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Buddhist Thought and Culture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일반논문

명부신앙의 기원과 전개: 염라대왕, 야마(Yama), 시왕을 중심으로

박희철*
Hee-chul Park*
*대한불교조계종 교육 아사리
*Education Asari, Jogye Order of Korean Buddhism

© Copyright 2024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Nov 06, 2024; Revised: Nov 31, 2024; Accepted: Dec 10, 2024

Published Online: Dec 31, 2024

국문 초록

명부신앙(冥府信仰)은 불교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전수재(生前豫修齋)의 기록을 보면 대체로 조선시대부터 나타난다. 생전예수재는 시왕신앙에 사상적 기반을 두고 있으며, 한국불교는 중국 불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되어 정착되는 과정에서 중국의 전통적인 토착 민속신앙이 불교에 흡수되어 때로는 인도불교와는 다른 의례가 행해지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불교에서도 마찬가지로 빈번하게 드러나며, 따라서 한국불교 명부신앙의 기원을 중국 불교에서 찾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그러나 불교가 인도 전통의 사유와 문화에서 탄생했음을 고려하면, 한국불교 시왕신앙의 기원과 의미는 인도불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생전예수재의 핵심적인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는 명부(冥府) 신앙 속 염라대왕의 기원을 인도의 베다 신화에서 살펴보고, 이후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명부시왕 사상에 수용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먼저 인도의 신화 『리그베다』에 나타난 야마 신의 성격을 규명하고, 이를 수용한 초기 불교의 지옥 개념을 살펴보았다. 이후 생전예수재의 소의 경전인 『불설예수시왕생칠경』의 구성과 내용을 살펴보고, 경전에서 묘사하고 있는 염라대왕의 특징, 그리고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의 핵심 구성요소인 시왕의 성격과 역할을 검토하였다. 이를 통하여 사후세계인 명부와 염라대왕을 중심으로 하는 시왕신앙의 기원과 전개가 인도의 베다 신화 속 야마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Abstract

Myeongbu belief (冥府信仰) is an important concept in Buddhism, and its closely related practice of Sangjeonyesujae (生前豫修齋) generally dates from the Joseon Dynasty. Sangjeonyesujae has its ideological roots in Shiwang beliefs, and Korean Buddhism is strongly influenced by Chinese Buddhism.

As Buddhism was introduced and settled in China, traditional indigenous Chinese folk beliefs were absorbed into Buddhism, sometimes resulting in rituals that differed from those of Indian Buddhism. This phenomenon is equally frequent in Korean Buddhism, and it is therefore not uncommon to find the origins of Korean Buddhist Myeongbu beliefs in Chinese Buddhism. However, given that Buddhism was born out of the ideas and culture of the Indian tradition, the origins and meaning of Korean Buddhist Siwang beliefs should be found in Indian Buddhism.

In this regard, this paper examines the origins of ‘King Yeomna’(閻羅大王) in the Vedic mythology of India, which provides a key ideological foundation for the Myeongbu belief, and the subsequent adaptation and transformation of Yama's ideas in East Asia, including China. To do so, we first identify the character of the god Yama in Indian mythology and examine the early Buddhist concept of hell, which was adapted from the Vedic mythology. We then examined the composition and content of 『Bulseolyesusiwangsaengchilgyeong』(佛說預修十王生七經), the sacred scripture of Saengjeonyesujae, and examined the characterization of ‘King Yeomna’ as described in the sutra, as well as the nature and role of Siwang, a key component of Saengjeonyesujae. In doing so, we have shown that the origins and development of Siwang beliefs centered on the afterlife, Myeongbu, and ‘King Yeomna’ are based on the Vedic myth of Yama in India.

Keywords: 명부신앙; 야마; 염라대왕; 시왕; 베다
Keywords: Myeongbu Religion; Yama; King Yeomna; Siwang; Vedas

Ⅰ. 들어가는 말

명부(冥府) 신앙은 시왕신앙이라고도 불리며, 사후의 왕생과 복락을 기원하는 신앙구조로 기본적으로는 지장 신앙과 같은 맥락을 갖고 있다. 명부는 죽은 사람이 가는 어두운 세계를 말하며, 저승, 명계, 사후, 음부, 황천, 유계 등으로도 불린다. 죽은 자들의 세계에 대한 관념은 살아있는 인간의 세상인 현세 이외에도 죽은 후에 가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의미한다. 사후세계 관념은 고대 문명의 종교나 신화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인도의 베다에 나타나는 야마(Yama), 페르시아의 아베스타 속 이마(Yima),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Hades), 이집트의 신화 오시리스(Osiris) 등 죽음과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신들의 존재(유성욱, 2016: 375)는 인류가 오래전부터 사후세계를 믿어 왔음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사후세계의 주재자에 대한 신앙은 종교적으로 중요한 주제의 하나이다.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은 불교적 맥락 속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기 베다(Veda) 문헌인 『아타르바베다』에 나타나는 인도의 사후세계 관념에는 사후세계에서 다시 현세로 태어나는 윤회사상의 맹아가 발견된다. 여기에 우파니샤드 시대를 지나며 현세에서의 행위가 다음 생을 결정짓는다는 업의 논리가 덧붙여지면서 불교의 육도 윤회사상의 토대가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논리를 토대로 명부신앙은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더욱이 중국과 한국의 경우, 많은 사람이 명부신앙을 수용하면서 큰 영향을 미쳐왔다. 불교는 인도의 전통 사상과 문화를 취사선택함으로써 고유한 교학적인 사상 체계를 갖추고, 다양한 종교적 경험과 행위를 통해 실천되어 왔다. 이후 불교가 인도를 넘어 여러 지역으로 전파되었고, 한국불교는 중앙아시아를 통해 중국으로 전해진 불교의 절대적 영향력을 받으며, 한민족과 더불어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지금까지 이어져 전해지고 있다. 모든 문화가 그렇듯이, 인도를 벗어난 불교는 현지의 토착문화와 융합하면서 다양한 변이를 일으켰다. 중국으로 전파된 불교가 현지에 정착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의 토착 민속신앙과 결합하였다. 인도에서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신격으로 알려진 야마도 중국의 토착 신앙과 결합하며 사후 세계에서 죄를 심판하는 존재인 염라대왕으로 변화하였다. 명부신앙의 이러한 변화는 한국불교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한국불교는 재회(齋會)를 통해서 중국, 일본 등 타 불교 문화권과 구별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재(齊)는 ‘베풀다’라는 불교적 의미를 지닌 재는 지장 사상을 상징화하여 종교적 목적에 따라 지향하는 바를 의례의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즉, 재회를 통해서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에게 불법을 깨닫게 해주고자 하는 의식 행위이며, 살아생전에 행하는 예수재(預修齋)는 명부 신앙이 잘 드러나는 불교의 대표적 의례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 문헌에서 생전예수재(生前預修齋)가 처음 보이는 시기는 고려시대로 추정되며, 이미 고려시대 초부터 시왕신앙이 신봉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라정숙, 2005: 140). 그러나 시왕과 관련한 연구는 찾아볼 수가 없다(논총간행위원회, 2000: 275-296).

그러나 국내에서는 야마 신격에 관한 직접적 연구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 문학이나 고대 철학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전승 설화나 저승 관념에 관한 연구에서 야마 또는 염라대왕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거나(나희라, 2006: 186), 불교학 분야에서 마라에 대해 논의하면서 인도 기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전적으로 반복 설명하고 있다(원혜영, 2010: 121-144). 이와 같이 선행 연구들은 베다 종교나 불교의 야마 신격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베다 종교 기원의 신격이 불교화, 즉 불교 교리나 신전에 채용되는 시기와 과정, 그리고 불교화된 특징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유성욱, 2016: 377). 그리고 본 논문에서는 베다에서 기원하여 발전한 야마의 신격이 초기 불교 문헌에 등장하고, 불교 교리의 체계에 편입되면서 변형하는 과정, 그리고 불교 신화적 신전의 유사 신격과의 베다에 대한 야마(Yama)의 특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예수재 중심의 명부시왕의 염라와의 관계를 살펴본다.

Ⅱ. 『리그베다』에 나타나는 야마신의 성격

지금까지 야마 신격은 주로 베다 문헌의 언급을 토대로 그 특성을 정리하거나(Muir, 1865; Bhattacharji, 1970; Merh, 1996), 신화학 분야에서 연구되어 왔다(Arora, 1981; Naravane, 1987; Bhattacharyya, 2001).

야마는 인도 신화에서 사후세계인 저승을 관장하는 죽음의 신이다. 야마라자(Yamarāja), 염마왕(閻魔王)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염라대왕(閻羅大王)이라고도 부르고 있다(나희라, 2008: 247). 염라 혹은 염마는 야마를 한문으로 음역한 이름이고, 티베트·중국·한국·일본의 불교 신화에서도 죽음을 관장하는 저승의 왕으로 나온다. 산스크리트어 사전과 국어대사전을 참조하여 분석하면, 야마는 야마(耶摩), 야마(夜摩)로 음역하기도 하지만, 염라(炎羅)나 염라(閻羅)로 가장 빈번하게 음역되며,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명계(冥界)의 주신(主神)을 의미한다. 흔히 염라대왕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염라왕은 야마라잔(Yamarājan)의 음역과 의역이 복합된 것으로, 염라는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천신의 호칭으로 야마의 음역어이고, 왕은 ‘라잔(rāja)’의 의역이다.

야마가 관장하는 세계는 야마천(夜摩天)으로 불리는데, 이는 욕계(欲界)의 여섯 세계 중 세 번째에 속하는 세계이다. 염라국(閻羅國, Yamālaya)은 염라대왕이 사후세계에 온 사람들을 다스린다고 하는 나라를 의미한다. 저승은 염마계(閻魔界), 염라지옥(閻羅地獄), 염마국(閻魔國) 등의 별칭으로도 불린다. 염라대왕은 지옥에 떨어진 사람이 생전에 지은 선과 악을 심판하는 저승의 왕이며, 염라(閻羅), 염라노자(閻羅老子), 염라왕(閻羅王), 야마(夜摩), 염가노자(閻家老子), 염마(閻魔), 염마나자(閻魔羅闍), 염마대왕(閻魔大王), 염마법왕(閻魔法王), 염마왕(閻魔王), 염마천(閻魔天), 염왕(閻王), 지부왕(地府王), 평등왕(平等王)으로 부르고 있다. 이러한 야마신은 베다 종교로부터 기원하고 있으며, 인도를 통해 중국에 전해진 불교가 토착 신앙과 결합하여 재구성되면서 사후세계에서 망자의 삶을 심판하는 존재로 알려지게 되었다.

야마에 관한 내용은 주로 『리그베다』와 『아타르바베다』에서 발견된다.

『리그베다』 5권에서 야마는 비바스바트(vivasvat)의 아들이자 최초로 태어난 인간이고, 최초로 죽은 사람이다. 그는 사후에 죽음의 세계로 가서 ‘망자들을 보살피는 존재’가 된다. 그의 계보에 관해서는 『리그베다』 10권에 나타나는데, 그는 태양의 신 비바스바트와 요정 사란유(saraṇyū) 사이에서 태어나고, 쌍둥이 여동생인 야미(Yamī)가 있다고 한다(유성욱. 2016: 378).

야마는 쌍둥이 여동생 야미로부터 강한 성적 유혹을 받는다. 선하고 율법을 잘 지키는 야마는 그렇지 않은 여동생 야미와 정사를 나누게 되고, 그로 인해 선과 악, 삶과 죽음이 만들어진다. 그 결과로 야마는 죽음을 맞이한 최초의 인간이 되는데, 이는 인간의 삶에는 선과 악이 향상 존재하며, 죽음과 욕망의 대립이 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산스크리트어 ‘야마’는 통상적으로 ‘쌍둥이’의 의미로 해석하지만, 앞 음절인 ‘야’에 강세를 두면 ‘보호자’나 ‘안내자’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고, 뒤 음절인 ‘마’에 강세가 붙으면 ‘쌍둥이’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유성욱. 2016: 388).

초기 베다 시대의 야마에 관해서 기억해야 할 점은 비록 『리그베다』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던 바루나(varuṇa), 아그니(agni), 브리하스빠띠(bṛhaspati) 등과 함께 언급되는 한편 제식이 더욱 세밀하게 행해진 것으로 확인이 되지만, 불변하는 신의 존재는 아니고 이후에 한동안 하위 신격 지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베다 문헌에서는 야마가 여러 차례 기존 신들과의 전쟁을 통하여 권능을 얻으면서 신의 지위에 올랐다는 내용이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후대에 전하는 『야주르베다(yajurveda)』의 구절 때문에 그의 불멸성이 초기 베다 시대부터 일반적인 관념으로 자리잡고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리그베다』에서 죽음과 관련하여, 사자(死者)들의 우두머리 야마에 대해서 3개의 찬가가 있다. 또한 그의 쌍둥이 누이인 야미와의 사이에 대화를 담은 내용도 있다. 야마는 바루나, 브리하스파티와 교제하며, 그의 친구이며, 사제라고 불리는 불의 신 아그니와 교제를 한다. 그는 신으로서 뚜렷하게 지배하지 않고 단지 사자의 인격화된 존재일 뿐이며, 그는 죽은 조상들 특히 안기라스(aṅgiras)들과 교제하며, 이들과 더불어 그는 소마주를 마시려 제사에 찾아온다. 베다의 세계관에 따르면, 사람이 죽으면 조상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 지나치며, 사자(死者)의 영혼은 빛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리하여 최상의 하늘에서 야마와 동등하게 누리고 있는 조상들과 만난다. 여기서 그는 장엄한 육신과 결합하여 완전하고 신체적으로 결함이 없는 지복(祉福)한 생명을 얻는다. 이러한 생활에서 모든 욕망이 충족되고, 그는 신들 사이를, 특히 두 왕인 야마와 바루나의 앞에서 돌아다닌다(정승석, 1984: 243).

『리그베다』 X.135에는 ‘신들의 거처라 하는 이것이 야마의 자리로다. 그의 피리는 여기에서 울리도다. 그는 여기에서 노랫소리로 장식되었노’라고 노래를 부른다. 즉 그는 천상에서도 멀리 떨어진 후미진 곳에 거주하는데, 신들의 집이기도 한 자신의 거처에서 노래와 피리 소리에 둘러싸여 있다. 그를 위해 소마주를 짜내고 버터기름을 바치므로 그는 제사에 참석하러 온다. 그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야마에게 수명을 연장하고 신들에 인도해 달라고 기원을 한다(정승석, 1984: 254).

『리그베다』 X.14에는 죽은 자에게 야마와 조상과 관련하여 이야기하는 부분이 다음과 같다.

‘나아가소서. 그대는 사자(死者)의 제물을 즐기는 두 왕, 야마 신과 바루나 신을 보게 되리라.’

‘조상들과 합하소서. 야마와 합하소서. 최고의 천상에서 선생과 그대가 제사 지낸 과보와 합하소서.’

‘그를 위해 조상들은 이곳을 마련하였느니. 야마는 그에게 낮과 물과 밤이 뚜렷한 안식처를 주도다.’

‘야마여, 길을 지켜보며 인간을 관찰하는 눈이 넷인 감시자들에게, 왕이시여, 그대의 개들인 그 둘에게 그를 맡기시고, 그에게 안녕과 건강을 주소서.’(정승석, 1984: 245-246).

인류 최초의 선조(先祖)이며, 사자(死者)들의 세계 저승의 왕인 야마는 본래 인간이었는데, 사자의 영혼들 중에서 우두머리가 되었다고 추적할 수 있다. 그는 여러 사람을 위해 조상들이 지나던 길을 찾아서 다른 모든 사람이 따르게 될 죽음의 길을 개척했다고 한다. 해골로 장식한 지팡이와 올가미를 가지고 있으며, 까마귀와 비둘기가 그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지만, 한 쌍이 넷으로 된 두 쌍의 눈이 4개 있으며, 콧대가 넓은 2마리 얼룩 개가 그를 따르는 사자(使者)이다(엘리아데, 1985: 496). 이들은 야마와 즐거움을 누리는 조상들에게 합류하고자 죽은 사람들이 서둘러 따라가는 길을 안내한다. 야마의 사자(使者)로서 이들은 사람들을 주시하며, 그들 사이를 돌아다닌다.

베다 시대의 문헌에 따르면 지옥의 인식이 분명하게 나타나는데, 야마에 대해 명확하게 왕이라고 지칭하거나, 야마가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해 심판한다는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인간들의 선과 악의 행위를 심판하고, 벌을 내리는 명계(冥界)의 지배자, 죽음의 심판관으로서의 특징이 강조된다. 야마는 율법의 집행자로 보이며 중립적인 위상을 갖는다. 망자의 사후는 업에 의해서 육도윤회가 결정되는 것으로 신적인 권력으로 업(業)에 대해서 심판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야마가 죽음의 신으로 본격 등장한 것은 후기 베다시기에 이르러서이다. 『우파니샤드』에서 진리의 탐구자 나치케타스(naciketas)는 가사 상태에서 야마를 만나 윤회 과정과 죽음에서 벗어나는 가르침을 듣게 된다. 이미 이 시기에 야마는 저승을 관장하는 신으로 등장하는데, 야마의 두 번째 어머니인 차야(chāyā, 그림자)와 갈등 끝에 아버지인 태양신으로부터 저승세계를 다스리는 주인으로 인정을 받는다. 이 저승세계란 특별히 조상들이 죽으면 이르게 되는 조상의 혼령이 머무는 세계이며, 보통 ‘남쪽’으로 명시된다. 이후 『마하바라타』에서 야마는 쉬바(śiva)에 의해 저승의 주인으로 자리하게 된다. 따라서 야마는 남쪽의 저승세계에 머물면서 그쪽으로 건너오는 죽은 자, 조상들의 영혼을 심판하는 자의 역할을 맡는다(유성욱, 2016: 381).

Ⅲ. 야마신의 불교적 수용

이와 같은 야마신의 성격은 초기 불교의 관점에서는 기본적으로 크게 강조되지 않는다(Tsomo, 2006). 힌두교의 야마신 관념을 수용한 불교에서는 두 가지 야마가 있다고 분석할 수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베다 종교 이후에 형성된 야마신 개념과 다르지 않다. 이 경우 야마는 업(業)의 심판자로서 ‘다르마라자’의 불교적인 해석에 의해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중립적인 존재이다. 두 번째는 ‘지옥의 통치자’ 역할이다. 전자로는 초기 베다 시대부터 브라마나-우파니샤드까지의 관념이며, 후자는 서사시-뿌라나 문헌의 시대로 구분된다. 불교 초기 문헌들에서 발견되는 야마에 대한 언급은 주로 전자에 해당이 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불교화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본다.

베다시대 이후 형성된 ‘영혼의 수호자’, ‘지옥의 통치자 또는 심판자’와 같은 야마의 특성이 불교 문헌에서 반영된 것은 분명하지만, 야마는 악(惡)의 신이 아니라 악에 빠진 세상에 선(善)을 권장하는 신격으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악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마라와는 상반된 의지를 담고 있다(Wayman, 1959). 초기 불교 문헌들이 야마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들은 신이나 천상에 대해 일반적인 설명을 하는 가운데 이름이 언급되는 정도이다. 예를 들면, 『디가니까야(Dīgha-Nīkaya)』의 「마하사마야 숫따(Mahā-Samaya Sutta)」에서는 붓다가 천계의 존재들을 열거하면서 그를 ‘쌍둥이’라는 단어와 함께 언급하거나(Davids, 2000: 259), 「아딧따자따까(Āditta-Jātaka)」에서는 ‘야마의 강을 가로질러’라는 구절이 있으며, 「핫티빨라자따까(Hatthipāla-Jātaka)」에서 ‘야마의 천상’이라는 표현과 같이 단편적으로 간략하게 언급되고 있다(유성욱, 2016: 382-385).

야마를 독립적 체계로 다룬 빨리어 문헌으로는 『맛지마 니까야(Majjhima Nikāya)』의 「데바둣따 숫따(Devadutta Sutta)」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데, 야마가 보낸 다섯 전령에 관한 내용 속에 그가 지배하고 있는 지옥에 대한 설명이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처럼 초기 불교 문헌에는 야마에 대해서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 불교의 특정 교의나 인물과의 구체적인 관련성은 찾아볼 수 없다.

무신론적 입장을 강하게 견지하는 초기 불교는 현실과 윤리적 가르침에 중심을 두고 있었기에 사후세계나 지옥 같은 문제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초기 불교의 설화나 교의에서 죽음의 신 야마가 설 자리를 찾지 못했던 것으로 본다. 초기 불교 문헌에서 야마는 죽음의 신으로 거의 언급되지 않으며, 후대에 와서도 ‘죽음의 심판자’인 다르마라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즉 초기 불교에서 지옥에 대한 많은 언급 속에서 야마는 법을 집행하는 중립적 위치에 있으며, 죽음, 공포, 지옥 같은 야마의 특성은 극복해야 할 윤회의 상징인 마라가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티베트 불교에서 불교의 사후 관념이 정립되면서 야마의 존재는 점차 명확하게 윤곽을 드러냈다. 그들은 야마를 신제(Shinje)라고 불렀는데, 이후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고대 중국 문화권의 ‘염라왕’이나 ‘염라대왕’과 동일하게 간주되는 신으로 불교 신전의 계보에서의 지위와 신적 특성으로 변화가 이루어진다(유성욱, 2016: 389).

Ⅳ. 염라와 『시왕경』

불교에서 야마가 크게 부각된 곳은 중국, 한국, 일본이며, 지장신앙 속 명부시왕 신앙이 예수재와 함께 자리 잡게 된 이후 크게 두드러지게 된 것으로 본다.

명부 세계의 핵심은 지장보살과 명부시왕이며, 이는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에서 드러나다가 조금 후대에 찬술된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預修十王生七經)에서 잘 드러난다. 이 경전은 생전예수재의 소의경전이며, 원제목은 『불설염라왕수기사중예수생칠왕생정토경』(佛說閻羅王授記四衆預修生七往生淨土經)이다. 줄여서 『시왕생칠경(十王生七經)』, 『시왕경』(十王經)이라고도 한다. 불교 이전 도교의 태산 명부신앙과 후대에 지옥사상이 결합하면서 명부신앙의 중심 체계가 이루어진다. 즉 야마를 음역한 염라와 태산 신앙의 결합이다. 한국으로 전래한 시기는 10세기 말∼11세기 무렵으로 시왕(十王)을 본존불로 하는 사찰이 건립되었으며, 1246년에 경전이 판각되기도 하였다. 경전의 간행은 16∼17세기에 걸쳐 널리 간행되고 유통되었다.

『불설예수시왕생칠경』은 1권으로 중국 당나라 때 성도부(成都府) 대성자사(大聖慈寺)의 사문제자 장천(沙門 藏川) 스님이 찬술했다. 통상적으로 위경(僞經)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7언절구체(七言絶句体)의 유운시(有韻詩)를 먼저 서술하고, 그에 대한 풀이를 적고 있으며, ‘한역자’(漢譯者)의 표기가 아닌 ‘장천술’(藏川述)이라고 한 점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전에 나오는 시왕 가운데 일곱 번째, 맞이하는 대산대왕(大山大王) 즉, 태산대왕(泰山大王)은 도교에서 사령(死靈)이며, 불교 수용 이전에 머물렀던 태산(泰山)의 사명(司命)의 신이었던 태산부군(泰山府君)에서 유래하였다(김정희, 1996: 26).

이 경전은 모두 33개의 찬(讚)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처가 중생 교화를 마치고 열반의 언덕으로 갈 때 염라천자에게 미래 세계에는 반드시 성불하여 보현왕여래(普賢王如來)가 될 것이라고 수기(授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부처가 중생들에게 삼보(三寶)의 재물을 함부로 남용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이 경전을 보는 이들에게 반드시 재계(齋戒)를 수행하고, 올바른 계법을 배우도록 하라는 마지막 설법으로 맺고 있다.

부처님은 많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염라천자는 다가올 미래의 세상에서 반드시 성불하여 보현왕여래라는 이름으로 삼세여래의 공동명호(여래(如來)·응공(應供)·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세존(佛世尊)의 열 가지 이름)를 구족할 것이고, 보현왕여래가 상주할 국토는 매우 깨끗하여 온갖 보배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나라 이름을 ‘화엄’이라 부르게 될 것이며, 그 나라에는 스스로 자기의 마음을 닦으면서 중생을 교화하는 보살들이 가득하리라.1)

이 경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찬 3∼4는 염라천자가 미래세에 보현왕여래가 될 것으로 수기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찬 5·9·12∼15·29·32는 『시왕경』의 수지독송(受持讀誦)과 사경(寫經)의 공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뒤이어 찬 7은 의식의 설행과 관련하여 예수칠재와의 관계를 설명한다. 그리고 찬 16은 망자를 위한 49재의 공덕을 설명하고 있다.

이른바 현왕(現王)은 명계의 왕으로 불교의식집에서는 대륜성왕(大輪聖王)과 전륜성왕(轉輪聖王)을 좌우보처(左右補處)로 삼고, 이외에 판관(判官), 녹사(錄事), 사자(使者)를 권속으로 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경전에 염라천자는 미래에 반드시 성불하여 부처가 되며 그 이름은 보현왕여래라 언급되는데, 이는 경전 내용이 지향하는 바를 드러내는 적지 않은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부처님은 아난다의 질문에 답하면서 염라천자의 수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지옥의 십 대왕이 왕으로 군림하는 것은 여러 생에 걸쳐 선행을 많이 쌓아 왔으나, 계율을 범한 죄 때문에 염마천중에 떨어져 대마왕이 되는 경우이다. 대마왕은 모든 귀신을 거느리고 다니면서 남섬부주의 십악오역죄를 범한 일체 죄인에게 벌을 주어 뇌옥에 가두고 밤낮없이 고통을 받게 한다. 대마왕은 죄인들이 죄를 다 갚을 때까지 그들로 하여금 계속 고통의 지옥을 전전케 하여 그들의 업 보신에 따라 삶과 죽음을 결정한다. 이제 이 염마천자는 이러한 죄인들을 다스리는 가운데 계율을 범한 죄를 다 갚아서 그 인연이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내가 수기를 내려 ‘다가올 미래세에 온갖 보배가 찬란한 나라에서 끝내 성불하리라.’고 한 것이니 여기 모인 대중은 조금도 의혹을 품지 말라.2)

염라천자는 계율을 범하는 죄를 지어 비록 염마천중에 떨어졌지만, 대마왕이 되어 지옥의 죄인들을 다스리며, 지은 죄를 다 갚고 그 인연으로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다가올 미래세에 온갖 보배가 찬란한 나라에서 끝내 성불하리라’고 수기를 했으니 의심하지 말라는 것이다.

『시왕경』을 수지 독송하는 공덕도 언급하고 있다. 전체 33개의 찬 가운데 8개의 찬이 경전과 독송의 공덕을 강조하고 있다. 경전은 사후에 일어나는 명부세계의 심판에 대한 경계와 함께 살아생전의 수행이 사후 저승의 고통을 면하는 업장소멸과 극락왕생으로 이어지는 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경전을 사경하고 독송한다면, 삼악도에 들어가지 않고 어떤 지옥도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명부와 윤회사상을 이해하고 근접을 할 수 있었고, 이것은 『시왕경』 경전이 대중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불교의 경전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염라천자와 명계의 대왕들조차도 『시왕경』경전을 조성하고 한 게송이라도 수지독송한다면 모든 지옥의 고뇌를 면해주고, 천상세계에 태어나도록 돕겠다고 맹세하기까지 한다. 생전에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것을 권한다.

이때 28중(二十八重)의 모든 옥주(獄主)와 염라천자(閻羅天子)와 6도 명관(六道冥官)이 부처님과 육광보살에게 예를 올리며 발원하기를 “비구·비구니·청신사·청신녀 가운데 누구라도 이 시왕생칠경을 조성하여 한 게송이라도 독송하면 저희들은 반드시 그 사람의 모든 고초를 없애주고, 지옥에서 내보내어 천상에 태어나도록 돕는 일을 지체 없이 실천하여 하룻밤이라도 더 고통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하고 맹세한다.3)

만일 어떤 선남자·선여인·비구·비구니·청신사·청신녀 가운데 살아생전에 예수칠재를 지내는 사람이 있어서 매년 초하루 보름 두 차례에 걸쳐 불법승 삼보(三寶) 전에 공양 올리고 시왕에게 기도하되 주소·생년·이름을 써서 소와 축원장에 넣고, 6조(六曹) 등 각 그 권속과 모 고(某 庫), 모 조관(某 曹官)에게 고축하면 명부에서 선업(善業) 기록을 관리하는 선업동자(善業童子)는 천조지부관(天曹地府官) 등에게 아뢰고 나서 제자의 이름을 저승 명부(冥簿)에 기록해 둔다. 이러한 공덕으로 생전에 예수생칠재를 지낸 사람은 뒤에 이 세상을 하직할 때에 바로 쾌락한 곳에 태어나게 되어 49일 동안 중음신(中陰神)으로 머무는 일이 없고, 남녀친족이 모여들어 좋은 곳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기도를 기다리지도 않는다. 인간의 목숨은 시왕에 매여 있기 때문에 죽은 뒤에는 반드시 시왕을 한 분 한 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예수생칠재중 한 재라도 빠뜨리면 한 왕에 억류 당하여 계속되는 고통 속에 다음 몸도 받지 못한 채 일 년을 지체하고 만다. 이러니 너희들은 이 중요한 예수생칠재를 실천에 옮겨 극락정토에 왕생하기를 생전에 빌도록 하라.4)

위의 인용문은 이 경전의 핵심인 시왕사상을 이루고 있는 대목이다. 중생이 이 경전을 수지독송하고 시왕에게 예수칠재를 매년 초하루나 보름에 두 차례 지내면 사후 49일 동안에 중유(中有)를 거치지 않고 서방정토에 왕생하기를 기원하는 논리이다.

Ⅴ. 염라대왕(閻羅王)과 시왕신앙사상(十王信仰) 형성(形成)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어 육체는 없어지지만 현생에 지은 업에 따라 윤회한다는 사상에 근거해 사후세계와 영혼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망자를 위해 재를 올림으로써 죽은 사람의 왕생극락을 발원한다. 이러한 문화는 영혼의 존재를 믿고 사후세계에 대한 발원이 담겨 있음을 말해주면서, 영의 존재가 민간신앙으로 깊숙이 뿌리를 내리게 된다.

죽은 자의 영혼이 육체를 떠나서 업을 심판받는 과정이 명부의 세계로 이어지는데, 죄업(罪業)을 각각 관장하는 이들이 사후에 망자(亡者)를 심판하는 열 명의 대왕, 즉 시왕(十王)이다. 죽은 자의 죄업에 따라 다시 육도윤회(六道輪廻)를 하는 지옥 사상에 의하면 영혼이 중유(中有)에 머물면서 시왕의 재판을 받는 49일 동안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위하여 49재를 지내 죽은 자의 극락왕생을 비는 것이다. 이 49일은 사후의 심판을 받는 기간으로 말할 수 있고, 재판 개념은 염라대왕이 죄인을 문초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전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시왕사상은 인도의 염라왕(閻羅王)이 중국으로 들어오면서 중국 도교의 영향을 받아 태산부군(泰山府君)과 결합한 후 10가지 지옥의 왕을 설하는 10명의 왕으로 변모하게 되면서 발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야마신의 명칭은 명부 시왕 가운데 다섯 번째 왕인 염라대왕으로 변천하게 되었다.

9∼10세기 무렵에 편찬된 『불설예수시왕생칠경』에서 시왕의 체계가 성립됨에 따라 시왕에 대한 도상(圖像) 개념이 정착되었다. 10세기 무렵부터 시왕경 변상도가 나타나는 등 당나라 이후에 시왕사상이 성행하였다. 중국에서 시작된 명부신앙이 우리나라에 언제 전해졌는지에 대해서 정확한 기록이나 시기는 알 수가 없으며, 본격적인 시왕신앙은 고려 때에 이르러서야 확인이 된다. 다만 『삼국유사』의 선율환생조[善律還生條](안귀숙·김정희·유마리, 1993: 8-13)에 나타난 명부(冥府)와 관련된 기록을 통해 대략 삼국시대를 전후한 때로 생각할 수 있다.

망덕사(望德寺)의 선율(善律)이 돈을 시주받아 육백반야경(六百般若經)을 이룩하려다 일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명부(冥府)로 잡혀간 몸이 되었다. 선율이 명부의 왕 염마(閻魔)에게 이르자 염마왕은 물었다. “너는 인간세계에서 무슨 업을 하고 있었는가?” 선율은 답했다. “저는 만년에 대품경(大品経: 大般若經)을 이룩하려다 일을 미처 완성시키지도 못한 채로 왔나이다.” 명부의 왕은 선율에게 선고했다. “너의 정해진 수명은 비록 이미 다했으나 그러한 좋은 원을 아직 끝맺지 못했으니 다시 인간 세계로 되돌아가서 보전(寶典)을 완성하도록 하라.”(일연, 1975: 221-223).

시왕신앙의 형태는 고려시대에 들어와서도 잘 나타나는데, 『고려사』의 기록을 통해서 당시 시왕신앙의 단편적인 면을 찾아볼 수 있다.

농민을 부역하여 동주에 사당을 세우고 성수사란 현판을 붙였으며, 궁역 서북모퉁 이에 시왕사를 세웠는데, 그 사찰에 그린 도상이 기괴망측했는바 이루 형용하기가 어려웠다.5)

조선시대에는 시왕신앙이 성행하여 시왕 불화의 제작이 많아지고, 빈번해진 예수재 또는 시왕재(十王齋)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정도였다고 한다(한상길, 2015; 오경후, 2020).

명부 세계의 핵심은 지장보살과 시왕이다. 불교와 도교가 만나면서 형성된 명부 세계에는 죽은 자가 생전에 지은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대왕 즉, 1번째 진광대왕, 2번째 초강대왕, 3번째 송제대왕, 4번째 오관대왕, 5번째 염라대왕, 6번째 변성대왕, 7번째 태산대왕, 8번째 평등대왕, 9번째 도시대왕, 10번째 전륜대왕이 존재하며, 이들을 일컫는 말이 시왕이다.

염라대왕은 시왕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맞이하는 왕으로서 오칠일 번째 일을 관장하는 관리이다. 『시왕경』의 찬 17∼27의 내용은 시왕의 심판이 중심축을 이루며, 염라대왕은 부처님에게 사자(使者)를 죽은 사람 집에 보내어 살아생전 무슨 공덕과 복덕을 지었는지 확인하고, 다음 도첩에 따라 가려서 뽑아 놓아주겠다고 서원한다.

염라법왕이 부처님께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모든 왕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검은 옷에 검은 기를 들고 검은 말을 탄 사자를 죽은 사람 집에 보내어 무슨 공덕을 지었는지 이름을 확인한 다음 도첩에 따라 죄인들을 가려 뽑아 놓아주며, 본래의 서원을 어기지 않고 있습니다.6)

경전에 따르면 사람들은 사후 명부로 가는 도중에 1·7일에는 제1 진광왕, 2·7일에는 제2 초강왕, 3·7일에는 제3 송제왕, 4·7일에는 제4 오관왕, 5·7일에는 제5 염라왕, 6·7일에는 제6 변성왕, 7·7일에는 제7 태산왕, 백일에는 제8 평등왕, 1주기에는 제9 도시왕, 그리고 3회기(三回忌)에는 제10 오도전륜대왕 등 차례로 열 명의 왕 앞을 지나며 재판을 받는다고 한다.

경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박희철[자운], 2021: 32-38). 진광왕은 시왕 중 명부(冥府)에서 망인 초칠일의 일을 관장하는 관청의 명관(冥官)이다. 여러 관리들을 거느리고 망인을 질책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악을 폐하고 선을 닦게 하는 일을 맡은 왕으로, 죄인들은 자신이 지은 죄업에 따라 죽은 후 7일째 되는 날에 이 대왕 앞에 나아가 죄업의 다스림을 받는다. 죄인들이 죽은 후 7일 되는 날에 중음신으로 진광왕의 처소에서 심판받는 광경을 묘사하고 물속에 죄인을 삶는 화탕지옥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초강왕은 명부(冥府)에서 망인이 2·7일(14일)의 일을 관장하는 왕이다. 초강(初江)에 관청을 세우고 망인의 도하(渡河)를 감시하는 왕을 초강왕이라고 부른다. 송제왕은 망자의 삼칠일의 일을 관장하는 왕으로 대해(大海)의 동남쪽 밑의 대지옥에 거주한다. 대지옥 내에 별도로 16지옥을 두고 있으며, 죄의 경중에 따라 죄인을 각 지옥으로 보내는 일을 맡고 있다. 또한 주로 사람들의 사음(邪淫)의 일을 다스리는데, 경전에서는 송제대왕청에 이르러 지옥의 행로가 더욱 험난해졌다고 적고 있다. 오관왕은 망어(妄語)의 죄를 다스리는데, 업칭(業秤)에 사람들의 죄업을 달아서 그 경중에 따라 벌을 내린다. 염라대왕은 업경에 죄인들의 생전의 죄를 비추어 그에 따라 벌을 준다. 망자의 육칠일의 일을 관장하는 변성왕은 오관대왕과 염라대왕 앞에서 업칭과 업경에 의해 재판을 받고도 죄가 남은 사람이 있으면 지옥에 보내 벌을 받게 하는 일을 맡으며, 사람들에게 악을 폐지하고 선을 권장하는 명관이다.7) 태산왕은 망자의 칠칠일의 일을 관장하는 왕으로 염라대왕의 서기이며, 인간의 선악을 기록하여 죄인의 태어날 곳을 정한다고 한다. 『시왕경』에서는 보통 중유(中有)는 태산왕청을 지나는 49일째 되는 날에 끝나기 때문에 이 날은 중음불사(中陰佛事)를 행하는 마지막 날이며, 대개 이 날이 지나야 중음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처(生處)를 찾게 된다고 한다. 평등왕은 8한8열지옥(八寒八熱地獄)의 사자와 옥졸을 거느리고 공평하게 죄와 복의 업을 다스린다. 도시왕은 망자의 1년을 관장하는 왕으로 도제왕(都帝王) 또는 도조왕(都弔王)이라고도 하며, 사람들에게 법화경 및 아미타불 조성의 공덕을 말해주는 왕이라고 한다. 망인의 태어날 곳을 정하기 위해서는 친족들이 불상 조성 등 공덕을 많이 쌓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오도전륜대왕은 명도에서 망자의 3년의 일을 맡고 있다. 중생의 어리석음의 번뇌를 다스리는 왕인데, 망인은 죽은 후 여러 왕을 거치며 그 죄를 심판받고 최후로 오도전륜대왕 앞에 이르러 다시 태어날 곳을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염라대왕에 대해서는 계율을 어기고, 가축을 살생하는 등의 행위를 하면 업경대에서 그 죄상을 면하지 못하게 될 것이지만, 시왕경을 조성하여 지극한 정성으로 죄를 참회하면 염라왕이 판단하여 죄를 사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상황을 『시왕찬탄초』에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도깨비와 함께 조서를 읽고서 죄인의 양쪽 손을 되찾아서 광명원의 궁전을 열고 9면경(九面鏡) 가운데 이 죄인을 두니 하나하나의 거울에 한평생 동안 지었던 죄업이 남김없이 비친다. … 옥졸이 머리카락을 잡아채고 얼굴을 잡아당겨 거울에 들이대며 보라고 나무랄 뿐만 아니라, 방망이로 두들겨 패면 처음에는 소리를 내서 울부짖을지라도 나중에는 숨도 다 끊어지고 티끌처럼 부서진다(오경후, 2017: 30).

망자가 심판을 받는 염라대왕 명부의 광경이다. 또한 염라대왕이 망자에게 살아생전에 불도를 수행해 다시 지옥에 오면 안 된다고 훈계한 보람이 없이 또 죄를 지어 지옥에 왔느냐며 질책하기도 한다.

이렇게 볼 때, 『불설예수시왕생칠경』은 33개의 찬으로 구성된 비교적 작은 분량의 경전이지만, 시왕의 존재를 통해 이승과 저승의 삶이 이어져 있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예수재 의식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예수시왕생칠재의찬요』(預修十王生七齋儀纂要)에 따르면 명부 세계를 관장하는 지장보살을 위시한 시왕과 그의 권속들을 청하여 공양을 올리는 것부터 중단의식이 시작됨을 알리고 있다. 『재의찬요』(齋儀纂要) 第14 「소청명부편(召請冥府篇)」은 명부 세계를 관장하는 명왕들과 판관 등 수많은 무리조차도 모두 다 강림하실 것을 발원한다. 즉 생전예수재가 설행되는 도량에 이름을 알 수 없는 권속과 무리까지 강림하시길 청한다. 이후 대중들의 발원으로 도량에 강림한 명부 세계의 모든 성현들을 목욕실로 인도하는 청부향욕(請赴香浴)이 이어진다. 그리고 「가지조욕편(加持澡浴篇)」에서는 명부를 관장하는 중단의 성중들을 관욕시키는 목욕의식으로 이어진다. 비록 명부 세계에 대한 묘사가 많지 않고 단편적이지만, 예수재 의식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편, 중국으로 유입된 명부 세계에 대한 사상은 도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형성된 것으로, 시왕사상의 근거를 도교 경전에서 찾기도 한다. 도교에서 명부의 주재자는 풍도대제, 태산왕, 염라왕 등의 명칭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명부전의 염라왕은 지장보살 아래의 왕으로 위치한다(이성운, 2018: 216). 태산왕은 명부의 왕이고, 천제는 6도를 총괄하는 천조이며, 염라왕은 인간의 천자이며, 태산부군은 상서영록이며, 5도의 신은 제상사와 동일하다. 이들의 서열은 우주를 총괄하는 천제가 최고의 위치에 있게 되며, 그 아래에 염라왕이 있으며, 그 이후 태산부군과 5도의 신들이 차례로 배열된다. 중국에서는 한편으로 풍도대제가, 또 한편에서는 태산부군이 각각 명부의 왕으로 신앙되었으며, 한국불교 예수재의 설행에서는 풍도대제가 명부시왕의 상왕 격으로 신앙되었다(이성운, 2018: 199-231).

Ⅵ. 나가는 말

야마는 베다 시대부터 죽음과 관련하여 신격으로 자리해 왔고, 브라흐마나-우파니샤드 시대와 서사시 뿌라나 시대를 지나면서 죽음의 수호신에서 망자의 심판자로 죽음의 세계 연관성 속에 특성이 강화되었다. 베다 시대에 야마는 뚜렷한 신으로서 지정되지 않으며, 인류를 최초로 낳은 선조로서 본래 인간이었고, 사후에 죽은 자의 영혼 중에서 우두머리가 되었다고 한다. 야마가 비록 사후세계와 죽음을 관장하는 ‘조상의 왕’으로 불리었지만, 그를 왕이라고 확실하게 지칭하였거나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해 심판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야마는 베다시대 이후에 비로소 저승에서 조상의 영혼을 심판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야마신을 수용한 초기 불교 문헌에서는 야마에 대해서 분명하게 언급되고 있긴 하지만, 내용적으로 불교의 특정 교리나 인물과 구체적인 관련성은 찾아볼 수는 없다.

이후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되면서 야마는 중국의 토착 신앙과 결합하여 죽음의 심판자인 염라대왕으로 탄생한다. 즉, 초기 불교에서는 제한적이고 비판적으로 수용되었던 야마신의 성격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대승불교에서는 명부 사상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신으로 수용된 것이다. 이는 중국 고유의 사상인 도교의 영향력이 작용한 결과이다. 중국의 문화와 역사가 함께 성장하고, 다양하게 변화한 중국 불교의 명부시왕 사상은 한국불교에도 강력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의 밑바탕에 베다 사상이 수용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본 논문은 현재 설행되고 있는 생전예수재의 명부신앙이 인도의 베다에 근원을 두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Notes

“佛告諸大衆。閻羅天子。於未來世。當得作佛。名曰普賢王如來。十號具足。國土嚴淨。百寶莊嚴。國名華嚴。菩薩充滿。”(『佛說預修十王生七經』 讚 3).

『佛說預修十王生七經』 讚 4.

『佛說預修十王生七經』 讚 9.

『佛說預修十王生七經』 讚 7.

“洞州立祀 額日星宿寺 又於宮域西北隅 立十王寺 其圖像 奇怪難狀”(『高露史』 世家 卷127 列傳 卷第41 反逆 1 金致陽條).

『佛說預修十王生七經』 讚 17.

변성왕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 유족들의 공덕에 의해 망자가 천당 또는 지옥 중 어디로 전생하는가가 결정되기 때문에 유족들의 추선공양(追善供養)이 중요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박희철[자운], 2021: 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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