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2024년 11월 2일 해남 대흥사에서 호국대전의 완공식이 열렸다. 대흥사는 서산대사의 호국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표충사를 건립하고, 이를 계승하여 현재에 확장하고자 호국대전이라는 대작불사를 2016년 발원하여 원만하게 성취하였다.
그동안 대흥사는 호국불교와 차문화 성지로 대흥사를 칭했다. 그것은 1655년(효종 6) 서산대사 휴정의 의발을 전수해 왔음을 밝히고, 부도와 비석을 세웠다. 그 이후에 임진왜란에 세운 전공과 호국정신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을 건립하여 국가의 공인을 받고자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닌 결과, 1789년 표충사 사액을 받았다. 그 이래로 호국의 성지로 칭하고, 봄 가을로 향사를 올리면서 호국불교의 가치를 현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본 논의는 호국대전은 과거 대흥사가 지닌 호국불교의 가치를 현양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보고, 이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나아가 본 논의에서는 호국불교를 대흥사 대중을 비롯한 한국불교의 ‘집단적 기억’이라 이름하고, 이에 대한 문화적 사회적 맥락을 살피고, 이를 사회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나아가 호국대전이 호국불교의 집단적 기억의 계승을 넘어서 호국불교의 참다운 가치인 호법, 호생명 불교라는 보편적 가치로 확장될 수 있는 방안으로 지속가능한 운영을 통해 호국불교의 새얼굴이 될 수 있도록 살펴보고자 한다.
본 논의를 통해서 호국의승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날에 의승들의 업적을 깊이 기억하여 이를 확산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논의의 단초를 마련하는데 이바지하고자 한다.
Ⅱ. 호국대전의 문화적 함의의 탐구
문화셈터(https://stat.mcst.go.kr/)는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대표 통계포털시스템이다. 국민들이 문화체육관광 분야 통계 데이터를 쉽게 접근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서 통계 데이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각화 서비스 및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SNS 콘텐츠 및 지도통계, 지표데이터를 분석, 생산하여 다양한 시각화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이다.1) 유의미한 통계를 얻기 위하여 ‘대흥사’를 2023년 1월 1일부터 2024년 10월 20일까지 약 22개월 동안 SNS 채널을 통해 분석하였다.
SNS채널 검색의 결과, ‘대흥사’와 연관된 워드클라우드를 보면, 해남이 가장 크게, 다음이 세계유산, 두륜산, 사찰, 코스, 미식, 케이블카, 지역, 유네스코 등 대흥사와 연관되는 단어가 그려진다. 이를 통해 대흥사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지난 22개월간 56건의 자료 중 블로그 31건(55.36%), 뉴스 26건(44.64%)을 수집하여 시각화 자료를 얻었다. 수집된 시간으로 보면 지난 8월 17일이 5건으로 가장 많은 기사가 검색되었다. 연관어 리스트을 보면 해남(27건), 유산(10건), 두륜산, 코스(9건), 세계, 사찰(8건), 해남군, 거리(7건), 케이블카, 목초(6건)의 순으로 나타났다. 10월 20일 기준으로 최근 4주간 연관어 추이를 살펴보면, 1위로는 명소가 4회, 2위는 호텔 3회, 여행 1회, 지역, 여행, 위치, 방문 등이 다음의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그림 1>).
감성 연관어를 랭킹별로 보면 먼저 긍정 감성어가 8건으로 1위 활성화가 5건, 우선, 통일이 4건, 전통, 적극, 보물이 3건, 협력, 특별이 2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부정 감성어는 4위 전시 3건, 8위 반말 2건인데, 전시는 부정 감성어로 볼 수 없으므로 결국 부정 감성어는 8위인 반말만 2건 나타나고, 대부분 긍정적인 감성어가 주류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그림 2>).
지난 22개월 동안 문화관광 관련 블로그와 뉴스, 트위터 등 SNS에 나타난 대흥사를 나타내는 키워드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그 결과를 재구성해 살펴본다면, 해남을 대표하는 세계유산으로 두륜산에 자리한 사찰로 해남을 대표하는 명소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투영된다. 아울러 특히 주목되는 것은 최근 4주간의 연관어의 흐름을 본다면 이는 더욱 뚜렷하여 해남을 대표하는 명소로 여행을 위해 호텔이나 숙박을 알아보고, 위치를 파악하여 방문 계획을 잡는 등의 구체적인 방문 계획과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추론해 볼 수가 있다.
현재 대흥사의 누리집을 보면, “호국과 차의 성지”라고 대흥사를 소개하고 있다.2) 그만큼 대흥사가 호국성지라는 브랜드는 바로 과거에는 표충사를 통해 구현되었다면, 현재와 미래는 호국대전을 통해 구현된다는 이야기이다.
대흥사는 지난 2018년 03월∼2023년 6월까지 면적 779.87m2(235.91평)에 달하는 ‘호국대전’ 건립을 위한 사업을 시행하였고, 기본적 외부 정비를 통해 올해 완공을 하게 되었다.
2021년 6월 26일, 서산대사 탄신 501주년 춘계제향 봉행 및 대흥사 호국대전 불사위원회를 발족하였는데, 취지문에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공식 등재되면서 인류가 함께 보존하고 전승해야 할 ‘세계인의 문화유산’이라는 새로운 사격을 갖추게 되었고”, “‘위중생(爲衆生)’의 일념으로 수많은 호국의승들의 숭고한 뜻을 더욱 널리 선양”하기 위해 “대흥사 사부대중은 ‘호국대전 원만 회향을 위한 불사위원회’를 출범하여 호국대전이 호국불교와 세계유산의 사격을 상징하는 성소(聖所)로 자리 잡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였다(향문, 2022: 36).
또한 불사위원회는 “호국대전은 향후 ‘호국도량’과 ‘세계유산’이라는 대흥사의 사격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함을 강조하였다(향문, 2022: 36). 불사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대흥사 사부대중의 노력을 통해 2024년 11월 2일 호국대전은 완공되었다.
2018년 대흥사가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후 호국대전 불사는 대흥사가 지닌 보존해야 할 소중한 가치를 훼손하여 세계유산 존립의 근거를 위협한다고 평가받았다. UNESCO는 세계유산 대흥사 호국대전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세계유산영향평가(Heritage Impact Assessment)의 제출을 요구하였고, 대흥사는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여 2020년 대흥사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제출하고, 호국대전의 불사 계획안을 수정하여 제출하였다(고가온ㆍ김충호, 2022: 12). 결국 현재의 위치로 자리하여 주변 자연 경관과 조화를 해치지 않도록 하고, 호국불교라는 한국불교 전통의 계승과 교육문화 시설로 위상을 정립하여 호국불교 가치의 구현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현대의 기념공간은 관람자들의 기념하는 대상에 대한 깊은 공감과 추모는 물론 그에 따른 기억을 재구성하는 ‘기억의 공간’으로 기능을 한다. 그런데 그 기억은 파편화된 개인적 기억이 아닌 ‘조직적’이면서 ‘집단화’ 된 기억이다. 즉 호국대전 불사위원회는 대흥사라는 공간에 ‘호국불교’라는 기조 아래 수행해 왔던 서산대사를 비롯한 호국의승들을 향한 추모와 호국정신의 선양을 위한 목적으로 이를 기념하고 추모하기 위한 공간인 호국대전을 건립하였다. 그러므로 이 공간은 공동체의 ‘집단기억’이 빚어낸 공업(共業)의 산물이다.
모리스 알박스(Maurice Halbwachs)는 ‘집단기억(mémoire collective)’에 대해 말했는데, 이는 특정한 집단의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은 바로 기억의 ‘사회적 구성틀(cadre sociaux)’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기억은 적극적으로 유지되든 아니든 한 집단이 간직한 문화적 유산”(프리 K. 올릭, 강경이 역, 2011: 40)이라고 하였다. 우리가 특정한 공간에 기념물을 조성하는 것은 바로 집단기억과 관련이 깊다. 기억은 반드시 사회적 구성들을 통해서만 매개되는 것이고, 오직 그 내부에서만 유효하다는 것이다.
집단기억은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는데, 첫째는, ‘상호관계성’으로 개인이 집단 안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어서 소통함으로써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의사소통적의 기억이다. 둘째, ‘현재성’인데, 집단기억은 과거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상황 그대로가 아니라, 현재적 관점에서 기억한다. 셋째, ‘지속성’으로 개인의 기억은 불완전하고 파편화된 상태로 남아 지속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런데 집단기억은 관습, 공간, 사고방식 등 사회적 틀을 통해 나타나며, 과거에서부터 현재, 미래까지 지속가능하게 된다. 넷째, ‘재구성’으로, 이는 집단기억은 물론 기억에까지도 적용되는 특성이 있는데, ‘현재성’이라는 특성과 연결지어 말할 수 있는 것으로, 기억은 과거를 그대로 기억할 수는 없고, 기억하는 과정에서 더하고 생략되어 재배치를 통해 재구성된다. 다섯째, ‘선택성’으로 집단기억은 집단적, 사회적 현상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집단기억의 사회적 틀을 영위하기 위한 기억은 선택된다고 한다. 여섯째, ‘장소성’으로 집단기억은 공간을 통해 실체화되며 재구성되는데, 여기에 공간은 기억하는 장소로서 기능을 한다. 사람들은 이런 기억의 장소를 체험하면서도 기억을 되살리기도 하면서 뿐만 아니라 기억이 바로 장소를 되살리는 것을 경험한다(서희정·이재규, 2017: 160).
이러한 집단기억의 특성을 호국대전에 투영해 본다면, ‘상호관계성’은 대흥사 사부대중의 의사소통을 하고, 그 소통을 지역사회, 국가까지 밀고 나가서 불사를 이루어냈다. ‘현재성’은 과거의 서산대사와 호국의승의 활약을 현재에 구현하려고 하였다. ‘지속성’은 표충사를 통해 서산대사와 호국의승들을 추모하고, 정신을 선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재구성’은 호국불교를 위한 노력의 성과 호국대전불사에서 구현하려고 하였다. ‘선택성’은 호국불교를 선양하기 위해 호국대전이라는 공간 건립을 선택하였다. ‘장소성’은 대흥사라는 사찰 공간에 호국불교 선양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였다.
기념공간에서의 집단기억의 특성은 의도된 공간연출 요소를 통해 표현된다. 이러한 집단기억의 특성을 기념공간의 구성요소와 연계시키면 바로 기념대상은 선택성, 시간성을 가지며, 관람자는 상호작용성과 재구성이라는 특성을 통해 접근하며, 기념공간은 바로 현재성, 지속성, 장소성을 특징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집단기억의 특성을 통해서 호국대전은 호국불교라는 한국불교의 특수성의 집단기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러한 집단기억을 위한 공간연출과 그 매개체의 핵심은 ‘호국의승 위패’이다.
표충사는 3백여년 전(1788년)에 청허 휴정에 대한 집단기억을 공유하는 천묵(天黙) 등 대둔사 승려들은 휴정을 배향하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발이 부르트도록[繭足]’3) 뛰어다녔고, “‘죽음을 무릅쓰는’[玆敢冒死呼] 용기를 내야만”(김상영, 2022: 13) 가능한 불사였다. 표충사 건립을 통해 그들의 집단기억은 비로소 국가의 승인을 얻은 공식적 기억이 되었다. 바로 이러한 노력의 지속가능성과 현재성이 투영되어 호국대전이 우리 앞에 서 있다.
김상영은 호국대전의 위패에 봉안될 호국의승들의 이름을 찾아내는 ‘『호국의승열명록』(가) 편찬사업’을 제안하고, 그 대상을 ① 의승장, ② 법명을 확인할 수 있는 의승[傳名義僧]4), ③ 법명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망명(亡名)’ 의승으로 구분하였다. 즉, 영규와 8백 의승은 시신의 수습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듯하며, 영규를 제외한 8백 의승은 그 법명조차 전혀 확인할 수 없으므로 대표적인 망명 의승에 해당한다고 밝혔다(김상영, 2022, 25). 바로 이 『호국의승열명록』 편찬 작업이야말로 호국대전이 집단의식을 상호관계성으로 관람자들에게 바로 지속가능성과 현재성으로 재구성해 우리 앞에 모셔오는 출발점이 된다. 이를 통해 위패 봉안과 그분들의 이름을 부르고, 보고, 새기는 작업을 통해 명실상부한 기억공간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호국의승열명록』의 의승의 명단을 총결집하기 위해 ① 대상은 임진-병자의 양대 전란 시기로 제한할 것, ② 의승과 관련한 핵심 정보는 함께 수록할 것, ③ 열명록 편찬을 위해 각종 사서, 문집, 금석자료, 佛典, 記文類, 고문서 등의 자료를 충분히 열람할 것을 제안하였다(김상영, 2022: 25). 그런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양난에 활동한 의승을 먼저 작업하고, 몽고의 침입에 맞선 의승들을 비롯해 전란에 참전하여 나라를 구한 의승들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귀기울여야 한다(한상길, 2022: 28).
기억공간(place of memory)은 어떠한 특정 사건으로 생겨난 집단적 기억을 물질들의 요소로 재현한 장소로 과거의 사건이 지닌 상징성을 현재와 미래에 물질적이나 공간적으로 구현해 놓은 장소를 말한다. 즉, 집단적 기억과 그것이 지닌 상징성,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물리적인 공간에 구현한 것이다.
최근 일제 강점기나 1970년대부터 자행된 국가 폭력을 비롯한 ‘어두운 기억’이 기억공간의 가치 탐구의 유행과 더불어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기억을 과거 특정한 시점에 매어두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과거에 여전히 유효하고 연결된다는 것은 문화적 기억과 맞닿아 있다. 역사적 사건은 우리는 경험해 보지 못하였지만, 다양한 문화적 방식으로 이를 확장하는 과정은 반드시 집단적이며, 이는 특정한 목적을 지닌 공동체와 함께 한다.
워싱턴 D.C.에 자리한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USHMM, United States Holocaust Memorial Museum)은 1993년에 설립되었는데, 유대인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기억을 보존, 교육을 통해서 미래 세대에게 홀로코스트의 역사와 교훈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미국 국립기관이다.5) 1960년대 미국 유대인들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다인종·다문화 국가에서 통일적 정체성의 구현을 위해 노력해온 정치세력들의 이해관계의 투영이라고 보는 시각이 크다(최호근, 2004: 150-155).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이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시민들을 참여하도록 집단기억을 공공기억으로 구축한 단계는 ① 특수한 기억(홀로코스트)을 보편적 가치로 치환하고, ② 유대인의 기억을 미국적 기억으로 재맥락화하며, ③ 다른 기억들과의 연합을 통해서 기억을 확장하는 단계로 수행했다.
기억의 ‘보편화’ 단계에서 기념박물관 공간 및 상설전시 내러티브를 통해서 인권, 자유, 다양성 등의 현재적 보편가치가 메시지로 도출된다. 이 보편가치는 시민이 참여하는 교육프로그램과 특별전시를 통해서 자성적 미국의 기억으로 다시 ‘재맥락화’된다. 여기에서 광범위한 시민참여로 진행되어지는 ‘펼쳐진 역사’ 프로젝트는 바로 홀로코스트가 자행되었던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인이 유럽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났던 인권 침해와 폭력 사실을 알면서도 방관했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준다. 이는 미국인과 홀로코스트> 특별전을 통해 시각적으로 재현된다. 이렇게 재맥락화된 ‘자성적인 미국의 기억’은 현재 홀로코스트와 유사한 또 다른 현재 기억으로 연결, ‘확장’되어서 ‘다시는 그런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행동을 촉구하게 된다(장진희, 2024: 296).
이러한 사례를 통해서 호국대전에 ‘호국불교’라는 집단기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확산시킬 것인가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기억의 보편화’를 통해서 먼저 호국불교의 가치를 계승하는 고유하고 진정성 있는 추모시설(호국의승 위패, 호국의승장 진영 등)을 봉안하여, 이를 상설적으로 전시한다. 위패는 현재 호국의승들 예컨대 금산전투에서 기허당 영규(靈圭, ?∼1592)와 함께 순절했던 800명의 의승과 같은 경우, 여태껏 800의승이라고만 전해져 왔다. 모두 망명(亡名) 의승으로만 여겨져 왔다. 황인규는 영규대사와 함께 순절한 20여 명의 의승의 이름을 밝혔다. 의병장 판관(判官) 공연(公衍), 의병장 도신(道信), 홍선(弘渲), 각해(覺海), 인월(弘月), 인진(印眞), 지한(智閑), 운담(云談), 지원(智元) 등 8명, 종사관 신문(信文), 운우(云祐) 등 2명, 군관 학호(寉湖)와 영규사졸(靈圭士卒) 등이다(이재수, 2024, 84-85). 기문류에 남원 출신 의승장 고봉운일(高峰雲逸)(『東岳集』), 연기출신 의승장 정만억(鄭萬億)(『聞韶漫錄』), 호남 의승장 희묵(煕默)(『可畦集』) 등 4인, 의승 찬유(粲猷)외 대둔산 의승 3명(『宋子大全』), 도현(道玄)(『宣祖實錄』), 연기군 의승 9명과 처일(處一)(『聞韶漫錄』) 등 19인의 이름을 밝혔다(황인규, 2017, 30). 이름이 확인된 경우, 반드시 이름을 찾아 유명(遺名) 의승으로 위패를 봉안해야 한다. 이분들의 위패를 봉안하여서 반드시 잊지 말고 불러주어야 한다. 아울러 이름을 확인할 수 없는 영규대사 휘하의 780여 의승들도 이름 없는 금산전투의 의승이라고 반드시 한 분 씩 위패를 봉안해야만 한다. 여수 흥국사의 충무공의 부장 자운 원정(慈雲圓正)를 비롯한 『선무원종공신록권(宣武原從功臣錄券)』에 등장하는 ‘혜근(惠根), 종인(宗印), 승보(勝寶), 도암(道奄), 한우(閑右), 사의(思義), 처영(處英), 영규(靈圭)’라는 내용에서 의승장 처영과 영규 외에 6명이 공신으로 책봉되었고, 호남으로 진격하던 일본군을 구례의 석주관(石柱鎭)에서 싸우다 전사한 화엄사 주지 설홍(雪弘)을 비롯한 승군 300여 명, 충청도의 의승장 홍정(弘靖)·성정(性靖), 북한산성을 비롯한 수많은 의승들을 모두 발굴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그들의 기억이 보편화 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기억의 재맥락화’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등 국난에 목숨을 바친 의승들과 이들에 얽힌 역사를 내러티브화 해서 특별전시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호국불교의 집단기억으로 그분의 숭고한 삶과 가치를 집단적 기억으로 승화시킨다.
셋째, ‘기억의 확장’은 호국불교의 가치를 구현하고, 현재화하기 위한 특별 전시로 다양한 테마와 기획으로 현재 우리의 삶으로 확장하는 것이다(<그림 3>).
이러한 호국불교 관련 집단기억의 사회적 확산을 통해서 현재 한국사회는 물론 현대에 호국불교가 지니는 보편적인 가치를 도출해 내어야 한다. 즉, 호국불교는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법계를 침공하는 왜적에게서 불법을 수호하기 위한 호법불교로, 전쟁의 살상에서 생명 존중의 평화로, 폭력에 목숨을 걸고 항거했던 자비로 보편적인 가치를 구현하여 기억의 보편화를 이루어낸다. ‘기억의 재 맥락화’를 통해서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현재적인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고 극복할 수 있는 계를 마련하도록 한다. ‘기억의 확장’을 통해서 자비와 평화의 보편적인 가치를 확장해 나아가도록 한다.
우리가 호국대전에 주목하는 것은 이 공간의 조성의 출발이 집단적 기억이자 문화적 기억을 가지고, 이를 현재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호국대전이라는 공간의 미래는 호국불교를 현양하기 위한 공간은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조성해 가는 자에게 달려 있다.
Ⅲ. 호국대전의 사회적 가치 확장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조성한 기념물을 ‘모뉴먼트(Monument)’ 또는 ‘메모리얼(Memorial)’라 하는데, “추모하기 위한(to memorialize)” 목적을 지닌 조각이나 구조물 또는 물질적인 표식을 뜻하는데, 그동안 역사적인 서술의 결과 중심이지만, 메모리얼은 관람자가 조형물을 해석하고 생각하는 여지를 남겨 놓은 명상적 분위기를 통해 열려진 공간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기념은 “집단기억의 재현을 통해 공동체의 균질적인 시공간을 창출하고, 공동체적 동시성을 만들어 내는 상징 행위로, 그 자체가 문화적 생산물인 동시에 재생산을 위한 기제”(태지호, 2014: 76)로 작용한다. 이에 대한 사례로 <베를린 홀로코스트 메모리얼>6)은 2005년 공개되기까지 메모리얼 조성을 위한 다양한 논의의 결과를 담았는데, 뉴욕 출신의 피터 아이젠먼(Peter Eisenman)이란 건축가가 설계하였다. 조형기념물은 불규칙한 경사 지대에 2,711개의 추모비를 세우고, 홀로코스트와 관련 자료를 전시한 지하의 정보관으로 구성되었다(백종옥, 2018: 58).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하는 행위는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사람들이 없애려 했던 사람들에게 존엄성과 정의를 가져다준다고 하였다. 또한 역사 기록을 보존하고, 희생자를 기억하고, 현대 반유대주의에서 종종 표현되는 역사 왜곡에 도전하는 것은 잔혹한 범죄 이후 정의를 주장하는 데 중요한 측면이다.7) 제임스 영(James Young)은 「독일 홀로코스트 기념물의 문제와 나의 문제」라는 글에서 “희생된 유대인을 애도하는 독일인을 위한 장소가 될 것인가, 또는 독일인들이 유대인 자신들에게 했던 일들을 기억하도록 하는 장소가 될 것인가라는 물음을 제기함으로써 과거의 속죄를 반대하는 경고의 기념물”(James Edward Young, 2000: 197)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관람자는 석관처럼 보이는 돌기둥 사이를 걸으면서 명상에 잠길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 메모리얼은 보다 더 교훈적이어야 한다는 이유를 담아 교육과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센터를 추가로 건립하였다. 역사적 교훈을 담은 텍스트를 새기지 않고, 추상적 조형물로만 조성되었지만, 주목할 점은 현대 메모리얼의 장점인 명상적 성격을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김허경, 2021: 169).
이재수는 대흥사의 공간적 위계를 역사적으로 분석하고, 호국대전을 미래 문화의 축으로 공간의 위계를 정립하자는 제언을 한 바 있다(이재수, 2022, 87-88). 남원과 북원의 두 영역의 과거 역사의 축은 13 대종사와 13 대강사를 배출할 정도로 조선의 선불교와 교학 전통을 계승한 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현재 표충사 제향을 통한 호국정신의 계승과 동국선원 중심의 한국 선불교 전통의 계승을 담당하고 있는 호국성지와 한국의 전통차문화 계승, 선다일미, 선차의 발상지로 차문화 성지라는 대흥사 브랜드 구축을 하고 있다.
대흥사의 미래는 호국대전을 중심으로 대흥사가 지니는 호국불교를 보편적 가치로 확산하고, 불교문화 창달의 핵심공간으로 자리를 잡아야 하며, 문수전, 보현전은 대흥사의 역사문화의 가치를 계승하고 교육하여 사부대중과 함께 새로운 미래 문화 창달의 핵심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할 것을 제안하였다(<그림 4>).
바로 과거의 축에서 현재로, 나아가 미래의 축인 호국대전으로 이어지는 공간의 위계를 정립할 것을 제안한다. 나아가 호국대전으로 이끄는 길을 공간의 수렴을 통해 재배치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각각의 공간에 의미와 내러티브를 통해 주요 포인트를 지정하고, 여기에 스토리를 입혀서 안내판을 만들어야 한다. 이들을 연결해 호국대전으로 공간을 수렴할 수 있도록 관람객들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호국명상의 길’로 조성하여 호국대전의 주변 경관을 정비하고, 이를 통해 호국불교라는 집단기억을 재맥락화하고 내면화할 수 있는 명상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호국대전에 어린 호국불교의 가치를 확산할 수 있도록 공간 정비 및 활용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기억의 사회적 의미를 밝혀 인간의 본성을 유지하는 방식을 탐구한 얀 아스만(Jan Assmann)은 문화적 기억에 주목했다. 얀 아스만은 기억을 개인적, 집단적 기억으로 구분하고, 집단기억을 의사소통적, 문화적 기억으로 나누었는데, 개인적 기억(individual memory)은 개인의 사적 경험이나 기억에서 일어나는 주관적 기억으로 망각이나 죽음으로 소멸된다. 의사소통적(communicative) 기억은 일상에서 생성되고 가변적이고 쉽게 생성, 소멸되는 사회라는 틀에서 일어나는 기억이고, 문화적(cultural) 기억은 특정한 문화에서 기억되는데, 일정한 형식과 내용을 가지고서 매체 등을 이용해 발현되는 기억으로 다양한 집단 환경과 제도에 의해 구성된다(노창현, 2019: 24).
야스만은 문화적 기억의 특성을 여섯 가지로 꼽았다. 첫째, ‘정체성의 구체화’로 문화적 기억은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공고하도록 만든다. 문화적 기억은 공동체의 타 집단과 차별되는 독특함과 차별되는 지식의 저장고를 보존하며, 그 구체적인 표현은 보통 ‘우리는 그렇다’라든지 ‘우리는 그렇지 않다’와 같은 긍정적, 부정적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동일시로 나타난다. 둘째, ‘재구성성’으로 과거를 그대로 보존하는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화적 기억은 재구성의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변하지 않는 현상이나 지식의 창고에 고정된 채 나타나지만, 늘 관련된 시대 상황과 결부되어 있다. 그러므로 시대적 상황과 맥락에 다르게 관계하고 나타난다. 셋째, ‘형식성’으로 집단의 지식이나 의미가 구체화 되거나 결정화되는 것은 문화적 제도로 구성된 사회 전통 안에서 의미 또는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나타난다. 즉, 형태를 갖추어야만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다. 안정적인 형식이란 어떤 한 매체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언어, 이미지와 의례의 세 가지 형식으로 동시적으로 작용한다. 넷째, ‘조직성’으로 문화적 기억에서 조직성이란 의례에서 통용되는 일정한 형식의 경우와 같이 의사소통을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화된 토대나 이와 연관된 문화적 기억을 전달하는 영역에서의 전문화를 말한다. 예컨대 오래된 전통 의례는 전문적 영역이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절차와 방식에 대한 특별히 전문화된 교육이 필요한 경우와 같다. 다섯째, ‘규범성’으로 문화적 기억은 공동체가 규범을 표출해 내는 모습과 관계가 있는데, 가치와 차별성을 명확하게 부각시키는 체계를 갖도록 한다. 이런 체계는 그 구조를 통해서 지식과 상징이 문화적으로 공급되는 양상을 보이므로 중요하다. 문화적 기억에서 보존되는 지식은 인간답게 성장하는 과정과 행위 규범에서 작용하도록 하는 구속력이 있다. 여섯째, ‘성찰성’으로 문화적 기억은 속담, 격언처럼 집단의 관례나 관행을 이해하거나 해석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거나, 스스로를 설명하거나 재해석, 구별짓기, 비판 등의 과정에서 나아가 공동체의 특성을 반영하는 측면에서 성찰적인 면모를 보인다(이종훈, 2021, 77-78). 이처럼 문화적 기억은 어느 특정 사건 발생 시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어느 시점에서 기원했지만, 현재는 물론 미래 세대에게 중요하게 전승되어야 할 가치, 의미와 연관된다. 세대를 걸쳐서 전달된 기억의 의미는 미래와 미래의 목표를 구성하고 형성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오주원, 2024, 228).
기억공간은 과거 역사적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사건과 관련한 문화적 기억을 형성하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기억공간에 구현된 역사적 흔적 즉 유물과 자료, 공간이 지니는 역사적 의미, 공간이 특정 사회 구성원들의 일상생활은 물론 특정한 삶 나아가 현재와 교차되는 양상 등은 과거의 어떤 사건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기억의 형성과 계승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들이다(오주원, 2024: 248).
이러한 기억공간에 기억의 구현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활용한 혼합현실(MR)을 구현하여 역사적 사실을 스토리텔링으로 보여주고, 음향과 영상을 더하여 실제적인 체험을 통해 해당 시대의 모습을 이해하고, 역사적인 상황과 사건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보고 듣고 ‘아는 교육’에서 오감을 통해 체험하고 ‘느끼는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집단기억의 가치를 현양하는 행동의 동기를 유발시키는 기초적인 역사교육을 실행하고, 체험의 과정을 통해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전통, 역사문화에서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야만 ‘흥미’와 ‘교육’이라는 두 가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최현규·변정민·조나리, 2020: 478). 이는 전통문화의 인식을 개선하고, 민족의식을 제고시켜서 상생의 원리를 이해하도록 도움을 준다. 먼저 영상 기술에 조명과 음향 등 다양한 미디어 기술의 개발과 융합은 이미 시청각적인 효능을 뛰어 넘어 현재에서 과거로 들어가 시공간을 넘나드는 중요한 기제가 될 것이다. 현재 미디어의 발달 수준은 현실감과 긴장감을 극대화하여 교육적 효과를 높이고, 우리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하는 매개체이다(최현규·변정민·조나리, 2020: 479). 여기에는 반드시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검토와 고증이 필수적이며, 사건과 사건의 간극을 이어주는 상상력이 필요하지,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될 것이다.
호국불교와 대흥사의 문화적 기억을 미디어아트를 통해 호국대전의 전면에 전시할 것을 제안한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은 우리 국가유산이 가진 독창적인 이야기와 첨단 정보 통신 기술(ICT)을 접목하여 표현한 미디어아트로 국가유산의 새로운 가치를 알리는 사업이다. 2021년부터 세계유산의 보편적 가치를 국민에게 좀 더 쉽게 알리고, 새로운 방식으로도 세계유산을 즐길 수 있도록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사업’을 전개해 왔다.
지난해 국가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볼거리로 118만 명의 관람객에게 좋은 호응을 얻은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는 8월 진주(진주성)를 시작으로 10월까지 부여(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익산(미륵사지), 공주(공산성), 고흥(분청사기 요지), 수원(화성), 강릉(강릉대도호부관아) 등 7개 지역에서 한층 더 다채로워진 프로그램들로 관람객들을 맞이하였다(국가유산진흥원, 2024.07.23).
‘익산 미륵사지 미디어아트’ 사업은 2021년 처음으로 선정되기 시작해서 해마다 연속 시행하고 있으며, 매년 관람객이 꾸준하게 증가하였는데, 익산의 명실상부한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된다(박인탁, 2024). 2024 익산 미륵사지 국가유산 미디어아트는 시대별 문화유산의 정수를 간직한 미륵사지의 이야기를 빛과 미디어아트로 보여주는 전시이다. 올해는 최대 규모의 미디어아트가 전시되었다. 미륵사지 출토 유적과 유물을 백제시대뿐만 아니라, 조선시대까지 시기를 확장하여 1,400년의 세월 동안 감춰져 왔던 시간의 이야기를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했다. 이심전심-삼라만상-삼륜청정-오매일여 그리고 연계존으로 5개의 주제로 구성한 스토리 기반의 탐험형 미디어아트가 전시되었다.8)
문화재청과 경남 양산시는 10월 16일부터 ‘2022 세계유산 미디어아트’ 행사를 세계문화유산 통도사에서 시작했다. 문화재청과 양산시는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통도사에 화엄 세계를 구현한 바 있다. 반야용선도, 구룡지, 심우도, 금강계단 등 통도사를 대표하는 보물과 신라 자장율사가 나오는 통도사 창건 설화를 ‘미디어 파사드(Media Façade)’9) 연출기법으로 성보박물관 벽면에 투사하였다(이정훈, 2022). 또 통도사를 상징하는 자장매(慈藏梅, 통도사 홍매화), 법륜, 만다라 등 불교 상징물과 천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는 통도사와 스님들 모습을 화선지 위에 애니메이션화해 보여주었다.
2025년 통도사 개산대재 때 2022년에 처음으로 선보였던 첨단 미디어 기술이 적용된 미디어아트가 재연될 것이다. 통도사 성보박물관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통도사 창건 설화를 모티브로 무용을 접목한 미디어 파사드를 비롯해 무풍한송로에 실감형 홀로그램과 상호작용형 야간경관을 설치해 방문객들에게 다채로운 빛의 향연과 세계문화유산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김태권, 2024).
이와 같은 사례는 불교문화유산이 지니는 문화적 기억을 재맥락화하여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통해 확산시킨 훌륭한 사례이다. 이를 교훈으로 대흥사도 해남군과 협력하여 미디어아트를 통해 호국불교의 전통과 대흥사의 문화적 전통을 주제로 한 사업을 ‘호국대전 미디어아트’ 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껏 대흥사에 호국불교 정신을 구현하려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호국대전(護國大殿) 건립 불사를 원만하게 회향하였다. 다음으로 대흥사 나아가 한국불교가 지녀온 집단기억인 호국불교를 사회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 복합 콘텐츠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호국불교 디지털 아카이브, 호국대전(護國大典)을 구축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호국불교 역사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해 ‘호국불교 원천자료 아카이브’ 구축 ⇨ ‘호국불교 복원 콘텐츠’ 개발 ⇨ 호국불교 가치 체험, 교육 및 복합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파생콘텐츠의 개발과 활용’ ⇨ 대흥사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한 개발 등의 순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이재수, 2022). 이러한 호국불교 콘텐츠는 대흥사의 브랜드 가치를 확장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의승 기념사업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이러한 콘텐츠 개발의 기본은 바로 의승 관련 자료 아카이빙이 전제되어야 한다.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은 한국불교의 전통문화유산 중 다양한 기록물을 집성하고 역주하여 그 성과를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공개한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10)를 운영 중이다.
호국대전에서 호국불교라는 집단기억의 사회적 확산을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호국불교 관련 디지털 자원 콘텐츠 활용형 아카이브를 제안한다. 논자는 ‘호국대전(護國大典)’이라고 이를 하고자 한다. 그 1차적인 목표가 호국불교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한 기록의 집합체가 되어야 한다. 예컨대 불교기록유산 아카이브의 목표는 ‘집성 ⇨ 역주 ⇨ 활용’의 흐름이라는 기본적인 취지가 있었다. 이를 모티브로 한다면 호국대전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호국불교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분류하고 모아서, 이를 디지털화하여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도록 공개하는 것을 1차 목표로 해야 한다.
둘째, 호국불교의 집단기억이 문화적 기억이 되기 위해서는 상호 소통성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의 역사, 과거의 인물, 과거의 기록이 현재성을 지니고, 우리의 삶으로 다가서기 위한 소통을 위해 반드시 모든 기록은 한글 번역의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실제 불교기록유산 사업을 통해 2022년 한국불교전서를 역주하여 100권을 출간한 성과와 이를 아카이브를 통해 서비스한 결과, 한글 번역의 제공을 통해 조선시대 불교사와 관련한 연구가 눈부시게 진전된 성과가 있었다.11) 한문으로 된 기록들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누구나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집단기억의 소통성과 사회적 확산을 이루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셋째, 호국대전은 반드시 활용을 전제로 개방되어 누구나 접근과 활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호국불교 관련 기록 아카이브와 여러 디지털 아카이브에 산재한 호국불교 관련 자료를 먼저 모으고, 호국 의승과 관련 기록과 콘텐츠를 주제별로 구성하여, 이를 콘텐츠 개발과 활용의 저작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억세스 기반의 문화와 정보가 복합된 형태의 ‘공유공간(culture+information commons)’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호국불교 관련 디지털 아카이브와 콘텐츠 창작의 발전소가 될 수 있는 오픈 API 기반의 ‘개방형 연결 데이터[Linked Open Data]’로 구축하여, 누구나 호국불교라는 집단기억을 향유하고, 의승의 숭고한 삶과 가치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호국대전 불사를 원만하게 회양하였으니, 호국대전에 호국불교를 이끌어 온 ‘의승’이라는 역사적 실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집단기억의 증거물들을 디지털화하고, 사회적 확산을 위한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
Ⅳ. 결론
의승들의 무한한 자비 실천과 생명 구제를 위한 헌신이 오늘날 한국불교가 있게 한 터전이 되었다. 우리는 호국불교의 참다운 가치인 ‘살림과 베품’을 우리 시대에 구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호국 의승들을 발견해 내고 이름을 찾아내는 이 『호국의승열명록』 편찬 작업은 호국대전이 집단의식을 상호관계성으로 관람자들에게 지속가능성과 현재성으로 재구성하여 우리 앞에 의승들을 불러서 모셔 오는 출발점이 된다. 이를 통해 위패 봉안과 그분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들을 보고, 마음속에 아로새기는 작업을 통해 명실상부한 기억공간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호국대전에 ‘호국불교’라는 집단기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기억의 보편화, 재맥락화와 확장 방안을 제안하였다. 호국불교의 가치와 진정성을 확인할 의승 위패와 같은 추모시설을 봉안해야 한다. 호국 의승의 이름을 발굴하고, 이들의 위패를 봉안하여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호국불교에서 ‘호법(護法)불교’, ‘호생명(護生命)’불교로 나아가 ‘평화불교’로, 기억의 재맥락화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우리들을 성찰하고 자비와 평화라는 호국불교의 보편적 가치를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호국대전의 사회적 가치를 확장하기 위해 대흥사 경내에서 호국대전으로 진입하기 위한 진입 공간과 매개 공간을 재구성해 ‘명상 공간’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 또한 호국불교의 가치와 문화적 기억을 확장하기 위해 미디어아트로 호국대전을 캔버스로 그려낼 수 있는 사업을 제안하였다.
마지막으로 한국불교가 지녀온 집단기억인 호국불교를 사회적으로 확장하기 위해서 복합 콘텐츠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호국불교 디지털 아카이브, 호국대전(護國大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대흥사의 ‘표충사 춘추제향’을 ‘국가제향’으로 복원하고, 국가 무형문화유산 지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조 때 대흥사 표충사와 보현사, 수충사가 건립되었다. 국가제향의 전통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장기적으로는 남북 공동 국가제향으로 추진되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2022년 표충사 향례보존회가 발족되었다. 향례보존회는 호국정신의 계승 주체이자 실현의 원동력으로 대흥사신도회와 군민, 불교와 유교, 승가와 재가 화합의 주체로 서게 되었다. 서산대제가 전통적인 국가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가치와 정신을 현대적, 사회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공간으로 호국대전이 자리잡아야 한다. 나아가 ‘호국의승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일과 연계하여 명실상부한 호국의 성지로 거듭날 수 있는 비전의 선포가 바로 호국대전이 문을 여는 의미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선조들처럼 호국의승의 정신을 계승하고, 이를 현양하는 데 손발이 부르트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뜻을 같이하는 모든 이들과 지혜와 마음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