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논문

“불교는 강요하지 않잖아요”: 대학 내 경쟁적 종교 환경 내에서 불교학생회의 현황과 재생산 내러티브*

이시윤 **
Siyoon Lee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 수료
**Ph.D Candidate in Department of Sociology, Sogang University

© Copyright 2019 Institute for Buddhist Studies.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Nov 06, 2019; Revised: Nov 30, 2019; Accepted: Dec 06, 2019

Published Online: Dec 31, 2019

국문 초록

불교는 능동적 종교인가 수동적 종교인가? 본 연구는 불교에 대한 본질주의적 접근을 피하고,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불교 공동체들이 주어진 사회적 맥락 하에서 어떻게 사회와 관계맺음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 사례를 통해 탐색하고자 한다. 특히 공동체의 재생산에 직결되는 청년 신자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서울 시내 3개 대학교 내 불교학생회들의 현황 조사와 성원들과의 인터뷰가 수행되었다. 사회의 축소판인 대학 내 경쟁적 종교환경 속에서 최근 대부분의 불교학생회들은 무기력을 겪고 있다. 그 원인과 동학을 이해하기 위해 본 연구는 기본적으로 종교시장이론의 개념틀을 사용하되, 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인터뷰를 통해 불교학생회 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내러티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불교학생회들의 무기력의 중요한 원인으로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특유의 ‘불교는 강요하지 않는다’는 내러티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경쟁적인 대학교 종교환경 내에서 다른 종교에 대비되는 일종의 비교우위를 획득하면서 새로운 성원이 소수 유입되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나 불교 교리 중 한 측면만을 강조하여 일반화하는 이 내러티브는 성원들의 적극적인 상황 타개 노력을 조기에 좌절시키면서 궁극적으로 반복되는 무기력한 불교학생회 운영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Abstract

Is the nature of Buddhism active or passive? Avoiding the essentialistic approach to Buddhism, from a sociological perspective, this study investigates how the Buddhist community interacts with society in a specific given context through the concrete case study. For this, the research of the current state of the organizations and the interview with the member was taken at three universities in Seoul area. These days, Buddhist student organizations are suffering the lethargy under the university’s religious environment which is considerable as a microcosm of the entire society. To understand this phenomenon, this study basically uses the conception of religious market theory, but for overcoming its limitations, the analysis of narrative shared among the members was taken. Consequently, the unique narrative of ‘Buddhists do not bother’, which is the main cause of the lethargy of Buddhist students was evaluated. This narrative might bring the positive effect which can attract a few newcomers into their gathering attaining some relative advantage in the university’s competitive religious environment. However, this narrative which is weighing and generalizing the skewed facet of Buddhism also frustrates the intention of active effort to improve the current situation in earliest stage, which eventually results in the repetitive lethargic management of organizations.

Keywords: 불교학생회; 대학포교; 대학선교; 종교시장; 틈새시장; 내러티브
Keywords: Buddhist Student Organization; University Missionary; Religious Market; Narrative Analysis

Ⅰ. 문제제기: 수동성과 능동성 사이에서의 불교공동체

일찍이 막스 베버는 세계종교에 대한 방대한 비교연구를 수행하면서 현실세계를 향한 ‘세계태도’에 있어서 불교를 ‘세계회피적’-또는 ‘현세거부적’- 종교로 분류했다(베버, 2008: 202 이하). 교리의 성격을 기준으로 구원에의 추구방식과 현실세계관을 교차하여 분류할 때 불교는 힌두교와 함께 현실세계로부터 초월하여 도피하려는 성향으로 분류되고, 이것이 이들 인도종교에서 자본주의 발달을 추동한 경제윤리가 미발전한 이유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에 대한 베버의 이러한 관점은 많은 비판을 받아 왔다. 비판은 동양종교에 대한 서구인들의 편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이론적 차원은 물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험적 차원에서도 제기되었다. 특히 이른바 참여불교(engaged Buddhism)에 대한 경험연구들은 베버의 규정에 의문을 제기한다(Queen and King 1996; Queen, 2000; King, 2009). 역사적으로 다양한 문화권에서 불교 공동체들의 적극적인 사회참여가 있어 왔고, 이것은 불교가 내세지향적인 세계회피적 종교가 아니라, 현실 사회에 능동적으로 개입하여 종교적 세계관을 관철시키려 하는 세계지배적 종교일 수 있음이 경험적으로 제시된 것이다. 한국에서도 대표적으로 80년대 말 ‘민중불교’의 기치 하에 이뤄졌던 민주화 운동-사회운동에의 헌신, 2000년대 환경운동과 다양한 사회활동, 교단 내 외부 개혁운동, 재가자 운동 사례들로 이러한 관점이 뒷받침된다(정희수, 1994; 법륜, 2005; 김방룡, 2008; 박수호, 2010; 박형신, 2010; 정승안, 2015).

그렇다면 불교는 세계회피적(수동적) 종교인가, 아니면 세계지배적(능동적) 종교인가? 사회학적으로-그리고 불교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질문은 우문(愚問)이라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베버 자신의 관점을 더 충실히 반영하면 인간의 사회적 실천은 언제나 다양한 사회적 조건들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1) 즉, 위와 같은 질문은 역사적·사회적 맥락에 따라 존재하는 수많은 종류의 불교 사상 그리고 그 정신을 실천하려는 불교공동체들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고정하여 불변의 본질(essence)을 추출하려는 잘못된 접근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참여불교에 관한 적지 않은 연구들은 이러한 오류에 빠질 위험성이 커 보인다. 본 연구는 보다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불교 성원들이 보이는 능동성과 수동성의 사회적 조건과 그 동학을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필자는 대부분의 연구들이 능동적이고 활력 있는 특정 불교 공동체 사례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 반대로, 성원들이 매우 수동적이고 비활성화된 상태에 빠져있는 공동체의 경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연구 대상은 대학 내 통상 ‘불교학생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신행공동체들이다. 불교학생회를 살펴보려는 이유는 이들이 오늘날 불교 공동체 특유의 일상적 모습을 잘 보여주는 데다가, 대학사회라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 속에서 이들과 다양한 공동체들과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는 것이 방법론상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오늘날 불교학생회들은 과거(1970∼1990년대)의 활력을 잃고 침체되어 있다. 이 안에서 학생들은 다른 교내 종교모임들과 달리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기실 우리 사회에서 불교공동체 일반이 겪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만일 우리가 대학이라는 공간을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본다면, 그 안에서 불교학생회들의 활동은 불교 공동체 일반의 모습을 대변하여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처한 상태와 그 재생산의 동학을 살펴보는 것은 더 넓은 맥락에서의 이해를 위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이론적 논의를 거친 후(II), 대학사회에서 근래 불교학생회들 일반이 겪고 있는 특유의 ‘무기력’ 현상에 주목한다(III). 이어서 인터뷰 분석을 통해 불교학생회 성원들이 공통으로 제시하는 정당화의 내러티브-‘불교는 강요하지 않는다’-를 추출하고(IV), 이것이 대학사회 내 경쟁적 종교환경에서 어떻게 이들의 무기력을 재생산하고 있는지(V) 분석한 후 그 의미에 대해 간략히 정리하겠다(VI).

Ⅱ. 이론적 배경과 연구방법

먼저, 본 연구는 이론적 배경을 종교에 대한 합리적 선택이론, 이른바 종교시장이론(religious market theory)에 두고 종교적 시장, 서비스 상품, 틈새시장, 비교우위 등과 같은 개념틀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되, 그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불교학생회 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내러티브(narrative)에 대한 질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종교시장이론(혹은 종교경제론)은 종교적 공급측면에 주목하여 종교영역을 하나의 독립된 시장(market)으로 상정하고, 이 안에서 다양한 교단·교파들이 경쟁적으로 제공하는 종교적 서비스가 합리적인 소비자들에 의해 선택적으로 소비됨으로써 이뤄지는 현상을 분석한다(유광석, 2014; 스타크·핑키, 2016). 그러나 이 이론은 다양한 종교 공동체들 사이 적극적 경쟁 양상을 분석하는데 유용하지만, 지나치게 수요-공급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에 치중함으로써 그 안에서 벌어지는 행위자들의 다양한 의미세계를 간과해 버리는 문제가 있음이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다(Flory, 2017: 7).

무엇보다 이 이론에는 우리가 주목한 현상, 그러니까 종교적 실천의 수동성을 설명하는데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왜 어떤 이들은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 어떤 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가? 종교경제론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다뤄지지 않은 채 단순히 경쟁적 상황이 집단들의 경쟁에의 참여로 이어지는 자동적인 관계를 상정하는 경향이 있다. 즉, 이 이론에서는 경쟁적 상황이 쉽게 자동적인 적극적 시장 참여로 연결되고, 이 안에서 행위자들의 수동성 혹은 경쟁에의 미참여 경향은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종교시장이론의 핵심 저서인 『종교경제행위론』에서 스타크와 핑키(스타크·핑키, 2016)는 만일 한 사회에서 종교경제를 향한 외적 규제가 없다면 그 내부는 거의 ‘자동적’으로 다원화되고 경쟁이 활성화되는 것처럼 묘사한다. 다음 명제들은 이러한 측면을 보여준다.

명제71. 어떤 종교경제가 비규제되는 정도에 따라 그것은 매우 다원주의적인 경향을 보일 것이다(306).

명제75. 종교경제가 비규제적이고 경쟁적인 정도에 따라 전체적인 수준의 종교 참여는 높아질 것이다(역으로, 경쟁이 결핍되면 지배적 기업들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 되어 활기찬 판매 전략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며, 일반인들이 종교적 비용의 지불을 미루고 최소화함으로써 낮은 수준의 종교적 참여를 낳을 것이다)(311).

여기에서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간에, 저자들은 시장 비규제 상태-다원화된 경쟁 상황-와 종교적 실천에 대한 참여도 상승 사이에 자동적인 연관관계를 설정하고 있거나, 적어도 연관관계에 대한 설명을 누락하고 있다.2) 경쟁적 환경은 언제나 경쟁적 참여를 보장하는가? 왜 그러한가? 그렇지 않은 경우 이는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종교시장이론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보다 섬세한 사회학적 설명이 되려면, 각 조건들이 어떠한 종류의 다양한 실천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이렇듯 경쟁적 환경이라는 조건이 어떻게 능동성 혹은 수동성이라는 실천으로 연결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행위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내러티브 분석을 시도했다. 집합행동과 사회운동에 대한 인지적 프레이밍 이론(cognitive framing theory)은 바로 이 문제에 주목한다. 이 이론은 어떠한 공동체에서 집합적 행동의 실행을 위해 성원들 사이에 공유된 이야기(내러티브)에 귀 기울인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성원들이 주어진 사안을 어떻게 해석하고 정의 내리고 있는지, 그리고 집합적 실천 참여의 정당화를 어떻게 부여하고 있는지 잘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Benford, 1997; 신진욱, 2013). 무엇보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상황에 대한 나름의 규정인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즉 정체성(identity)을 보여준다는 점이 중요하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종교 경쟁에 참여하는 문제는 불교학생회 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이해, 즉 불교 사상과 그 실천에 대한 의미 부여와 자신들의 존재 이유에 대한 자기 규정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러티브를 출입구로 하여 행위자들의 의미세계의 일단을 질적으로 탐색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하여 서울지역에 위치한 주요 대학들 중 세 곳을 연구 대상으로 설정했다(<표 1>).

표 1. 조사 대상 3개 대학 불교학생회와 인터뷰 대상자
A대학교 불교학생회 B대학교 불교학생회 C대학교 불교학생회
설립기반 개신교 재단 가톨릭 교단 불교 교단
소속 성원 수 24명 28명 37명
인터뷰 대상 3 명(현 대표 a, 전 대표 b, 일반회원 c) 3명(현 대표 a, 현 부대표 b, 일반회원 c) 2명(현 대표 a, 일반 회원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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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서울 시내 3개 대학에 위치한 불교학생회가 연구대상으로 선택되었다. A대학과 B대학은 각각 개신교와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종립사학이다. 반면, C대학은 불교 교단에 의해 설립된 곳이다. 불교학생회의 입장에서 볼 때, 세 곳의 대학은 각각 자신들의 활동 조건을 제약하기도 하고, 반대로 촉진시켜 주기도 하는 다양한 환경으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각 모임의 현 대표와 접촉하고, 이들로부터 눈덩이 표집 방식으로 소속 성원들을 섭외하여 인터뷰를 수행했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모두 해당 학교 재학생들로 2학년∼4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평균연령은 약 23세였다. 인터뷰 기간은 A와 B대학의 경우 2016년 6월∼8월 사이에, C대학은 2017년 11월에 걸쳐 이뤄졌고, 개인 당 40분에서 1시간 20분 사이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또한, 필요에 따라 추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필자는 각 인터뷰에서 이들과의 인터뷰에서 각 학교 불교학생회의 활동 현황, 행사 목록, 각 행사 별 활동 내용을 시작으로 하여 모임의 분위기와 성원들의 참여도를 묻는 질문을 거쳐 자신들의 모임이 가진 문제점에 대한 응답자들의 평가와 진단에 대해 물었다. 또한, 이들이 모임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으며, 어떠한 대안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이 계획이 잘 실현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장애요인인지 질문했다. 마지막으로 범위를 넓혀 자신들이 속한 학교와 대학이라는 환경에서 종교 간 경쟁 환경에 대해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 이들과의 관계 설정이 어떠한지 조사했다.

Ⅲ. 대학이라는 장(場), 불교 특유의 무기력

한국의 종교 환경은 갈수록 엄혹해지고 있다. 교파 간 경쟁은 물론, 같은 교파 내 개별 기관들 사이 경쟁 또한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생존경쟁이 한창인 한국의 종교영역이 일종의 시장과 유사한 상태에 있다는 점은 많은 학자들에 의해 지적되어 왔다(김철수, 2013; 유광석, 2014; 이시윤·오세일, 2015; 유광석, 2019). 지난 30년 간 한국은 종교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예외적’ 국가들 중 하나에 속했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에서 종교들 사이에 ‘평화로운 공존’이 이뤄져 왔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지난 수십 년 간 종교 간 경쟁은 그야말로 치열하게 전개되어 왔고, 성장과 경쟁은 동전의 양면을 이루며 한국 종교 영역의 모양을 지어 왔다. 그런데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이제 종교의 전반적 성장추세마저 꺾이기 시작했다. 이제 각 종교들은 더 이상 성장이 아니라,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종교영역은 치열한 경쟁시장화 되었고, 그래서 종교경제론의 이론 틀은 (몇 가지 유보지점을 충분히 고려하면) 점점 더 강한 설명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처럼 종교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대학이라는 공간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무려 80%에 달하는 숫자가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볼 때, 대학은 단지 고등교육기관이 아니라, 한 개인의 생애주기에서 핵심적인 고리를 이루는 사회적 공간으로 자리매김 되기 때문이다. 즉, 청소년을 거쳐 성인이 되는 시기 거의 대부분의 사회성원들이 대학이라는 공간을 통과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종교 신자의 재생산을 목표로 하는 종교 집단의 관점에서 이 공간은 중요한 전략적 대상, 직접적으로는 “선교의 장”(조용훈, 2004: 226)이 된다. 특히 다음의 몇 가지 근거를 볼 때,3) 우리는 대학을 한국 종교 시장의 축소판으로 고려할 수 있다. 첫째, 다소 소극적인 의미에서 대학은 기존의 젊은 신자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자신의 신앙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곳이 될 수 있다. 둘째, 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대학은 어떠한 종교 집단이 신앙을 가지지 않은 청년들을 새로운 성원으로 유치하거나, 심지어 다른 종교 신자를 ‘빼앗아’ 올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셋째, 대학은 청년들에게 특정 종교 교파의 메시지와 세계관을 설파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성원 재생산을 위한 토대를 놓는 곳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위와 같은 활동들을 통해 종교가 성원 재생산 효과를 얻는 것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세계지배적’ 목표를 실현하는 장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종교들에게 대학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곳이다. 실제로 다수의 대학들이 위의 세 가지 의미에서 포괄적인 선교의 장으로서 세워졌다는 점, 나아가 각 종교들이 적극적으로 대학을 중요한 선교의 공간으로 인지하고, 실제로 이를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해 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4)

그 중에서도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통상 ‘종교학생회’라 불리는 집단이다. 종교재단에 의해 설립된 대학뿐 아니라, 종교와 관계 없는 사립 또는 공립학교 어디에도 종교학생회들은 존재하고, 심지어 특정 종파에 의해 세워진 종립 학교에도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종교학생회들이 활동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중 대부분은 적극적으로 청년 신자들의 유지와 재생산, 나아가 새로운 성원의 충원의 근거지 역할을 수행한다. 요컨대, 거의 모든 대학에 종교학생회들이 존재하고, 이들은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전략적 거점이 되어 왔다. 서울 시내 한 사립 대학교의 경우를 예로 하여 살펴보면(<표 2>), 강한 개신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이곳에서조차 실로 다양한 종교 학생회들이 성원 재생산의 ‘전진기지’로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2. D대학교5 교내 종교 학생회 명단
동아리명 (첫 글자만 표기) 설립목적
C** 그리스도의 증거와 캠퍼스 선교활동
C** 캠퍼스를 통한 민족의 입체 복음화
J** 인격적 제자훈련, 리더십 향상, 캠퍼스 복음화
한****** 대학과 지성사회의 복음화를 위한 선교활동
예**** 하나님 나라에 대한 비전 제시 및 선교활동
한********** 그리스도를 본받아 실천적인 하나님 나라 운동 추구
재***** 온전한 복음화를 목표로 개인, 사회의 변혁
샬**** 찬양을 통해 **캠퍼스의 복음화, 국제적 복음 선교활동
젬* 카톨릭 신앙 전파 및 자주적 신앙공동체 형성
Y*** 예수교훈을 실천함으로 평화, 정의사회 건설
이**** 불법으로 인격도야, 친목도모, 교리공부
증***** 동양철학을 배우고 수해오가 도공체조로 심신계발
네******* 하나님의 주권적 개혁신앙인 양성
S** 사회 모든 영역에 하나님의 주권을 세우는 개혁신앙인 양성
이******* 일원의 종지에 따른 인격도야, 정의사회 실현
S*****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전도하는 찬양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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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여기에서 어떠한 편차를 발견할 수 있는데, 다른 종교들과 대별되는 불교학생회의 예외적인 비활성화 상태가 그것이다. <표 3>에서 보이듯이 이러한 차이는 특히 개신교 모임과 비교할 때 뚜렷하게 나타난다. 앞으로 보겠지만, 이는 비단 이 학교만의 상황이 아니라, 불교학생회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모든 대학교에 불교학생회라는 이름의 모임이 있지만, 꾸준하게 활발히 활동하는 곳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는 앞으로 이러한 비활성화 상태를 대학 내 불교학생회들, 그리고 나아가 불교 공동체 전반이 공유하는 특유한 ‘무기력’이라 부르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이러한 무기력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표 3. D대학교 개신교 학생회 ‘C’와 불교학생회 ‘E’의 연간 행사목록 비교(2016년)
개신교 학생회 ‘Y’ 불교학생회 ‘E’
정기 행사 - 정기 예배(매주 수요일)
- 수요 새벽 기도회(매월 둘째 수요일)
- 금요 예배(매주 금요일)
- 수요 성경공부(매주 수요일)
- 금요 영어 성경공부(매주 금요일)
- 정기 법회(매주 수요일)
비정기 행사 - 시험기간 새벽예배
- 하계 수련회
- 동계 영성캠프
- 부활절 기도회, 달걀 나눔 행사
- 추수감사절 예배
- 성탄절 콘서트
- 대동제 부스 참여
- 집중 선교 캠페인 주간
- 부처님 오신날 연등행렬(대불련) 참가
- 하계수련회(대불련)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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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최근 불교관련 학생 모임들의 무기력은 이상하다. 우선 명실상부 한국의 ‘3대 종교’라는 위상과 걸맞지 않는다. 한국불교 대표 교단인 조계종을 비롯, 여타 불교 교단들도 대학교 내 불교학생회들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위의 비교에서 단적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불교학생회의 활성화는 좀처럼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60∼70년대 앞 다투어 이뤄진 불교학생회 설립 시기의 분위기, 80년대 말 민주화운동 열기와 결합된 활성화된 분위기와 1990년대까지 이어진 이러한 상태의 지속을 고려하면6) 불교학생회들의 무기력은 항구적인 것이 아니라, 분명 비교적 근래의 현상인 듯 보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더 정확히 말하면, 최근 종교간 경쟁이 심화되어온 동안 어째서 불교학생회들은 오히려 더 약화되고 있는 것인가?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의 상태가 어떠하며, 어떻게 재생산되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이제부터 연구 대상으로 설정된 세 곳 불교학생회의 현황과 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Ⅳ. “불교는 강요하지 않잖아요”: 불교학생회의 현황과 성원들의 내러티브

먼저 선택된 A, B, C 세 곳 불교학생회의 활동 현황을 살펴보면, 평균 20여 명의 성원으로 이뤄진 대동소이한 집단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예상한 것처럼, 모두 20∼30년에 걸친 ‘전통’을 가진 곳들임에도 조사 기간 동안 이들 모임은 현재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적어도 인터뷰 대상자들이 아는 한 “매우 오래된 분위기”였다.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분위기는 2000년대 중반께 일반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각기 한 달에 2∼4회 정도 정기 모임을 가지고 있다. 봄철 대학교 축제에 부스를 마련하여 참여하거나, 방학에는 하계 수련회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이는 ‘대불련(대학생불교연합회)’ 연합체 주최 행사에 참여하는 형식을 띠고 있고, 동아리 자체적으로 기획하여 꾸리는 특별한 행사나 이벤트는 사실상 없다. 이밖에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는 5월 부처님 오신날 연등축제에 (주로 대불련 이름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각 모임에 비교적 활기가 돌기도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일상 모임에서 학생들의 참여도는 매우 저조한 편이다(<표 4>).

표 4. 3개 대학 불교학생회의 활동 현황(2016년-2017년)
A대학교 불교학생회 B대학교 불교학생회 C대학교 불교학생회
소속 성원 수 24명 28명 37명
평균 활동인원 8~9명 5~7명 10명 안팎
정기 행사 - 매주 정기법회 (지도법사 잦은 변경)
- 부처님 오신날 연등축제 참가
- 격주 정기법회 (지도법사 최근 합류)
- 부처님 오신날 연등축제 참가
- 대동제 대불련 연합 홍보부스 운영
- 매주 수요일 정기법회
- 부처님 오신 날 연등축제 참가
- 대불련 하계수련회 참가
- 대동제 홍보부스
- 가을 불교주간 홍보부스 운영
비정기 행사 - 템플스테이 개인별 참가
- 홍보 포스터 붙이기
- 외국인 학생을 위한 영어법회
- 템플스테이 개인별 참가, SNS에 외부 참가자 모집 - 템플스테이 개인별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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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세 곳 대학 내 자치 불교 모임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난점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몇몇 공동 행사를 제외하면 개별 모임별로 개최되는 특별한 행사가 없고, 다양한 이벤트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사실상 없다(A대학의 경우 지도법사가 미국 대학 출신이어서 영어법회가 한시적으로 운영되었음. C 대학의 경우, 봄가을 정기 자체 행사가 있으나 해마다 준비 정도의 편차가 심하다). 둘째, 평소 행사 또한 유명무실화 되어 있다. 법회라는 이름의 정기 모임에서 의식의 종교성이 매우 약하고 서로 모여 그간의 안부를 교환하고 간단한 명상을 진행하는 정도로 연성화 되어 있다. 셋째, 대학 사회를 향한 새로운 성원의 유치(포교) 노력이 거의 없다. 결과적으로 각 불교학생회들은 사실상 사교 모임화, (한 학생의 표현을 빌면) “휴게실화”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도, 개선의 의지도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다. 이를 무기력이라 칭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닌데, 이는 학생들의 입을 통해서 그대로 드러났다.

분위기는 좋은데 모임 자체는 주춤한 것 같아요…. 그냥 저냥 명맥이 유지되는 거거든요. 몇 년 간 기존 조직 구성원이 있고, 선배님이 지원해 주시고 해서 명맥을 유지했는데, 기존 회원이 4학년 졸업반이 되고 난 시점에 지금 신입회원이 없어요(A대학, a).

음… 전에 정말 안 될 때는 저 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그러다가 잘 됐을 때는 재작년-작년? 정도. 신입생 들어오고 법사님 새로 모셔오고. 그 때 좀 잘 되고…. 지금은 다시 내려가는 추세인 것 같아요(B대학, b).

지도법사님도 답답해하시고 저희도 안타깝기는 한데 별다른 방법도 없고…. 매주 하는 모임이 쉽지 않아서 격주간으로 바꿀까 생각하고 있어요(C대학, a).

이처럼 세 곳 불교학생회는 모두 새로운 성원 충원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정기 모임을 꾸리는 일조차 버거울 만큼 저조한 참여도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부의 리더십의 문제일 수도 있고, 모임 외부에서 제공되는 지원의 유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혹은 소속 학교의 종교적 배경도 변수로서 고려해볼 수 있다.7) 아니면 근본적으로 불교 특유의 교리적 원천을 검토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우리의 관심 이 불교학생회들 일반에 있는 특유의 분위기에 있다고 할 때, 논의의 초점은 이들이 스스로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어떠한 실천의 정당화 논리를 가지고 있느냐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가장 기본적으로 이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조직을 꾸려가려 하고 있는지, 자신들의 어려움에 대처하려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모든 모임들에서 애초에 이러한 노력 자체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 가장 분명히 떠오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관심사인 종교시장의 관점에서 본다면, 혹시 이들이 자신들의 모임을 둘러싼 종교간 경쟁 환경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학생들의 답변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사회에서 종교경쟁 있어요, 분명히. 정확히는 개신교만 강한 것 같다고 해야 되나(웃음). 저는 (주로 개신교 학생모임들의 활동이) 많이 부러워요. 어떨 때는 우리도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B대학, b)

네 (종교경쟁이)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한 2∼3년 사이에 특히 (소속학교가 위치한) 신촌 지역에 경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일단 교회동아리는 처음에 학교 들어오면 처음에 피자 사줄게 들어와라. 피자파티, 이렇게 많이 부르더라구요. 거긴 명 수가 많고 활동을 엄청 열심히 해요, 기독교 친구들이. 활발하게 되는 것 같고요. 성당에서 특별히 행사는 못 봤지만 가는 친구들은 꾸준히 가는 것 같아요. 우리도 뭘 하고 싶다? 하는데 이게 좀… 저희도 되게 많이 생각해봤는데…(A대학, c).

완전히 전쟁터 같달까… (종교인들이) 대학교를 일종의 ‘블루오션’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선교활동 하는 걸 보면 완전히 영업하는 거 같아요…. 종교가 사실 이걸 믿냐 저걸 믿냐 차이다 보니까 최근에 옛날부터 불교가 하던 걸 개신교에게 뺏긴게 사실이라고 보거든요. 제 생각에는 불교는 너무 수동적이에요. 우리도 뭔가 해야 하는데…(C대학, a).

위에서 주목되는 것은 바로 학생들이 대학 사회 내 종교적 환경이 매우 경쟁적이고, 이것이 자신들의 학생 조직은 물론 나아가 불교계 전반에게 모종의 ‘위기’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이 당위적으로 이러한 환경에 의해 강한 자극(특히 개신교 선교에 대한 위기의식)을 받고 있으며, 불교 또한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필요를 부지불식간에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바로 시장경쟁상황과 참여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의 문제와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과 같은 질문이 뒤따른다. 이들이 이처럼 강한 동기부여를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뭔가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 묻자, 그들은 다음과 같이 나름의 정당화 논리를 제시했다.

그런데 이게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는데… 불교의 매력이 절대 강제하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저희는 절대 먼저 나서거나 하지 않고, 유인물로 이거 가져가세요 믿으세요 하지 않아요. 앞으로도 않을 것 같고… 저는 항상 생각하는 게, 되뇌이는 게 종교는 강요할 수 없다… 저도 일 있으면 이거 있다 저거 있다 공지만 하지 강요하지 않아요(B대학, a).

원래 불교라는 특성상 뭉치는 걸 안 좋아해요. 교회는 청년부도 있고… 근데 불교에는 그런게 없잖아요. 불교는 가고 싶을 때 가고… 그런 특성이 동아리에도 반영이 되고… 종교적 색깔이랑 연결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개신교는 젊고 포교하고 하기에 엄청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보거든요. 불교는 이타적인 면도 있고 누구든 포용할 수 있고, 믿음에 대한 자율성에 맡기다 보니까 전도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많은 것 같아요(A대학, c).

더 적극적인 뭔가를 해야 하는 건 맞아요. 그런데 회원들은 늘 바쁘고 귀찮게 하는 걸 싫어하거든요. 불교는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잖아요?(C대학, b).

여기에서 우리는 소속과 관계없이 모든 불교학생회 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어떠한 내러티브를 발견할 수 있다. 8명의 모든 학생들은 예외 없이, 그것도 묻지도 않았는데 각자 말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생각하는 불교에 대한 정의를 내렸고, 이를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인 양 질문자에게 되묻곤 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불교란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 “강요하지 않는” 종교라는 동일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나름의 정의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것은 혹시 불교의 교리적 특수성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흥미롭게도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이들 중 누구도 그 근거는 무엇인지, 교리적으로 정당화 될 수 있는 내용인지는 물론, 그 말을 누구에게 들었는지조차 답하지 못했다. 이들에게 이 정의는 일종의 현상학적 사회학(phenomenological sociology)의 관점에서 의문을 제기해 본 적이 없는 당연시된 지식(taken for granted knowledge) 혹은 암묵지(implicit knowledge)에 가까웠다.

물론 이것은 실제 불교 교리 자체에 내재한 어떠한 측면을 반영하고 있기는 하다. 즉, 불교에서는 개인의 내면과 깨달음의 성취가 우선시 되고, 그래서 불교 공동체에서 (막스 베버의 표현을 빌면) 타인과 현세계로부터 ‘회피적-거부적 성향’이 발견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불교 또한 대중종교라는 점에서 분명히 포교와 전교, 그리고 보다 외향적인 실천을 위한 정당화 논리가 존재한다. 특히 한국 불교가 택하고 있는 대승불교 전통은 개인의 깨달음 못지않게 중생을 ‘구제’하는 것에도 동일한 종교적 무게점을 둔다. 그래서 도심지역에는 전교를 주목적으로 하는 포교원, 선원이 전략적으로 건립되기도 하고, 나아가 80년대 말 민주화 운동이나(정승안, 2015) 2000년대 중반 환경 문제 등에 관해서는(이시윤, 2018) 불교의 대승적-참여적 관점이 매우 강하게 발현되기도 한다. 결국, 불교는 물론 한 종교가 얼마나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느냐, 혹은 포교와 사회참여에 헌신하느냐, 그렇게 하면서 안팎의 누군가를 ‘괴롭히느냐’는 그 종교가 속한 사회적 맥락과 상황, 이를 해석하고 특정한 종류의 실천을 선택적으로 정당화하는 성원들의 내러티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불교는 강요하지 않는다’는 선택적 정의는 불교학생회 성원들이 의문 없이 공유하는 일종의 전제이고, 이것은 학생들이 때로 적극적인 공동의 실천을 모색하는 경우에라도 그것의 현실화를 스스로 포기하게 하는 정당화의 내러티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모임의 책임을 맡은 전, 현 대표 학생들은 어김없이 자신들에게 어떤 실천 계획이 있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로 바로 이 내러티브를 들었다. 이들에게 이 내러티브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것이 어떠한 교리적 근거를 가지는 것인지, 정말로 얼마나 ‘불교적인’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들은 이를 그저 의심 없이 불교에 대한 올바른 정의로 여겼고, 이는 동시에 자신들의 종교적 실천의 밑바탕을 이루는 일종의 자기이해이자 무기력이 재생산되는 근거지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내러티브는 이들의 종교적 실천의 밑바탕을 이루는 일종의 자기이해이자 동시에 집합 행동 차원에서 특유의 무기력이 재생산되는 근거지라 할 수 있다.

Ⅴ. 경쟁적 종교 환경 내에서 무기력의 재생산 과정과 ‘괴롭히지 않음’의 딜레마

이렇게 ‘불교는 강요하지 않는다’는 정의가 자신들의 수동적 태도의 근거로 작동하면서 불교학생회 공동체들의 무기력이 재생산되고 있을 때, 이것이 다시 경쟁적 종교 환경에서 어떠한 결과를 낳을까? 시야를 조금 더 확장해 보기로 하자.

먼저 여기에서 말하는 ‘괴롭힘’, 또는 ‘강요’란 일종의 포교 활동 자체와 이를 위해 노력하려는 일체의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른 종교(특히 개신교)의 적극적인 종교적 실천을 모두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한다는 점에서 여기에는 일종의 편견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불교에 대한 학생들의 정의가 바로 다른 경쟁적 종교 집단들에 대한 부정의 형태에 의존하여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는 한국의 대부분의 종교 집단들이 포교 활동에 열을 올리고 매우 공세적으로 임하는 반면, 불교는 (이들이 생각하기에) 그러하지 않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즉, 이들의 불교에 대한 자기이해는 독립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종교와 구별됨으로써만 의미를 갖는 상대적인 것이고, 이는 다분히 경쟁적인 종교시장이라는 주변 환경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불교 신자 학생들의 자기이해의 내러티브가 경쟁적 종교시장 안에서 의미를 획득하는 상대적인 것이라는 점은 이들의 모임이 대학교 종교 환경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양가적 성격을 암시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불교는 강요하지 않는다’는 내러티브는 한 편에서 불교학생회 성원들이 현 상태를 타개하려는 적극적 실천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그런데 다른 한 편에서 이 내러티브는 경쟁적 대학 종교 환경 내에서 모종의 장점, 이들의 표현을 빌면 “매력적인” 의미를 갖기도 한다. 다시 말해, 다수 종교 학생회들이 적극적으로 성원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새로운 선교의 대상, 심지어 기존의 성원들에게 일종의 ‘강요’를 하는 것과 반대로, 불교학생회들은 성원들의 ‘자유로운’ 참여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다소간의 비교우위를 획득한다. 학생들은 입을 모아 자신들의 이러한 성향을 긍정적인 것으로, 심지어 “불교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매력은 실제로 자주는 아니지만 불교학생회를 향해 새로운 성원을 끌어오기 위한 유인책이 되기도 한다.

모임 전현직 대표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불교학생회 성원들 중 대부분은 기존 신자들이 대학생이 되어 모임에 가입한 경우-더 정확히는 부모님이 불교신자여서 권유에 의한 경우-였다. 즉, 포교·선교 ‘전진기지’로서의 불교학생회들의 기능은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때로는 학과나 다른 동아리 모임 등 활동 중 선배들의 권유-여기에서 권유의 내용은 주로 가족적이고 편한 분위기, 공강 시간을 보내기 좋은 동아리실의 존재가 강조된다-에 의해 새로운 성원이 입문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소수이기는 하지만(1년에 2∼3명 정도), 가끔 이들의 바람대로 ‘자발적으로’ 모임에 찾아와 가입하는 신규 성원도 존재한다. 인터뷰에 응한 두 사람도 이 경우에 해당했다.

제가 대학 오기 전에 만난 기독교 사람이랑 안 좋은 일이 많아요. 무조건 교회 나가야 한다고 하고 무조건 무조건을 말하는 삶이 많아요. 제가 기독교에 대해서 그래서 인식이 안 좋거든요… 근데 불교는 좋았어요… [포교와 개인의 신앙 추구 중에서] 전 후자가 더 중요한 것 같은데요… 사실 그렇더라고요. 불교 교리가 싫다는 사람은 지금까지는 못 봤어요… 교리 공부 해보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꽤 있었어요. 저희도 굳이 그 사람이 불교가 아닌데 자율적으로 해야지 끌어들이려 노력한 적은 없어요(A대학b).

아시겠지만, 불교는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잖아요. 기독교랑은 다르죠. 저는 그래서 불교가 좋았고 교리도 흥미롭고… 그래서 여기에 들어왔어요(C대학 a).

위 응답자 A대학의 b와 C대학의 a학생은 본래 신앙이 없었다. 이들은 불교에 입문하기 전에 본래 자신들이 종교나 삶의 근본적인 의미 등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는데, 우스나우(Wuthnow, 1998)의 표현을 빌면 이들은 -제도화된 종교 기관에 정주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종교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능동적으로 찾아나서는-일종의 영적 탐색자(spiritual seeker)였던 셈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특정 종교 모임에 나가보기도 했지만, 그곳에서 “지나치게 적극적인” 선교 행위를 경험한 기억은 오히려 역효과로 남고 말았다. 이들은 불교학생회에서 비로소 모종의 “만족”을 찾게 되었는데, 왜냐하면 불교학생회의 분위기가 무척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A대학의 b의 경우 불교 교리 때문에, C대학의 a는 친구의 권유로 불교학생회에 들어왔지만, 이들이 공통으로 꼽는 중요한 계기는 불교의 “강요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이러한 사례는 많지는 않아도 세 학교 모두에 꾸준히 존재한다고 학생들은 말했다.

이처럼 불교학생회의 무기력함은 때로 모임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되어 타 종교 대비 비교우위로 비쳐지기도 한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종교경제론의 용어를 사용하면, ‘불교는 강요하지 않는다’는 내러티브는 경쟁 일변도인 대학 내 종교 시장에서8) 나름의 경쟁력을 갖는 ‘상품’으로서 구매자들에게 실질적 호소력을 발휘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측면이 과대평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이 상품은 불교에 호감을 가진, 그러면서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극히 소수의 영적 탐색자들에게 매력을 가지는 것이고, 이는 결국 경쟁적 시장 환경의 부작용이 낳은 일종의 틈새시장에서만 비교우위를 갖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상품은 불교학생회들이 새로운 성원을 적절히 충원하여 조직을 재생산해 나가는 기본적인 책무를 수행하고, 자신들의 모임의 목적을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저 그런 상태로 명맥을 유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말이다. 무엇보다 이 상품은 불교학생회들에게서 지속되는 비활성화 상태의 근거지다. 이곳의 기존 성원들은 이 내러티브를 공유하면서 조직의 생산적 갱신을 위한 노력을 조기에 포기해 버린다. 이러한 분위기에 매력을 느낀 소수의 새로운 성원이 이따금 자발적으로 합류하기는 하지만, 이는 새로운 활력이 되기보다는 무력감의 지속에 일조할 뿐이다. 왜냐하면 바로 그 분위기가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경쟁적 종교 환경이 낳고 그 안에서 의미를 획득하는 ‘불교는 괴롭히지 않는다’는 내러티브는 한편으로 불교학생회 특유의 무기력이 재생산되는 근거가 된다. 다른 한편 이것은 다시 동일한 환경하에서 나름의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되면서 소수의 새로운 성원을 끌어들이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남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불문의 규칙 하에 기존의 성원은 물론 새로이 유입된 성원 중 누구도 어떠한 새로운 시도도 감행하지 않으려 하면서 불교학생회는 대학사회 내 경쟁적 종교환경에서 유지는 되지만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Ⅵ. 결론

이 글의 2절(Ⅱ)에서 살펴본 것처럼, 종교경제론에서 경쟁적 환경은 거의 자동적으로 경쟁에의 참여로 이어지는 것으로 상정된다. 하지만 경쟁상황이 반드시 혁신을 통한 경쟁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론가들의 기대와는 달리 행위자 집단들은 각자 나름의 상황과 논리에 따라 집합행동에 참여하기 마련이고, 이것은 기실 사회학자들을 고민하게 만든 핵심 주제 중 하나였다. 특히 적극적인 경제활동에의 참여 여부가 어떤 사회 집단이 공유한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은 일찍이 다양한 프로테스탄트 교파들, 나아가 세계종교의 경제윤리와 생활양식 분석을 통해 막스 베버가 보여주었고(베버, 2008), 아비투스 개념을 바탕으로 피에르 부르디외가 알제리 부족민 연구를 통해 내린 결론도 같은 것이었다(부르디외, 1995). 결국, 보다 섬세한 사회학적 설명이 되려면, 각 조건들이 어떠한 종류의 다양한 실천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이 보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본고에서 우리는 불교학생회의 사례를 통해 이와 비슷한 상황을 발견했다. 경쟁적인 대학 종교 환경 내에서 왜 유독 불교학생회들만 비활성화 되어 있는 것일까? 우리는 종교경제론의 이론틀을 사용하면서도 그 주요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보완적으로 공동체의 문화적 차원에서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특유의 내러티브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것이 다시 대학 종교 환경에서 가지는 양가적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불교는 강요하지 않는다’는 특유의 내러티브는 어디에서 왔는가? 언제 어떻게 불교학생회 일반에 ‘당연시된 지식’이자 자기이해로 자리 잡게 되었는가? 더 심화된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본고에서 주목한 ‘내러티브’는 분명 불교학생회의 무기력을 완벽히 설명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이 내러티브가 무기력이 재생산되는 주요한 근거지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면, 이 틀을 불교 전반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을까? 불교학생회들의 내러티브와 그로 인한 주변 환경에의 소극적 대응은 불교신자들 일반에 적용될 수도 있어 보인다. 한 예로 최현종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불교신자들은 자신들은 너무 수동적이고, 더 많은 포교와 홍보 노력이 필요하며, 적극적으로 교리와 포교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다른 사람을 조금 더 ‘괴롭혀야’ 한다고- 생각한다(최현종, 2011: 57-58). 그러나 정작 외부에서 비쳐지는 이들의 이미지는 포용적이고, 자율적이고, 자비롭다(95-96)는 것-그러니까 ‘다른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듯 불교 성원들이 적극적 실천의 필요를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별다른 실천이 관찰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이중성 혹은 모순적 상황은 불교학생회들이 겪고 있는 난점이 불교 교단 일반의 고민일 수도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경쟁적 시장 환경에서 내-외부 시선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이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물론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본고의 목적을 벗어난다. 경쟁적 환경이 혁신과 경쟁 참여를 자동으로 결정할 수 없는 것처럼, 어떠한 종류의 조직적 실천이 종교 집단의 생존과 번성에 유리한지에 대한 논의는 종교사회학자들을 계속해서 자극하는, 상황에 따라 열려있는 담론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재 불교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근거조차 빈약한 지금의 자기이해의 내러티브는 별로 좋은 해결책일 수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어디선가 또 다른 벽안의 관찰자가 등장해 다시금 불교는 ‘수동적 종교’라 칭할 때, ‘남을 괴롭히지 않는 종교’의 성원들이 할 수 있는 답변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Notes

* 이 연구는 존 템플턴 재단(The John Templton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1) 베버 또한 세계종교 경제윤리 비교연구를 역사적인 근대 자본주의 출현 문제를 분석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정적으로 사용했다. 같은 맥락에서 불교의 사회운동의 의미에 대한 보다 사회학적인 탐색의 필요성을 역설한 연구로 유승무(1999; 2003)를 참고할 것.

2) 스타크와 핑키 또한 개방적인 분위기의 집단이 종교 시장 내에서 처하는 문제에 대해 다루기는 한다. 이른바 “개방적 틈새”에 대반 분석이 그것이다(324-326). 그러나 경쟁적 환경과 참여가 자동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개방적인 집단은 오래 살아남지 못하고 시장논리에 의해 금새 ‘도태’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으로 보인다.

3) 이것은 ‘대학선교’에 적극적인 개신교계 담론에서 공통으로 강조되는(조용훈, 2004; 박정세, 2010; 김남일, 2017 등) 내용들을 토대로 정리한 것이다. 본격적인 연구 형태로 정리된 내용이 훨씬 적고 관점에 따라 강조점에도 차이가 있지만, 다른 종교들이 취하는 기본적인 관점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4) 2018년 기준 국내 전체 종립대학 숫자는 145개로, 430개 국내 전체 대학 중 약 33%를 차지하고, 일반대학에만 한정하면 그 비중은 191개 중 86개인 약 45%로 높아진다(문화체육관광부, 2018).

5) 이 글에서 각 불교학생회 이름은 주요 연구 대상인 3개 학교를 각각 A, B, C로 칭하고, 자료수집을 위해 접촉한 다른 학교의 경우 D로 칭하기로 한다. D학교의 경우, 개신교 재단에 의해 설립된 여자대학교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이 학교는 물론, 대부분의 개신교 재단 학교들은 채플 수업을 의무로 부과하고 있고, 다른 종립대학들도 학교를 설립한 종파의 종교정신을 전파하기 위해 의무적 학사제도를 직간접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6)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KBUF) 홈페이지(kbuf.org)의 연혁란에 담겨 있는 1960년대∼현재까지 활동 내역을 살펴보면 이러한 분위기의 변화를 확연히 관찰할 수 있다. 대불련 총동문회 주최 한 행사에서 최승태 대학전법지원단장은 대불련의 과거의 분위기와 위상을 “한국대학생선교회(KCCC)”와 “캠퍼스 포교를 양분해 주도해 왔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7) 학생들은 세 곳 모두 모임의 대표가 사실상 "떠넘기기" 식으로 선출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지원은 과거 활발히 활동했던(주로 1980∼90년대) 선배들의 지원, 그리고 종단이나 특정 사찰에서 일부 지원, 대불련 차원의 지원으로 대동소이했다. 따라서 이들 문제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소속 학교의 종교적 환경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개신교 기반 A 대학의 경우에는 학교 측으로부터 홍보 포스터를 붙이는 활동에 제약을 당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이곳 학생들이 다른 학교보다 특별히 더 위축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반대로 불교기반의 C 대학에서는 공간 사용, 재정 지원 등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학교 측에서 많은 배려를 받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C대학의 모임이 더 활발한 것도 아니었다. 한편, B 대학학생들은 학교가 가톨릭 기반이지만 불교동아리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종합하면, 학교 간 종교적 환경의 차이가 일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학생모임의 활성화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라 보기는 어려웠다.

8) 경쟁적 전교 노력에 대한 피로감과 이에 대한 공유된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최현종(2011)의 종교인식 조사를 참고할 것.

참고문헌

1.

김남일. 2017. “소그룹리더 훈련을 통한 학원선교 방안에 관한 연구.” 『복음과 선교』 37: 53-8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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