육체적 면역체계가 생성되었을 것이다2). 더불어 불안, 공포, 스테레오 타입이나 편견 등을 이겨낼 수 있는 새로운 심리적 면역체계도 형성되었음에 틀림없다. 또한 특별한 재난이나 위기시에는 가짜 정보에 대한 법적 처벌이나 집회 등의 자유에 대한 법적 제한 등과 같은 사회적 면역체계가 강화될 수 있었고, 선플 해시테그 현상이나 자원봉사 활동가 암시한 (지구적 차원의) 시민사회적 연대나 동정(compassion)과 같은 새로운 사회적 면역체계도 생성되었을 것이다3).

그 중에서도 특히 심리적 면역체계와 사회적 면역체계의 생성 및 변화는 사회적 관계의 형식과 내용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행위 양식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사회변동을 수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란 표현이 등장한 까닭이리라. 문제는 COVID-19 이후 새롭게 구성되는 사회적 관계나 구성원들의 태도 여하에 따라 공동체가 해체되어 인간사회가 지옥으로 변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도 가능할 것이다. 이 글에서 우리가 COVID-19 이후 그 전염병이 만들어낼 것으로 예견되는 사회적 파장으로서 사회적 관계나 정동(affect)의 변화를 분석하고, 그에 근거하여 실천적 대안을 모색해 보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요컨대 이 글은 질병 및 의료사회학적 관점, 즉 질병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의료 체계 및 그 작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려는 의료사회학적 관점에서 COVID-19의 사회적 파장을 논의해 보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 COVID-19와 그 해결을 위한 의료과정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그에 저항 혹은 협력하는 종교, 그 중에서도 특히 일부 종교의 종교집회가 매우 중요한 사회학적 요인으로 떠올랐다4). 때문에, 이 글의 부제가 암시하듯이, 우리는 이번 COVID-19로 말미암아 새로운 사회적 관행으로 떠오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그것을 둘러싼 긴장과 갈등의 역동성을 통하여 종교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논의해 보지 않을 수 없다.

Ⅱ. 약간의 이론적 논의

1. 선행 연구의 비판적 검토

제목과 부제가 명확하게 밝히고 있듯이, 이 글은 지금까지 거의 시도된 적이 없는 다소 의외의 의료사회학적 논의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의료사회학은 의료와 사회의 직접적인 관계를 주로 논의함으로써 종교변수를 별도로 고려하지 않았는데5) 반하여, 이 글에서는 의료와 사회 사이에 종교를 포함시켜 논의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질병에는 사회역학적 차원이 개입되기 마련이며(김승섭, 2017), 이번 코로나 사태가 명백히 보여주었듯이 그 사회역학적 차원에는 당연히 종교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래서 결국 종교가 건강 및 공중보건의 사회적 결정인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Ellen L. Idler, 2014), 어쩌면 이 글의 시도가 의외라는 사실이 도리어 의외인지로 모르겠다.

실제로 질병이나 죽음과 같은 의료현상을 사회구조와 같은 전체 사회적 요인뿐만 아니라, 종교적 요인과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는 기존의 몇몇 사회학적 연구는 이 글의 입장을 오히려 지지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사회학의 고전으로 알려진 뒤르껭의 자살연구를 보자. 그의 대표작인 『자살론』(에밀 뒤르껭/황보종우 역, 2019)은 자살률이 나라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한 나라 내부에서도 다르게 발생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 저서에 따르면, 한 사회 내에서도 정상적인 결혼 가정의 사람들에 비해 독신자(혹은 비혼자)나 이혼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자살률을 보일 뿐만 아니라, 남자에 비해 여자가 더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국가별로도 가톨릭이나 유대교를 믿는 사람들에 비해 개신교인들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자살률을 보인다는 것이다6). 그리고 전자(국내 자살율의 차이)가 뒤르껭의 소외 개념과 관련되는 반면에 후자 즉 사회 간 차이는 저 유명한 그의 아노미 개념에 기초하고 있음은 모든 사회학자들이 주지하는 바와 같다. 이러한 뒤르껭의 발견은 한편으로는 종교를 포함한 사회적 요인이 의료현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회역학적 사실을 사회학적으로 매우 설득력 있게 실증하였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의료사회학적 연구에 종교를 포함하고자 하는 우리의 인식관심을 지지해 준다.

그러나 이러한 뒤르껭의 연구는 의료사회학이 비판하는 한계 즉 구조결정론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뒤르껭의 자살연구는 결혼 여부, 아노미, 종교 등 사회적 요인을 독립변수로 설정하고, 자살현상과 같은 의료현상의 다양성 및 차이를 설명하는 전형적인 사회구조적 연구이며, 그러한 점에서 의료 현상이 종교를 포함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료와 사회 사이의 조절변수인 실천(이 글에서는 종교적 실천)에 의해 통제되는 수많은 역학관계를 배제해 버리는 한계를 보인다. 때문에 뒤르껭의 연구는 질병 및 의료체계의 사회적 파급효과를 규명하려는 이 글의 구성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사회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또 하나의 위대한 의료사회학적 설명으로 우리는 파슨스의 업적을 꼽을 수 있다. 파슨스는 병역할(sick role) 개념을 둘러싼 의사와 환자의 사회적 행위 사이의 상보적 관계란 개념적 장치를 활용하여 전근대사회와 근대사회의 사회역학적 차이는 물론, 의료 제도의 차이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학 이론을 행위이론으로 집대성하고자 한 『사회체계론(the social system)』에서 파슨스는 근대사회의 의료행위가 전근대사회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는 사실을 의사와 환자의 역할 관계로 잘 설명하고 있다7). 그러나 이러한 파슨스의 의료사회학적 설명에는 질병을 행위론적 차원으로 환원시켜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8) 종교 변수가 개입될 여지조차 허락하지 않는 한계를 갖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로드니 스타크의 저 유명한 『기독교의 발흥(the rise of christianity)』(손현선 옮김, 2020)을 주목한다. 이 책은 로마제국 당시 변방에서 미미한 세력을 가졌던 메시아 종교로서 초기기독교가 어떻게 집단개종을 거쳐 로마의 지배적인 종교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지를 사회학적으로 설명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특히 그 책 제 4장에서는 역병을 계기로 전체 사회의 사회적 네트워크의 지형이 바뀌게 되고, 그러한 변화된 사회적 조건으로 말미암아 초기 기독교로의 집단개종이 발생하였음을 설득력 있게 실증하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의료 현상이 사회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회변화로 말미암아 간접적으로 종교의 변화까지도 초래함을 실증하고 있는 셈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의료사회학에는 종교 요인이 포함될 수 있다는 우리의 연구주제를 직접적으로 지지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로드니 스타크의 연구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개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자신의 종교사회학적 발견에다가 역병이 전체 사회의 사회적 네트워크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추가한 것일 뿐이다. 이는 결국 역병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료사회학적 인식관심을 역병과 사회적 네트워크의 변화 사이의 관계로 한정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9). 이렇게 볼 때, 아직까지도 이 글의 인식관심 즉 COVID-19와 같은 질병과 그 관련 의료 현상이 직접적으로 종교와 어떻게 상호작용하였고, 그 역학관계가 그 후 어떠한 사회적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의문은 여전히 충분히 해명되지 않고 있다.

2. 질병과 사회의 사이에서 작동하는 ‘사이-존재’로서 종교

유승무 외(유승무, 2010; 유승무·박수호, 2017; 유승무·최우영, 2018; 유승무·최우영, 2019)는 의료현상이든, 종교든, 심지어 사회구조이든, 그것이 독립변수라 할지라도 그것을 실체로 전제하지 않고 모든 현상을 조건적 발생이란 관점에서 관찰함으로써 관련 주제의 선행연구의 한계를 돌파해 보려는 학문적 시도를 감행해 왔다. 이러한 시도 속에서 유승무 외는 한편으로는 설명하고자 하는 요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교집합 내부의 역동성과 다른 한편으로는 그 교집합과 상호작용하는 외부의 환경적 요인(설명하고자 하는 요인들을 포함)을 동시에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이론으로서 ‘사이-발생(작동, 구성)’ 이론 혹은 연기사회이론의 가능성을 실증해 왔다. 이 글도 그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앞서 언급한 필자 등의 사회이론적 시각에 따르면, 의료사회학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의료 현상과 사회현상 ‘사이’에 종교 현상이 존재하며, 바로 그 종교 현상 내부의 역동성이 다시 외부적 조건들로서 의료 현상 및 사회와 상호작용함으로써 사회역학적 현상뿐만 아니라, 그 사회적 결과가 다르게 구성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아래 <표 1>은 이러한 이론적 전제하에 COVID-19의 사회적 면역체계로 작동한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이 존재’로서 종교 사이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도식화한 것이다.

표 1. COVID-19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종교의 태도 차이
사회적 면역체계 심탁(마음수행) 종교 신탁 종교
제도화된 기성종교 종파 및 신종교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부분적 동참 불참 혹은 저항

여기에서 심탁(혹은 마음수행)종교에는 마음의 수양이나 수행을 통해 궁극적 이치를 체득함으로써 자기완성에 이르는 길을 추구하는 유교나 불교 등 동양종교가 해당되는 반면에, 신탁종교는 초월자로서의 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 의지하여 자신의 구원 등을 해결하려는 종교로서 기독교나 이슬람 등 이른바 아브라함의 종교를 모두 지칭한다. 그런데 신탁 종교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서는 이른바 교회로 불리는 보편적 제도종교와 특수 이해를 추구하는 종파(sect) 및 신종교(cult) 사이에 극명한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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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COVID-19의 사회적 면역체계로 작동한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특히 심탁(혹은 마음수행)종교와 신탁 종교 사이에는 확연한 태도의 차이가 나타났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도 먼저 교리적 차원에서 볼 때 창조주로서 하나님의 은총을 직접 느낄 것으로 기대하거나 성채를 직접 받았다는 사실로부터 종교적 위안을 얻는 신탁종교의 경우, 현장의 집회 참석이 너무나도 당연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중요성을 갖지만 자기 자신의 수양이나 수행을 통해 궁극을 체득하려는 심탁(혹은 수행) 종교의 경우 종교의례나 현장 집회에의 참석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탁 종교 내부의 차이는 아마도 교리적 차이보다는 역사적 전통, 제도적 강제, 경제적 요인 등 현실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국가 및 시민사회로부터의 외적 압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의해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이론적 논의는 구체적인 현실과는 다소 다를 수 있다. 심지어 이러한 유형 내부에서도 다소의 태도 차이가 나타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표 1>은 ‘사이 -존재’로서 각 종교의 내적 요인 및 외적 요인의 역동성을 비교하기 위한 일종의 이념형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 COVID-19의 사회적 면역체계로 작동한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 한국사회의 각 종교들은 어떻게 반응하였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Ⅲ. ‘사회적 거리두기’와 종교 사이의 역학

전염병의 사회적 파장으로서 새로운 사회관계 혹은 정동의 형성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전염병을 관리하는 관계망과 그 속에서 작동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역학관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COVID-19의 경우, 주지하듯이 국가나 지자체는 시민사회일반이나 개인으로 하여금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전염을 극복하려고 하였고, 그 과정에서 국가 및 지자체, 시민사회 그리고 종교 사이의 상호작용이나 역학관계는 매우 결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COVID-19의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은 특정 종교에 믿음을 가진 시민들의 자발적-의도적 참여와 관련된 종교집회의 제한을 전제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종교계와의 미묘한 역학관계는 피할 길이 없었다. 심지어 질병 관리 망 속에서 작동하는 제 세력들 사이의 상호작용이나 역학관계의 내용조차도, 이른바 ‘신천지’ 문제가 상징하고 있듯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종교집회 사이의 긴장 및 갈등과 협력의 바탕 위에서 전개되었다.

이렇듯 사회적 거리두기는 종교와 모종의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바, 그것은 ‘사회적 거리’ 개념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통상 사회학에서 ‘사회적 거리’란 개념은 인간의 사회적 관계 사이에 존재하는 친밀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으로서, 주로 이방인, 외국인, 낯선 사람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을 표현할 때 사용해 왔다. 그리고 그 개념은 이후 보가더스(Bogardus)에 의해 특정집단에 대한 호오의 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좀 더 진화하게 되었다. 그런데 COVID-19의 전파를 막기 위해 새롭게 호출된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란 개념은 사람들이 모이는 일체의 사회생활을 자제하는 것을 의미하며, 오히려 물리적 거리란 의미에 더 가깝다. 물론 물리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거나 규칙화되어 일종의 습성으로 굳어질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로 귀결되기도 하겠지만, ‘물리적 거리두기에의 동참’은 공동체 구성원들로 하여금 동료감정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오히려 본래적 의미의 사회적 거리를 좁히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일부 교회가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지 않는 모습은 자기집단이기주의로 해석될 수 있었고, 그렇게 해석된 이기주의적 태도는 다시 다른 사회적 집단들과의 사회적 거리를 벌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반사회적 태도로 간주되었다.

다만 이번 COVID-19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경우, 기존의 사회적 거리 개념이 자연발생적인 관행의 산물인 것과는 달리, 기본권으로 간주되어온 집회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는 이와 관련된 헌법적 근거, 즉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가 강제력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유형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전지구적으로 전염병이 창궐한다든지 군사적 충돌과 같은 전쟁이 발생한다든지, 쓰나미나 화산 폭발과 같은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에 유효하게 작동하는 일종의 사회적 면역체계의 기능을 담지한다. 실제로 금번 COVID-19와의 전쟁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통상의 법률이나 사회적 규범만큼 강제력을 가진 효과적인 사회적 면역체계로 작용하였고, 또 사회적 면역체계로 인정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른바 ‘전 국민의 마스크화’란 ‘마스크 현상’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제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을 저지함으로써 COVID-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선택한 전략이었고, 그러한 점에서 말뜻 그대로 ‘면역(免疫)’에 다름 아니었기에 그 전략에 동참하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면역체계의 작동을 의미하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회적 면역체계로 자리매김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종교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는 종교의 3대 구성요소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종교집회를 제한하는 요구와 압박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불교계와 천주교는 종단적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집회를 금지시킴으로써 사회적 거리두기에 기꺼이 동참하였고, 일부 대형교회들마저도 사회적 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좀 더 사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수많은 개인들이 제사의 형식이나 상·장례의 의례를 변경하여 변례(變禮)10)를 행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회적 면역체계로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들어 가는(혹은 구성하는) 사회적 관계나 그 ‘사이’가 크게 재구성되었다. 예컨대 종교의 경우를 보자. 무엇보다도 불교의 법(다르마)나 가톨릭의 성체를 전달하는 ‘사이-공간’이 가상공간이나 증강현실로 바뀌기는 경험을 하였다. 그에 따라 성스러운 의례의 ‘사이-시간’도 바뀌고, ‘사이-형식’도 바뀌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변화는 비록 ‘사이-내용’으로서 교리가 바뀌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교리의 변화를 수반하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그 자체로 스님이나 신부(성직자)의 권위에 다소의 변화(아마도 손상)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이는 성직자와 신도 그리고 종교를 둘러싼 환경으로서 시민사회 및 국가 등 종교적 관계를 매개하는 ‘사이-장(field)’과 그것을 구성하는 ‘사이-정동(affect)’이 재구성되었음을 의미한다.

요컨대 이러한 변화는 기(起)의 조건인 연(緣)이 변화되었고, 나아가 사회적 관계로 구성되는 우리의 삶이 크게 바뀜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시국에도 굳이’, ‘신천지’ 소속 교회와 일부 개신교 교회가 예배나 종교행사를 강행하였고, 또 예외 없이 전염병 전파의 진원지로 세간에서는 빈축의 대상이 되곤 하였고, 결과적으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서의 사회적 면역체계를 교란시킨 댓가를 받아야 했다. 실제로 이러한 교회들은 반사회적 행위자로 낙인 찍히고 사회적 공분과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급기야 특히 신천지는 공권력으로부터 직접적인 통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는 COVID-19로 인한 사회적 영향은 사회일반의 경우와 종교영역의 경우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종교 내부에서도 종교별로 다르게 현상할 것임을 의미한다. 예컨대 COVID-19이후 종교계 내부에서 생겨날 현상들을 전망해 보자. 우선 개신교의 경우, 국가나 지자체 및 시민사회와 갈등관계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는 기존의 그들 관계, 특히 대통령의 종교가 개신교일 때의 관계와 크게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을 비롯한 일부 교회의 경우 예배를 강행하면서 경찰과 충돌하기도 하였고,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보수단체는 종교의 자유라는 논리로 국가나 지자체에 의한 사회적 면역의 실천 즉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강행을 종교탄압으로 간주하고 공개적으로 저항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개신교의 태도는 COVID-19로 인한 사회적 파장에 순응하기보다는 기존의 관행과 질서를 유지하려는 보수적 태도와 움직임으로 해석되었고, 결과적으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사회적 면역체계로 인식하고 있는 시민사회로부터 야유와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반면에 불교 및 천주교는 개신교 및 일부 교회와 대조적으로 국가나 지자체는 물론 시민사회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천주교가 부활절 예배를 온라인으로 진행한 것은 시민사회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혹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불교와 천주교는 또 다른 댓가를 치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종교계 내부의 집회가 난항을 겪거나 사회적 관계가 상대적으로 소원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제로는 물리적 거리 두기를 통한 사회적 거리 넓히기로 실천되어 왔고, 나아가 집회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사회적 유대를 약화시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종교 의식 및 의례를 포함한 종교집회의 관행에도 큰 변화의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특히 COVID-19로 인한 변례(變禮)의 경험은 의례와 의식의 관행이 반드시 기존의 상례(常禮)처럼 실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님을 증거한 것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의례나 의식 그리고 종교집회마저도 COVID-19 이전과는 달리,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다시 자리매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는 당장은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변화 및 발전의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도 없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Ⅳ. ‘코로나 이후’: 사회적 파장을 중심으로

<아무것도 아닌 ‘그 하찮은 것’에 의해 흔들리는 인류 그리고 무너지는 사회>

무스타파 달렙(Moustapha Dahleb)

‘코로나 바이러스’라 불리우는 작은 미생물이 지구를 뒤집고 있다.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인가가 나타나서는 자신의 법칙(法則)을 고집한다.

그것은 모든 것에 새로운 의문을 던지고 이미 안착된 규칙들을 다시 재배치한다.

다르게. ...

새롭게. ...

서방의 강국들이 시리아, 리비아, 예멘에서 얻어내지 못한 (휴전, 전투중지) 것들을 이 조그만 미생물은 해내었다. 알제리군대가 못 막아내던 리프지역 시위에 종지부를 찍게 만들었다.

기업들이 못 해내던 일도 해냈다. 세금 낮추기 혹은 면제, 무이자, 투자기금 끌어오기, 전략적 원료가격 낮추기 등.. 시위대와 조합들이 못 얻어낸 유류가격 낮추기, 사회보장강화 등등도 (프랑스 경우) 이 작은 미생물이 성취해 내었다.

순식간에 우리는 매연, 공기오염이 줄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시간이 갑자기 생겨 뭘 할지 모르는 정도가 되었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으며, 일은 이제 더이상 삶에서 우선이 아니고, 여행, 여가도 성공한 삶의 척도(尺度)가 아님을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는 곧 침묵(沈黙)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으며, '약함'과 '연대성'이란 단어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모두 한 배를 타고 있음을, 시장의 모든 물건들을 맘껏 살 수도 없으며, 병원은 만원(滿員)으로 들어차 있고, 더 이상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들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는 우린 모두 똑같이 연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도. ...

… 중략 …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나?

하늘의 섭리가 우리에게 드리울 때를 기다리면서 스스로를 직시하자.

이 전 세계가 하나같이 직면한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에서 우리의 휴머니티가 무엇인지 질문해 보자.

집에 들어앉아 이 유행병이 주는 여러 가지를 묵상해 보고 살아 있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자.

그렇다. 아프리카 챠드(TCHAD)의 시인 달렙이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듯이, COVID-19 이후 인류사회는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COVID-19의 사회적 면역체계로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앞서 살펴 본 종교계의 사회적 태도 및 그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COVID-19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11).

1. COVID-19의 직접적인 사회적 파급효과
1) 사회구조적 파급효과

‘COVID-19 이전과 이후’란 표현이 암시하듯이 이번 COVID-19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무관하게 직접적이고 무매개적으로 사회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번 COVID-19가 인구증가, 가축의 대량생산 가속화, 인간의 삶의 변화-성 형태 변화, 외부활동 증가, 국제여행 증가, 밀수 증가 등 동식물 교역의 증대, 살림파괴 등 생태환경의 변화, 항생제 남용이나 장기이식 등 보건의료의 변화 등으로 인한 인간과 자연 생태계 사이의 관계 및 정동 변화에서 발생한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제 인간과 비인간의 이분법이나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으로는 결코 설명되지 않는 하이브리드들(COVID-19와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은 그 하나의 예일 뿐이다)이 크게 늘어날 것이고, 그것이 미래의 삶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실체를 전제하고, 그 사이를 잇는 것을 사회관계로 파악하는 서구 근대적 관찰방식과는 달리, 사이의 정동을 구성하는 중중무진의 요소들의 역동성(緣)이 무엇인가를 산출하는(起) 방식의 관찰법을 필요로 한다.

둘째, 이번 COVID-19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한편으로는 재난(위기, 질병)의 세계화와 그것을 해결하려는 정치의 민족국가적 속성과 그 정치적 무능함 및 무력함으로 인한 통치성(governmentality)의 위기를 절감하였다. 물론 COVID-19가 개별 국민국가의 경제 위기를 초래함으로써 국수주의를 강화하는 현상이 일시적으로 유행하여 이른바 ‘자본주의 4.0’이 설득력을 갖는 듯이 보이지만, 미국의 사례가 잘 보여주듯이, 코로나 19는 인류사회로 하여금 ‘자본주의 4.0 너머의 세상’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이른바 후기근대사회의 개인화 경향으로 인하여 공공역역의 무책임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구적 차원의 협치(global governance)도 아직은 불가능함을 잘 알 수 있다. 이는 지구적 재난과 위기 앞에서 글로벌 거버넌스나 국가의 거버넌스는 무능하기 짝이 없음을 의미한다. WHO의 무력함이 전자를 잘 증거하고 있다면 신천지를 비롯하여 아직도 현장집회를 강행하는 일부 교회의 막무가내는 후자를 입증하는 증거다. 바로 이 때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대안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물론 ‘자본주의 4.0’을 넘어 지구적 차원의 세계시민사회의 연대뿐이다. 실제로 달렙도 표현하고 있듯이 향후 세계시민사회적 차원의 연대에 대한 요구는 점차 증대해 갈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이번 COVID-19로 인한 희생양(scape goat) 찾기는 특정한 인종에 대한 편견이나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와 차별 등과 같은 병리현상을 수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개인 및 가족 영역의 강화로 인한 공공성의 심각한 약화를 초래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COVID-19 이후 인류사회는 이러한 병리현상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다시 사회적 관계를 복원하거나 더 좁힐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또 실천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이번 COVID-19에서 등장한 선플 해시태그 현상이나 자원봉사 활동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사회규범이었고, 그러한 점에서 또 하나의 사회적 면역체계로 공인받았다. 따라서 COVID-19 이후 전염병의 시기가 지나가고 평상시가 되면 인종적 편견, 혐오, 차별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형제애나 박애로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2) 생활세계의 변화

이번 COVID-19로 인한 사회변화로는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적 변화도 적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가장 실감의 차원에서 경험한 것이 바로 생활세계에서 ‘새롭게 생성된 그래서 사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최초로 경험해 보는’ 상호작용의 변화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 소통의 경험은 정보화 및 제 4차산업을 크게 앞당김으로써 교육이나 의료를 필두로 하여 생활세계의 소통구조나 소통방식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특히 유튜브나 SNS를 통한 소통방식이 지배적인 소통방식으로 정착하면서 수많은 대면적 소통들을 대체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한국의 경우 ‘중앙재난대책본부’에서 모든 국민들에게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하나로 ‘밀폐된 장소에 가지 않기’, ‘행사, 모임 자제하기’, ‘집으로 바로가기’ 등을 권장하는 문자까지 발송하였기 때문에 결혼식, 장례식, 제사, 동창회나 친목회를 비롯한 각종 모임에 대한 참석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물론 신천지의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주었듯이 교회 예배의 경우에만 예외가 있었는데, 바로 그랬기 때문에 이는 국가나 지자체는 물론 시민사회일반으로부터 비난의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한국사회에서 결혼식, 장례식, 제사 등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혈연, 지연, 학연을 매우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모임을 취소한다는 것 등은 이전에는 결코 일어나기 쉽지 않은 현상임에 틀림없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바로 이렇듯 거의 불가능한 현상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셋째, 가족과 함께 하는 생활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가족생활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COVID-19 이후 가족이 구성원들의 행복을 담보하는 스위트홈이 될지 혹은 폭력과 이혼율만 증가시키는 문제의 장소로 돌변할지는 전적으로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사이-내용’ 혹은 ‘사이-정동’에 달려 있겠지만, 변화를 수반한다는 점에는 이변이 없을 것이다.

2. 사회적 거리두기와 종교 사이의 역동성이 생성시키는 새로운 종교사회학적 현상

제 3장에서 우리는 COVID-19의 사회적 면역체계로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각 종교의 태도를 살펴보고, 그 ‘사이’에서 생성된 역동성을 언급한 바 있다. 바로 이러한 경험이 향후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인데, 그 영향으로 생겨난 종교사회학적 현상은 COVID-19 이전과 이후의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의 차이로 나타날 것이다.

첫째, 이번 COVID-19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의도한 결과는 아니지만 종교계로 하여금 이전에는 결코 경험하지 못했던 전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와 관련하여 박문수 신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동안은 주일미사를 빠지면 대죄로 여겼지만, 지금은 벌써 몇 주째 미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내고 보면 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중요하지 몸으로 참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절대적으로 여겼던 신념이 상대화하는 경험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열린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떤 상황에서도 혼자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양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는데, 그러려면 기존의 교회에 붙잡아두는 방식의 양성에 변화가 필요합니다.”(박문수, 2020)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COVID-19는 그 이전부터 커다란 경향성으로 드러났던 ‘탈종교화’ 혹은 ‘탈제도종교화’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동안 서양의 진보적인 신학계에서는 본회퍼(Dietrich Bonhoeffer)가 말한 ‘종교 없는 그리스도교(religionless Christianity)’나 데리다(Jacques Derrida)가 말한 ‘메시아주의 없는 메시아니즘(the messianic without Messianism)’, 카푸토(John D. Caputo)의 ‘종교 없는 종교(religion without religion)’, 제닝스(Theodore W. Jennings)의 ‘포스트 그리스도교 신학(post Christian theology)’ 등 탈제도화한 교회에 대한 주장이 다양하게 제기되어 왔는데(이상철, 2020), 이번 COVID-19는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신행의 차원에서는 개인화된 영성(spirituality)의 추구라는 현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며, 명상이나 수행에 대한 관심과 수요를 폭증시킬 가능성도 있다. 그러한 점에서 <표 1>의 심탁(혹은 마음수행) 종교는 COVID-19의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보여주었던 유연한 적응력을 COVID-19 이후의 영성(spirituality) 추구 경향이란 사회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높은 적응능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신탁 종교들은 COVID-19의 사회적 면역체계로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경험이 COVID-19 이후 사회의 영성(spirituality) 추구 경향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이번 COVID-19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아니라 할지라도 새로운 종교집회의 형식을 경험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실제로 정부나 지자체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불교, 천주교, 대형 교회 등 대부분의 기성 제도 종교의 경우는 온라인 법회 및 예배나 SNS를 통한 소통방식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른바 ‘언컨택트’(uncontact)가 의례형식으로 도입된 것이다. ‘혁신적 방역 모델의 하나로 평가되는 드라이브 스루 검사 방식, 손에 들려주는 것 대신 도착 문자로 배달을 종료하는 택배, 띄엄띄엄 앉거나 마주보기보다는 같은 방향을 보는 자리 배치 등’도 언컨택트한 새로운 일상의 모습들이다(박수호, 2020).

이는 기존에는 거의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경험으로써 성과 속의 ‘사이-형식’만이 아니라, ‘성직자와 신도’의 ‘사이-형식’ 및 신도들의 ‘사이-형식’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특히 이번 COVID-19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변례(變禮)의 경험으로 말미암아 제도 종교 내부의 의례나 의식 중 일부도 변화의 압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COVID-19의 해결과정에서 국가나 시민사회는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반면에 종교는 상대적으로 무능함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일부 종파나 교회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저해하는 등 오히려 부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이는 로드니 스타크가 『기독교의 발흥』이란 저서에서 초기 기독교가 했던 역할과는 정반대의 역할을 하였음을 의미하며, 그러한 점에서 로드니 스타크의 개종 논의에 의한다면 그 사회적 결과는 교세 위축으로 현상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탁종교의 성장하는 종파였던 신천지의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신천지사태로 인하여 조심스럽지만 이단, 사이비 종교, 각종 신비적 주술, 점복, 제도종교의 기복적 관행 등이 약화될 가능성도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COVID-19의 고통을 해결하는데 의료인이나 과학자, 자원봉사자, 엠뷸런스 운전자 등에 비해 종교인의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오히려 COVID-19의 사회적 거리 두기의 과정에서 일부 성직자은 신도들의 안위나 공적 책임이 아니라, 세속적 관심을 우선시하는 이기적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이는 성직자의 권위를 상대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게다가 로드니 스타크가 입증한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낮은 치사율과 달리, 사회적 거리두기에 저항하면서 종교집회를 강행한 신탁종교의 종파나 소수 몇몇 교회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확진자를 배출했으며, 이는 그러한 종교의 신뢰성에도 큰 상처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COVID-19 이후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 신도의 감소(혹은 격감)을 초래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경험한데다가 COVID-19의 치사율이 특히 80대 이상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나이가 많을수록 치사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종교인구의 절대 다수를 이루는 노인들이 종교기관이나 종교의식에 참여하는 것을 저지하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불참의 경험이 이후 신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박문수 신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약 두 달 가까이 신자들이 교회에서 떨어져 지내다가 돌아오면 예전의 리듬을 회복할지 궁금합니다. 아마 이 사태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예전처럼 많이 나오지 않을 거 같습니다. 천주교는 성체성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SNS 같은 방식으로만 하기는 어렵고, 반드시 만나서 직접 참여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신자들이 고령층이 많은 데다가, 전염병이 주기적·장기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 되면 신자들이 성당에 나가기 힘들어질 겁니다.”(박문수, 2020) 아마도 다른 종교의 경우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Ⅴ. What to be done: 심탁(수행)종교를 중심으로

1. 붓다의 모범

제 2장에서 논의한 바 있는 종교사회학자 로드니 스타크의 저서 『기독교의 발흥』에 따르면, 초기 기독교는 당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엄청난 재난이었던 역병의 현장에 달려가서 자신의 사적 이해관계나 안위보다는 역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활동을 하였고, 그것이 초기 기독교가 사회적 공인을 받은 이유 중에 하나였다. 이러한 태도는 불교에서도 가능하다. 신탁종교와는 달리 불교와 같은 심탁의 종교는 스스로의 수행을 통해 지혜를 체득하고, 그것을 대중사회에 회향하는 교리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로 사회에서는 어떤 사람이 그러한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킬 경우 대중들은 그를 모범(스승)으로 존경할 뿐만 아니라, 귀의의 대상으로 삼는다. 모든 불자들의 귀의의 대상인 붓다는 그 전형이다. 삼귀의의 첫 구절이 명시하고 있듯이 붓다야말로 지혜와 자비를 모두 갖춘 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양족존12)의 붓다가 출현한 것은 신의 소명 때문이 아니더라도 멸사봉공의 절대적 헌신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예컨대 질병과 관련된 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으로 회자되는 <보배경(Ratana Sutta)>을 보자.

<보배경>의 핵심줄거리만 축약하면 이렇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죽림정사에 머물 때 밧지족 상업도시 베살리에 전염병이 창궐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 베살리의 시민들이 부처님에게 도움을 청했고, 부처님은 비구들과 사흘을 걸어 베살리에 도착해 <보배경>을 설했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내용이다. 부처님은 베살리의 사람들에게 함께 『보배경』 게송을 외우게 했고, 제자들과 함께 발우에 물을 담아 밤새 거리와 환자들에게 뿌렸다. 시신을 치우고 거리를 청정히 하는 일을 7일 동안 계속하자 전염병은 사라지고 베살리 사람들은 다시 행복을 누렸다.” <보배경> (일묵, 2020).

그렇다면 이 경전에 나타난 붓다의 모범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먼저, 역병이 창궐한 고통의 현장에 들어가서 직접 질병을 치유한 헌신적 모습에서 우리는 지혜와 보살도를 겸비한 종교인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시신을 치웠다는 사실이 상징하듯이 그곳에서 붓다가 실행한 레시피는 보균자와의 거리를 확보함으로써 물리적·사회적 면역체계를 갖추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생적 환경이라는 생물학적 면역 체계도 갖추도록 하였다. 게다가 경전의 게송을 암송하게 하였다는 사실은 그것이 질병이 야기한 불안과 공포를 제거하는 심리적 면역체계 혹은 마음의 면역 기능을 다하였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불교의 건강철학이 육체, 마음, 사회, 자연환경의 연기성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그 ‘사이’에 마음이 작동하고 있다는 불교 특유의 심탁 사상과 그 연기성의 자각을 통한 해탈을 추구하도록 가르치고 있다는 배후 맥락까지 고려하면, <보배경>에 등장하는 나레이티브야말로 현대서양의학의 한계를 초월하는 총체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전염병 예방 및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13). 이는 붓다를 대의왕으로 부르는 까닭이리라.

2. 경험연구: 제주도 원명선원의 사례

‘우리도 부처님같이’란 찬불가의 제목이 시사하듯이 신탁의 종교와 달리 심탁의 종교는 가장 모범적인 스승인 붓다의 실천 행위를 오늘날의 조건 속에서 어떻게 계승할 것을 실천적 과제로 설정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앞서 <보배경>을 통해 알게 된 붓다의 네 가지 실천, 즉 고통의 현장에의 헌신적 참여, 면역체계의 유지를 통한 육체적 안정성 확보, 불안을 해소함으로써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등 정신적 안정성 확보, 그리고 고통의 궁극적 해결책으로서의 깨달음의 추구 등을, 아직도 기승을 부리는 COVID-19의 상황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대표적인 심탁(수행)종교인 불교의 시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잣대로 볼 때 COVID-19에 응전하는 오늘날의 한국불교의 소극적 태도 즉 고통의 현장으로부터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다는 뜻으로 법회 등 일체의 종교행위를 금지하는 소극적 태도는 마치 부처님처럼 중생의 고통을 건지겠다고 서원한 불교적 태도로서는 결코 만족스럽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주목한 실험이 바로 제주원명선원에서 실천하고 있는 “고땡 캠프”의 침선(참선의 일종) 프로그램 및 선농14)체험 프로그램과 그 효과이다. 무엇보다도 “고땡 캠프는 우리 선조들의 정신이 승화된 참선을 통해 우리 사회가 오늘날 겪고 있는 사회적 고통을 덜어보고자 진행해 온 프로그램이다”라는 소개말에 이미, 붓다의 모범을 오늘날의 조건 속에서 실천함으로써, 세속의 코드와는 판이한 불교적 코드로 중생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진정한 불제자의 전형적인 실천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작동하는 참선 프로그램인 침선프로그램과 선농체험프로그램들이 COVID-19로 인한 오늘날 우리들의 고통을 치유하는데 얼마나 효과를 가질 것인가일 것이다. 그러나 매우 안타깝게도 최소한 아직까지는 이와 관련된 직접적인 경험적 증거를 제시할 수는 없다. COVID-19와 관련된 프로그램의 작동은 이제 준비단계일 뿐이며, 그러한 점에서 조심스런 첫발일 뿐, 이를 실험하고 측정할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이 글에서는 몇 가지 간접적인 지표들을 통해 그 잠재적 가능성만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불교적 코드나 그 코드를 실천 속에서 작동시키는 프로그램으로서 참선은 궁극적으로는 실천자 자신의 업(業)15)을 혁신(혹은 개선)시키는 활동이다.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자는 반드시 자신의 일상을 근원적으로 성찰하게 되고, 불교적 코드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이른바 프로그램의 효과성이라 부르는 것으로 설문조사 연구의 양적 지표를 통해서나 혹은 소감문이나 일기 등의 내용분석을 통해 그 의미를 해석함으로써 그 효과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이에 여기에서는 제주 원명선원 참여자들의 소감문16)을 통해 고땡 캠프의 프로그램이 코로나 19의 확진과 관련된 경험자처럼 과거의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임을 실증해 보고자 한다.

<사례 1>

“ ‘자타(?)이’, 깨달음의 길에서 큰 스님 내주신 질문에 난 그냥 ‘자타분리’로 크게 대답했다. ... 너와 나의 구분은 짓지 말라는 자타불이는 확실히 종교적 해석이 필요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높은 지혜가 필요한 것이기에 큰 스님 그 말씀에 형식적으로 머리를 끄덕이며 그냥 법문 듣듯이 넘겼다. ... 오늘은 그냥 받아도 그 자타불이가 계속 나를 괴롭힐 것 같다.

위의 <사례 1>이 잘 보여주고 있듯이, 우리의 일상적인 세속적 삶은 자타분별심으로 너와 나를 철저히 분리하면서 생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삶을 무비판적으로 당연시하면서 재생산하면서 살아가지만, 불교적 코드로 보면 너와 나는 불이 관계로 연결되어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종교적 해석’(불교적 해석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필자 첨가)이 당연히 필요하다. 바로 그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제주원명선원의 고땡 캠프에서 실시한 참선 프로그램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체험한 참여자는 당연히 자신의 통상적인 마음의 작동코드가 파열하는 등 이상(괴로움으로 표현되고 있다: 필자 첨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는 고땡 캠프에서 시행하는 각종 프로그램들이 최소한 자신의 습관을 성찰하게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의 효과성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래 <사례 2>는 이를 잘 방증해 주고 있다.

<사례2>

“스님은 또 ‘과거는 없다’ 하셨다. ... 현재에 발을 딛고 살지만 늘 과거 속에 살았던 나로서는 ‘과거는 없다’라는 말씀이 큰 깨우침이자 깨달음의 실천과제다. 1박 2일에 이제까지의 삶의 괴로움이 한순간에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시간이 남은 生의 전환점이 되리라 생각한다.”(K씨, 여, 48세)

문제는 이러한 실천적인 참선 프로그램들을,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회적 면역체계로 작동함으로써 언컨택트17)가 소통의 뉴노멀로 정착해가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 환경에 부합하도록 만드는 것일 것이다. 특히 화상회의 시스템이나 각종 SNS를 활용하여 참선 프로그램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 개발과 그 보급이 시급하다. 그리고 그 이후 그 효과성 측정이 수반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Ⅵ. 나오는 말

지금까지 우리는 의료현상으로서 ‘COVID-19 현상’과 전체사회(특히 COVID-19 이후 사회변화) 사이의 관계를 종교를 매개로 논의해 보았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우리는 제 2장에서 COVID-19 현상과 전체사회의 관계에 신탁의 종교가 개입하느냐 혹은 심탁(수행)의 종교가 개입하느냐에 따라 그 관계가 판이하게 다르게 나타날 것이란 이론적 논의를 전개하였고, 제 3장에서는 COVID-19 현상, 종교, 그리고 사회 사이의 역동적 관계를 실증해 보았다. 그리고 제 4장에서는 그러한 역동성이 COVID-19 이후 어떠한 사회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를 논의하였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각 종교 자신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새로운 종교사회현상을 초래할 것임을 추론해 보았다. 그리고 그러한 논의에 기초하여 제 5장에서는 심탁의 종교로서 불교가 COVID-19 현상에 어떻게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를, <보배경>에 나타난 붓다의 사례를 통해 정리한 다음, 원명선원(제주도 소재)의 실험을 소개하였다.

지금까지 의료사회학에서 종교가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시도는 학문적 차원에서도 매우 큰 의의를 갖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COVID-19 현상에 각 종교가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라는 실천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실천적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문제는 COVID-19 현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또 각 종교의 실천적 대응도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는 이 글의 범위를 넘어선다. 그러나 그 논의는 이 글의 과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는 점에서 반드시 수행해야할 후속과제임이 분명하다.

Notes

매우 불행하게도 아직도 실제에 부합하는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인도빈민지역에서 이러한 면역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도된 바 있으며, 이른바 스웨덴의 실험이 이를 입증하는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알토라(Aaltola)에 따르면, 공중보건정치는 통상 전염병이 창궐할 때에는 격리의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평상시에는 동정(compassion)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주윤정, 2020).

한국의 신천지나 일부 교회만이 아니라, 프랑스나 이스라엘에서도 종교집회가 코로나19 전파의 온상으로 지목된 바 있다.

예컨대 한국사회학계의 독보적인 의료사회학자로 알려진 조병희의 의료사회학 교재(2017) 전체 내용을 샅샅이 뒤져본 결과, 종교를 포함한 논의를 쉽게 발견할 수 없었다. 물론 그 이유에는 아마도 의료 현상과 종교를 포함한 사회와의 관계를 연구한 사회학적 성과조차도 신생 의료사회학보다는 고전사회학 이래 사회학의 주류에 자리매김하고 있던 종교사회학에 포함시켜 왔던 사회학사적 관행도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Ellen L. Idler(2014)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논의는 조병희(2006)을 참고하기 바란다.

물론 사회이론적 차원에서 볼 때 한스 요아스(2002)처럼 행위의 창조성을 의도성, 육채성, 사회성의 복합적 역학관계의 산물로 이해할 경우 행위자의 종교성이 고려될 여지는 확보될 것이다. 그러나 파슨스는 인간의 행위를 주로 내적 동기에 한정하여 이해하고 있다.

물론 사회적 네트워크란 개념적 장치를 활용하여 집단 개종을 설명한 것도 종교사회학적 의의 못지않게 사회구조적 요인과 같은 다른 요인들을 경시하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난다.

상례와 변례를 함께 다루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예학서로는 <상변통고>(한국고전의례연구회, 2009, 신지서원)를 꼽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이러한 사례는 수없이 많은데, 14세기의 페스트 대유행이 유럽의 중세를 마감하고 서구 근대를 열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들 중의 하나란 사실은 그 전형적 보기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윌리엄 맥닐(1998)장항석(2018)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리고 고대 동아시아의 일본 및 신라의 대역병과 사회적 응전 및 불교적 치유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는 이현숙(2009)을 참고하기 바란다.

붓다 이후 그 제자들은 지혜와 자비를 모두 갖추어야 함을 불변의 진리로 삼았다. 한국사회의 대부분의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심우도(혹은 십우도)는 이를 상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심우(尋牛)에서 시작하여 득우(得牛)한 다음 인우구망(人牛俱忘)을 거쳐 입전수수(入纏垂手)에 이르는 과정은 지혜와 보살도의 실천을 모두 실현하는 삶으로써 모든 불자들이 염원하는 삶이며, 동시에 우리사회가 불자에게 기대하는 삶이기도 하다.

서양의학에 비해 불교의학이 갖고 있는 수월성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칼벳카(1999)를 참고하기 바란다.

선과 노동의 관계에 대한 의미 변천 및 그 한국적 사례로서 반농반선에 대한 논의로는 졸고(2009)를 참고하기 바란다.

업이 현대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성에 대한 논의는 졸고(2019)를 참고하기 바란다.

제주원명선원의 소감문을 검토해 본 결과, 만약 그것을 리코딩하여 양화할 경우 그 효과성은 성별, 연령별, 직업별 차이와 무관하게 95% 이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짐작된다. 이는, 마치 북한의 당원투표의 그것처럼, 양적 지표화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에 여기에서는 몇 가지 소감문의 내용분석을 통해 그 의미를 도출해 보고자 한다.

AI와 디지털라이프의 전일화는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술적 조건을 제공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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