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Buddhist Thought and Culture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일반논문

『구사론』의 소속 부파에 대한 고찰: 담혜(湛慧)와 쾌도(快道)의 견해를 중심으로

김남수*
Nam-soo Kim*
*봉선사 능엄승가대학원 강사
*Lecturer, The Neung’eom Sangha Graduate School of Bongseonsa Te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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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May 24, 2025; Revised: Jun 27, 2025; Accepted: Jun 28, 2025

Published Online: Jun 30, 2025

국문 초록

『아비달마구사론』은 4세기경 인도의 논사 세친(世親)이 저술한 아비달마 논서이다. 중국의 전통 주석가들은 그 부파적 귀속 문제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보였다. 이에 대한 기존의 논의는 담혜(湛慧)의 『아비달마구사론지요초阿毘達磨俱舍論指要鈔』(이하 『지요초』)와 쾌도(快道)의 『아비달마구사론법의(阿毘達磨俱舍論法義)』(이하 『법의』)에서 그 논의의 양상과 함께 자신들이 주장하는 견해까지도 볼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이 논문에서는 담혜가 제시한 세 가지 견해와 평론 그리고 이에 대한 쾌도의 반론을 고찰하여 『구사론』의 부파적 귀속 문제를 논의하고, 그 타당성을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를 통해 『구사론』의 부파적 귀속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견해를 이해하고, 나아가 20부파라는 범주 안에서 『구사론』은 설일체유부라는 틀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해석이 타당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먼저 담혜가 비판적으로 정리했던 여러 견해를 살펴보았다. 담혜는 부파적 귀속 문제를 세 가지로 나누었는데, 첫째는 『구사론』을 설일체유부의 논서로 보는 견해이고, 둘째는 경량부의 논서로 보는 견해이고, 셋째는 어느 한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견해이다. 셋째는 다시 둘 모두에 속한다는 견해와 이치가 뛰어난 것이 종지가 된다는 견해로 나뉜다.

다음으로 담혜의 평론과 결론을 정리하였다. 담혜는 이러한 세 가지 견해를 인용하고 평론한 뒤, 이치가 뛰어난 것이 종지가 된다는 보광과 법보의 견해를 계승하여 『구사론』은 구사종이 종지가 된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이러한 담혜의 결론은 부파불교에서 『구사론』이 갖는 교판적 위상에서 바라볼 때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마지막으로 담혜의 견해에 대한 쾌도의 반론과 결론을 정리하였다. 쾌도는 담혜의 결론에 대해 구사종이란 결국 소승의 설일체유부를 가리키는 것이라 반론한다. 그는 세친이 『구사론』 본문에서 설일체유부를 ‘우리 종[我宗]’이라고 언명하고 있음에 근거하여 논의를 전개한다. 비록 유부의 정설과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그 취지는 유부의 종의를 장엄하기 위한 것이며, ‘傳說’이란 표현 역시 유부를 논파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유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20부파에 한정할 경우 『구사론』은 설일체유부에 소속한다는 것이 쾌도의 결론이다.

Abstract

The Abhidharmakośabhāṣya is an Abhidharma treatise composed in the 4th century by the Indian scholar Vasubandhu. Traditional Chinese commentators have held various views regarding the sectarian affiliation of this work. Previous discussions on this matter are well illustrated in Kusharon-yubiyosyo(『俱舍論指要鈔』)by Danghae(湛慧) and Kusharon-Hogi(『俱舍論法義』) by Kaido(快道). These two works not only present the contours of the debate but also reflect the authors’ own stances, making them valuable resources.

This paper aims to examine the three views and critical evaluations presented by Danghae, along with the rebuttals offered by Kaido, in order to discuss the sectarian affiliation of the Kośa and evaluate the validity of these perspectives. Through this inquiry, the study seeks to better understand the diversity of opinions concerning the Kośa's affiliation and to affirm the interpretation that the Kośa, within the framework of the twenty sects of early Buddhism, is fundamentally based on the perspective of the Sarvāstivāda.

The paper first reviews the multiple interpretations that Danghae critically summarized. He categorized the sectarian affiliation issue into three main positions: (1) that the Kośa is a treatise of the Sarvāstivāda; (2) that it belongs to the Sautrāntika; and (3) that it belongs to neither. The third view is further divided into the opinions that it belongs to both and that the sect with superior reasoning becomes its foundation.

Next, the paper outlines Danghae’s critique and conclusion. After presenting and analyzing the three views, Danghae adopts the opinion of Puguang (普光) and Fabo(法寶), who argued that superior reasoning should determine the doctrinal base, and concludes that the Kośa is grounded in what is called the “Kośa-school(俱舍宗)”. This conclusion is notably persuasive when viewed within the doctrinal classifications of sectarian Buddhism.

Finally, the paper considers Kaido’s rebuttal and conclusion. Kaido argues that the so-called “Kośa-school” ultimately refers to the Hīnayāna Sarvāstivāda. He supports this view by pointing out that Vasubandhu refers to the Sarvāstivāda as “our school” in the Kośa. Although there are aspects of the Kośa that deviate from the orthodox Sarvāstivāda position, Kaido argues that these are intended to elaborate or refine the Sarvāstivāda doctrine. Even the expressions such as “it is said(傳說)” is not meant to refute or criticize the Sarvāstivāda, but to supplement its shortcomings. Thus, Kaido concludes that when limited to the context of the twenty sects, the Kośa should be regarded as belonging to the Sarvāstivāda.

Keywords: 구사론; 부파불교; 설일체유부; 경량부; 구사종
Keywords: Abhidharmakośabhāṣya; Sectarian Buddhism; Sarvāstivāda; Sautrāntika; Kośa-School

I. 서론

『구사론』은 부파불교의 교학적 체계를 전하는 대표적인 논서이다. 하지만 이 책이 20여 개의 이름이 전하는 부파교단 가운데 어느 부파에 소속된 논서인지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구사론』의 권위 있는 한문 주석서로 평가되는 7세기의 보광(普光)의 『구사론기(俱舍論記)』, 법보(法寶)의 『구사론소(俱舍論疏)』, 신태(神泰)의 『구사론소』 등 3대소에서도 각각의 견해를 보이기는 하였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3대소보다 후대에 나타나는 담혜(湛慧, 1677∼1748)의 『지요초(指要鈔)』와 쾌도(快道, 1751∼1810)의 『법의(法義)』에서는 이전의 3대소에서 주장되었던 부파적 귀속에 대한 견해를 비판적으로 정리하고, 각각 자신들의 견해를 보태는 노력을 보였다. 담혜는 이전의 다양한 견해를 세 가지 내용으로 압축하고, 자신의 평론을 붙여서 지신의 견해를 드러내었다. 이에 쾌도는 담혜의 주장에 대한 반론의 형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나타낸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구사론』의 교단적 귀속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통의 3대소보다는 담혜와 쾌도의 견해를 통해서 파악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구사론』의 소속 교단에 대한 탐구는 물론이고, 이에 대한 3대소 및 담혜와 쾌도의 견해를 의지한 교학적 탐구를 이룬 국내의 연구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본 논문에서는, 필자의 견해나 주장을 제시하는 것은 뒤로 미루고, 담혜와 쾌도의 논의와 그들의 주장을 정리하는 방법으로 『구사론』이 소속하는 교단에 대한 전통 주석서의 견해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담혜가 『지요초』에서 3가지로 파악한 『구사론』의 소속 부파에 대한 이전의 견해를 정리하고, 다음으로 이에 대한 담혜의 평론 및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고자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담혜의 견해에 대한 쾌도의 반론과 결론을 보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구사론』에 대한 학술적인 관심과 함께 전통 주석서에서 주장한 『구사론』의 소속 부파에 대한 견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Ⅱ. 구사론의 소속 부파에 대한 3종 견해

동아시아 불교 전통에서는 세친의 『구사론』이 설일체유부를 종지로 삼는다는 것과 관련해서 크게 3종의 견해로 이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담혜의 『지요초(指要鈔』에서 정리한 3종설을 들 수 있다.

1. 제1설-설일체유부에 속함

먼저 『구사론』이 설일체유부에 속한다는 견해를 살펴보면, 담혜는 대승학파의 설을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자은의 『의림장』과 『유식소』 등은 ‘유부의 『구사론』’이라 하고, 서명사 원측의 『인왕경소』 상권(26쪽)에선 “살바다종은 10종의 지(智)로 일체의 지를 포섭한다. 그러므로 『구사론』 권26에서 ‘지(智)는 10종이 있으니 일체의 지를 포섭한다’라 한다.”라 했다. 청량의 『화엄경소초』 「현담」 권4(18쪽)에서 “소승은 아비담으로 유(有)의 문을 밝힌다. 비담은 지금의 구사이니 일체유부를 따르기 때문이다. …”라 했다. 이상과 같이 여러 논사는 『구사론』을 유부에 소속시킨다(『指要鈔』 권1, J63, 810c).

법상종의 규기(窺基, 632∼682)와 원측(圓測, 613∼696), 화엄종의 징관(澄觀, 738∼839)에 따르면 『구사론』을 설일체유부의 논서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측의 『인왕경소』에서는 살바다종(薩婆多宗, 유부)의 10종 지(智)를 언급하면서 『구사론』을 인용하고 있으며1), 징관의 『화엄소초』에서는 소승과 대승에 각기 4문(門)이 있음을 밝히면서 소승의 4문에서 아비담이 유(有)의 문(門)에 해당하며, 이는 설일체유부를 따르는 『구사론』임을 밝히고 있다.2)

또한 담혜는 『구사론』 자체의 내용에 따르더라도 설일체유부에 속함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담혜의 『지요초』에선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그런데 이 논의 1부 30권에선 매 권마다 논의 끝부분의 제목 아래에 주석을 넣으면서 ‘說一切有部’라 하고 있다. 또한 「정품」에선 “이 논은 아비달마를 근거로 하며 그것을 포함하니 어떠한 이치에 근거하여 대법(對法)을 해석한 것인가? 송에서 말했다. 가습미라에(迦濕彌羅)서 논의한 이치가 성립되었으니, 나는 대부분 그것에 근거하여 대법(對法)을 해석했다. 일부의 폄훼하여 평가한 것은 나의 과실이다.”라 했다. 또한 『천친전』에선 이 논의 송은 하루에 강의한 비바사의 문장과 이치 등을 총결한 것이다. 또한 이 논의 제목이 유재석인 것도 역시 이 의미이다. 여러 논사가 유부의 논서라 여긴 것이 심히 이치가 있다(『指要鈔』 권1, J63, 810c-811a).

담혜는 우선 논의 각 권마다 마지막에 ‘俱舍論 卷第○’라는 본문의 앞에 ‘說一切有部’라는 작은 주석[細註]이 붙어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은 유부의 대표 논서인 『발지론』과 『대비바사론』의 한역본에도 나타나고 있다.

담혜는 다시 『구사론』 「정품」의 마지막 부분을 인용하여 자신의 견해를 보충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논은 아비달마를 근거로 하며 그것을 포함하니

어떠한 이치에 근거하여 대법(對法)을 해석한 것인가?” 송에서 말했다.

가습미라(迦濕彌羅)에서 논의한 이치가 성립되었으니

나는 대부분 그것에 근거하여 대법(對法)을 해석했다.

일부의 폄훼하여 평가한 것은 나의 과실이니

법의 바른 이치[正理]를 판별하는 것은 모니(牟尼)께 달려 있다(『阿毘達磨俱舍論』 권29, T29, 152b).

세친(世親,4∼5C頃)은 「정품」을 마치면서 『구사론』은 가습미라(카슈미르)의 이치에 의거하여 대법을 해석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가습미라는 설일체유부의 본거지이니 스스로 유부에 근거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다음으로 담혜는 『구사론』 저작의 연유를 밝혀서 유부에 소속됨을 설한다. 세친이 『구사론』을 지은 이유는 본송인 600송을 해설하기 위한 것이며, 본송인 600송은 세친이 『대비바사론』을 강의하면서 하루 동안의 내용을 1송으로 요약한 것이다.3) 그러므로 본송은 유부비바사의 문장과 이치를 총결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본송에 근거한 『구사론』 역시 유부에 소속됨은 자명한 것이라는 논리이다.

마지막으로 담혜는 논의 명칭에 대한 해석으로써 근거를 제시한다. 논의 명칭인 ‘아비달마구사(阿毘達磨俱舍)’ 곧 ‘대법장(對法藏)’이란 명칭이 유재석(有財釋)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대법장’을 유재석을 적용하여 해석할 경우는 ‘대법장’이란 명칭은 『발지론(發智論)』 등 유부의 근본논서를 가리킨다.4) 유부의 근본논서를 가져와 논의 명칭을 삼았다는 것은 이 논이 유부에 근거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상의 근거를 제시한 뒤에 담혜는 여러 논사가 『구사론』을 설일체유부의 논서라 여긴 것이 매우 이치가 있다고 평론하고 있다.

2. 제2설-경량부에 속함

다음 『구사론』이 경량부(經量部)에 속한다는 견해를 담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또한 가상(길장)의 『삼론현의(三論玄義)』에선 “어떤 사람은 ‘성실종(成實宗)은 비담을 치우쳐 배척했으니 오로지 비유사(譬喩師)와 같다. 진제삼장은 ‘경부의 이치를 사용했다’라 한다. 『구사론』을 살펴보면 경부의 이치는 대부분 성실종과 같다.’라 한다.”라 했다.5) 어떤 사람의 의도는 이 논을 경부종이라 여긴 것이다. 또한 봉담(鳳潭)은 『관주(冠注)』에서 원휘가 주장한 양종(兩宗)이 억측이라고 평론하여 논파하고서 소속을 판별하지 않았다가 이후에 『광진초』(권3 99쪽)에서 경부의 별사로 판단하였다. 논의 아래 문장에서 “경부가 설한 바는 이치를 어기지 않기 때문이다”라 했으며6), 『광기』에선 “비록 일체유의 뜻을 서술하지만 때때로 경부로써 바로 잡았다.”라 했고7), 『보소』에선 “중간에 많은 곳이 경량부를 바른 이치로 삼았다.”라 했다.8) 『순정리론』과 『현종론』 두 논에선 매번 세친보살을 경주(經主) 등이라 칭했으니, 경부의 논이라 여긴 것도 연유가 없지 않다(『指要鈔』 권1, J63, 811a).

담혜는 길장(吉藏, 549∼623)의 『삼론현의』에서 성실종을 설명한 부분을 인용하고 있는데, 『삼론현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실종은 어떤 이치에 주로 근거하는가? 답한다. 어떤 사람은 “좋은 점을 선택하여 따랐으며, 유능하면 반드시 기록하였다. 여러 논사의 단점은 버리고, 여러 부파의 장점을 취했다.”라 한다. 어떤 사람은 “비록 여러 이설을 배척했지만, 주로 담무덕부를 사용했다.”라 한다. 어떤 사람은 “아비담을 치우쳐 배척했으니 오로지 비유사(譬喩師)와 같다. 진제삼장은 ‘경부의 이치를 사용했다’라 했는데, 『구사론』을 검토해 보니 경부의 이치는 대부분 성실종과 같다.”라 한다(『三論玄義』 권1, T45, 3b).

성실종을 설명하는 여러 견해 중 어떤 이의 설에 따르면, 『구사론』은 아비담을 배척하여 비유사와 같으며, 진제삼장(眞諦三藏)은 성실종이 경부의 이치에 근거한다고 설하였는데, 『구사론』을 검토하면 경부의 이치가 대부분 성실종과 같다는 것이다. 이로써 담혜가 말한 어떤 사람이 진제삼장을 인용한 의도는 『구사론』이 경부종임을 나타내려한 것이라는 해석임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담혜는 봉담(鳳潭, 1654∼1738)이 『구사론관주(俱舍論冠註)』에서 원휘(圓暉)의 해설을 평론하여 부정하였지만, 특정 부파를 규정하지 않다가 『화엄경광진초(華嚴經匡眞鈔)』에서 『구사론』을 경부의 별사로 규정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담혜가 언급한 『광진초』의 문장은 다음과 같다.

‘實論’등 이란 『구사론』을 등취한 것이다. ‘及經部別師’는 바로 구사론의 논사이니 세친논주가 아직 대승에 귀의하기 전에 『순정리론』에서 경주經主라 칭하였다(『華嚴五教章匡眞鈔』 권3, J73, 380a).

위 문장은 봉담이 『화엄오교장(華嚴五敎章)』 중의 ‘成實論及經部別師’라는 문구를 해석한 내용이다. 이 문구는 법장(法藏, 643∼712) 의 『오교장』에서 10종(宗)의 교판 중 네 번째 현통가실종(現通假實宗)을 설명할 때 나오는 문구이다.9) 현수는 현통가실종에 일설부를 위시하여 성실론 등과 경부의 별사를 함께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에 봉담은 『성실론』 등은 『구사론』을 포함하며, 경부의 별사는 세친논주를 가리킨다고 해석한다. 그러면서 중현의 『순정리론』에서 세친을 경주(經主)라 칭하고 있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봉담은 구사론주 세친을 경부의 별사로 해석하고 있다.

다음으로 담혜는 『구사론』 본문과 보광의 『광기(光記)』와 법보의 『보소(寶疏)』를 인용하였다. 해당 문장은 다음과 같으며, 밑줄 친 부분은 담혜가 인용한 부분이다.

① 이와 같은 두 가지가 모두 뛰어난 설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경부의 설은] 이치를 어기지 않기 때문이며, [유부의 설은] 우리가 종지로 삼는 바이기 때문이다(『俱舍論』 권4, T29, 22c).

비록 ‘일체법이 실유한다’는 [유부의] 뜻을 서술했지만 때때로 경부로써 바로잡았으니 [세친]논사가 이치에 의거하여 종의(宗義)을 삼은 것이지 붕당(경부)의 주장을 남겨둔 것이 아니다(『俱舍論記』 권1, T41, 1a).

③ 이 논은 대부분 비바사에 의거하여 송을 지었으나, 본문에서는 오직 이치가 뛰어난 것을 종(宗)으로 삼아 하나의 부에 치우치지 않았으니, 중간에 많은 곳이 경량부를 바른 이치로 삼았다(『俱舍論疏』 권1, T41, 458a).

문장 ①은 『구사론』 권 4에서 불상응행법 중 득(得)의 가(假)·실(實)에 대한 유부와 경부의 차이를 서술한 뒤에 세친이 평론한 내용이다. 유부는 ‘득’이 별도의 실유법이라 여기는 반면, 경부는 ‘득’을 종자(種子)로 설명한다. 이에 대해 세친은 경부와 유부의 설명에 대해 모두 긍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경부의 설은 이치에 맞기 때문이고, 유부의 설은 우리의 종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담혜는 본문 중에서 ‘경부의 설이 이치에 맞다’는 부분을 인용하였다. 이에 대해 『광기』에선 “세친 논주의 의도는 경부에 동의하기 때문에 이렇게 해석한 것이다.[論主意朋經部 故作斯解]”라 해석하고 있는데, 권오민의 주석에서도 이를 언급하고 있다.10)

문장 ②는 보광의 『광기』에서 논의 연기를 밝히면서 서술한 문장이다.11) 문장의 본래 의도는 세친스님이 경부의 의견으로 유부의 이치를 논파했지만, 경부의 주장[朋執]을 남겨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담연은 ‘경부로써 바로 잡았다’는 부분을 인용하였다.

문장 ③은 법보의 『보소』에서 세친보살이 지은 논을 여섯 시기로 구분하여 설명하면서 세친에게 붕당의 집착이 없었음을 밝히면서 서술한 내용이다.12) 이 역시 담연은 ‘경부를 바른 이치로 삼았다’란 부분을 인용하였다.

마지막으로 담혜는 중현(衆賢, Saṃghabhadra, 4∼5C頃)이 『순정리론』과 『현종론』에서 세친을 ‘경주(經主)’라 칭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유부의 적전자인 중현이 세친을 경량부의 논사로 여겼음을 밝히고 있다.

3. 제3설-어느 한 쪽에 속하지 않음
1) 원휘의 해설-둘 모두에 속함

원휘(圓暉)는 『구사론』이 유부와 경부 모두에 속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는데, 일반적으로 ‘현밀양종설(顯密兩宗說)’이라 칭한다. 원휘는 『구사론송소(俱舍論頌疏)』에서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지금 자세히 살펴보면 세친보살이 논을 저술한 종지에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드러난 종지[顯宗]이니 곧 일체유부이다. 그러므로 아래 글에서 “가습미라의 의리가 성취되었으니, 내가 대부분을 저것에 따라서 대법(對法)을 풀이한다.”라 했다. 이미 ‘저것을 따라 대법장(對法藏)을 풀이한다’라 했으니, 그러므로 이 논은 유부가 종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는, 은밀한 종지[密宗]이니 이른바 경부(經部)이다. 그러므로 아래 글에 “경부가 설한 것이 이치를 어기지 않기 때문이다.”라 하였다. 이 한 부의 논은 대부분 경부를 가지고 살바다(유부)를 깨뜨렸다. 그러므로 세친이 은밀한 뜻으로 인정한 것은 경부가 종(宗)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俱舍論頌疏』 권1, T41, 815b).

원휘는 『구사론』이 드러난 종지와 은밀한 종지에 따라 유부와 경부에 모두 속한다고 설한다. 이러한 원휘의 의견에 둔린(遁麟)은 『구사론송소기(俱舍論頌疏記)』에서 다음과 같이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이 중에서 ‘顯宗’이란 ‘顯’은 곧 드러내는 것이다. 『비바사론』을 강론하면서 이론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드러나게는 유부를 따른다. ‘密宗’이란 密은 은밀함이다. 비록 유부종에 근거하여 논을 지었지만, 은밀한 뜻은 경부를 받들기 때문에 밀종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아래 글에 “비바사의 설은 내가 받드는 바이기 때문이다.”라 하고, “경부가 설한 바가 이치를 어기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로 인해 하나의 논에 드러난 것[顯]과 은밀한 것[密]으로 다른 두 가지 부파의 종지가 있는 것이다(『俱舍論頌疏記』 권1, X53, 384b).

『구사론』의 저작배경과 세친이 언명한 바에 따르면 유부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다. 또한 경부의 이치를 선설(善說)로 여긴 바에 따르면 경부를 전혀 무시할 수도 없다. 이상의 모두를 종합하면 원휘는 유부를 드러난 종지로 경부를 은밀한 종지로 양분하여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보광·법보의 해설-이치가 뛰어난 것이 종지가 됨

이어서 담혜는 『보광』과 『법보』의 설을 다음과 같이 인용하고 있다.

이 논의 전말을 상세히 읽어보니 혹은 유부의 주장도 있고, 혹은 경부의 주장도 있고, 혹은 경부의 뜻으로 유부의 주장을 배척하기도 하고, 혹은 유부에 의지하여 나머지 다른 종을 불신하기도 하고, 혹은 유부도 아니고 경부도 아니고 나머지 일체 부파의 주장도 아닌 경우도 있다. 지금 한 논의 큰 체제에 나아가 말한다면 이 논은 비록 유부인 듯하나 유부에 치우친 것이 아니고, 경부인 듯하나 완전히 경부인 것도 아니며, 또한 나머지 여러 부파와 완전히 같은 것도 아니다. 장점을 택하여 따랐으면 유능한 것은 반드시 취하였으니, 여러 부파의 열등한 것은 버리고 여러 종지의 뛰어난 것을 취하여 좋은 모범을 모아서 이 논의 큰 종지로 삼았다. 그러므로 논의 권16(15쪽상)에서 “과실이 없는 것이라면 취하여 종의로 삼아야 한다.”라 했으며, 또한 (논권4<16쪽하>와 『광기』 권4<56쪽>와 『보소』 권4<42쪽하>이다) “이와 같이 두 주장이 모두 좋은 설이 된다. 이유가 무엇인가? 이치를 어기지 않기(경부이다.) 때문이고, 우리가 종상하는 바이기(유부이다.) 때문이다.”라 했다. 『광기』에선 “이치에 의거하여 종의(宗義)을 삼은 것이지 붕당(경부)의 주장을 남겨둔 것이 아니다.”라 했으며, 『보소』에선 “ 이치가 뛰어난 것을 종지로 삼았으니 하나의 종파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라 했다. 보광과 법보 두 스님은 한 종파에 소속시키지 않고, 오직 ‘이치가 뛰어난 것을 종지로 삼았다[理長爲宗]’라 했다(『指要鈔』 권1, J63, 811b).

『구사론』은 유부인 듯하나 유부에 치우친 것이 아니고, 경부인 듯 하나 경부에 치우친 것도 아니고, 별도의 부파와 일치하는 것도 아니니, 여러 부파의 이론 중에서 열등한 것은 버리고 뛰어난 것을 취하여 종지로 삼았다. 이에 담혜는 논의 권16의 문장13)과 권4의 문장(앞에서 언급)과 『광기』와 『보소』의 문장을 인용한 뒤에 보광과 법보의 ‘이치가 뛰어난 것을 종지로 삼았다[理長爲宗]’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담혜가 언급한 보광과 법보의 ‘理長爲宗’은 세친의 『구사론』에 대한 저작태도를 상징하는 언구라고 이해한 것이다.

보광은 『구사론』이 유부의 근본논서인 『발지론』과 6족론의 이치를 모두 포괄하고 있으며, ‘일체법의 실유’를 서술하고 있으나, 세친이 간혹 경부의 이치로 유부의 설을 바로잡은 것은 붕당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이치에 의거하여 종지를 삼은 것[據理爲宗]이라 평하고 있다(각주 20) 참조). 법보 역시 『구사론』은 『대비바사론』에 근거한 본송을 해석하기 위한 저작이니 경량부의 설을 바른 이치로 삼은 것은 이치가 뛰어난 것을 종으로 삼은 것[理勝爲宗]이지 하나의 부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평하고 있다. 담혜는 이어 중현의 『구사박론(俱舍雹論)』을 『순정리론(順正理論)』이라 고친 사례에서도 종파에 치우침이 없는 세친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한다. 이에 이치가 뛰어난 것을 옳다고 여긴 것은 하나의 종파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고 결론짓고 있다(각주 21 참조).

이에 더하여 담혜는 세친의 치우침 없는 저작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온(蘊)·처(處)·계(界) 3과(三科)를 제시하면서 『광기』의 해설을 인용하고 있다.

예컨대 아래의 논의 3과(온·처·계)의 가유와 실유 중에서 유부는 3과가 모두 실유이고, 경부는 온와 처는 가유이고, 계는 실유가 주장한다. 논주의 주장은 온은 가유이고, 처와 계는 실유이다. 이것은 유부도 아니고, 또한 경부도 아니고, 또한 여타의 여러 부파와 전적과 같은 것도 아니니 오직 이치가 뛰어난 것을 표준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므로 『광기』(권1 42쪽)에서 “앞에서 설한 바를 살펴보면, 논주와 이 경부종은 온이 가유임을 인정하니 비바사를 거스르며 논파하고, 처가 실유임을 인정하기 때문에 경부를 논파한다. 이치를 근거로 삼기 때문에 하나의 종파를 주장하지 않고 무엇이든 뛰어난 것은 해석하여 세운다.”라 했다. 대저 3과의 법문은 색법과 심법의 큰 체계이며, 성(性)·상(相)의 큰 기틀이니 항하사 수의 온갖 법을 망라하여 벗어남이 없다. 여기에서 피차간의 가유와 실유를 가리킨 것이 하나의 주장에 구애되지 않고 별도로 깊은 종지를 열였으니, 나머지의 향배는 준하여 알 수 있다(『指要鈔』 권1, J63, 811c).

5온·12처·18계설은 일체법을 분류하는 체계로, 일반적으로 3과설(三科說)이라 한다. 유부는 온·처·계가 모두 실유라 주장하고, 경부는 온·처는 가유이고, 계는 실유라 주장한다. 세친은 온은 가유이지만 처·계는 실유라 주장한다. 이것은 유부와 경부의 학설을 모두 비평한 것이다. 보광의 해설과 같이 이치를 근거로 삼았기 때문에, 유부이든 경부이든 하나의 종파를 주장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14)

Ⅲ. 3종 견해에 대한 담혜의 평론 및 결론

1. 제1설(유부소속설)에 대한 평론

담혜는 『지요초』에서 『구사론』의 소속부파에 대한 여러 이견을 제시한 뒤 자신의 평론을 서술하고 있는데, 먼저 유부종에 속한다는 견해를 다음과 같이 비판하고 있다.

지금 말해 보면, 여러 논사의 다른 해석이 모두 마땅하지 않다. 어째서인가? 자은(규기)·서명(원측) 등과 같이 유부에 치우쳐 속한다면 이 아래의 논과 송에서 간간이 ‘傳說’과 혹은 ‘許’ 등의 말을 두어 자신이 유부종을 불신한다는 것을 나타내었으니 어찌할 것인가? 또한 본문에서 경부의 뜻으로 유부종에서 주장한 바를 폄하하고 논박하였기 때문에, 중현이 『구사박론』을 지어 이 논을 다시 반박하였으니, 이 논이 유종만을 치우쳐 종상(宗尚)한다면 중현이 어찌 반박했겠는가(『指要鈔』 권1, J63, 811a).

담혜는 세친이 『구사론』에서 ‘傳說’, ‘許’ 등의 말로써 유부의 이론을 불신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傳說’과 ‘許’는 유부의 비바사에서는 이와 같이 ‘전하여 설하고’ 있으며, 이와 같이 ‘인정하고’ 있지만, 세친 자신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이다.

나아가 세친은 여러 곳에서 경부의 주장으로 유부의 이론을 논박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조롱의 언사를 사용하기도 한다.15) 이로 인해 중현이 세친을 반박하기 위해 지는 논서가 『순정리론』인데, 애초의 명칭은 ‘구사론을 반박한다’는 뜻에서 『구사박론』이라 하였다. 담혜의 뜻은 ‘세친이 유부종을 종지로 여겼다면 어째서 유부의 적전(嫡傳)이라 할 수 있는 중현이 이러한 논을 지었겠는가?’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 제2설(경부소속설)과 제3설에 대한 평론 및 결론
1) 경부소속설에 대한 평론

다음으로 『구사론』이 경부에 속한다는 의견에 대해 담혜는 다음과 같이 평론하고 있다.

또한 어떤 이와 봉담 등과 같이 경부에 치우쳐 속한다면 심히 옳지 않다. 「정품」의 문장과 『천친전(天親傳)』 등에 근거하여 유부의 논으로 소속시키는 것이 이치상 성립된다. 하물며 또한 세친이 스스로 ‘경부의 뜻으로 유부종을 폄훼하여 평가한 일부분은 나의 과실이다’라 했으니 어찌 경부에 치우쳐 속하는가(『指要鈔』 권1, J63, 811a).

담혜는 앞에서 다룬 「정품」의 문장과 『천친전』의 저작 인연에 근거하여 『삼론현의』의 어떤 이의 설과 봉담의 『광진초』의 견해를 반박하면서 유부의 논으로 소속시킴이 이치상 더 타당하다고 평설하고 있다.

2) 원휘의 해설에 대한 평론

유부와 경부를 모두 부파의 종지로 삼는다는 원휘의 견해에 대해 담혜는 다음과 같이 평론하고 있다.

또한 원휘가 2종을 함께 세운 것은 치우쳐 소속시킨 과실을 면했으며, 또한 초래하는 힐난도 없으니 한 논서의 전체를 총괄하여 포섭한다. 그러나 종을 드러남[顯]과 은밀함[密]으로 나눈 것은 이치상 마땅하지 않다. ‘드러난 것은 유부가 종이 된다’라 한다면 어째서 본문에서 유부의 주장을 드러내어 논파했으며, 어찌 논파된 것을 이 논의 종지로 삼을 수 있겠는가? ‘은밀한 것은 경부를 종으로 삼는다’라 한다면 논주가 드러내어 분명하게 경부종을 신용하고 있기 때문에, 논에서 문장과 이치가 경부와 완전히 같은 경우가 많다. 논의 나타난 문장에서 “경부가 주장하는 바는 이치에 어기지 않기 때문이다”라 했으니, 이미 숨긴 것이 없는데 어찌 ‘은밀한 종지[密宗]’라 할 수 있는가? 그러므로 종을 현과 밀로 나눈 것도 적지 않게 경색되었다(『指要鈔』 권1, J63, 811a-b).

원휘의 견해는 유부종과 경부종에 치우친 것이 아니어서 이에 따른 힐난을 초래하지 않으며, 논 전체를 포괄하는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드러남과 은밀함이란 해석이 모두 마땅하지 않다. 드러난 종지가 유부라면 어째서 유부의 주장을 곳곳에서 드러내어 논파했는가? 은밀한 종지가 경부라면 어째서 경부의 의견을 그대로 제시하고, ‘경부의 주장은 이치를 어기지 않는다’라 하여 경부에 대한 신뢰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가? 이러한 분류는 매우 경색된 형식적인 절충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어서 담혜는 혜개(慧愷, 516∼568)의 구역 구사론(『구사석론(俱舍釋論)』) 「서문」을 인용하면서 현밀설 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마무리하고 있다.

이 논은 본래 비바사에 근거하기 때문에 유부가 논의 근본종이 된다고 한다면 큰 잘못은 없다. 아래의 논의 본문에선 ‘본종에 귀결한다’라 하고, 혹은 ‘종상하는 바’라 했다. 그러므로 혜개의 구역 『구사론』 「서문」에서 “먼저 살바다부에 출가하여 그 부에서 세운 3장을 배우고, 다시 그들의 법에 어긋난 것이 많음을 발견했다. 그러므로 이 논을 지어 그들의 주장을 갖추어 서술하고, 그 오류가 있는 곳을 따라 경부로 논파하였다. 그러므로 이 논은 근본의 종지는 살바다부이지만 그 가운데 취하고 버리는 것은 경부가 표준(正)이 된다.”라 했다. 그러므로 이 논의 부(部)의 종지를 한 부파에 치우쳐 소속시키거나, 혹은 종을 현(顯)·밀(密)로 나누는 것은 모두 잘못이다(『指要鈔』 권1, J63, 811b).

혜개는 『구사석론』 「서문」에서 세친의 출가 연원이 유부에 있으며, 이후 유부의 오류를 경부의 이치로 바로잡았다고 서술하면서, 『구사론』의 근본종지는 살바다부이지만, 취사의 기준은 경부가 표준이 된다고 설한다.16) 담혜는 이를 근거로 유부가 『구사론』을 유부나 경부 중에서 어느 하나에 소속시키거나, 현·밀로 분류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3) 보광·법보의 해설에 대한 평론 및 결론- 구사종이 종지가 됨

담혜는 보광과 법보의 ‘理長爲宗’을 확장시켜 『구사론』의 부파적인 종지는 ‘구사종’이란 견해를 결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보광과 법보 두 스님은 한 종파에 소속시키지 않고, 오직 ‘이치가 뛰어난 것을 종지로 삼았다[理長爲宗]’라 했다. 이로써 알 수 있다. 이 논은 여러 부파의 장점을 총괄하여 한 논의 종지로 삼았으니, 후세에 별도로 ‘구사종’을 세운 것은 대개 이 때문이다(『指要鈔』 권1, J63, 811b-c).

보광과 법보의 ‘理長爲宗’에 대해, 담혜는 여러 부파의 장점을 총괄하여 논의 종지로 삼았기 때문에 유부도 아니고 경부도 아닌 ‘구사종’이란 별도의 종파가 등장하게 된 것이라 설명한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북전(北傳)에 의하면 상좌부(上座部) 계열의 10종 지말부파와 대중부(大衆部) 계열의 8종 지말부파는 모두 20부파가 된다. 비록 후대에 구사종이라는 부파가 등장하더라도 20부파 안에 구사종이 존재하지 않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담혜는 대승의 관점을 도입하여 소승의 부파 안에서 구사종이 성립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지금 대승의 관점에서 말해 보면 소승교는 아직 법의 근원을 다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다른 부파가 번잡하게 흥기하여 각기 다른 의견을 주장하니, 혹은 2부로 쪼개지고 혹은 5부로 쪼개지고 혹은 18부가 되고 혹은 20부가 된다. 현수의 『탐현기(探玄記)』에선 ‘쟁론(諍論)의 성문장(聲聞藏)’으로 세웠으니 또한 마땅하지 않은가? 또한 『대지도론(大智度論)』 권30에서 “부처님과의 거리가 오래 되어 경전의 법이 전해진지 5백년 후에 다른 것들이 여럿이 있어서 부파마다 같지 않다.”라 했다. 이 논의 권8(16하)에서 “위없는 법왕께서 오래전에 멸도하시고, 여러 대법의 장수들도 반열반하였네, 성교가 갈래로 나뉘어져 이미 여러 부파가 되었으니, 그 문장과 이치에 대해 다른 주장이 서로 분분하네, 취사를 마음에 맡기니 지금까지 점차 치성해졌네.”라 했다. 이러한 등의 문장에 따르면 부파의 주장이 어찌 18종과 20종 뿐이리요. 이 『구사론』 역시 한 종파의 주장인 것이니 마땅히 알아야 한다(『指要鈔』 권1, J63, 811c).

대승의 관점에 따르면, 소승교는 아공(我空)에 통달할 뿐, 아직 법공(法空)에 이르지 못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부파가 흥기하여 다른 주장을 펼치게 되어 근본 2부에서 지말 20부에 이르게 되었다. 법장의 『탐현기』에서는 이러한 소승의 분열상을 ‘쟁론의 성문장’이라 칭하였다.17) 또한 용수(龍樹, 2∼3C頃)의 『대지도론』에서는 불멸 후 5백년 무렵에 여러 부파마다 다른 경전을 전하였다고 설한다.18) 『구사론』에서도 세친이 부파 분열의 혼란상을 언급하고 있다.19) 이러한 문장에 따르면 부파를 18종 또는 20종에 국한할 필요가 없으니, 『구사론』 역시 별도의 종파로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 담혜의 결론이다.

여기에서 소승이 법공에 통달하지 못하여 여러 부파가 흥기하였다는 담혜의 설명은 대승교판의 관점에서는 설득력을 지닌다. 규기의 8종판과 현수의 10종판에서 소승의 종파는 6종에 해당한다. 앞의 6종은 첫째 아와 법의 실유에서 시작하여 여섯째 일체법의 가명을 거쳐 7번째인 공종(空宗, 자은8종) 혹은 일체개공종(一切皆空宗, 현수10종) 이르기 위한 단계적인 배치이다.20) 이에 따라 대승의 교판에서 소승의 부파를 바라볼 경우, 소승 부파의 분열은 법공(法空) 에 이르기 위한 단계적이고 필연적인 분열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Ⅳ. 쾌도의 반론 및 결론

담혜는 『구사론』 전체에서 발견되는 ‘傳說’, ‘許’등의 표현과 유부의 전전자인 중현이 이에 대한 반박으로 『구사박론』(『순정리론』)을 저술하였다는 점에서 유부소속설을 비판한다. 다음으로 「정품」에서 가습미라의 이치에 의거하여 대법을 해석하였다고 언명한 문장과 저작 연유 등을 근거로 경부소속설 역시 비판한다. 이어 원휘의 현顯·밀密을 기준하여 두 부파 모두에 소속된다는 견해에 대해선 논리적으로 반박한 뒤, 혜개의 『구사석론』 「서문」을 예시하여 오류라고 지적하고 있다. 담혜는 보광과 법보의 ‘理長爲宗’을 계승하여 『구사론』의 부파적 종지는 ‘구사종’이라 결론지었다. 이러한 담혜의 평론 및 결론에 대한 쾌도의 입장을 살펴본다.

1. 구사종에 대한 반론

앞에서 살핀 것처럼 담혜가 여러 경론에서 설한 부파의 혼맥상에 근거하여 20부파 이외에 별도의 종파로서 ‘구사종’을 주장한 것은 근거가 빈약하다. 이러한 담혜의 주장에 대해 쾌도는 『법의』에서 다음과 같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어떤 이는 별도로 구사종을 세운다. [“]이 논은 유부를 따르기도 하고 경부를 따르기도 하고 둘을 따르지 않기도 한다. 자체적으로 주장(所立)을 세운 것이니 살다바부나 경부와 관련이 없다. 일본에서도 별도로 구사종을 세우니 어찌 이것이 아니겠는가?[”라 한다.] 이러한 분별은 이치가 없다. 일부의 이견이 있을 때마다 별도의 종파를 세운다면 무량한 종파가 있어야 한다. 『이부종륜론』에서도 지말 종파의 다른 이치를 ‘무량하다’라 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일본에는 별도로 소승종이 없고, 배우는 논을 따라 ‘구사종’이라 하니 바로 소승종이다. 그러므로 8종 중에 소승을 거론하지 않는 것이니 생각하라(『法義』 권1, J64, 7b).

쾌도는 별도로 구사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마다 종파를 나눈다면 무량한 종파가 있어야 한다고 반박한다.

세우(世友, 1∼2C頃)는 『이부종륜론』에서 대중부와 대중부에서 첫 번째로 분파한 일설부·설출세부·계윤부 4종 부파가 지말부파로서 각기 다른 주장을 하는 내용에 대해 서술하면서 마지막에 지말종파의 주장을 세분하면 점차로 분화되어 무량한 문에 이른다고 설하고 있다.21) 그러나 세우는 소승의 부파를 20부파로 한정하고 있다. 이에 쾌도는 만약 담혜의 주장에 따라 종파를 세운다면 무량한 문(門)이 있기에 무량한 종파가 되어야 한다고 논박한다.

다음으로 쾌도는 일본에서 ‘구사종’이라 지칭하는 종파는 실제로는 소승종을 지칭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기에 일본에서 전하는 8종의 명칭에 소승을 거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응연(凝然, 1240∼1321)의 『팔종강요초』에는 일본의 8종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묻겠다. 그 8종八宗이란 무엇인가?

답한다. ‘8종’이란 첫째 구사종, 둘째 성실종, 셋째 율종, 넷째 법상종, 다섯째 삼론종, 여섯째 천태종, 일곱째 화엄종, 여덟째 진언종이다.

묻겠다. 이 8종 중에서 몇이 소승이고, 몇이 대승인가?

답한다. 구사종·성실종과 율종 이 3종은 모두 소승이다. 법상종·삼론종·천태종·화엄종과 진언종 이 5종은 모두 대승이다(『八宗綱要鈔』 권1, B32, 18a).

응연의 설명에 따르면, 8종에는 구사종·성실종·율종이 소승에 속하고, 법상종(유식)·삼론종(중관)·천태종(법화)·화엄종(화엄)·진언종(밀종)은 대승에 속한다. 쾌도의 말대로 구사종은 소승종을 논서에 근거하여 명칭한 종파라 할 수 있다. 물론 성실종 역시 소승종을 논서에 근거하여 칭한 명칭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쾌도의 의도는 소승의 종파를 지칭하면서 설일체유부·경량부 등 부파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논서에 따라 구사종과 성실종이라 하였음을 가리킨 것이니, 유부와 경부를 떠나 별도로 구사종이라 칭한다는 주장을 반박하기에는 충분하다.

2. 제2설과 제3설 평론 및 담혜에 대한 반론
1) 경부소속설에 대한 평론 및 반론

담혜가 경부소속설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것처럼, 쾌도 역시 역시 『법의』에서 다음과 같이 논박하고 있다.

『광진초』 권3(99상)에서 경부의 별사로 판석했으니, 이는 『순정리론』 등에서 [세친을] ‘經主’라 부른 것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그(중현)가 조롱하고 폄하하여 지목한 것이지, 부파의 종의에 관련시킨 것은 전혀 아니다(『阿毘達磨俱舍論法義』 권1, J64, 7b).

쾌도는 봉담이 세친논주를 경부의 별사로 판석한 것은 『순정리론』에서 세친을 ‘경주(經主)’라 칭한 것에 근거한 것이라 하여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중현이 세친을 경주라 부른 것은 조롱과 폄하의 의도가 있는 것이지, 경량부라는 특정한 부파에 한정시킨 것이 아니라고 평론한다. 나아가 쾌도는 『삼론현의』의 어떤 이의 의도에 대한 담혜의 평론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가 다시 말한다. “가상(길장)의 『삼론현의』에서 ‘어떤 이는 말한다. 진제는 ‘성실론을 사용했다’라 했으니 『구사론』을 검토하면 경부의 뜻은 대부분 『성실론』과 같다.’라 했다. 이 어떤 이의 의도는 『구사론』이 경부종이라는 것이다.”라 하니 어리석은 망견이 심하다. 중국에는 경부의 3장이 없기에 『구사론』에서 설한 경부의 이치가 [『성실론』과] 같음을 지적하여 『성실론』이 경부의 이치라는 것을 알게 한 것이지 『구사론』이 경부종이라는 것이 전혀 아니다(『法義』 권1, J64, 7b).

앞서 담혜는 『삼론현의』의 어떤 이의 설을 인용한 뒤에 ‘이 어떤 이의 의도는 『구사론』이 경부종이라는 것이다.’라 평론하였다. 이에 대해 쾌도는 담혜의 평론이 억측이라 반박한다. 어떤 이의 의도는 『구사론』이 경부종이라는 것이 아니라, 『성실론(成實論)』이 경부의 이치와 같다는 것이다. 중국에 경부의 3장이 유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사론』에서 언급된 경부의 설을 통해 『성실론』이 경부의 이치와 같음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담혜와 쾌도의 평론에 따르면, 『구사론』의 경부에 속한다는 제가(諸家)의 설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2) 현밀양종설에 대한 평론

담혜는 제3설 중에서 원휘의 현밀양종설을 비판하였는데, 쾌도 역시 원휘의 견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다.

그런데 원휘의 소에서 ‘드러나게는 유부가 종의가 되고 은밀하게는 경부가 된다’는 것은 잘못이다. [두] 부파의 종의는 연결될 수 없으니, 만약 두 가지 종의가 존재한다면 이는 세친종이지, 12부파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法義』 권1, J64, 7b).

원휘의 말대로 드러난 종지와 은밀한 종지가 함께 있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유부와 경부의 종의는 연결될 수 있는 이치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부의 주장과 경부의 주장을 함께 서술하는 부파가 존재한다면, 이것은 상좌부의 계열의 12부파를 벗어난 별도의 세친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3. 유부소속설 비판에 대한 반론 및 결론– 설일체유부에 속함

앞에서 담혜는 유부소속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며, 최종적으론 구사종을 주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담혜의 유부소속설 비판에 대해 쾌도는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전하는 설에(傳說)’라는 말(권1<21상> 권3<1하> 등)을 두어 경부의 뜻에 따라 유부의 단점을 바로 잡았으니, 자신의 종의를 명백하게 하려 한 것이지 종의를 바꾼 것이 전혀 아니다. 그러므로 유통분(권29<8하>의 송에서 “나는 대부분 그것에 근거하여 대법을 해석했다. 일부의 폄훼하여 평가한 것은 나의 과실이다.”라 했다. 만약 경부종을 받들었다면 무슨 나의 과실이 있겠는가? 『순정리론』과 같으니 유부종이 근본이 되고, 간혹 비사사의 정의와 다른 것이다(『法義』 권1, J64, 7b).

쾌도는 담혜가 앞에서 인용한 「정품」의 문장을 제시하면서 ‘傳說’이란 말은 유부를 논파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유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 변론한다. 애초에 논파나 폄하의 의도가 있었다면 어째서 「정품」의 문장에서 자신의 과실이라고 말했겠는가? 또한 중현이 『구사론』을 반박하기 위해 저술한 『순정리론』도 역시 유부 비바사를 근본으로 하고 있지만, 비바사와 다른 설이 보인다. 설혹 비바사의 정의와 다른 설이 다른 설이 있다고 해서 『순정리론』을 유부의 논서가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구사론』 역시 유부 비바사를 근본으로 하고 있으며, 몇몇 부분 이설이 나타나고 있지만 유부의 논서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쾌도는 『구사론』이 유부의 논서임을 본문에 근거하여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20부파에서 설일체유부가 논주의 종지이다. 논 가운데(권4(16상)과 권5(2상)과 같은 권(6하)와 권13(11하))에서 자주 유부의 종의를 ‘우리 종’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품마다 뒤의 제목 뒤에 ‘설일체유부’라 설하여 마치 『발지론』과 『비바사론』 등과 같으니, 어찌 종파를 가려내어 구별한 것이 아니겠는가(『法義』 권1, J64, 7b).

쾌도는 세친이 유부종에 대해서 ‘우리 종(我宗)’이라 언명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세친은 『구사론』 권5에서 유부를 ‘우리 종’이라 언명하고 있으니,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그렇다면 설한 바 동분은 무엇인가? 이와 같은 부류의 온갖 행(유위법)이 생기할 때 그 가운데 인동분人同分 등을 임시로 설정하는 것이니, 온갖 곡식·보리·통 등의 동분과 같다. 이것은 선설이 아니니 우리 종에 위배되기 때문이다(『俱舍論』 권5, T29, 24b).

② 무상정도 이와 같음을 알아야 하니 정전심定前心이 여타의 마음과 상위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전심이 일어나기 때문에 여타의 마음이 잠시 일어나지 않게 하니 일어나지 않는 단계에서 무상정을 임시로 세우는 것이니, 나머지의 앞의 설과 같다. 이것은 선설이 아니니 우리의 종에 위배되기 때문이다(『俱舍論』 권5, T29, 26a).

위의 내용은 『구사론』 권5에서 동분(同分)과 무상정(無想定)에 대한 논의 중 세친이 경부의 견해에 대해 평론한 내용이다. 먼저 인용문 ①을 살펴보면, 유부에 따르면 동분(同分)은 유정에게만 존재하는 실유(實有)의 법이니 승론(Vaiśeṣika, 勝論)의 보편자[同句義]와 달리 개별적인 개체의 개수만큼 실재한다. 경량부에서는 동분의 실유를 인정하지 않으며, 유정·비유정의 유사성에서 가립한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경부의 견해에 대해 세친은 ‘우리 종에 위배된다’고 언명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우리 종’은 설일체유부를 가리킨다.

인용문 ②를 살펴보면, 유부에서는 멸진정과 무상정을 실유의 불상응행법으로 분류한다. 이것은 심·심소가 일어나지 않게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경부에서는 멸진정과 무상정에 들어가기 직전의 마음[定前心]이 가진 특성으로 인해 여타의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며, 이렇게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단계에서 멸진정과 무상정을 임시로 설정한 것이라 한다. 이러한 경부의 견해에 대해 두 법의 실유성을 인정하는 세친은 ‘우리 종에 위배된다’고 말하고 있으며, 여기의 ‘우리 종’도 역시 설일체유부를 가리킨다.

쾌도 역시 담혜와 같이 각 권의 말미에 부기된 글자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한역본을 살펴보면 각 권의 마지막마다 ‘說一切有部俱舍論 卷第○’라는 형식으로 마치고 있는데, 앞의 ‘說一切有部’는 작은 주석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구를 세친 자신이 기록한 것인지에 대해선 의혹이 남는다. 왜냐하면 진제역에는 각 권의 마지막에 ‘阿毘達磨俱舍論 卷第○’라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장역에서도 明本의 경우에는 ‘說一切有部’가 ‘阿毘達磨’로 되어 있다.

다시 쾌도는 문답의 형식을 통해 유부소속설에 대한 반론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하고 있다.

묻겠다. 비록 유부와 같지만 논주는 조금 다르지 않은가? 답한다. 그렇다. 유부가 종지가 되지만 그 중에 종파의 이치를 장엄했기 때문에 여타의 것과 조금 다르다. 마치 비바사의 4대 논사가 같은 유부종이지만, 그들이 세운 것에 각기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과 같으니, 누가 이들을 유부종이 아니라 하겠는가(『法義』 권1, J64, 7b).

쾌도의 주장은 세친의 해설이 비록 유부의 정설과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그 취지는 유부의 종의를 장엄하기 위한 것이며, 『구사론』이 유부를 종지로 한다는 사실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비바사의 4대논사의 주장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들을 모두 유부의 논사라 일컫는 경우와 같다. 비바사의 4대논사는 법구(法救)·묘음(妙音)·세우(世友)·각천(覺天)을 가리킨다. 『대비바사론』의 곳곳에는 이들 4대 논사는 다양한 이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3세의 구분’에 대한 4대논사의 견해는 매우 잘 알려져 있다. 설일체유부는 과거·현재·미래의 법이 모두 실유라 주장한다. 경부 등에 따르면 미래의 법은 아직 생기하지 않은 것이고, 현재의 법은 지금 생기한 것이고, 과거의 법은 이미 소멸한 법이다. 일체의 법이 과거·현재·미래에 실유한다는 유부의 이론에서 법法의 3세世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법구·묘음·세우·각천은 모두 상이한 해설을 제시하는데 이 4인의 주장을 각기 류부동설(類不同說)·상부동설(相不同說)·위부동설(位不同說)·대부동설(待不同說)이라 한다.22) 이와 같이 4대논사가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지만 모두 비바사의 논사라 칭하는 것처럼 세친의 의견이 비록 유부의 정설과 다르더라도 그를 유부의 논사가 아니라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쾌도의 답변이다.

이에 아비달마의 20부파 혹은 상좌부 계열의 부파 내에서 『구사론』이 어떤 부파에 속하는가를 결정하는 문제라면 ‘설일체유부’에 소속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Ⅴ. 결론

담혜의 『지요초』와 쾌도의 『법의』에서 제기한 『구사론』의 부파적 귀속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평론 및 결론을 살펴보았다.

담혜가 제가(諸家)의 주장을 서술하면서 『구사론』의 유부소속설에 대해 긍정한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품」에서는 세친이 직접 “가습미라(迦濕彌羅)에서 논의한 이치가 성립되었으니, 나는 대부분 그것에 근거하여 대법(對法)을 해석했다.”라 언명하고 있다.

둘째, 『천친전』에선 이 논의 송은 하루에 강의한 『대비바사론』의 문장과 이치 등을 총결한 것이라 하여 본송인 600송 저술의 경위를 밝히고 있다.

셋째, 이 논의 제목은 근본논서인 『발지론』 등의 ‘대법장’에서 명칭을 차용한 유재석이다.

넷째, 논의 본문에서 ‘본종에 귀결한다’라 하고 혹은 ‘종상하는 바’라 했으며, 이에 따라 혜개의 구역 『구사론』 「서문」에서 “이 논은 근본의 종지는 살바다부이지만, 그 가운데 취하고 버리는 것은 경부가 표준[正]이 된다.”라 하고 있다.

그러나 담혜는 ‘傳說’이나 ‘許’등의 용어에 담긴 불신의 의미, 논의 여러 곳에서 조롱의 언사까지 사용한 점, 중현이 『구사박론』을 저술한 점에 근거하여 유부소속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며, 최종적으로 보광과 법보의 견해를 계승하여 구사종이 종지가 됨을 주장한다.

이러한 담혜의 주장에 대해 쾌도는 구사종이란 유부의 대표적인 논서를 가리키는 것이니, 결국 설일체유부에 속한다고 반론한다.

첫째, 「정품」의 유통분에서 ‘나의 과실’이란 말을 제시한 점에 비추어보면 ‘傳說’이란 말은 유부를 논파하거나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유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세친이 직접 논에서 유부의 종의에 대해 ‘우리 종’이라 언명하고 있다.

셋째, 삼세실유에 대한 법구 등 4대 논사의 설에 차이가 있더라도 모두 유부라고 인정하듯이, 세친의 견해가 비록 유부의 정설과 다르더라도 그를 유부의 논사가 아니라고 해서는 안된다.

이에 20부파 내에 한정할 경우 『구사론』의 부파적 귀속은 설일체유부에 속한다는 것이 쾌도의 결론이다.

Notes

“然此中十智 諸教不同 薩婆多宗 以十種智攝一切智 故俱舍論二十六云 智有十種 攝一切智 一世俗智 二法智 三類智 四苦智 五集智 六滅智 七道智 八他心智 九盡智 十無生智” (『仁王經疏』上, T33, 366b).

“言四門者 小乘以阿毘曇為有門 毘曇即今俱舍 遵一切有部故 成實即是空門 實義是空故” (『大方廣佛華嚴經隨疏演義鈔』, T36, 43c).

이러한 내용은 현장 문하의 전통주소에서 전해지는 내용이다. 그 타당성에 대한 고찰과 별개로 『구사론』이 유부의 『대비바사론』에 근거함은 별도로 언급할 필요가 없다. 『구사론』과 유부 논서의 관계성은 김남수의 논문(2024: 160-181.) 참조.

육합석에서 유재석有財釋은 ‘將他顯己’라는 언구로 표현되며, 복합어 A+B는 C를 가리킨다. 자세한 내용은 김남수의 논문(2019: 67-73.) 참조.

“成實之宗正依何義 答有人言 擇善而從 有能必錄 棄眾師之短 取諸部之長 有人言 雖復斥排群異 正用曇無德部 有人言 偏斥毘曇 專同譬喻 真諦三藏云 用經部義也 檢俱舍論 經部之義多同成實” (『三論玄義』 권1, T45, 3b25).

“如是二途皆為善說 所以者何 不違理故 我所宗故” (『俱舍論』 권4, T29, 22c).

“雖述一切有義 時以經部正之 論師據理為宗 非存朋執”(『俱舍論記』 권1, T41, 1a).

“此論多據婆沙以制頌 長行中唯以理勝為宗 非偏一部 然於中間多以經量為正義也”(『俱舍論疏』 권1, T41, 458a29).

“四現通假實宗 謂說假部等 彼說無去來 現在世中諸法 在蘊可實在界處假 隨應諸法假實不定 成實論等經部別師亦即此類” (『華嚴一乘敎義分齊章 권1, T45, 481c).

“不違理故我所宗故者 論主釋 經部說假不違理故 亦說一切有部說實我所宗故 論主意朋經部故作斯解”(『俱舍論記』 권4, T41, 87b).

“이는 유부의 득·성취론과 경량부의 종자설에 대한 논주 세친의 평석으로,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보광은 이것 역시 논주가 경량부 의견에 동조한다는 의미로서 해석하고 있다.(『구사론기』 권제4, T41, p.87중. “論主意朋經部, 故作斯解”)”(권오민, 2006: 199.).

“斯論乃文同鉤鏁結引萬端 義等連環始終無絕 採六足之綱要備盡無遺 顯八蘊之妙門如觀掌內 雖述一切有義 時以經部正之 論師據理為宗 非存朋執” (『俱舍論記』 권1, T41, 1a).

“世親論主 意無朋執 依第一時制造此論 …… 此論多據婆沙以制頌 長行中唯以理勝為宗 非偏一部 然於中間多以經量為正義也 …… 眾賢偶寄書謝過 并附俱舍雹屈菩薩評定云 若其無理請使火焚 若有行當願為流傳 論主披檢將為有理 改俱舍雹名順正理 准此 菩薩豈有偏執 故知 此中理長為是 非定一宗” (『俱舍論疏』 권1, T41, 458a).

“善言義者無迷亂緣 耳識已生名爲能解 如無失者應取爲宗” (『俱舍論』 권16, T29, 87b).

위의 『구사론』의 문장은 허광어(虛誑語)의 근본업도(根本業道)가 성취되는 순간에 대한 문답의 내용이다. 거짓말은 허광어가 성취되는 순간은 상대방(속는 사람)의 이식이 일어날 때인가? 의식이 일어날 때인가? 이식이 일어날 때라면 이식은 말의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의식이 일어날 때라면 속이는 자의 어표업(語表業, 소리)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이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말의 뜻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에게 별도의 장애되는 조건이 없을 경우에는 속는 사람 이식이 일어날 때 속는 사람에게 허광어의 업도가 성취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답변을 채택하면서 세친은 ‘과실이 없는 것이라면 종의로 삼아야 한다’라는 원칙을 언명하고 있다.

“按上所說 論主此宗許蘊是假 違破婆沙 許處是實故破經部 以理為量 不執一宗 隨何勝者釋為已立” (-『俱舍論記』 권1, T41, 29c).

“天愛 汝今但知言至不閑意旨”(『俱舍論』 권4, T29, 19c)라는 문구에 대해 보광(『俱舍論記』 卷4, T41, 77b)은 “서방[의 논사]가 조롱하여 ‘천애(天愛)’라 한 것이니,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아껴주시기에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西方相弄呼爲天愛 非能自活天愛得存)”라 해석하고 있다.

“法師德業 具如別傳 先於薩婆多部出家 仍學彼部所立三藏 後見彼法多有乖違 故造此論 具述彼執 隨其謬處 以經部破之 故此論本宗是薩婆多部 其中取捨 以經部爲正” (『阿毘達磨俱舍釋論』, T29, 161a).

“第五開種類者 就聲聞藏中 准諸經論曲開三種 一諍論聲聞藏 謂契經四阿含 調伏五部 對法二十 互相違諍 所說不同 不妨聖果 是故總名為諍論藏”(『華嚴經探玄記』 권1, T35, 109c).

“佛去久遠 經法流傳五百年後 多有別異 部部不同”(『大智度論』권30, T25, 280a).

“無上法王久已滅度 諸大法將亦般涅槃 聖教支離已成多部 其於文義異執交馳 取捨任情于今轉盛”(『俱舍論』 권8, T29, 45b).

우선 자은의 8종에서 살펴보면, 첫째는, 아법구유종(我法空有宗, 아와 법이 함께 존재한다고 하는 종)이니 독자부(犢子部) 등이며, 실유(實有)의 법(法)과 실유의 아(我)를 주장한다. 둘째는, 유법무아종(有法無我宗, 법은 있으나 아는 없다고 하는 종)이니 유부종(有部宗) 등이며, 3세실유의 법과 무아(無我)를 주장한다. 셋째는, 법무거래종(法無去來宗, 법에는 과거와 미래가 없다고 하는 종)이니 대중부(大眾部) 등이며, 과거와 미래 법의 실유를 부정한다. 넷째는, 현통가실종(現實假實宗, 현재가 가유와 실유에 통한다 하는 종)이니 설가부(說假部) 등이며, 현재의 세간과 출세간에서 각기 가유와 실유를 주장한다. 다섯째는, 속망진실종(俗妄真實宗, 속제는 거짓이고 진제는 진실이라고 하는 종)이니 설출세부(說出世部) 등이며, 세간법의 가유와 출세간법의 실유를 주장한다. 여섯째는, 제법단명종(諸法但名宗, 제법이 다만 명칭뿐이라고 하는 종)이니 일설부(一說部) 등이며, 세간·출세간 법의 가유를 주장한다. 일곱째는, 승의개공종(勝義皆空宗, 뛰어난 이치는 모두가 공이라고 하는 종)이니 반야경 등의 공종의 용수 계열이다. 여덟째는, 응리원실종(應理圓實宗, 이치에 상응하는 원만하고 진실하다고 하는 종)이니 화엄경과 법화경 등과 유식의 무착계열이다.

“如是諸部 本宗末宗同義異義 我今當說 此中大眾部 一說部 說出世部 雞胤部 本宗同義者 謂四部同說 諸佛世尊皆是出世 一切如來無有漏法 諸如來語皆轉法輪 佛以一音說一切法 … 此四部末宗異義者。如如聖諦諸相差別 … 心隨依境 卷舒可得 諸如是等末宗所執 展轉差別有無量門”(『異部宗輪論』 권1, T49, 15b).

삼세실유에 대한 4대논사의 설은 황정일의 논문(2006: 83-94.)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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