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Buddhist Thought and Culture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일반논문

구도자와 불과행으로서의 관음보살::

강영미**
Young-mi Kang**
**송덕사 교무
**Educational Administration of Songdeock Temple

© Copyright 2023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Apr 25, 2023; Revised: May 20, 2023; Accepted: Jun 02, 2023

Published Online: Jun 30, 2023

국문 초록

본 논문은 현시대 보살신앙 중 가장 신앙 시 되는 관음신앙이 대승불교 초기경전인 『법화경』과 『화엄경』을 중심으로 어떠한 사상이 근거가 되어 어떻게 관음사상으로 전개되는지를 규명하려는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관세음보살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신앙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그 사상적인 연구는 깊이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대불교에까지 이어져 오는 대승불교와 보살사상은 경전을 중심으로 전파되었기에, 이러한 관음신앙의 근간이 경전에 있다고 보고, 경전을 토대로 보살사상과 관음사상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법화경』과 『화엄경』에 나타난 보살사상은 그 중심사상에 따라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우선, 『법화경』에서는 부파불교에서 상반된 길을 가는 존재로 이해하고 있는 삼승 즉, 성문·연각·보살을 일승이라는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존재들로 보았다. 누구나 성불할 수 있는 가능성을 깨닫고 보살도를 닦으면 성불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상이 바로 『법화경』에 나타난 일승사상과 보살사상이다. 이런 사상을 기반으로 관음사상은 일승을 깨닫게 하기 위한 보살로서 대자대비를 실천하는 현세 구도자이며, 법신불, 화신불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화엄경』에서는 여래출현과 일승보살도와 십현연기가 중심사상이다. 『화엄경』에서는 발심한 중생이 보살이고, 처음 발심할 때가 바로 정각을 성취하는 때이며, 발심보살이 보살행을 하는 것은 성불로 향해 가기 위해 닦는 보살도가 아니라, 정각을 이룬 부처의 불과행(佛果行)이다. 이러한 『화엄경』의 보살사상은 『법화경』 및 기존 경전의 보살사상과 사상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사상을 기반으로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관음사상은 보살도를 구체적이면서 체계적인 구조를 갖추어 불과행을 드러내는 법신불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관세음보살은 해탈한 자비행의 법신불로서 어떻게 보살도에 머무르고[주(住)], 어떻게 보살도를 닦으며[수(修)], 어떻게 번뇌가 끊어져[단(斷)] 해탈문을 얻는지를 주(住)·수(修)·단(斷)의 구조를 갖추어 구체적인 보살도의 실천 방법을 시현하고 있다.

이러한 보살도의 실천은 불승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천방법으로 볼 것인가, 불도행을 시현하는 가르침으로 볼 것인가 라는 경전의 주요 사상에 근거하여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전의 주요 사상에 근거한 보살도는 해석하는 관점에서 그 입장차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Abstract

This paper aims to investigate the philosophical foundations and development of the Avalokitesvara Bodhisattva faith, which is one of the most prominent forms of contemporary Bodhisattva worship, based on the key scriptures of Mahayana Buddhism, namely the "Lotus Sutra" and the "Avatamsaka Sutra." While previous studies on Avalokitesvara Bodhisattva have mainly focused on matters of faith, the philosophical aspects have received less in-depth analysis. Considering that the Mahayana Buddhism and Bodhisattva ideology, which have persisted into modern Buddhism, have been transmitted primarily through scriptures, this study explores the Bodhisattva and Avalokitesvara ideologies based on these scriptures, considering them as the foundation of Avalokitesvara faith.

The Bodhisattva ideologies depicted in the "Lotus Sutra" and the "Avatamsaka Sutra" take different perspectives based on their central teachings. Firstly, in the "Lotus Sutra," the concept of Bodhisattva is understood as beings who follow a path different from that of the Hinayana Buddhism, namely the path of saints, arhats, and pratyekabuddhas. It presents the idea that anyone who realizes the potential for attaining enlightenment can cultivate Bodhisattva practices and progress towards Buddhahood. This concept of Bodhisattva and the idea of realizing the path of saints form the foundation for the doctrine of Avalokitesvara, who is portrayed in the "Lotus Sutra" as the compassionate guide that shows the way of Bodhisattva practices leading to enlightenment. Avalokitesvara is depicted as the embodiment of Dharma deities (Bodhisattvas) and the transformation bodies of Samantabhadra and Manjusri, representing the practice of compassion and wisdom in the mundane world.

as the pinnacle of the Mahayana scriptures, are the manifestation of the Buddha and the practice of Bodhisattva. According to the "Avatamsaka Sutra," sentient beings who generate the aspiration to enlightenment are Bodhisattvas, and the moment of their initial aspiration is the moment of achieving the perfect enlightenment. The practice of Bodhisattva, as described in the "Avatamsaka Sutra," is not the means to attain Buddhahood but rather the conduct of the enlightened Buddhas. In this context, the Bodhisattva's practice is seen as the activity of a realized Buddha, rather than a path leading to enlightenment. This concept of Bodhisattva in the "Avatamsaka Sutra" differs significantly from the Bodhisattva ideologies found in the "Lotus Sutra" and other traditional scriptures.

Based on these ideas, the concept of Avalokitesvara as depicted in the "Avatamsaka Sutra," particularly in the "Chapter on Entering the Dharma Realm," embodies a specific and systematic structure of Bodhisattva practices and reveals the activities of the enlightened Buddhas. Avalokitesvara is presented as the embodiment of Dharma deities, displaying the practice of compassionate deeds.

Even when observing the same Bodhisattva practices, there can be a significant difference in perspective regarding whether they are considered as methods for progressing towards Buddhahood or as teachings that exemplify the path of Buddhahood.

Keywords: 관음사상; 관세음보살; 대승경전; 대승불교; 보살사상
Keywords: Avalokitesvara's Doctrine or the Doctrine of Compassion; Avalokitesvara Bodhisattva; Mahayana Sutras or Mahayana Scriptures; Mahayana Buddhism; Bodhisattva Doctrine or the Doctrine of the Bodhisattva

Ⅰ. 머리말

인도 초기불교의 수행자들은 깨달음의 존재인 부처의 가르침을 통해 자력 중심의 수행을 하였다, 그러나 불멸(佛滅) 후 경과 율에 대한 서로 다른 주장이 생기면서 불교는 여러 부파가 발생하게 되었고, 부파불교가 형성된 이후 승단은 대중들과 분리된 연구 위주의 학파 불교가 되었다. 그러자 중생들과 분리된 학파 위주의 불교에 반발하는 보살승 운동이 시작되면서 대승불교가 전개되었고, 이와 함께 보살 신앙이 형성되었다. 대승불교에서 보살이라는 존재는 ‘보리심’을 낸 존재로, 성불과 중생구제라는 목표를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대상이었다. 그래서 대승불교 이후 보살에 대한 개념은 변천하게 되어 부처만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던 범위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여러 제불 및 보살로 신앙의 대상에 대한 범위가 넓어졌다. 대승불교의 여러 경전에는 관세음보살, 보현보살, 문수보살, 지장보살 등이 등장하여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중생구제를 위하여 여러 가지 역할로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대승불교가 형성되면서 대보살의 등장과 함께 타력 신앙이 점차 강조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대승불교의 보살 신앙은 현시대까지 이어져 오는데, 현대 대승불교권인 나라에서 가장 신앙하는 보살은 관세음보살이 되었다. 그러나 대승불교가 시작된 시점부터 현대까지 형성된 보살 신앙에서부터 시작된 관세음보살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신앙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그 사상적인 연구는 깊이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관세음보살에 대한 신앙이 대승불교와 함께 인도에서 동아시아 전역으로 전파되었지만, 단지 신앙의 대상으로만 전파되었다면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의 대상으로 습합(習合)되거나 국가마다의 문화와 결합하여 샤머니즘적 형태를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므로 관음신앙의 저변에 있는 보살사상과 관음사상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현대불교에까지 이어져 오는 대승불교와 보살사상은 경전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로 전파되었다. 그러므로 경전의 중심사상과 관련하여 관음사상이 전제되어 있고, 이러한 관음사상이 관세음보살의 신앙으로 형성되어 전파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본고는 초기 대승불교의 경전이자, 현대 대승불교 경전으로 가장 중요시하는 『법화경』과 『화엄경』을 중심으로 어떠한 사상이 근거가 되어, 어떻게 관음사상으로 전개되는가를 살펴보고, 그 차이점을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따라서 본 논문은 대승불교의 발생과 보살사상의 전개 그리고 관음사상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 기원을 살펴보고 초기 대승불교부터 현대 불교에까지 전승되고 있는 경전인 구마라집(鳩摩羅什, Kumārajīva,334~413)이 한역한 『신법화경(新法華經)』 7권 28품과 실차난타(實叉難陀, Śiksānanda, 652 - 710)가 한역한 『화엄경(華嚴經)』 80권 본 7처 9회 39품 등을 자료로 정하여 대승불교의 보살사상에 근거를 두고 관음사상이 어떻게 관계하고 전개되는지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고자 한다.

Ⅱ. 보살사상의 형성과 관음사상 전개

1. 불교변천사에 따른 보살사상

보살(菩薩)이란 범어로 보디-삿트바(bodhi-sattava)를 음사 표기하여 ‘보리살타(菩提薩埵)’를 약칭한 단어이다. 여기에서 보디(bodhi)는 ‘깨달음’이고, 삿트바(sattva)는 ‘유정(有情)’ 또는 ‘중생(衆生)’이라고 번역한다. 즉, 보살이란 ‘깨달음을 가진 유정’ 혹은 ‘깨달음을 구하는 유정’이라고 한다(干馮龍鮮, 1978: 57).

이러한 보살이라는 단어는 불교 변천사에 따라 초기불교와 부파불교 그리고 대승불교를 거치면서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데, 보살의 의미와 사상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1) 초기불교의 보살사상

초기불교에서 보살이라는 단어는 깨달음을 이루기 전의 석가모니 부처님과 모든 과거 부처님의 전생을 지칭하였다. 경전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과 과거 여러 부처님이 부처가 되기 이전 생에 보살로서 수행하다가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하여 모태에 들어 탄생하고 출가하여 성불한다고 한다.1)

이를 바탕으로 초기불전에 나오는 보살의 개념을 분류하면 다음과 같이 세 종류의 보살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보살은 일생보처보살(一生補處菩薩)로 석가모니불을 포함한 과거 여러 부처의 정각을 이루기 전 전생의 모습을 말한다.

둘째, 현생보살(現生菩薩)로서 석가모니불이 카필라국의 싯달타(Siddhārtha Gautama) 태자로 태어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던 시절을 보살이라고 말한다.

셋째, 미래보살(未來菩薩)로 석가모니불로부터 다음 시대에 올 부처로 수기를 받고 현재 도솔천에서 수행하고 있는 미래불의 전생을 보살이라고 말한다(이봉순, 1998: 32­38).

이와 같이 초기불교 경전에서는 과거·현재·미래인 삼생에 대한 부처의 전생을 보살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보살은 다양한 보시와 인욕행을 통하여 그 과보로 부처가 되는데, 이것은 윤회사상과 선악과보(善惡果報)라는 인과율에 대한 배경이 되었다.

2) 부파불교의 보살사상

불멸 후 100여 년이 지난 시기에 불교 승단은 계율 해석에 대한 입장 차로 보수적인 상좌부와 진보적인 대중부로 교단이 갈라지고, 이후 두 부파는 다시 분열을 거듭하여 20여 개의 부파를 성립하였다. 이들 부파 중 가장 유력한 부파가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였는데, 설일체유부의 대표되는 경전과 논서에 나오는 보살에 대한 개념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기 전 단계의 사람으로 보리를 증득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수행 정진하는 총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말하였다.2) 또, 설일체유부 『대비바사론(大毘婆沙論)』에서는 부처는 전생에 보살행을 닦아 32상 80종호와 백복장엄상(百福莊嚴相)을 갖추어야 이상적인 인격자가 된 것이라고 하였다.3) 또한 보살은 불과증득(佛果證得)을 목적으로 하지만 먼저, 묘상업(妙相業)을 닦아야 하고, 묘상업을 닦을 시 다섯 가지 좋은 일을 얻게 되는데, 악취를 버리고 선취에서 태어나며, 항상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고, 항상 남자 몸으로 태어나며, 항상 모든 신체가 잘 구족되어 태어나고, 망념을 버리고 항상 자성생념(自性生念)을 얻게 되는데, 이 다섯 가지를 얻어야 진실보살이라고 하였다.4)

설일체유부의 주요 논서인 『구사론(俱舍論)』 「분별세품(分別世品)」을 살펴보면 설일체유부의 보살사상을 알 수 있는데, 보살이 성불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랜 세월에 걸쳐 원을 세운 다음, 자리이타행의 육바라밀 등의 많은 수행을 해야 무상정등보리를 성취할 수 있다고 했다.5)

이와 같이 부파불교의 보살은 지혜롭고 총명한 수행자로 부처가 되기 위해서 무량겁 동안 원행을 세우고, 자리이타행의 육바라밀 등의 많은 수행을 해야 하며, 불과증득을 목적으로 먼저 묘상업을 닦아 상호와 복덕이 구족되어야 했다.

3) 대승불교의 보살사상

부파불교는 교법을 체계화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업적을 남겼지만(권오민, 2003: 10),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발생시켰다. 각 부파는 점점 사원화되어 교법에 대한 연구는 깊어져 갔으나, 부처님이 강조했던 탁발 문화는 희미해지고, 마을에서 점점 멀어져 은둔화 되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던 불교 수행자들과 재가 신도들은 보살 사상을 결집하였는데, 이러한 사상 결집 운동이 대승보살 운동이다. 대승불교는 종래에 출가자만의 종교였던 소승불교에 반기를 들고 널리 민중에게까지 개방하려는 재가자를 포함한 진보적 사상을 가진 민중들 사이에서 일어난 새로운 불교 운동이었다.

대승불교에서는 기존 불교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였는데, 신앙의 대상인 부처님의 본원과 자비를 찬탄하며, 불신론에 그 중심을 두었다. 대승의 불신론은 진리 그 자체로서의 부처, 즉 법신(法身)과 중생제도를 위한 부처의 시현(示顯)을 강조함으로써 시방삼세(十方三世)에 수많은 부처가 존재한다는 논리를 세웠다. 그리고 그 수많은 부처에게는 수많은 전생에 대한 보살이 있고, 그 보살들이 우리가 사는 현생에도 함께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삼신불이라 하여 불신을 3종으로 구분하였는데, 그 내용에 따라 다양한 조합으로 설명되지만, 가장 보편적인 삼신불은 법신불, 보신불, 화신불을 말한다(김미숙, 2007: 55-56).

대승불교는 그때까지 부처님에게만 한정했던 보살이라는 개념을 넓혀 일체중생에게까지 성불 가능성을 인정함으로써 부처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두 보살로 보고, 자기만의 구제보다는 이타를 지향하는 보살의 역할을 그 이상(理想)으로 삼았다. 대승불교 운동자들은 그들을 스스로 보살이라고 부르며, 현재의 삶에서 함께 사는 중생들을 성불의 길로 인도하겠다는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이념을 실천하고자 했다.

대승 보살사상은 반야, 정토, 중관, 유식, 여래장, 법화, 화엄 등의 모든 대승 사상을 관통하고 있으며, 이것은 경전마다 나타나는 여러 보살을 통해서 시설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승불교에서는 경전마다 특정한 보살들이 나타나며, 이들 보살은 그 경전이 말하는 내용의 핵심을 보살이라는 이상형을 통해 설명하여 전하고자 했다. 현대까지도 대승불교의 보살승 운동과 보살사상이 전승되는 핵심적인 이유는 대승경전을 통한 보살사상이 정리되고 전승되었기 때문이다.

2. 관음사상의 기원과 전개

대승불교와 함께 시작된 관음사상에 대해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세음보살이라는 명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승불교에서의 보살은 일반적으로 ‘위로는 깨달음을 추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는 역할을 하는 불자라는 의미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관세음’의 명호가 다시 추가되어 ‘관세음보살’이라는 개념이 형성된 것이다. 관세음이란 산스크리트어의 ‘아왈로키떼스와라(avalokiteśvara)’를 한역한 것으로 실제 관세음의 명칭은 관세음(觀世音), 관자재(觀自在), 관세자재(觀世自在), 광세음(光世音), 현음성(現音聲)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구마라집(鳩摩羅什, 344 - 413)은 관음을 산스크리트어의 ‘아왈로키따(avalokita, 관찰)’와 ‘스와라(svara, 음성)’의 합성어로 ‘음성을 관찰하다’라는 뜻인 ‘관세음’이라고 한역하였는데, 이것을 구역(舊譯)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현장(玄奘, 602-664)은 관음에 대해 다른 의미로 한역하였는데, 산스크리트어로 ‘아왈로키떼스와라(avalokiteśvara)’의 관음을 ‘관찰하다’라는 뜻을 가진 ‘아왈로키따(avalokita)’의 마지막 ‘a’와 ‘자유자재하다’라는 뜻의 ‘이스와라(iśvara)’의 첫 음 ‘i’가 합쳐져서 ‘e’가 되었으니 ‘관자재’라고 한역하였는데, 이것을 신역(新譯)이라고 한다.

케네스 첸(Kenneth Ch’en, 1991)에 의하면, ‘1827년 동투르키스탄 길기트에서 미로노프(Mimov)에 의해 발굴, 보고된 「보문품」 고사본(古寫本) 단편에는 관음의 명칭이 ‘음’을 뜻하는 ‘스와라(svara)’를 어미로 하는 ‘아왈로키따스와라(avalokitasvara)’라고 표기되어 있다’라고 하면서 ‘한 면에 5번이나 ‘아왈로키따스와라(avalokitasvara)’라고 적혀있기 때문에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없다.’라고 하였다. 즉, ‘관세음의 ‘음’은 자재를 말하는 ‘이슈와라(īśvara)’가 원어가 아니고 처음부터 소리를 말하는 ‘스와라(svara)’를 어미에 쓰는 ‘아왈로키따스와라(avalokitasvara)’가 맞다.’라는 견해를 제시하여 ‘관자재’로 번역한 현장의 번역이 틀렸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로케쉬 찬드라(Lokesh Chandra, 1988)의 경우, 관음에 대하여 산스크리트어로 쓰이는 단어에 따라 의미를 세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는 ‘아왈로키따스와라(avalokitasvara)’로 쓰였던 경우로 아미타불의 보처보살이며, 이때는 통상 ‘관세음’으로 한역하고, 둘째는 ‘아왈로키타(avalokita)’로 쓰였던 경우로 ‘불(佛)’과 동일한 위치로 파악되는 경우이며, 이때는 ‘관세자재(觀世自在)’로 한역하고, 셋째는 ‘아왈로키떼스와라(avalokiteśvara)’로 쓰였던 경우로 ‘로키테스와라(lokiteśvara)’와 같이 ‘천수관자재(千手觀自在)’의 의미를 지니고 ‘관자재’라고 한역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현대 학자들 사이에도 관음의 한역과 뜻에 대해서 조금씩 이견을 보이고 있기는 하나,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세음 또는 관음으로 부르고 있다. 관음에 대한 번역어가 이토록 이슈화되는 중요한 이유는 관음이라는 이름 자체에서 보살이 가지고 있는 역할과 기능이 모두 드러나기 때문이다.

현존 자료를 조사해서 보면 관세음보살이란 명칭이 중국에 전래하여 최초로 기록으로 남겨진 것은 안세고(安世高, 약 148-180)에 의해 번역된 A.D.148년 『불설자서삼매경(佛說自誓三昧經)』으로 볼 수 있다.6) 그러나 관세음보살이 신앙의 형태로 중국에 전래가 되고, 기록으로 남은 현존하는 경전은 후한(後漢)의 지루가참(支婁迦讖)이 A.D.147-186에 번역한 무량수경에 관련된 경전인 『무량청정평등각경(無量淸淨平等覺經)』 4권과 A.D.255년에 인도 승려 지강양접(支彊梁接)에 의해 한역된 『법화삼매경(法華三昧經)』 6권과 A.D.286년에 축법호(竺法護, 231-308?)에 의해 한역된 『정법화경(正法華經)』이 있다. 이것으로 1-3세기경 인도에서 중국으로 역경을 통해 대승 보살사상과 관음신앙이 소개되었다는 것을 현존하는 경전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다음 역사 기록과 관련한 관세음보살의 신앙에 대한 자료로 중국 동진 시대의 승려 법현(法顯, 337-422)이 A.D.399-413에 인도로 가서 중국으로 돌아올 때까지를 기록한 『고승법현전(高僧法顯傳)』이 있는데, 당시 인도의 대승 교도들의 신앙 형태와 관음신앙에 관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아비담마 논사들은 아비담마 탑을, 그리고 율사(律師)들은 율탑을 공양했다. 이와 같이 해마다 한 번씩 공양했는데, 그날은 각기 달랐다. 마하연(摩訶衍)의 사람들은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문수사리(文殊師利)·관세음(觀世音) 등을 공양했다.7)

이렇게 1-3세기경에 역경을 통해 대승 보살사상과 관음사상이 경전으로 전승되었고, 민간에서는 이를 토대로 신앙이 더욱 발전하였다.

관음신앙에 대한 기원설은 불교나 학자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주장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김응철(2011)은 변용유입설, 교화수용설, 독자출현설 등 세 가지 학설로 유형화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 세 가지 학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변용유입설은 이웃 종교문화가 변용되어 불교에 유입되었다는 주장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시원한 조로아스트교, 인더스 문명권의 브라흐만교 등의 영향을 받으며, 인도 대승불교에 전통적이고 체계적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승불교가 중국의 황하 문명권으로 전해지면서 중국적 변용을 거쳤다고 보는 것이 변용유입설의 관점이다.

둘째, 교화수용설은 인도에서 대승불교가 시작될 때 바라문교를 흡수하기 위해서 힌두교의 야마(Yama) 신을 지장신앙과 연계시키고, 시바(Śiva) 신을 관세음보살과 연관 지어 32상 80종호를 갖춘 보살상으로 수용하여 변화시켰다는 주장이다.

셋째, 독자출현설은 관음신앙에 관련된 설화가 해안 지역에서 많이 수용되는 점에 대해 근거로 뒷받침되는 내용이다. 그와 관련된 경전은 『관세음보살왕생정토본원경(觀世音菩薩往生淨土本緣經)』인데, 내용은 관세음보살의 전생담으로 다음과 같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이 장나 장자이고, 관세음보살은 첫째 아들 조리, 대세지보살은 둘째 아들 속리이며 이들 모두 구세대비(救世大悲)의 원력을 세우고, 죽은 뒤 화신이 되었다는 끝맺음으로 보타락가(補陀洛迦) 지역의 전설을 불교로 연결하고 있다.

관음신앙에 대한 기원을 경전이나 역사적 기록과 학설로 그 근거를 찾아보았다. 그러나 어느 한 가지 측면으로 신앙의 기원과 근거를 분명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다만, 그 시대의 역사적 상황과 대중들의 기원들이 관세음보살을 어떻게 탄생시켰는지만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대승불교에서의 보살사상과 관음신앙의 시작이 초기 대승불교 경전에서는 어떤 사상으로 기저에 내재하고 있는지 대승경전의 대표 경전인 『법화경』, 『화엄경』에서 찾아보고 비교하고자 한다.

Ⅲ. 『법화경(法華經)』의 관음사상

『법화경』은 기원후 1세기경에 결집된 경전으로 대승불교 초기경전 가운데 이른 시기에 결집된 경전이다. 법화경의 한역본으로는 다음과 같이 현존하는 3종의 완역본과 1종의 소역본, 그리고 2종의 흠역본 등이 있다(히라가와 아키라, 1996: 63).

  • ① 현존 완역 3본

    • - 축법호(竺法護) 역: 『정법화경(正法華經)』 10권 27품 (태당(太唐) 7년: A.D. 286).

    • - 구마라집(鳩摩羅什) 역: 『신법화경(新法華經)』 7권 (또는 8권) 28품 (홍시(弘始) 7년 : A.D. 405).

    • - 사나굴다(闍那崛多)·달마급다(達摩笈多) 공역: 『첨품묘법연화경(添品妙法蓮華經)』 7권 27품 (인수(仁壽) 원년(A.D. 601)).

  • ② 현존 소역 1본

    • - 실역: 『살담분다리경(薩曇分陀利經)』 1권(서진대(西晉代): A.D. 265-316).

  • ③ 흠역 2본

    • - 지겸(支謙) 역: 『불이삼차환경(佛以三車喚經)』 1권.

    • - 지강양접(支疆梁接) 역: 『법화삼매경(法華三昧經)』 6권(위대(魏代).

그 중 구마라집(鳩摩羅什, Kumārajīva 334-413)이 한역한 『신법화경(新法華經)』이 현 우리나라에서 널리 유통되고 있다.8) 이 장에서는 『법화경』의 중심사상과 그에 따른 보살사상을 살펴보고, 그 보살사상에 근거한 관음사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법화경』의 중심사상과 보살사상: 일승(一乘)과 제법실상(諸法實相), 구원실성(久遠實成)과 석가본불(釋迦本佛) 사상
1) 일승 사상과 제법실상

일승 사상이란, 삼승이 일승에 귀착한다[회삼귀일(會三歸一)]는 사상이다(지창규, 2003: 16-21). 이것은 곧 성문(聲聞)·연각(緣覺)·보살(菩薩)의 가르침이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성불하게 하는 한 가지 가르침이 있을 뿐 삼승의 가르침은 결과적으로 ‘일승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방편품(方便品)」에서는 “시방불토(十方佛土) 중에는 오직 일승법(一乘法)만 있으며, 둘도 없고, 또한 셋도 없다”9)라고 하고 있다. 또한 “일승을 위하여 삼승을 분별하여 연설하였다”10)고 설해져 있다. 이 선교방편이 바로 삼승이며, 이 가르침에 의지하여 일승에 도달한다는 것이다(서성우, 1997: 206).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성불의 가르침을 설하지 않는 것일까.’ 하고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것은 중생들의 근기가 부족하여 처음부터 큰 가르침을 들으면 절망하거나 외면할 것이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의 근기에 맞추어서 삼승을 설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생들의 근기에 맞춰 설하시는 방편에 대한 내용은 제3 「비유품」의 화택의 비유11)와 제4 「신해품(信解品)」에서 궁자(窮子)의 비유12)이다.

『법화경』의 회삼귀일(會三歸一) 사상은 부파불교 시대에 아라한의 경지만을 추구하는 사상과 석가모니 부처의 전생만이 보살이고 보살만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제한적인 사상에서 누구나 성불할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고, 노력 여하에 따라 성불할 수 있다고 하는 성불의 길을 열어준 사상이다. 『법화경』에서는 부처님께서 보살뿐 아니라, 성문을 비롯한 모든 존재에게 수기하면서, 나아가 불탑에 공양하고 예배만 해도 성불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회삼귀일의 가르침에는 대자비한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성불로 이끌겠다는 부처님의 염원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법화경』에서 말하는 제법실상이란 온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의 진실한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즉, 제법이 실상이요, 실상이 제법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지창규, 2003: 14-15). 『법화경』 제2 「방편품」에는 제법실상의 내용으로 십여시(十如是)가 설해져 있는데, ‘십여시’란 부처님의 시선으로 제법을 보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다. ‘여시’라는 것은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한다는 의미로 내용은 상(相)·성(性)·체(體)·력(力)·작(作)·인(因)·연(緣)·과(果)·보(報)·여시본말구경(如是本末究竟) 등으로 일체가 개개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융합하여 작용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상’이라고 하는 것은 생명의 외적인 형상, ‘성’은 내적인 성질, 마음·지혜·정신 등을 가르키는 것이며, ‘체’는 본체, ‘력’은 생명 자체에 내재하는 능력, ‘작’은 잠재적인 작용이며, ‘인’과 ‘연’은 직접원인과 간접원인을 말함이며, ‘과’와 ‘보’는 직접결과와 간접결과를 말한다. ‘여시본말구경’ 등은 제1의 ‘상’에서부터 제9 ‘보’까지 연관하여 일관되게 존재하는 것으로 생명의 통합성과 조화성을 가리키는 것으로 다양한 사물 내지는 그것을 지탱하는 구체적인 상태가 십여시의 관계에서 서로 의지하고 서로 돕고 인과가 되어 존재하는 연기법인 것이다(타무라 시로우, 1989: 85-86).

다음으로 제법실상과 일승사상이 보살사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간략하게 정리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승사상과 보살사상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성문승·연각승·보살승이라는 삼승의 개념은 부파불교뿐만 아니라, 대승불교에 들어와서도 상당히 고정되어 있었다. 즉, 대승은 성문승이나 벽지불승의 이승은 소승이라 하여 성불에서 제외하고, 오직 보살승만 성불할 수 있다는 배타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법화경』의 삼승은 부처로 나아가기 위한 길일뿐, 누구나 성불할 수 있는 가능성을 깨닫고 보살도를 닦으면 성불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상으로 삼승을 포괄하여 일승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다. 즉, 성불할 수 있는 가능성을 깨닫고 보살도를 닦는 자가 바로 보살이고, 각 삼승은 보살로서 일승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 사상이 바로 『법화경』에 나타난 일승사상과 보살사상이다. 여기에 『법화경』만의 독특한 ‘보살’의 의미가 있다.

둘째, 제법실상은 타인과 자신이 어떻게 관계하고 있는가에 대한 원리를 밝혀, 그것을 우주의 전 생명으로 확대하는 사상이다. 그러므로 제법실상이라는 것은, 연기의 발전된 형태로서 연기의 다양한 현상이 온 우주의 현상이라는 것으로 인간·자연·우주가 하나의 유기체적인 관계성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보살은 모든 존재가 유기체적인 관계이므로, 세계의 모든 현상이 자신과 관계되지 않는 것이 없음을 아는 지혜를 갖추고, 모든 존재에게 자비를 행하는 자이다. 이러한 사상적 배경이 보살사상이며, 이러한 보살의 실천행이 보살도의 구현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법화경』의 일승사상은 누구에게나 불성이 있다는 것이고, 또 그것은 언제나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일승에 대해 발심만 하면 보살도를 닦으면 언제든지 성불할 수 있다는 사상으로 무연자비(無緣大悲)와 일승사상을 설하고 있다. 이러한 일승사상을 근거로 한 누구에게나 내재된 불성은 무차별 평등성과 연기실상인 공성인 제법실상과의 관계를 갖음으로써,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살사상까지 연계하고 있다.

2) 구원실성과 석가본불 사상

『법화경』은 전반부에서 삼승이 일승으로 돌아가는 도리를 밝혀,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경전이 일승을 위한 방편이라는 체계를 지었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석가세존을 이미 아득한 과거세에 성불하신 분으로 부다가야에서 진리를 깨닫고 훗날 입멸한 것은 중생교화의 한 방편에 불과한 것으로 부처님의 영원성을 인정하여 신앙의 대상을 더욱 확립하였다. 「여래수량품(如來壽量品)」에서는

너희들은 여래의 비밀한 신통력을 자세히 들으라. 일체 세간의 하늘과 인간 그리고 아수라들은 모두 석가모니불이 석씨 왕성을 나와 가야성 가까운 도량에 앉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선남자들아, 내가 성불한 지는 한량없고 가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겁이니라. … 그러나 내가 성불한 지는 이와 같이 오래이고 멀지만,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해서 부처님 도에 들게 하려고 이렇게 말하였느니라.13)

라고 하고 있다. 여기서 ‘구원실성의 불타’를 보이고, 무상한 인격적 불타의 배후에 상주하는 불타, 즉 영원한 불타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법화경』에서는 부처님의 본체는 영원불멸한 우주의 대생명[구원실성]이라고 하고, 인간은 물론 인간 이외의 만물도 그 대생명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분신, 부처님의 친자식이라는 것을 ‘양의(良醫)의 비유’ 14)로 설명하고 있다. 이 비유에서 부처님의 동체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중생들을 애민섭수(哀愍攝受)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리하면, 『법화경』의 부처님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룸비니 동산에서 탄생하여 35세 때 부다가야에서 성불하시고, 45년간 설법하시다 80세를 일기로 열반에 드신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에 성불한 존재로 앞으로도 영원히 상주하여 사바세계 중생과 함께하는 존재인 것이다. 석가모니불의 수명은 무량하며 불멸(不滅)하기 때문에 영원히 상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 부다가야에서 성불하신 석가모니불은 구원본불(久遠本佛)로서 당시의 중생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현현하신 수적불(垂迹佛)로 석가모니불의 화신이고, 더 나아가 시방삼세의 제불보살은 구원본불이신 석가모니불의 분신이며 사도라는 것이다(종석, 2003: 177).

이와 같이 『법화경』의 후반부에서는 부처님 생명의 영원성과 더불어 모든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님이라는 보편성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석가모니불은 이미 무량겁 전에 성불한 존재이고, 현세에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 화신으로 나투신 존재이며, 시방삼세의 제불보살 또한 그러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세에 모든 보살도를 닦는 존재들도 이미 과거에 깨달은 존재가 되어 모든 존재에게 이미 불성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근거가 되는 것이다.

2. 『법화경』의 관음사상 – 현세 구원자로서 자비 실천행의 화신불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觀世音菩薩普門品)」에서 나타나는 관음사상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현세 구원자이며, 대자대비한 자비를 실천하는 보살의 역할이다.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는 사바세계의 고통과 어려움을 자세히 설하고 있으며, 관세음보살은 이러한 고통과 어려움에서 중생을 구해 주는 현세 구원자로의 역할을 나타낸다.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나타난 사바세계에 대한 고통과 관세음보살이 구원해 주는 내용을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자연재해나 사회, 귀신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액난(厄難)에 대한 고통이 발생하는 때이다. 관세음보살은 화난(火難), 수난(水難), 풍난(風難) 등 대자연의 현상에서 오는 삼재(三災)나 검난(劍難), 옥난(獄難), 재난(賊難) 등 타인과의 관계나 사회생활에서 오는 팔난(八難)에 처했을 때, 야찰이나 나찰, 귀신 등에 의한 고통이 발생했을 때 구원의 자비를 베푼다. 둘째는, 마음에 따른 고통이 발생하는 때이다. 관세음보살은 탐진치 삼독심에서 오는 고통이 발생했을 때 벗어날 수 있도록 자비를 베푼다. 셋째는 구하는 것을 구하지 못했을 때 따르는 고통이 발생하는 때이다. 아들이나 딸을 낳기를 원하든지, 재물이나 명예, 부귀 등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지 못했을 때 따르는 고통을 해결해 준다.15)

또한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는 관세음보살에게 구원을 요청할 때 관세음보살에 귀의하고 신앙하는 방법도 자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관세음보살에 대한 명호를 듣는 문명(聞名)이다. 누구든지 관세음보살에 대한 존재에 대하여 믿고 의지하는 관음행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관세음보살 존재 자체에 대하여 들어야 한다. 관세음보살의 존재에 대해서 듣지 않고는 믿을 수도, 예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관세음보살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들었다면, 보살의 위신력을 믿으며 귀의하는 것이다.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는 ‘관세음보살의 명호에 대한 간절한 믿음만 있어도 구원의 손길을 받을 수 있다’라고 제시하고 있다. 둘째는, 명호를 부르는 칭명(稱名)이다. 관세음보살이라고 하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부르면 그 부르는 소리를 듣고 달려가서 중생의 소원을 성취해 준다’라고 하고 있다. 관음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칭명염불(稱名念佛)이다. 그 명호를 부르면 관세음보살은 그 소리를 듣고 어떠한 곳에라도 몸을 나투어 중생을 구제한다.

선남자야, 만일 한량없는 백 천만억 중생이 여러 가지 고뇌를 받을 때에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그 이름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곧 그 음성을 듣고 모두 해탈케 하느니라.16)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나타난 관세음보살의 명호에서 알 수 있듯이 중생이 일심으로 부르는 소리를 듣고 조금도 지체함이 없이 즉시 바로 달려가서 그를 구원한다고 하는 것이 관세음보살의 핵심 능력이다. 이러한 것이 가능한 것은 관세음보살은 이미 수많은 오랜 겁 동안 공덕을 쌓고 중생구제의 원력을 세워서 보살행을 닦아왔으므로 무엇이든, 어디든지, 누구든지 구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17)

셋째는, 예배공양(禮拜供養)이다. 관세음보살상을 모셔두고 관상(觀相)하면서 예배하고, 절하며 공양하는 것이다.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는 관세음보살에게 예배공양하면 복덕이 구족되고, 현세의 권속이 안락해지는 등 소원이 성취된다고 한다. 특히 예배공양에 관한 내용은 재난의 구제보다 현세 이익적인 복덕에 관한 내용이 중심이다.18)

위에서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 나타난 자비행을 실천하는 보살의 역할과 고통에서 중생을 구원하는 방법에 대해서 기술하였다. 이러한 자비사상을 실천하는 관세음보살은 현세에 관세음보살의 도움을 구하는 중생에게 각 근기에 맞는 몸으로 변화하여 나툰다. 나타나는 모습은 불신(佛身)으로부터 성문, 연각, 보살, 비구, 비구니, 동자 등 33신으로 나투는데, 이는 무찰불현신(無刹不現身)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19) 관세음보살은 이미 과거세에 정법명여래로서 깨달음을 성취한 지혜의 완성자인 법신보살이었으나, 세상에 어려움을 겪는 중생들을 돕고자 현세 구원자로 화신보살, 응신보살, 응화신보살, 변화신보살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지의는 『묘법연화경문구(妙法蓮華經文句)』의 「관세음보살보문품」 해설에서 관세음보살을 10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네 번째에서 관음을 법신으로 보고 있음을 다음과 같이 알 수 있다.

관세음이라고 하는 것은 어두운 곳을 관하므로 법신(法身)이다. 보문(普門)이라고 하는 것은 장소에 따라 나투므로 응신(應身)이다.20)

즉, 지의는 「관세음보살보문품」을 해석하면서 ‘관세음보살은 법신이며, 보문은 응신’이라고 하고 있다. 따라서 ‘관세음보살의 보문은 응화신으로 그 모습을 나툰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바세계에 모습을 나투는 관세음보살은 중생의 근기에 따라 감응하므로 화신보살이라고 한다. 만약 보문이라고 하는 문이 없으면 그대로 법신보살이지만, 중생구제를 위해 대자비심으로 모습을 나투므로 응신으로 보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화경』의 중심사상과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나타난 관음사상을 비교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일승사상을 위한 방편설에 대한 비교이다.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는 관세음보살이 모든 중생에게 근기에 맞는 몸으로 화신하여 설법해 주는데, 이것은 『법화경』 자체가 가지고 있는 삼승방편설과 주요한 관계가 있다. 부처님께서 중생을 위하여 삼승을 방편으로 일승으로 나아가게 하고 있다면, 관세음보살은 중생의 근기에 맞는 몸으로 화신하여 설법해 주는 방편을 써서 일승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승불교가 불보살들의 위신력으로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갖가지 방편으로써 제도하고 있다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관세음보살은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중생에 따라 응화신이 되어 고통에서 구제하고 교화하여 일승으로 향하게 하는 보살행을 하는데, 이것은 관음의 자비사상이다.

둘째는, 구원실성에 대한 석가본불사상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나타나는 관세음보살도 헤아릴 수 없이 오래전에 깨달아 여래가 되었으나, 다시 큰 서원을 세워 무량겁 동안 수행을 닦아 공덕을 성취하여 신통력을 갖추어 현세에 구원자로서 자비행을 실천하는 보살인 것이다.21) 이것으로 『법화경』에 나타난 석가본불에 대한 구원실성 사상이 관세음보살의 구원실성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관세음보살은 이미 오래전에 깨달음을 성취한 법신불로서, 이 세상에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중생들을 구제하고자 언제 어디서든지 무연자비를 실천하는 현세구원자로 나투는 보살인 것이다.

Ⅳ. 『화엄경(華嚴經)』의 관음사상

『화엄경』의 온전한 경명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으로 약칭으로 『화엄경』이라 부른다. 『화엄경』은 대승불교의 근본인 보살행을 매우 조직적으로 설한 경전이다. 『화엄경』이 대승불교사상의 최고 경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초기불교, 부파불교, 반야사상 그리고 여래장사상 등 기존의 교설을 모두 수용하고 있으며, 나아가 그러한 사상을 체계적으로 통합·원융하면서 보살행의 실천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화엄경』의 모태는 인도에서 형성되었는데, 그중 간략하게 줄여져 세 가지가 번역되어 중국에 전해졌다. 그 세 가지 번역본은 동진(東晉)의 불타발타라(佛陀跋陀羅)가 삼만 육천 게를 번역한 60권 본, 당(唐)의 실차난타(實叉難陀)가 사만 오천 게를 번역한 80권 본 그리고 반야삼장(般若三藏)이 「입법계품」만 번역한 40권 본이다. 60권 본과 80권 본은 『화엄경』 전체를 줄이거나 늘려서 번역한 것이지만, 40권 본은 『화엄경』 가운데서 「입법계품」만을 뽑아서 번역한 것이다. 60권 『화엄경』을 구역(舊驛)이라고 하고, 80권 『화엄경』을 신역(新譯)이라고 부른다(카마타 시게오, 1993: 13-14). 그 외 티베트의 지나미트라가 번역한 『장역화엄(藏譯華嚴)』이 있다.

  • ① 동진의 불타발타라(353-429)역: 60권 34품, 약칭 『60화엄』구역 (5세기 초)

  • ② 당의 실차난타(652-710)역: 80권 39품, 약칭 『80화엄』신역 (7세기 말)

  • ③ 당의 반야(700-800)역: 40권 1품, 약칭 『40화엄』(8세기 말)

  • ④ 티베트의 지나미트라(9세기경)역: 45품, 약칭『장역화엄』(9세기말) (기무라 키요타카, 2008: 33).

이중 당의 실차난타가 한역한 『80화엄』을 텍스트로 그 주요 사상과 관음사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1. 화엄경의 중심사상과 보살사상: 여래출현(如來出現), 일승보살도(一乘菩薩道), 법계연기(法界緣起) 사상
1) 여래출현(=如來性起)

『화엄경』의 중심사상과 교리는 여래출현과 일승보살도로 지향하고 있다. 해주(1998)는 『화엄경』의 중심사상 첫째로 ‘여래출현’을 들고 있는데, 여래출현은 다른 번역으로 ‘여래성기(如來性起)’이다. 『화엄경』은 부처님이 설한 경이라기보다 부처님을 설한 경이라 하여 『불화엄경(buddhāvataṃsaka)』이라고도 한다. 『화엄경』의 ‘대방광불’은 온 우주 법계에 충만한 변만불(遍滿佛)이라는 것으로, 모든 존재가 비로자나불의 화현 아님이 없다는 것이다. 개개 존재가 고유한 제 가치를 평등하게 갖고 있으니, 여래의 지혜인 성품이 그대로 드러난 존재라는 것이다. 이를 여래성기 또는 여래출현이라고 한다.

화엄가들은 화엄교주를 융삼세간(融三世間)·십신구족(十身具足)·삼불원융(三佛圓融)의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이라고 부른다. 화엄세계는 법신·보신·화신이라 불리는 비로자나불·노사나불·석가모니불의 삼불이 원융한 비로자나불의 세계이다. 화엄의 비로자나불은 세간에 널리 존재하는 변만불의 존재인 것이다.

화엄가들은 일체 존재를 편의상 불·보살과 같은 깨달은 존재인 지정각세간과 아직 못 깨달은 존재인 중생세간과 그들 정보가 의지해 있는 기세간으로 삼종세간으로 나누고 있다. 그러나 그 삼세간은 역시 각기 다른 존재가 아니라 하여 융합된 관계로 융삼세간이라 일컫는 것이다. 이것이 『화엄경』에서는 말하는 부처와 보살, 보살과 중생, 중생과 부처가 다르지 아니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체 존재가 비로자나 아님이 없으니, 기세간 역시 여래출현의 모습인 것이다.

2) 일승보살도(一乘菩薩道)

해주(1998)는 화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화엄이란 꽃으로 장엄하는 것이니 ‘보살행’이라는 꽃으로 불세계를 장엄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화엄경』에서 부처님은 광명으로만 나타내 보이시고 부처님의 지혜를 성취한 보살들이 언설을 통해서 부처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보살은 보살행을 통하여 부처의 세계를 장엄하며 중생에게 펼쳐 보이는 것이다. 보살은 설하고 있는 그 보살행을 중생이 실천함으로써 중생이 바로 부처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화엄경』에서 보살을 설명함에 있어 “보리살타라고 하는 것은 지혜가 생겨나기 때문이고, 마하살타(摩詞薩埵)라고 하는 것은 대승에 안주하기 때문이다.”22)라고 하고 있다. 또, “보살은 반야바라밀을 어머니로 하고, 선교방편(善巧方便)을 아버지로 한다.”23)라고 하여 반야가 보살행의 원리이며, 방편은 보살행의 실천임을 강조하고 있다.

『화엄경』에서 범부와 보살과 부처가 다른 점은 발심에 있다. 중생이 본래 부처이지만, 중생과 부처는 확연히 다른 것은 중생은 자기가 부처인 줄 모르기 때문이다. 『화엄경』에서는 스스로 부처인 줄을 자각하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다. 발심이란 자기가 부처인 줄을 확실히 믿는 것이며, 이를 정신(淨信)이라고 한다. 이 정신만 성취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게 되니 곧 발심(發心)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위없는 마음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킨 중생은 곧 보살이 되는 것이다[初發心時便成正覺]24).

『화엄경』에서 보살도란 보살이 자리와 이타적인 행을 실천함으로써 부처의 삶을 드러내는 것이다. 『화엄경』의 보살계위는 십주(十住)·십행(十行)·십회향(十廻向)·십지(十地)·등각(等覺)·묘각(妙覺)의 42위인데, 이는 일반적으로 보살계위를 52위 또는 53위 및 57위 등으로 설정하는 것과 다르다. 『80화엄』에서 신(信)은 십신(十信)의 계위로 나타내지 않는데, 이것은 신(信)이 모든 보살도를 받치고 있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42계위의 맨 첫 단계인 초발심주에서 발심하여 여래가에 태어난 발심보살의 보살행은 하나하나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앞 단계라기보다 낱낱이 나름대로 독자적인 가치를 지닌 이타행이며 불국토를 장엄하는 일면인 것이다. 보리는 중생의 마음에 있고 보살행은 실천일 뿐이다. 그러므로 『화엄경』에서 시설하고 있는 발심보살의 보살행은 성불로 향해가는 인행(因行)이라기보다 정각후의 과행(果行)이며 부처행[佛行]인 것이다.

화엄의 보살도는 십바라밀을 행하는 것에 있다. 그러므로 이 십바라밀은 보살계위를 다 포섭하고 있는 것이다. 십주의 갖가지 보살행은 십바라밀을 체(體)로 하며, 십행은 십바라밀 그 자체이고, 십회향 역시 초회향이 바라밀행이며, 다른 회향에서도 바라밀행이 그 바탕이 되고 있다. 십지는 회삼귀일의 토대 위에 일불승적 보살도가 가장 잘 시설되면서 십바라밀행이 펼쳐지며, 아울러 각지에 십바라밀을 차례로 치우쳐 닦도록 역설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화엄경』「입법계품」에서는 전편의 내용을 선재라는 구법 동자를 등장시켜 다시 한번 재현한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해주, 1998: 76-77). 「입법계품」의 선재동자는 보살을 비롯하여 53명의 선지식을 방문하여 가르침을 얻고 최후에 깨달음을 얻게 된다. 선재동자가 만난 53선지식이라는 여러 계층의 신분이 등장하는 것은 보살행이 특수한 계층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행이 아니라, 누구나 다 보살이 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보살행임을 보여주고 있다.

해주(1998)는 「입법계품」에서 선재동자가 역참한 53선지식의 낱낱 해탈문도 모두 독자적인 가치를 지닌 완전한 해탈문이며, 선재의 구법은 구체적으로 불세계를 구현시켜 나가는 여정이라고 하고 있다.

3) 법계연기

법계연기는 법계무진연기, 무진연기라고 하기도 하며, 화엄철학 사상에 있어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이는 화엄교가들에 의해서 체계화된 사상으로 현실 세계의 개개물물이 서로 어떤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불교교재 편찬위원회, 1999).

화엄법계 연기설은 제법의 존재론(存在論) 또는 본체론(本體論)이라고 할 수 있다. 법계란 모든 존재의 총칭으로 존재의 종류 영역, 본성 등 다양한 뜻을 지닌 말이다. 크게 둘로 나누면 하나는 세계 또는 우주 전체라는 뜻이고, 또 하나는 진리 자체인 진여를 말한다. 즉, 법계란 인과의 이치에 지배되고 있는 범위로서 궁극적 진리와 같은 의미이며, 우주, 보편적 원리, 진여의 세계라는 뜻을 지니기도 한다. 법계연기란 법계의 사물이 천차만별이지만 서로서로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며, 하나도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주만물이 하나와 일체가 서로 연유하는 중중무진한 관계인 것이다. 이를 화엄종에서는 일즉일체(一卽一切), 일체즉일(一切卽一)이라 말한다(운허, 1998: 268). 이러한 사상은 중생과 부처, 번뇌와 보리, 생사와 열반은 서로 대립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동등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번뇌가 곧 보리(깨달음)이며 생사가 곧 열반이어서 만유는 원융무애(圓融無礙)한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2. 『화엄경』의 관음사상 - 불과행으로써 보살도를 시설하는 법신불

『화엄경』에서 나타나는 관음사상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현세의 법신보살로서 발심보살이 보살행을 하고자 할 때, 어떻게 구체적으로 보살행을 배우고 어떻게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과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이다.

『80화엄』에서 관세음보살이 등장하는 부분은 「입법계품」인데,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입법계품」은 구성상 『화엄경』 전편의 내용을 다시 한번 재현한 형태이다. 그러한 구성상의 측면으로 내용을 살펴보면, 관세음보살이 등장하는 부분은 보살도 중 ‘십회향’ 부분에 해당한다. 그러면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보살도중 ‘십회향’ 부분과 그 기저에 있는 관음사상이 어떻게 배대가 되는지 『80화엄』의 경전의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80화엄』의 「입법계품」에서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찾아 구법을 하는 동안 생신(生身)의 관세음보살을 찾으러 가는 배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관세음보살이 주처하는 곳은 현재 사바세계의 보달락가(補怛洛迦) 산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으로 가면 보달락가(補怛洛迦)산이 있고, 거기 보살이 있으니 이름이 관자재(觀自在)니라.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25)

이 부분에서 나오는 ‘보달락가’라고 하는 장소는 관세음보살이 생신으로 주처하는 곳으로 경전에 그 명칭이 처음 등장하는데, 이것이 근거가 되어 현대까지 관음 도량이나 기도처의 명칭을 ‘보타락가(補陀洛迦)’라고 하고 있다.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 나타나는 관음사상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자대비한 현세 구원자로서 화신불의 역할이었다면,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타난 관음사상의 가장 큰 비중은 자신의 보살도를 드러내면서 보살행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법신불의 역할이다.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시설하는 관세음보살의 보살행의 방법론은 구체적이면서 체계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관세음보살은 해탈한 법신불로서 대자비의 문에 머물면서 어떻게 보살도에 머무르고[주(住)], 어떻게 보살도를 닦으며[수(修)], 어떻게 번뇌가 끊어져[단(斷)] 해탈문을 얻는지를 주(住)·수(修)·단(斷)의 구조를 갖추어 그 안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의 역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자비행으로서 평등하게 중생을 교화하는 역할이다. 『화엄경』에서 관세음보살은 자비행의 해탈문을 성취하고,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교화하는 법신불이라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명확하게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보살이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도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해탈문을 성취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으로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교화하여 끊이지 아니하노라.26)

둘째는, 자비행의 머무는 방법[주(住)]으로 보시섭(布施攝), 애어섭(愛語攝), 이행섭(利行攝), 동사섭(同事攝) 등 사섭법(四攝法)을 실천하는 역할을 시설하고 있다.

선남자여, 나는 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에 머물렀으므로 모든 여래의 처소에 항상 있으며 모든 중생의 앞에 항상 나타나서, 보시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고, 사랑하는 말로써 하기도 하고, 이롭게 하는 행으로써 하기도 하고, 같이 일함으로써 중생을 거두어 주기도 하며, 육신을 나투어 중생을 거둬 주기도 하고, 가지가지 부사의한 빛과 깨끗한 광명을 나타내어 중생을 거둬 주기도 하며, 음성으로써 하기도 하고, 위의로써 하기도 하며, 법을 말하기도 하고, 신통변화를 나타내기도 하며, 그의 마음을 깨닫게 하여 성숙케 하기도 하고, 같은 형상으로 변화하여 함께 있으면서 성숙케 하기도 하노라.27)

셋째는, 자비행을 수행하여[수(修)] 생긴 공덕으로 중생을 구호하고 보호하는 보호자의 역할이다. 이것은 관세음보살이 중생을 대면하여 직접적으로 자비행을 실천하는 역할이 아니라, 자신의 수행으로 생긴 공덕으로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거나, 이름을 부르거나, 관세음보살의 모습을 보는 사람이 얻게 되는 이익에 대하여 시설하고 있다.

선남자여, 나는 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을 수행하여 모든 중생을 구호하려 하노니, 모든 중생이 험난한 길에서 공포를 여의며, 번뇌의 공포를 여의며, 미혹한 공포를 여의며 … 근심 걱정의 공포를 여의어지이다 하노라. 또 원하기를, 여러 중생이 나를 생각하거나 나의 이름을 일컫거나 나의 몸을 보거나 하면, 다 모든 공포를 면하여지이다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이런 방편으로써 중생들의 공포를 여의게 하고, 다시 가르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고 영원히 물러가지 않게 하노라.28)

넷째는, 자비행으로 일체의 번뇌를 끊어[단(斷)] 보살행의 해탈문을 얻게 하는 역할이다. 관세음보살은 보살행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보살행에 머무르고[주(住)]·보살행을 수행하여[수(修)]·번뇌를 끊어[단(斷)] 해탈을 얻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주·수·단의 구조는 나선형의 반복을 통해 끊임없이 보살도를 행하여 공덕행이 상승하도록 하고 있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크게 가엾이 여기는 행의 문을 얻었거니와, 저 보살마하살들이 보현의 모든 원을 깨끗이 하였고, 보현의 모든 행에 머물러 있으면서, 모든 착한 법을 항상 행하고, 모든 삼매에 항상 들어가고, 모든 그지없는 겁에 항상 머물고, 모든 삼세 법을 항상 알고, 모든 그지없는 세계에 항상 가고, 모든 중생의 나쁜 짓을 항상 쉬게 하고, 모든 중생의 착한 일을 항상 늘게 하고, 모든 중생의 죽살이의 흐름을 항상 끊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29)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화엄경』의 중심사상과 「입법계품」에 나타난 관세음보살의 관음사상과 비교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여래출현(如來出現)’설에 대한 비교이다. 여래출현은 온 우주 법계에 충만한 변만불로서 모든 존재가 비로자나 부처님의 화현 아님이 없다는 것이다. 개개 존재가 고유한 제 가치를 평등하게 다 갖고 있으니, 여래의 지혜인 여래성품이 그대로 드러난 존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세음보살은 화엄세계의 법신·보신·화신으로서 존재하며, 마음과 중생과 부처가 다르지 않기 때문에 모든 존재에 대하여 평등하게 교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화엄경』 관세음보살의 자비행으로 해탈문에 이르러 일승을 드러내고 있는 그 자체와 그의 행이 법신불이자 보신불이자, 화신불인 것이다.

둘째는, ‘일승보살도’와 관음사상에 대한 비교이다. 화엄이란 꽃으로 장엄하는 것이니 ‘보살행’이라는 꽃으로 불세계를 장엄하고 있는 것이다.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관세음보살도 자신이 설하고 있는 그 보살행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범부 중생이 바로 부처의 삶을 살게 됨을 시설하는 것이다.

셋째는, ‘법계연기’사상과 관음사상에 대한 비교이다. 화엄의 법계연기는 이 무진법계의 성품이 서로 원융하며 걸림이 없어 상즉상입함이 인드라망과 같음을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모든 중생이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거나, 이름을 부르거나, 관세음보살의 몸을 보기만 해도 관세음보살은 알 수 있는 원리의 근거이다. 그리하여 관세음보살은 모든 중생이 부르는 소리에 응하며, 보신으로서 모든 중생의 공포를 없애주고, 모든 중생에게 화신으로 나타나 돕는 것이 가능한 원리가 되는 것이다.

Ⅴ. 요약 및 결론

현대불교에서 보살에 대한 신앙은 불교의 사상사나 변천사와 관계없이 이미 대중들에게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보살사상과 관음사상에 대하여 알아보기 위하여 불교변천사에 따른 초기불교와 부파불교, 대승불교에 이르기까지 보살사상을 정리하고, 그중 관음사상에 대하여 법화경과 화엄경을 중심으로 보살사상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관음사상의 연관성을 살펴보았다.

Ⅱ장에서는 불교 변천사에 따른 보살사상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기술하고, 대승보살의 출현에 대하여 근거를 규명하였다. 부처님 재세 시를 포함한 초기불교 시기에는 보살을 석가모니불을 포함한 과거 여러 부처님의 정각을 이루기 전 전생의 모습, 석가모니불이 카필라국의 싯달타 태자로 태어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던 시절, 다음 시대에 올 부처로 수기를 받고 현재 도솔천에서 수행하고 있는 미래불의 전생을 보살이라고 하였다. 부파불교 시기의 보살은 지혜롭고 총명한 수행자로 부처가 되기 위해서 무량 겁 동안 원행을 세우고, 자리이타행의 육바라밀 등의 많은 수행을 해야 하며, 불과증득을 목적으로 먼저 묘상업을 닦아 32상 80종호의 상호와 복덕이 구족해야 보살이라고 불렀다. 대승불교의 보살은 보살이라는 개념을 넓혀 일체중생에게까지 성불 가능성을 인정함으로써 부처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두 보살로 보고 자기만의 구제보다는 이타를 지향하는 보살의 역할을 그 이상(理想)으로 삼아 대승불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컬었다. 그리고 이때 가장 이상적인 대보살들로 문수, 보현, 관음 등 여러 보살이 대승 경전의 주인공으로서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논문 주제의 대상인 관세음보살의 신앙이 어떻게 기원하고 발생하였는지, 그리고 관음신앙은 어떻게 전개가 되었는지를 경전, 역사서, 기원설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았다.

Ⅲ장, Ⅳ장에서는 초기 대승경전으로 대표적인 경전인 법화계의 『신법화경』과 화엄계의 『80화엄』을 텍스트로 보살사상과 관음사상을 배대하여 비교 연구하였다. 우선, 『법화경』에 나타난 보살사상과 관음사상은 다음과 같다. 『법화경』에 나타난 주요 사상은 일불승 사상과 제법실상, 구원실성과 석가본불사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불승 사상은 일체중생에게는 불지견(佛知見), 즉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이 있고, 이것을 터득케 하는 것이 일불승의 가르침인 것이다. 부파불교에서는 이 성문·연각·보살을 전혀 상반된 존재로 이해하였으나, 『법화경』에 와서는 이 성문과 연각과 보살이 대항 관계에 있지 않고, 오히려 보살에 융합된 관계로 있는 것이다. 즉, 일불승, 유일의 불승으로 누구나 융통(融通)한다는 의미가 바로 『법화경』 일불승 사상이자 보살사상인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성불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깨닫고 보살도를 닦으면 성불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상이 바로 『법화경』에 나타난 일승사상과 보살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법화경에 나타난 보살은 제법실상을 깨닫고 모든 존재는 유기체적인 관계이므로 세계의 모든 현상이 자신과 관계되지 않는 것이 없음을 아는 지혜를 갖추어 모든 존재에 대하여 자비를 행하는 자가 보살인 것이다. 이런 사상을 기반으로 『법화경』에 나타난 관음사상은 대자대비를 실천하는 현세 구도자로서 대표적으로 화신불로 나타나고 있다.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는 사바세계의 고통과 어려움을 자세히 표현되고 있으며, 관세음보살은 이러한 고통과 어려움에서 구해 주시는 현세 구원자의 역할과 귀의할 시 복덕을 받을 수 있는 신앙의 대상으로 설명되고 있다.

두 번째로, 대승경전의 꽃이라 불리는 화엄계의 『대방광불화엄경』중 『80화엄』에 나타난 보살사상과 관음사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화엄경』은 대승불교의 근본인 보살행을 매우 조직적으로 설한 경전이다. 『화엄경』이 대승불교사상의 최고 경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초기불교, 부파불교, 반야사상 그리고 여래장사상 등 기존의 교설을 모두 수용하고 있으며, 나아가 그러한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엄경』의 중심사상과 교리는 여래출현과 일승보살도를 지향하고, 기존의 교설을 통합·원융하면서 보살행의 실천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화엄경』에서는 처음 발심할 때가 바로 정각을 성취하는 때이며, 이 발심한 중생이 보살이다. 그러므로 발심보살이 보살행을 하는 것은 성불로 향해가는 인행(因行)이기보다 정각 후의 과행(果行)인 부처행이다. 그래서 『화엄경』에서의 보살도란 보살이 자리(自利)와 이타(利他)를 위해 십바라밀의 행을 실천함으로써 부처의 삶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사상을 기반으로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나타난 관음사상은 보살도를 구체적이면서 체계적인 구조를 갖추고 보살행을 드러내는 법신불의 역할이다. 관세음보살은 자비행으로 해탈한 법신불로서 어떻게 보살도에 머무르고[주(住)], 어떻게 보살도를 닦으며[수(修)], 어떻게 번뇌가 끊어져[단(斷)] 해탈문을 얻었는지를 주(住)·수(修)·단(斷)의 구조를 갖추어 그 안에서 보시와 사섭법 등 구체적인 보살도의 실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본론에서 언급한 내용을 토대로 『법화경』, 『화엄경』을 보살의 의미와 관음사상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법화경』과 『화엄경』에서의 보살의 의미 비교
『법화경』 『화엄경』
중심사상 일승사상, 제법실상, 구원실성과 석가본불사상 여래출현, 일승보살도, 법계연기
보살의 개념 - 누구나 부처와 같이 깨달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점
- 삼승이 융합되어 일승을 향해 보살도를 실천하는 자
- 자신이 부처임을 확실히 믿는 시점
- 이미 깨달음을 얻은 오도(悟道)의 보살로 법의 문에서 보살행으로 불화엄 세계를 장엄하는 자
보살도 깨달음을 구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구도의 보살 실천 행위 발심한 후의 보살행은 부처의 행위
관음 사상 - 일승을 향한 자비를 실천하는 대보살
- 고통에서 구제해주는 현세 구원자
- 소원을 성취시켜주는 귀의와 신앙의 대상
- 이미 깨달음을 얻은 오도 보살
- 불화엄의 대비행의 문에 머무르며 보살행을 시설하는 법신보살
- 주(住): 사섭법을 실천하는 화신보살
- 수(修): 수행 공덕으로 공포를 여의게 하는 보신 보살
- 단(斷): 모든 악과 번뇌를 끊어 중생의 해탈문을 돕고 구원해 주는 법신보살
관음의 대표적인 삼신불 화신불(33 응신) 법신불
관음의 특징 - 명호에 대한 문명과 칭명 시 반드시 응답
- 중생의 근기에 맞게 변화하여 나타나는 변화신
보살의 주·수·단의 실천행법 시설
관음보살도의 실천적 의미 대자대비, 방편교화, 신심 (귀의, 예배) 자리이타, 대자비, 십바라밀, 사섭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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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대표적인 대승경전인 『법화경』, 『화엄경』을 통해 주요 사상과 관음사상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초기 대승경전인 『법화경』, 『화엄경』에서와 같이 경전의 중심사상에 따라 보살이 달라짐을 알 수 있었다. 『법화경』은 일승으로 나아가는 깨달음을 구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구도자로서의 관음보살이라고 하면, 『화엄경』은 자신이 부처임을 확실히 믿는 순간이 정각을 이루는 순간이며, 보살행은 바로 부처의 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시설하는 법신보살로서의 관음보살이다. 이러한 경전의 중심사상과 보살의 개념에 따라 관음의 사상도 달라지는 것이다.

대승 보살승 운동이 현대까지 이어져 오는 기반에는 사상을 결집한 대승경전이 있었고, 현시대의 불교에서 가장 사랑받는 보살인 관음신앙의 기반에는 경전에 있는 관음 사상이 기반이 되었다. 관세음보살이 단순히 모든 것을 이루어 주는 신앙의 대상이기보다는, 경전에서 의미하고 있는 사상을 연구해야만 보살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이해는 모든 존재에게 잠재한 가능성을 이해하고, 종교로든 정의 사회 구현이든 실천의 힘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승보살인 관세음보살이 경전에서 보여준 사상적 가치에 대해서 우리는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경전이 갖추고 있는 힘이며,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종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음사상이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더 구체적인 실현 모델로 적용될 수 있는지 연구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Notes

본 연구는 「봉은학술기금」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음.

“當知諸佛常法 毗婆尸菩薩 從兜率天降神母胎從右脇入正念不亂”(佛陀耶舍共竺佛念譯, 『長阿含經』卷1, T1: 3c).

“此薩埵未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時 以增上意樂 恒隨順菩提 趣向菩提 親近菩提 愛樂菩提 尊重菩提 渴仰菩提 求證欲證不懈不息 於菩提中 心無暫捨 是故名爲菩提薩陀 … 復次薩埵是勇猛者義 未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時 恒於菩提精進勇猛 求欲速證 是故名爲菩提薩埵”(玄奘譯, 『阿毘達磨大毘婆沙論』卷176, T27: 887a).

“菩薩所起一一福量無量無邊 以菩薩三無數劫積集圓滿諸波羅蜜多已 所引思願極廣大故 唯佛能知 非餘所測 如是所說廣大 量福 具足滿百莊嚴一相 展轉乃至三十二相皆具百福 佛以如是三十二百福莊嚴相 及八十隨好莊嚴其身故於天上人中最尊最勝”(玄奘譯, 『阿毘達磨大毘婆沙論』卷177, T27: 890a).

“復次修妙相業時 捨五劣事得五勝事 一捨諸惡趣恒生善趣 二捨下劣家恒生貴家 三捨非男身恒得男身 四捨不具根恒具諸根 五捨有忘失念恒得自性生念 由此得名真實菩薩 未修妙相業時與此相違 是故不名眞實菩薩”(玄奘譯, 『阿毘達磨大毘婆沙論』卷176, T27: 887a).

“何緣菩薩發願長時精進修行方期佛果 如何不許願長時修 無上菩提甚難可得 非多願行無容得成 菩薩要經三刧無數 修大福德智慧資粮六波羅蜜多多百千苦行方證無上正等菩提 是故定應發長時願 … 菩薩濟物遂己悲心 故以濟他即爲己益”(玄奘譯, 『阿毘達磨俱舍論』卷12, T29: 63c).

“光世音 慈氏等如是上首者也”(安世高譯, 『佛說自誓三昧經』, T15: 344a).

“阿毘曇師者供養阿毘曇 律師者供養律 年年一供養 各自有日 摩訶衍人則供養般若波羅蜜文殊師利觀世音等”(法顯 自記遊天竺事, 『高僧法顯傳』, T51: 859b).

본고에서 약칭해서 『법화경』이라 하고, 7권 28품을 그대로 활용하기로 한다.

“十方佛土中 唯有一乘法 無二亦無三”(鳩摩羅什譯 『妙法蓮華經』卷1, T9: 8a).

“於一佛乘分別說三”(鳩摩羅什譯 『妙法蓮華經』卷1, T9: 7b).

「비유품(譬喩品)」에 나오는 유명한 ‘화택의 비유(火宅 譬喩)’이다. 집에 불이 났는데, 그것을 모르고 철없이 노는 아이들을 보고 아버지가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인 양거(羊車), 녹거(鹿車), 우거(牛車)를 준비하여 문밖에 있다고 하는 방편을 써서 불이 난 집에서 아이들을 구해냈다는 이야기인데, 아버지가 장난감이 밖에 준비되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아이들이 문밖으로 나와보니 세 수레는 없고 그 대신에 대백우거(大白牛車)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중생이고, 아버지는 부처님을 비유한 것인데, 부처님은 그동안 방편으로 성문(聲聞)·연각(緣覺)·보살(菩薩)의 삼승(三乘)을 설하신 것이고, 지금은 전부 다 모아 성불(成佛)이라는 일불승(一佛乘)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비유이다.

「신해품(信解品)」에 나오는 ‘궁자의 비유(窮子 譬喩)’이다. 어릴 때 궁자(窮子)가 집을 잃고 헤매다가 아버지가 아들이 거지인 채 돌아온 것을 발견하고 바로 데리고 오면 놀라 달아날까 봐 허드렛일부터 시키면서 차츰차츰 아버지의 재산 상황을 알게 하여 가까이 두어 마침내 아버지의 전 재산을 물려받게 했다는 비유로, 낮은 수준에서부터 수행을 쌓아가면서 지견이 열려 마침내 부처님의 온전한 지혜와 덕을 모두 이어받아 마침내 성불하게 한다 비유이다.

“汝等諦聽 如來祕密神通之力 一切世間天 人及阿修羅 皆謂 今釋迦牟尼佛 出釋氏宮 去伽耶城不遠 坐於道場 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然 善男子 我實成佛已來無量無邊百千萬億那由他劫 … 然我實成佛已來久遠若斯 但以方便 教化衆生 令入佛道 作如是說”(鳩摩羅什譯 『妙法蓮華經』卷5, T9: 42b).

「여래수량품」에서 밝히는 ‘양의의 비유(良醫 譬喩)’란, 의사인 아버지가 집에 없을 때 아이들이 독약을 잘못 마셔 괴로워 하였다. 아버지가 집에 와서는 그 모습을 보고 양약을 주었으나 본심을 잃은 아이들은 그 약을 먹지 않자, 아버지는 다시 길을 떠나며 “아버지가 죽었다”라고 일렀다. 이 말에 놀라 본심을 되찾은 아이들이 양약을 먹어 병이 낫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아버지인 의사는 부처님이고 아이들은 중생들이다. 본심을 잃은 아이들은 아버지의 처방을 한 번에 듣지 않으므로 아버지는 방편을 써서 본심을 되찾게 하였다는 것으로 부처님은 방편으로 현세에 열반을 보였지만, 부처님의 생명은 무량 겁 전의 과거로부터 미래에까지 닿아 있다라는 영원함을 나타내고 있다.

“若有持是觀世音菩薩名者 設入大火 火不能燒 由是菩薩威神力故 … 汝等應當一心稱觀世音菩薩名號 是菩薩能以無畏施於衆生 汝等若稱名者 於此怨賊當得解脫 衆商人聞 俱發聲言 南無觀世音菩薩 稱其名故 即得解脫 … 若有衆生多於婬欲 常念恭敬觀世音菩薩 便得離欲 若多瞋恚 常念恭敬觀世音菩薩 便得離瞋 若多愚癡 常念恭敬觀世音菩薩 便得離癡 … 若有女人 設欲求男 禮拜供養觀世音菩薩 便生福德智慧之男設欲求女便生端正有相之女宿殖德本 衆人愛敬”(鳩摩羅什譯 『妙法蓮華經』卷7, T9: 56c-57a).

“善男子 若有無量百千萬億衆生受諸苦惱 聞是觀世音菩薩 一心稱名 觀世音菩薩即時觀其音聲 皆得解脱”(鳩摩羅什譯 『妙法蓮華經』卷7, T9: 56c).

“具足神通力 廣修智方便 十方諸國土 無剎不現身”(鳩摩羅什譯 『妙法蓮華經』卷7, T9: 58a).

“若有女人 設欲求男 禮拜供養觀世音菩薩 便生福德智慧之男設欲求女 便生端正有相之女 宿殖德本 眾人愛敬 無盡意 觀世音菩薩有如是力 若有眾生恭敬禮拜觀世音菩薩 福不唐捐 是故眾生皆應受持觀世音菩薩名號 無盡意 若有人受持六十二億恒河沙菩薩名字 復盡形供養飲食衣服臥具醫藥 於汝意云何 是善男子 善女人 功德多不”(鳩摩羅什譯 『妙法蓮華經』卷7, T9: 57a).

“若有國土衆生應以佛身得度者 觀世音菩薩即現佛身而爲說法 應以辟支佛身得度者 即現辟支佛身而爲說法 應以聲聞身得度者 即現聲聞身而爲說法 應以梵王身得度者 即現梵王身而爲說法 應以帝釋身得度者 即現帝釋身而爲說法 … 應以比丘 比丘尼 優婆塞 優婆夷身得度者 即現比丘 比丘尼 優婆塞 優婆夷身而爲說法 … 應以天龍夜叉乾闥婆阿修羅迦樓羅緊那羅摩睺羅伽人非人等身得度者 即皆現之而爲說法”(鳩摩羅什譯 『妙法蓮華經』卷7, T9: 57a-b).

“觀世音者觀冥於境 即法身也 普門者隨所應現 即應身也”(天台智者說 『妙法蓮華經文句』卷10「釋觀世音菩薩普門品」, T34: 145a).

“汝聽觀音行 善應諸方所 弘誓深如海 歷劫不思議 侍多千億佛發大清淨願”(鳩摩羅什譯 『妙法蓮華經』卷7, T9: 57c).

“所謂 名爲菩提薩埵 菩提智所生故 名爲摩訶薩埵 安住大乘故”(實叉難陀譯, 『大方廣佛華嚴經』卷57, T10: 300a).

“菩薩摩訶薩 以般若波羅蜜爲母 方便善巧爲父”(實叉難陀譯, 『大方廣佛華嚴經』卷57, T10: 438b).

“初發心便成正覺”(佛馱跋陀羅譯 『大方廣佛華嚴經』卷8, T9: 449c).

“善男子 於此南方有山 名補怛洛迦 彼有菩薩 名觀自在 汝詣彼問 菩薩云何學菩薩行 修菩薩道 即說頌言 海上有山多聖賢 衆寶所成極清淨 華果樹林皆遍滿 泉流池沼悉具足 勇猛丈夫觀自在 爲利衆生住此山 汝應往問諸功德 彼當示汝大方便”(實叉難陀譯, 『大方廣佛華嚴經』卷68, T10: 366c).

“菩薩告言 善哉善哉 善男子 汝已能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善男子 我已成就菩薩大悲行解脫門 善男子 我以此菩薩大悲行門 平等教化一切衆生相續不斷”(實叉難陀譯, 『大方廣佛華嚴經』卷68, T10: 367a).

“善男子 我住此大悲行門 常在一切諸如來所 普現一切衆生之前 或以布施 攝取衆生 或以愛語 或以利行 或以同事 攝取衆生 或現色身 攝取衆生”(實叉難陀譯, 『大方廣佛華嚴經』卷68, T10: 367a).

“善男子 我修行此大悲行門 願常救護一切衆生 願一切衆生 離險道怖 離熱惱怖 離迷惑怖 … 離憂悲怖 復作是願 願諸衆生 若念於我 若稱我名 若見我身 皆得免離一切怖畏 善男子 我以此方便 令諸衆生離怖畏已 復教令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永不退轉”(實叉難陀譯, 『大方廣佛華嚴經』卷68, T10: 367a-b).

“善男子 我唯得此菩薩大悲行門 如諸菩薩摩訶薩 已淨普賢一切願 已住普賢一切行 常行一切諸善法 常入一切諸三昧 常住一切無邊劫 常知一切三世法 常詣一切無邊剎 常息一切衆生惡 常長一切衆生善 常絕衆生生死流 而我云何能知能說彼功德行”(實叉難陀譯, 『大方廣佛華嚴經』卷68, T10: 367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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