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Buddhism and Society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특집 2 | 불교와 기본 소득

불교 승가를 통해 본 기본소득의 쟁점과 정책적 시사점::

이명호**
Myoung-ho Lee**
**경희대학교 종교시민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
**Full-time Researcher, Institute for Religion and Civic Culture, Kyung Hee University

© Copyright 2021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Oct 28, 2021; Revised: Nov 20, 2021; Accepted: Dec 10, 2021

Published Online: Dec 31, 2021

국문 초록

기본소득 논의 배경에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전면화 이후 심화한 불평등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신기술이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경험 등이 섞여 있다. 때문인지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는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부터 오히려 불평등을 악화시킨다는 입장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이러한 넓은 스펙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의 개념에 대해서는 일정한 합의가 존재한다. 즉,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이다. 이러한 기본소득에 대해 불교계의 관심은 비교적 높다. 그리고 논의의 방향이 아직은 승가 내 기본소득제도 실현을 지향하고 있지만, 제도 실행 경험과 관련 담론이 축적되면 논의 방향이 사회를 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추측은 불교에는 기본소득에 관한 철학적 기반과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 역사적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에 근거하고 있다. 불교의 오랜 역사를 검토하면, 공동체의 자산을 공유하여 구성원들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깨달음의 추구와 자비실천이라는 출가자의 본분에 충실하도록 설계된 공동체를 유지한 역사적 경험과 이를 위한 정당화 근거 및 실현을 위한 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자는 이 역사적 경험을 ‘정책실험’의 관점으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즉, 기본소득의 전면적 실행을 위한 정책실험으로 승가의 역사적 경험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모든 구성원에게 ‘협상력’을 제공하여 시민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기본소득의 가치를 이해하고자 한다.

Abstract

There are various backgrounds for the discussion of basic income. The reasons for the debate on basic income are deepening inequality after the expansion of neoliberal policy, the prospect that new technologies will replace human jobs with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and the experience of the Disaster Relief Fund paid in the COVID-19 pandemic. Therefore, the understanding of basic income has a vast spectrum, from the position that it can be implemented immediately to the position that it will worsen inequality. Despite this broad-spectrum, there is some consensus on the concept of basic income. Most people understand basic income as "income that is paid equally to all members of society individually, regardless of whether or not they have a lot of wealth or income, whether they work or not." The Buddhist community's interest in such a basic income is relatively high. The content of the basic income discussion in the Buddhist community is still aimed at realizing the basic income system within 'sangha [the monastic community of bhikkhus (monks) and bhikkhunis (nuns)].' However, if experience and related discourses on system implementation are accumulated, the content of the discourse is highly likely to be converted to the goal of realizing a basic income in Korean society. This conjecture is based on the idea that Buddhism has a philosophical basis for basic income, an institutional basis for the realization of basic income, and historical experience. Examining the long history of Buddhism, there are possible to confirm the historical experience of maintaining the community designed to share the community's assets to guarantee 'real freedom' of its members and to be faithful to the mission of the monks, the pursuit of enlightenment and the practice of mercy. Along with the historical experience, the legitimacy of the system and system for community operation can be confirmed. The researcher intends to reconstruct this historical experience from the 'policy experiment' perspective. In other words, as a policy experiment for the full implementation of basic income, the historical experience of sangha is examined. Through this, we try to understand the value of basic income, which provides 'negotiating power' to all members to protect the rights of citizens.

Keywords: 기본소득; 기본소득 실험; 승가; 정책실험; 진정한 자유; 승물; 불물
Keywords: Basic Income; Basic Income Experiment; Sangha; Policy Experiment; Real Freedom; Property Owned by Sangha[僧物]; Property Owned by Buddha[佛物]

Ⅰ. 서론

기본소득이 이슈의 한복판에 있다. 최근의 논의는 특정 후보의 정책에서 비롯되기는 했지만, 논의가 활성화된 배경을 그 하나로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기본소득 논의가 활성화된 배경에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전면화 이후 심화한 불평등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신기술이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경험, 불안정노동의 확산 등의 이유로 개선의 여지가 없는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 등이 섞여 있다. 때문인지 기본소득에 대한 의견은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부터 오히려 불평등을 악화시킨다는 입장까지, 그리고 좌파에서 우파까지 이념적 스펙트럼도 넓다. 또한 기본소득에 대한 학술적·정책적 논의도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소개했던 2000년대 초반의 제1기, 기본소득에 대한 학술적 논의가 활성화된 2010년 전후의 제2기를 지나서, 현재는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백승호, 2017; 백승호·이승윤, 2018).

기본소득의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 여부나 노동 의사와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일정한 현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강남훈, 2010). 하지만 실현 가능성과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매우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기본소득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사회문제, 전환기의 문제, 미래사회의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기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반대로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찬성론자들이 기대하는 기능과 역할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복지수요의 진폭이 커지고 편재성이 커질 미래사회에서 복지 수요의 유무와 차이를 따지지 않고 급여를 원칙으로 하는 기본소득은 사회보장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양재진, 2018). 나아가 이들은 현재 세계 곳곳에서 실험 중인 기본소득제도 중에서 엄밀한 의미에서 기본소득의 핵심 개념을 충족하는 것은 스위스에서 국민투표에 부쳐져서 부결된 제도뿐이며, 나머지는 변형된 기본소득이라 주장한다. 여기에서 기본소득의 핵심 개념은 무조건성, 보편성, 충분성 등이며, 이러한 핵심 개념을 충족시키는 온전한 의미의 기본소득이 실현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연구자는 기본소득의 핵심은 위에서 언급한 특성들이 아니라, 기본소득이 지향하는 목적지향,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으로써 지속가능한 삶의 양식을 위한 제도로 이해한다.1)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제도적 틀을 갖춘 기본소득이 구현된 경험은 없지만, 기본소득의 목적지향이 실현된 역사적 경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본 연구는 바로 이 역사적 경험에 주목한다.

불교의 ‘승가(僧伽, Sangha)’는 원칙적으로 생산활동은 금지되었고, 깨달음을 위한 수행과 추종자인 재가자들을 위한 교육과 축복 활동만이 허용되었다. 그래서 초기불교 시대 이들은 생존을 위해 매일 오전 음식을 빌기 위해 주변의 마을을 방문하여 탁발하였다.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도 재가자들이 주는 것, 보시에 의존하였다. 재가자들은 출가수행자 또는 승가공동체에 보시하였고, 출가수행자들은 공동체를 통해 생활에 필요한 물적 조건을 보장받았다. 그리고 ‘깨달음’을 위한 활동과 공동체 활동, 재가자와 관련된 활동 등을 자유롭게 추구하였다. 공동체에서 구성원들이 희망하는 활동을 자유롭게 영위하도록 물질적 구속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제도를 승가공동체는 구현하려고 노력하였고, 초기불교 시대에는 일정한 수준에서 그러한 조건을 만족시켰다. 즉, 오늘날의 용어를 빌리면 기본소득을 보장함으로써 탈노동화/탈상품화된 구성원들이 활동하는 모습과 그를 위해 공동체의 자산을 공유하는 모습을 승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자는 이러한 측면에 주목하여 초기불교의 승가를 매개체로 설정하여 기본소득의 둘러싼 논쟁을 검토한다. 그 후 산업문명을 넘어선 문명전환에 대한 상상, 즉 기본소득을 통해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자유와 독립이 가능하다는 점을 주장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검토

1. 기본소득 논의 전개

기본소득 논의는 2000년대 이후 진보 진영의 시민운동으로 간헐적으로 제기되었고(한국재정학회, 2021), 2010년에 사회복지학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학술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16년 이후 찬반 논쟁으로 발전되었다. 최근에는 학술적 차원을 넘어서 대중적 정치적 영역에서도 찬반 논쟁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연구자는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을 정리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제고하고자 한다.

기본소득에 대한 반대입장은 주로 기능적 측면에서 기본소득의 가능성과 한계에 집중되었다. 양재진(2018)은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였는데, 그 내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자리의 소멸은 없을 것이고 사회보험 사각지대도 심각하지 않아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둘째, 기본소득은 과도한 재정소요로 시민들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재정중립적 우파 버전의 기본소득이 현실화되고 사회보장 프로그램이 구축될 것이다. 셋째, 과도기적으로 기술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역량을 배양하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직업훈련, 고용서비스와 같은 사회서비스가 위축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넷째, 노동시간 감축, 일자리 나누기도 과도기적 대안일 수 있다. 다섯째, 인간은 무한한 욕망과 소비 욕구가 본성이다. 기본욕구도 상대적이어서 완전한 기본소득은 불가능하다. 여섯째, 현금배당은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강화할 것이고, 개인단위 급여는 가구원수가 적을수록 소득보장효과를 떨어뜨릴 것이다. 일곱째, 기본소득은 욕구 중심의 사회보장 원리와 맞지 않는다. 여덟째, 좌파 버전의 기본소득은 임금노동의 가치를 부정한다(이상이, 2017; 양재진, 2018; 백승호·이승훈, 2018: 47-48). 이러한 비판 중에서 본 연구자는 노동과 사회보장의 기본원칙은 욕구 중심이라는 비판에 주목하고 이를 검토한다. 이는 기본소득을 통한 실질적인 자유(혹은 실존적 자유)의 획득은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능을 한다는 연구자의 견해에 기초하고 있다.

1) 인간의 욕구에 대한 이해와 반론

기본소득 비판론자들은 사회보장의 기본원칙을 ‘욕구’라고 규정하고, 기본소득이 욕구에 기반한 분배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양재진, 2018). 양재진(2018)은 “미래사회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하게 풍요로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후에 인간의 욕망은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것’이고, 그 욕망에 기초한 소비도 끊임없이 발생한다고 정리한다. 그러면서 생태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사람들이 욕망과 씀씀이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래서 ‘미래사회에서도 인간의 욕망을 결코 충족시킬 수 없다’라고 정리한다.

욕망의 끝이 어디일지 모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끝없는 인간의 욕망 때문에 완전 기본소득의 실현은 요원할 것이라는 점이다. 완전기본소득의 수준이 노동에 구속되지 않고도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만을 목표로 한다 할지라도, 생산력의 증가와 함께 욕망이 증가하면 ‘인간다운 삶’의 수준도 덩달아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수준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비용 또한 계속해서 증가하게 될 것이다. 끝내 완전 기본소득은 성취되기 어려운 꿈에 머물게 될 것이다(양재진, 2018: 65).

하지만 ‘원칙(原則)’을 사전적 정의 ‘많은 경우에 두루 적용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으로 이해한다면, 사회보장의 기본원칙은 모든 국민이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서 벗어나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다(사회보장기본법 제2조). 그리고 그 구체적인 실현은 사회의 정치경제적 맥락에 따라 상이하다. 일반적으로 사회보장제도들은 인구학적 기준과 보상적 기준, 소득기준, 진단적 기준 등의 욕구 판정에 기초해서 기본원칙이 상이하게 적용된다. 욕구 기준은 사회보장의 원칙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민주적으로 합의되고 결정되는 기본원칙의 실현 범위와 수준에 관한 규정이다(백승호·이승훈, 2018).

사회보장의 원칙이 ‘욕구 충족’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욕구가 상대적이어서 결코 충족될 수 없다는 주장은 철학적·종교적·문화적 전통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서구의 개인주의적·개체 지향적 문화에서 욕망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며 소중하다. 때문에 무한히 추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자유/자율의 존재로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지 추구할 권리가 있다. 욕망에 대한 합리적/이성적 추구는 곧 자기이익의 최대화를 의미한다. 자기욕망에 따라 자기 이익을 최대한 실현했을 때 사회전체의 이익도 최대한 실현된다는 공리주의가 사회적으로 인정되면서 욕망에 대한 도덕적 제한도 없어졌다. 이러한 욕망에 ‘무한성’이라는 속성이 더해질 때 소유 자체가 목적이 된다. 이와 달리 불교적 전통에서는 욕구는 절제되어야 하는 것이고, 절제될 수 있다고 이해된다. 나아가 욕망이 절제될 수 없다는 주장은 대표적인 서양적 사유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과정에서 지양되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불교는 소유(소유물)에 대해 집착하지 않으며, 탐(진치)의 지멸이나 절제를 지향한다. 불교의 욕망 절제는 소욕지족, ‘욕망의 속박으로부터의 자유’, ‘관계 속에서 욕망을 조절·포기하기도 하는 자유’, ‘소유(욕)으로부터의 자유’를 지향하는 태도를 뜻한다(안옥선, 2002). 이러한 불교적 관점에서 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들에게 일정한 수준의 물적 조건을 보장함으로써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제도이다.

2) 노동 거부에 대한 비판과 반론

기본소득 비판론자들은 ‘탈노동/탈상품’을 ‘노동 거부’로 이해하며 비판한다. 기본소득 비판론자들은 기본소득은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며, 노동과 상관없는 필요에 따른 분배는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한다.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노동은, 토마스 바세크의 지적대로 “삶의 기반을 마련해주고, 우리를 사람들과 연결해주며, 삶에 의미를 부여해준다. 노동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 노동은 그 자체로서 이미 하나의 목적이며, 좋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내적 재화를 만들어낸다.” 실업자에 대한 보호가 잘되어 있는 서구 유럽국가에서조차도 실업자는 행복하지 않다. 실업수당의 높낮이가 아니라 실업 그 자체의 충격이 매우 크다. 자본주의 사회의 임노동일지라도 직장에서 만드는 사회적 관계, 일을 통한 자아 성취와 자기 효능감은 기본소득으로 대체될 수 없다(양재진, 2018: 67).

기본소득이야말로 ‘노동과 상관없는 필요에 따른 분배’이고, 기본소득을 ‘꾸준히 확대하여,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후한 수준’이 되는 순간이야말로, ‘게으르거나 이기적인 사람들의 천국이자 헌신적인 사람들의 지옥으로 귀결’될 것이다(박석삼, 2010: 310).

기본소득을 말리부의 서퍼들과 같은 자발적실업자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김창근, 2020: 71).

김창근(2020)은 어느 사회구성체이든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노동이 있으며,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은 사회적 필요노동을 고르게 절대적으로 단축하는 것에서 얻어지는 것이라 주장한다. 그리고 이 해방은 탈노동 혹은 노동거부의 관점에서 노동과 연계되지 않은 기본소득을 통해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기본소득이 노동과 무관하게 인간다운 혹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한다면, 사회는 결국 일하는 사람과 일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어 전자의 노력으로 후자를 부양하는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건실한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 타인의 노동에 의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올바르게도 그 제안을 게으른 이들이 근면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비법으로 간주할 것”이라는 엘스터를 인용하며, 노동 유무와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주어지는 기본소득은 윤리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2) 그러면서 기본소득을 옹호하는 많은 글은 반노동적인 성격이 보인다고 비판한다. 이처럼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은 기본소득의 ‘탈노동’은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노동으로부터의 탈주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본소득의 탈노동은 노동거부를 의미하지 않는다. 기본소득이 말하는 ‘탈노동’은 자본주의적으로 상품화된 임금노동의 노예 상태를 거부하는 것이며, 임금노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심광현, 2015). 기본소득 옹호론자들은 시민들이 기본소득을 통해 착취에 기반한 임금노동에서 자유롭게 벗어남으로써 능동적·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다중활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김교성 외, 2018). 아렌트(2021)의 주장처럼 인간의 조건으로서 노동과 작업, 행위로 구성된 활동적 삶이 가능하다. 백승호와 이승훈(2018)도 이러한 맥락에서 기본소득을 통해 노동(labour)을 넘어 환경보호활동, 정치활동 등의 일(work)과 활동(activity)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즉 ‘사회적 유용성을 증대시키는 다양한 활동’은 탈노동을 통해 더욱 자유롭게 가능하다(금민, 2017: 18).

2.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
1) 기본소득의 목적3)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기본소득은 그 목적을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목적은 시민의 온전한 자유를 담보해 줄 수 있는 물질적 조건으로 임노동 중심의 자본주의 분배체계를 시민권 중심으로 재편하는 대안적 사회체계의 구현이다. 기본소득은 시장에서 노동을 팔지 않아도 기본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탈상품화(de-commondification)를 보장한다.4) 이로 인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위한 물적 자원의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임금노동의 중심성을 약화시킨다. 기본소득은 자본에 대한 시민(노동자)의 협상력을 높여 진정한 자유를 보장한다. 이로 인해 기본소득은 ‘자본과 임노동의 생산관계 질서에 도전하는 변혁의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석재은, 2018). 따라서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며, 이때의 생존권은 ‘시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이다.

두 번째 목적은 불완전하고 불충분한 사회보험을 보완하고,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보완적 소득보장체계를 지향한다. 더이상 임노동 성과와 긴밀하게 연계된 사회적 위험 대응체계인 사회보험 방식의 사회보장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기본소득을 불확실한 후기산업사회에 조응하는 보완적 소득보장체계로 검토한다.

첫 번째 목적이 임노동을 대체하는 1차 분배방식에 대한 도전적 잠재력을 포함하고 있다면, 두 번째 지향은 복지제도 차원에서 2차 분배방식의 변화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기본소득은 생산주체의 입장에서 유효수효를 적절히 창출하여 경제 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소득이전이며, 현실적인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소득보장 방편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2) 기본소득의 정당화 근거/재원마련

기본소득의 정당화 근거이자 재원인 ‘토지의 지대’는 토지의 독특한 특성에 의해 발생한다. 토지는 생산이 불가능한 재화이다. 토지의 양은 고정되어 있어서 한사람이 더 많이 차지하면 그만큼 다른 사람이 소유할 토지는 줄어든다(남기업, 2014). 토지의 요소소득인 지대는 바로 이러한 독특함에서 기인하여 발생하는 소득으로 생산에 기여한 대가인 노동의 임금, 자본의 이자와는 다르다. 즉, 토지의 지대는 토지소유자의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가치이다(George, 1997: 352-353; 남기업, 2014: 98에서 재인용).

앞에서 정리한 두 가지 기본소득 목적 중에서 연구자는 기본소득을 대안적 사회체계의 구현체로 이해한다. 이는 기본소득을 시민의 권리로 이해하고 있음을 뜻하며, 더불어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공유자산’의 개념을 동원할 것임을 암시한다. 기본소득을 찬성하고 지지하는 학자들은 대부분 기본소득의 정당화 근거이자 재원마련 방법을 공유자산의 수익에 대한 배당과 긴밀하게 연결하여 설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본소득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토마스 페인(Thomas Paine)은 『토지정의』에서 땅을 개간한 사람이 땅 그 자체에 대한 소유권을 가질 수 없고 오직 개간으로 가치가 늘어난 부분에 대한 인공적 소유권만을 가질 뿐이며, 땅 그 자체는 모든 인류의 자연적 소유라고 주장하였다(양재진, 2018). 이러한 페인의 관점에 따르면 기본소득은 원래 모두에게 속했던 토지의 수익 일부를 모두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금민, 2017). 기본소득은 원래부터 각자의 몫이었던 것을 각자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정의와 권리의 실현이다. 헨리 조지(Henry George)도 빈곤을 야기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이 만들지 않는 토지를 특정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사유제에 있다고 하였다. 빈곤과 토지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의 소유관계를 인정하되, 토지에서 발생하는 가치인 지대를 모두 환수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처럼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개인의 노력과 무관하거나 혹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그 생산에 참여한 자산에 대해서는 특정한 개인이 그 결과를 독점하는 것에 반대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유자산인 ‘토지’는 인간이 만들지 않은 모든 것을 상징한다(남기업, 2014). 땅과 하천, 천연자원, 생태환경, 최근에는 주파수 대역과 빅데이터까지도 포함한다.5) 인지자본주의로 전환되는 오늘날 자연적 공유자산보다 사람들이 참여하여 생산되는 지식공유자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197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던 하버트 사이먼은 보편적 기본소득을 확립하는 것은 물적 자원이나 지적 자원이든 상관없이 그리고 사회가 생산하는 것을 생산하도록 만드는 자원의 상당한 부분에 대한 공동소유권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 이유로 모든 소득의 90%는 이전 세대에 의해서 축적된 지식의 외부효과에서 유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Simon, 2001). 반 빠레이스(Van Parijs, 2016)는 일자리도 공유해야 하는 자산으로 인식한다.

3) 기본소득의 구성요소

우리는 기본소득을 ‘물질적 독립을 통해 개인을 자유롭게 하고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도록 장려하는 제도’로 이해하였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의 공유자산을 공유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본소득제도의 진짜 혹은 가짜 판별기준은 제도의 목적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은 작금의 다양한 기본소득의 아이디어들이 ‘노동의 여부와 의사를 묻지 않고 생계보장이 가능할 만큼의 현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한다는 기본소득의 핵심개념’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짜’라고 주장한다(이상이, 2017). 하지만 모든 사회구성원의 실존적 자유가 가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기본소득 기획에 이러한 비판은 부당하다. 기존의 현실 사회복지제도들도 시행 초기부터 제도가 추구하는 핵심 개념을 충족하지는 못했다.

문제는 기본소득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그 어느 쪽도 탈노동하면서도 실존적 자유를 향유하는 사회/공동체를 경험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모두 ‘사고실험’으로 그러한 공동체를 상상할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기본소득의 핵심 구성요소를 ① 시민권에 기반한 무조건성, ② 모든 시민에 대한 기본소득 보장에 대한 보편성, ③ 급여수준의 충분성으로 정리한다.

첫 번째 기본소득의 핵심요소는 시민권에 기반한 무조건성이다. 어떤 정책에 조건을 부여한다는 것은 대상자의 자격에 제한을 가함을 의미한다. 기본소득에서 무조건성 원칙은 기본소득 수급권이 노동이나 기여를 조건으로 하지 않고, 개인이 소득으로부터 완전하게 독립되어 결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기본소득은 시민권에 기반하여 어떠한 자산조사 없이, 노동능력에 대한 평가 없이, 이전의 노동 기여 실적과 관계없이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다. 금민(2010)은 특정한 취득 조건에 결부된 권리에 불과한 소유권에 대비하여 기본소득을 ‘무조건적인 권리’로 정당화하기 위해 지구에 대한 만인의 공유(共有) 개념을 도입한다. 인종적 차이, 성별, 이주, 장애 여부 등 어떤 특수한 차이와 무관하게 만인은 모두 등등한 인간이라는 ‘보편적 인간 자격의 공화국’의 구성원으로서 누구나 충분한 기본소득을 통해 일정 수준에서는 사회적 조건의 ‘공통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핵심요소는 모든 시민에 대한 기본소득 보장의 보편성이다. 보편성은 어떤 정책이나 제도에서 포괄하는 인구집단의 범위와 관련된 개념이다(서정희·노호창, 2020). 엄격한 의미에서 기본소득은 특정 인구집단이 아니라, 전체 인구집단을 포괄한다. 기본소득이 보편적이기 위해서는 특정 범주, 상황이나 특정한 속성을 가진 사람으로 대상이 제한되지 않아야 한다. 기본소득은 시민권이나 공인된 거주권으로 대상자의 범주를 제한한다(서정희·백승호, 2017).

세 번째 핵심요소는 급여수준의 충분성이다. 탈상품화를 기능하게 하려면 노동소득을 대체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급여수준이 보장되어야 한다. 급여의 충분성을 가름하는 한 사회의 수준은 공식 최저생계비나 최저보장급여 수준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에 더하여 임금노동을 통해 노동소득을 더 보충할지 하지 않을지는 개인의 선택이다(석재은. 2018).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으로 최저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급여수준을 충분하게 보장함으로써 임금노동이 진정한 자유로운 선택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6) 이러한 관점에서 금민(2010)은 기본소득은 개인의 물질적 독립성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Ⅲ. 기본소득의 목적 실현으로서 승가의 경험

본 연구는 기본소득을 ‘새로운 사회와 삶의 양식을 위한 제도’로 이해하고, 이러한 제도가 구현된 역사적 사례로서 초기불교의 ‘승가’에 주목한다. 승가는 모든 구성원의 실질적 자유가 보장된 공동체이며, 이를 위해 공동체의 자산을 공유하고, 이를 공평하게 배당하였다. <표 1>에서 볼 수 확인할 수 있듯이, 초기에 기획된 승가의 공유제도는 그 목적과 재원마련 근거, 구성요소의 내용이 오늘날 기본소득의 이념형과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

표 1. 기본소득의 이념형과 승가의 공유제도 비교
기본소득 이념형(핵심 개념) 승가 공유제도
종합 목적
(종합적 평가)
모든 시민, 모든 시기 탈상품화를 통한 실질적 자유 보장 모든 출가수행자가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않고, 수행할 수 있는 실질적·실존적 자유 보장
정당화 근거/재원마련 공유자산 배당 승물/불물/탑물(공유자산) 배당
구성 요소 적용범위
(보편성)
모든 시민 모든 승가 구성원
(출가수행자)
수급자격
(무조건성)
무조건(시민권 기반) 무조건
(‘출가’ 기반)
급여수준
(충분성)
최저생활보장 수준 급여
(생계급여 이상)
생활과 수행에 적절한 수준 보장

자료: 석재은(2018), p.117 참고하여 연구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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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승가의 공유제도와 기본소득의 목적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실질적 자유 보장’이며, 이를 위한 공동체의 자산을 공평하게 배당한다는 원칙에서 공통점이 있다. 현금급여 지급을 통한 물적 수준 보장은 이를 위한 수단이란 위상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승가7)를 통해 기본소득이 지향하는 바가 성취된 사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 승가내 공동체 자산의 공유와 정당화 근거
1) 승물의 공유

초기불교 교단에서는 출가자들의 생산활동은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오직 탁발과 보시받은 물품의 분배를 통해서만 생존과 생활에 필요한 것을 획득할 수 있었다. 구족계를 받은 비구로서 인정되는 출가수행자들은 승가에서 보시물을 분배할 때, 그 분배에 참여하며 승가 공공의 여러 가지 생활도구의 사용이 허가되었다. 즉, 물질적·경제적으로 개인생활이 완전히 보장되었다(미야사까 유쇼, 2013).

이처럼 승가의 공동체 자산 분배 방식은 승물(僧物) 관리를 통해 확인된다.8) 승물도 현전승물과 사방승물로 구분하여 그 처분권과 관리권을 구분하였다. 특정한 개인을 지목하지 않고 승가에 바쳐진 가분물(加分物)이나 음식·의류·발우 등 개인에게 시주한 물건, 단기간에 소멸될 가능성이 큰 물건은 현전승가9)에 귀속되었다. 토지·건물 등의 부동산과 방사(房舍)나 의자, 침상 및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은 승가 내부에서 오랫동안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사방승가10)의 소유물 즉, 사방승물에 포함되었다. 부동산이 출가자 개인에게 시주되었더라도 사방승물로 귀속되었다(이자랑, 2012). 사방승물은 어떤 현전승가에 위치해 있던지 그 처분권은 사방승가에 있었다. 현전승가는 오직 관리권만을 가지고 있었고, 오늘날과 같은 소유권을 행사하지는 못했다. 관리권만을 행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현전승가에 속한 구성원(비구)이더라도, 사방승가의 구성원 자격으로써 사용에 제한이 없었다. 나아가 타지에서 온 비구가 승물을 이용하도록 도와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사방승가의 모든 구성원은 사방승물이 어디에 있든 사용할 권리가 있었다. 여러 지역에 분포한 현전승가의 시설은 전체 승가의 시설로서 소유되고 사용되었다. 이는 승가내 재화의 공유(혹은 분배)가 ‘출가’라는 자격에 입각한 무조건적인 권리라는 점을 말해준다.

이러한 공유제도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승가의 목적과 이를 위한 수행을 고려할 때, 비구들에게 실질적·실존적 자유를 가져도 주었을 것이다. 출가자들은 생계와 생활을 위한 활동에 구속되지 않고, 수행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공동체 차원에서 보장되었다. 깨달음과 수행이란 활동을 자유롭게 실천하기 위해 물질적 구속상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승가의 설계자 붓다의 관심은 물질에 대한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에 있었다(이자랑, 2012). 물질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승가는 공동체 자산(재화)를 공유하고, 개인소유가 허락된 물품도 필요 이상의 소유하는 것을 제한함으로써 해결하였다. 또한 승가를 현전승가와 사방승가라는 개념으로 구분하여, 승물의 소유권과 점유권, 사용권을 분리하였다. 때문에 사방승가의 모든 구성원은 필요에 기초한 이용이 가능하였다. 이러한 공유제도 아래에서 승가의 구성원들은 개인적 수준에서 물질적 구속에서 독립하였다.

2) 승가 자산의 분화, 승물과 탑물/불물11)

승가의 공유자산은 붓다 입멸 이후 탑물(塔物) 또는 불물(佛物)로 구분되는 공동체 자산 유형으로 분화되었다. 대승불교의 기원이라 여겨지는 불탑신앙은 붓다의 유골을 납골하기 위해 인도 각지에 세워진 불탑을 중심으로 발달하였다. 붓다 입멸 이후 붓다를 기념하는 탑(후에는 불상)이 신앙이 대상이 되었고, 이를 향한 보시가 행해지게 되었다. 이때 그 기증물은 탑물 혹은 불물로서 승물과는 구분되었다(미야사까 유쇼, 2013).

이에 보시물이 어디에 행해진 것인가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기증처에 따라 보시물의 성격, 즉 소유권과 분배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사방승가, 즉 승가의 대중 전체에 행해진 사방승물로 이해되었다. 이후 부처님과 사방승가, 승가보다 더 높은 지위에 선 붓다(탑 또는 불상)에 대해서 행해진 것으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붓다의 위상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같은 시기에 붓다가 승가 가운데 존재하는가 아니면 붓다는 전적으로 승가와는 다른 별개의 존재인가라는 논쟁이 있었고,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붓다는 승가와는 다른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부파는 붓다를 재세시와 동일하게 승단의 일원으로 인식하며, 그 의식(衣食)의 분배도 다른 구성원과 동일하게 하였다. 반면에 붓다가 좀 더 높은 위상을 차지하는 부파에서는 불물과 사방승물은 구분되어 관리되었다(이재창, 1973: 129). 상좌부는 불물과 승물의 구분을 엄격하게 적용했지만, 대중부와 유부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탑물을 승가용으로 유용하여 분배하는 일은 일시적인 대용(貸用)으로 밖에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정과 규정 외의 것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몰수처분을 받은 승려의 재물이나 금전은 모두 무진장의 탑물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규정도 생겼다(오노 신조, 1992: 118).

불물(탑물)은 붓다에 속하는 것으로 승가의 구성원은 그것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었다. 주목되는 점은 보시의 귀속처가 붓다인 경우에는 자산의 분배와 사용처가 보다 확대된다는 점이다. 초기불교 시대에는 보시물은 승가의 공공재이기 때문에 출가수행자들은 자신에게 분배된 물품이더라도 이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포교와 교화활동을 위해 전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불물을 관리하는 불탑신앙의 보살집단에게는 사람들을 대승에 귀의시키기 위해서 물질적인 시여를 하면서 재시와 법시를 병용하는 것이 허용되었다. 즉, 붓다에게 시여된 재화는 보살집단을 매개로 하여 일반사람들에게도 재분배되었다. 대승불교 사상의 영향으로 불물이 사회적 생산물이라는 강조된 것으로 이해된다.

2. 승가 공유(기본소득)제도의 목적

승가에서 출가수행자들이 물적 구속에서 독립하도록 공동체를 설계한 이유는 깨달음의 추구로 대표되는 ‘활동’을 보장하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1) 깨달음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

초기불교 승가의 목적은 ‘깨달음’, 곧 해탈열반이다. 이는 승가가 화폐를 매개로 움직이는 시장/경제의 영역, 권력을 매개로 움직이는 정치의 영역이 아니라, 법(dharma)을 매개로 움직이는 수행자들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우리는 승가가 ‘법’에 의해 운영되는 공동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 구도생활과 수행을 위해 일정한 시간이 소요된다. 불교에서는 이 모든 시간이 수행이라고 한다. 이처럼 일상생활의 모든 순간순간이 ‘수행’이 되기 위해서는 현실적 측면에서 물질적 토대가 요청된다. 이는 앞서 정리한 공동체 자산의 공유를 통해 가능하였다.

공동체 자산의 공유를 통해 승가 차원에서는 승가의 교육과 전승을 위한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활동을 유도할 수 있었다. 법을 함양하고 전승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차원에서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양육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승가 내에는 법랍을 기준으로 구성원들에게 교육과 양육을 위한 역할이 부여되었고, 물질적 구속에서 벗어난 승려들은 이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다.

빨리본에서 “아난다여, 지금 비구들은 서로에게 벗이라는 말로 대화한다. 내가 떠난 뒤에 그와 같이 대화해져서는 안 된다. 아난다여, 나이 많은 비구는 나이 어린 비구에게 이름 또는 성 또는 벗이라는 말로 대화해야 한다. 나이가 어린 비구는 나이가 많은 비구에게 ‘대덕(大德)이시여’ 또는 ‘구수(具壽)시여’라고 대화해야 한다”라고 하였다(원혜영, 2005: 133에서 재인용).12) 이처럼 붓다는 승가에서 ‘법’에 의한 차이를 인정하고, 이는 공동체 유지를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로 인식하였다. 나이 어린 비구는 구참 비구를 존경하고, 신참 비구에게 존경을 받는 나이 많은 비구는 그에 합당하게 인자한 마음으로 이들이 승가에 적응하도록, 그리고 출가자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붓다는 “나이 먹은 비구는 젊은이에게 마땅히 가엾이 하는 생각으로 널리 보호하여 인자한 마음을 내고 혹은 의발과 발락, 허리띠 따위로 함께 서로 공급하여 모자라는 일이 없이 하여라”라고 하였다.13) 『불반니원경』에서는 “서로서로 공경하고 받들기를 효도로 어버이 섬기는 것 같이 하며 장로 비구는 당연히 후배와 상좌를 가르치되 내가 있을 적과 같이 해야 한다. 후진 비구가 만일 질병이 있으면 장로 비구는 응당 관심을 가지고 잘 보살피고 간호하도록 해야 하며, 교리에 통달하고 경을 독송하며 부드럽게 잘 지도하여 부처님의 계를 지니게 하면 우리의 도가 오래 전해질 것이다”고 설명하였다.14) 장로 비구의 의무는 후배 비구들을 잘 보살피는 것이며, 여기에는 경과 계를 온전하고 바르게 전달하는 것도 포함된다. 『맛지마 니까야』, 「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경」에는 장로 비구들이 각자 여러 명의 신참 비구들을 경책하고 훈계하였고, 신참비구들은 이들의 경책과 훈계를 받아 차츰 고귀하고 특별한 경지를 알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유명한 여러 장로 제자들과 함께 즉 사리뿟따 존자, 마하목갈라나 존자, 마하깟사빠 존자, 마하깟짜야나 존자, 마하꼿띠따 존자, 마하깝비나 존자, 마하쭌다 존자, 아누룻다 존자, 레와따 존자, 아난다 존자와 그 외 여러 잘 알려진 장로 제자들과 함께 사왓티에 있는 동쪽 원림의 녹자모 강당에 머무셨다.

그 무렵 장로 비구들은 신참 비구들을 경책하고 훈계하였다. 어떤 장로 비구들은 열 명의 신참 비구들은 경책하고 훈계하였고 어떤 장로 비구들은 스무 명 … 서른 명 … 마흔 명의 비구들을 경책하고 훈계하였다. 그 신참 비구들은 장로 비구들의 경책과 훈계를 받아서 차차 고귀한 경지를 알게 되었다(대림스님 역(2012). 『맛지마 니가야』 제4권 「들숨날숨에 대한 마음챙김경(118: 1-2)」).

이처럼 재화를 공유함으로써 실질적 자유를 누린 출가수행자들은 공동체의 유지와 교육 및 양육의 역할을 법에 의해 역할을 부여할 수 있었고, 비구들은 그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다. 그래서 승물의 분배대상이 되는 구족계를 수여받는 것에는 까다로운 여러 조건이 요구되었다.15)

2)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독립된 권리 향유

물적 구속에서 독립한 승가의 구성원들은 공동체의 주요한 의사결정과정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였고, 동일한 권한을 가졌다. 이는 승가 화합의 토대가 되었다. 승가는 화합을 위해 공동체 내의 모든 일은 구성원이 모여 결정하였다. 공동체 구성원이 모여 승가의 일을 결정하는 것을 ‘화합’이라고 하였다. 화합에서는 승가에서 행하는 통상적인 일(행사)들과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여러 일들,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사건 등을 화합에서 결정하였다. 이 승가의 화합을 갈마(승가갈마)라고도 한다. 승가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들이 갈마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갈마는 주제의 경중에 따라 단백갈마, 백이갈마, 백사갈마로 구분되어 진행되었다. 백은 오늘날의 용어로는 보고, 제안, 안건상정 등의 의미가 있으며, 상정된 안건을 심의하는 회수에 따라 백이갈마, 백사갈마로 구분된다.

갈마의 원칙은 전원참석과 만장일치이다. 전원참석은 형식적 원칙, 만장일치는 내용적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우선, 형식적 원칙으로 전원참석은 화합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졌다. 포살도 구성원 모두 참석하였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로 시작되었다.16) 기본적으로 전원이 참석하지 않는 갈마는 여법(如法)한 갈마, 정당한 갈마로 인정되지 않았다. 정당하지 않는 갈마를 진행하는 것은 부정의 죄를 범하는 것이었다. 병 등으로 참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현재와 같이 참석을 위임할 수 있었다. 이 경우에는 갈마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두 번째 갈마는 원칙적으로 만장일치를 추구하였다. 이는 충분한 논의와 납득17)할 수 있는 합의를 위한 전제로서 요청되었다. 전원참석 원칙과 불참자의 위임도 이를 위해 존재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갈마에서는 충분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만장일치를 위해 노력하였고, 여러 노력에도 만장일치가 어려운 경우에는 별도의 갈마를 진행하였다.

이때 별도의 갈마는 쟁사(諍事)갈마라고 하며, 구성원 사이의 대립이나 범계 사항을 둘러싼 다툼 등을 주로 다룬다. 쟁사갈마는 7멸쟁법(滅諍法)이라는 불리는 해결법을 기본으로 다툼의 성격에 맞는 멸쟁법에 따라 실행된다. 쟁사에서도 당사자와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충분한 논의가 전제되었다. 충분한 논의가 되었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다수결이나 여러 방법으로 결론을 도출하였다. 이러한 충분한 노력에도 모두가 납득하지 못하면, 현전승가를 해체하는 경우도 있었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위해 갈마를 통해 내려진 결정에 다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금지되었다. 7멸쟁법에 의해 올바르게 해결된 쟁사에 관해서도 그 결과를 다시 번복하는 것도 금지되었다. 그러나 갈마 자체에 오류가 발견된다면 그 갈마에서 내려진 결정은 무효가 되었고 다시 갈마를 행할 수 있다(이자랑, 2013). 쟁사를 일으킨 비구가 그 판정이 정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다른 승가에 문제를 제기하고, 다시 갈마를 받을 수도 있었다. 이처럼 초기 승가공동체는 갈마 그 자체나 판결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비칠 수 있는 증거가 확보되었을 경우에는 다시 갈마를 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해 두었다(이자랑, 2013: 240).

이처럼 승가는 논의할 안건에 따라 갈마의 절차를 달리 하였고, 충분한 합의에 이르기 위해 정당한 갈마의 조건을 규정하였다. 이러한 규정을 통해 갈마 참석자들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에 이르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감안하여 재심의 절차도 마련하였다. 결국, 승가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 이를 위한 충분한 논의를 원칙으로 하는 의사결정구조를 마련하고 실천하였다.

Ⅳ. 결론

불교계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상대적으로 활발하다. 불교 교리에는 이미 기본소득에 관한 철학적 기반과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탐진치로 이야기되는 인간 본성과 그 지멸에 대한 논리, 연기론에 기초한 총체적·관계적 세계관, 그리고 무아와 무상으로 이해되는 공공성(사회성)이 그것이다. 여기에 더해 불교에는 공동체의 자산을 공유하여 구성원들을 물적 구속에서 벗어나게 하여 실질적 자유를 가능하게 하고, 이를 통해 자유롭고 평등한 수행자들의 공동체를 운영한 역사적 경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종단 내에서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실제 움직임이 존재한다. 실제 일부 교구에서는 기본소득을 지향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기본소득의 전면적 실현’을 사회를 향해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본 연구에서는 본격적인 논의를 전개하기 전에 기본소득에 대한 기존의 논쟁들을 정리하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를 제시하였다. 기본소득에 대한 다양한 비판 중에서 본 연구자는 첫째, 채워질 수 없는 욕망과 끊임없는 소비가 인간 본성에 가깝기 때문에 기본욕구를 충족시키는 기본소득의 실현이 불가능하며, 둘째 기본소득이 임금노동에 대한 정서를 부정한다는 비판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비판들은 지금의 사회구조가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듯이 오늘날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산업자본주의에서 인지자본주의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이며, 현대 인류가 직면한 삶의 조건은 기후위기로 상징되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한계 극복을 위한 노력이 산업(탄소)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이다. 본 연구자는 이러한 전환의 노력 중 하나로 기본소득을 이해하였다. 즉, 기본소득은 산업문명에 익숙한 혹은 산업문명을 유지하였던 삶의 양식을 지속가능한 문명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기본소득 관련 정책실험으로 ‘승가의 공유제도’를 재해석하고, 기본소득은 새로운 사회를 위한 노력이라는 의미가 있음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첫째, 승가는 공동체의 자산을 공유하고 구성원들에게 정의롭게 분배하여, 공동체 구성원들은 물질적 구속에서 독립할 수 있었다. 승가 구성원들은 깨달음을 위한 수행에 집중할 수 있었고, 공유자산을 배분하는 방법 중 하나였던 사방승가제도를 통해 지역 간 교류도 활성화되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둘째, 승물 배분에 요구되는 자격요건은 공동체의 가치에 동의하고 규범에 준수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그리고 승가에 입단하는 동시에 사회의 차별적 요소들을 ‘출가’라는 단 하나의 자격요소가 대체하였다. ‘출가’를 통해 자격요건을 획득한 출가수행자들은 무조건적인 권리로서 공유자산을 공유함으로서 실질적 자유를 획득할 수 있었다. 셋째, 승가는 법에 의해 운영되는 체계로서 법/깨달음을 기준으로 구성원들을 구분하였다. 이를 통해 구참은 신참이 공동체 생활에 잘 적응하고 수행할 수 있다고 도와야 하는 의무가 부과되었고, 신참은 구참을 존경하였다. 마지막으로 공동체의 주요한 의제들을 다루는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물적 구속에서 독립한 승가의 구성원들은 공동체의 주요한 의사결정과정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였고, 동일한 정도의 권한을 가졌다.

이처럼 승가 구성원들은 깨달음이라는 목표를 공동체 안에서 실질적으로 추구할 수 있었고, 이를 위한 생활과 수행의 과정에서 동반되는 물질적 부담/구속에서 자유로웠다. 출가자들의 독립성과 자율성, 민주성, 창조성은 재화의 공유를 통해 물질적 독립을 획득할 때 실질적으로 실현된다. 즉, 누구나 권리 실현이 가능한 공동체, 차별과 배제가 없는 공동체는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존재로서 존중받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가능하다. 승가는 공동체 자산의 공유와 분배를 통해 그러한 역량을 모든 구성원과 공유하였다. 즉, 오늘날의 용어로 사용하면 기본소득제도를 통해 모든 구성원에게 ‘협상력’을 제공하여, 출가자로서의 위의를 지킬 수 있도록 하였고 수행과 생활을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본소득의 조건인 보편성, 무조건성, 충분성은 개인들에게 진정한 자유와 역량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불교계는 ‘완전기본소득’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할 책무가 있다. 제도종교로서 불교, 특히 대한불교조계종이 보유한 수많은 자산은 오랜 세월 이 땅에서 불교를 신앙하였던 사람들이 형성에 기여한 자산들이다. 선조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던 자산이다. 그리고 그 성격은 앞서 언급한 불물(佛物)로서 승물과는 구분된다. 즉, 조계종이 점유하고 있는 수많은 불물은 교리적으로 한국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재분배되어야 하며, 한국인들은 불물에 대해 그러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노력은 불교의 종교적 이상 실현이란 의미를 넘어, 사회적 회향이란 실천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불교의 자산을 사회적으로 회향하는 노력, 일례로 복지사업 및 프로그램 실천 등을 통한 사회적 회향이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제도로써 기본소득을 이해하는 연구자의 관점을 고려하면, 현대 자본주의적 환경과 승가의 실험을 연관 지어 정책적·실천적 함의를 제시해야 한다.18) 이를 다루지 못한 아쉬움과 한계가 있다.

Notes

이 논문은 「2021 한국사회학회 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불교의 관점에서 읽는 기본소득론’을 수정·보완한 논문이다. 논문의 완성을 위해 여러 의견을 개진한 논평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Hickel(2019)도 연구자와 유사하게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탈성장(Degrowth)’과 그 실현을 위한 방법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제도’의 도입을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소위 ‘복지병’ 또는 ‘복지함정’을 연상시킨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복지병은 선별복지 제도하에서 복지를 수혜받는 사람이 일자리가 있더라도 더이상 일을 하지 않고 복지로 살아가는 현상을 말한다(강남훈, 2016: 49). 결국 기본소득을 부자에게까지 지급함으로써 오히려 재분배를 왜곡하고,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석재은(2018)을 참고하여 정리함.

일부 기본소득론자들은 탈노동과 탈상품을 구분한다. 윤홍식(2017)은 탈상품화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시적으로 임금노동을 수행하지 않아도 적절한 생활을 보장받는 권리이며, 권리의 유무가 아닌 그 수준이 중요한 개념으로 정리한다. 반면에 탈노동화는 임금노동과 그 어떠한 직간접적인 연계를 갖지 않는 권리개념으로 구분한다. 유급노동를 포함하여 무급돌봄과 같은 공익 활동을 하지 않아도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기본소득은 탈노동화를 목표로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두 개념 모두 노동력의 상품화와 생존 가능성을 사이의 연결고리를 해체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개념이다. 탈상품화 이후 탈노동의 유무는 개인의 선택일뿐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다.

토지의 경제학적 개념에 대해서는 이정전(2015: 3-4) 참조할 것.

충분성에 대해 판 파레이스(2016)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 실제 지급되는 기본소득 수준이 노동소득을 보완하는 미미한 수준일지라도 무조건성이 충족되면 기본소득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승가’는 역사적 사례로서 승가와 이상적 모델로서 승가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다. 연구자가 주목하고 있는 승가는 특정한 시기(초기불교 시대를 중심으로 부파불교 시대와 초기 대승불교 시대를 아우르는 시기)에 활동한 역사적 승가이며, 동시에 붓다의 가르침이 구현된 모범적 승가라는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연구자는 승가를 공동체의 이상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어느 논평자의 지적처럼 ‘시민사회의 이상’으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 넓은 의미에서 시민사회는 공동체의 한 유형이며, 서구의 근대이행기에 출현하여 자본주의와 함께 성장한 역사적 사례이다. 본 논문에서 여러 차례 반복되는 문명전환이란 관점에서 시민사회 모델은 극복해야 되는 근대 유산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초기 승가는 생태문명에서의 공동체를 엿볼 수 있는 역사적 사례로 분석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본 논문에서는 이를 다루고 있지 않다.

이장의 주요 내용은 연구자의 2016년 논문을 주로 참고하여 정리하였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용출처를 표기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현전승가란 일정한 경계를 기준으로 형성된 승가로 실질적으로 함께 의식주 생활을 하고 갈마를 하는 기준이 되는 승가이다(이자랑, 2012).

사방승가는 모든 현전승가를 결합하는 개념으로, 시간적 차원에서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현전승가도 포함한다.

미야사까 유쇼(2013)를 주로 참고하여 정리함.

‘구수’는 나이를 갖춘 적당한 연령에 이르면 불리는 호칭으로 연륜을 동반한 호칭이다(원혜영, 2005: 134).

“然大苾芻於小者處 應可存情哀憐覆護生慈念心 或以衣鉢鉢絡腰1絛 共相濟給勿令闕事”(『根本説一切有部毘奈耶雜事』 권1, 『대정장』 1451. 399a).

“轉相敬奉 猶孝事親 耆年比丘 當教後嗣 猶吾在時 後進比丘 若得疾病 耆舊比丘 當有乃心消息占視 明教讀教 喩誨以和順 持佛戒 吾道可久”(『佛般泥洹經』, 『대정장』 5. 172b).

『사분율』에서는 출가자와 구족계를 받은 비구/비구니를 분명하게 구별하지 않고 있고 혼용하고 있지만, 빨리율에서는 이를 구분한다. 또한 승가가 구성된 초기에는 대부분 출가한 즉시 구족계를 받아 비구/비구니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출가와 수구(受具; 구족계 수지)를 구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미/사미니 제도가 생기고, 또 식차마나의 제도가 생겨서 일정한 기간이 지나야 구족계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즉 구족계를 수지한 비구/비구니의 지위에 오르기 전인 예비 비구인 사미/사미니는 완전한 출가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들은 언제라도 승가를 떠나 환속(還俗)할 수 있었다. 비구/비구니와는 다른 계율이 적용되었다. 사미/사미니가 되기 위한 출가의 경우에도 특별한 자격조건이 제시되지 않았다. 20세 이하의 남자는 삼귀의(三歸依)와 십계(十戒)를 선언하면 예비 비구/비구니인 사미/사미니가 될 수 있었다.

사분율(四分律)에 따르면 포살이 시작될 때에 전원이 출석하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승가는 모였는가, 화합하였는가?”라고 외치게 되어 있다(미츠오, 1991: 58).

연구자는 승가에서 추구하는 합의(동의)가 정서적 합치까지를 포함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납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납득의 의미에서 대해서는 이명호(2016) 각주 8번을 참고할 것.

이는 논평자의 비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연구자의 연구역량과 시간적 한계로 인해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담아내기 어려웠다. 다만 논평자도 추천한 연구주제, ‘승가 정책실험의 기본소득론적 함의’는 이후 자본주의에 대한 논의를 보강하여 연구할 계획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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