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 불교와 공동체 - 불교기반 공동체의 경험

승가공동체의 운영 원리와 현대적 함의

이명호 1
Myoung-Ho Lee 1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한양대학교 사회학과 강사
1Lecturer, Dept. of Sociology, Hanyang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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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Oct 04, 2018; Revised: Oct 24, 2018; Accepted: Oct 30, 2018

Published Online: Dec 31, 2018

국문초록

이 논문에서는 초기불교 시대의 승가공동체를 공동체의 전범(典範)으로 상정하고, 그 운영원리를 도출하고, 이를 현대사회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재해석하였다. 승가공동체의 운영원리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제1원리는 ‘충분한 합의를 위한 민주적 의사결정’, 제2원리는 ‘재화의 공유’, 제3원리는 ‘자치와 규범’이다. 제2원리는 공동체의 안정성을 위해 요구되는 물적 기반을 위한 것이며, 제3원리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토대이다. 이 두 토대가 굳건한 승가공동체에서는 제1원리 즉,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충분한 합의를 지향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이 세 운영원리는 현대사회에서는 첫째, 구성원들의 이해관계 조정과 타협을 위해서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 둘째,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사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공공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되고 작동되어야 한다는 시사점, 마지막으로 주민자치와 주민참여는 특정한 지역공동체의 정체성과 자신이 해당 공동체의 구성원이란 소속감을 형성한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Abstract

In this paper, we have assumed the community of the early Buddhism as the Ideal type of community. Then, we have summarized the operating principles of the Sangha community and reinterpreted these principles so that it can be applied in contemporary society. The operation principles of the Sangha community are organized into three principles. The first principle is “democratic decision-making for full consensus”. The second operating principle is “sharing of goods”. The third operating principle is "autonomy and norms". The second principle is for a material basis for the stability of the community. The third principle is the basis for the voluntary participation of members of the community. The Sangha community that these two principles are firm, is worked properly the first principle, that democratic decisions are made in which all members are involved and fully agreed. These three operating principles have the following implications in contemporary society: First, there is a need for sufficient discussion and consensus that all stakeholders are involved in all the other values to reconcile and compromise the interests of the members. Second, in contemporary society, a sufficient social safety net should be established and operated for people to get out of private interests and to gain publicness. Finally, residents' autonomy and citizen participation are possible only after the identity of a specific community and the feeling of belonging of the community.

Keywords: 승가; 공동체; 갈마; 민주주의; 심의 민주주의; 사회안전망; 주민자치; 자치규범
Keywords: Sangha; Community; Kamma[羯磨]; Democracy; Deliberative Democracy; Social Safety Net; Residents' Autonomy; Norms

Ⅰ. 문제의식

다음백과사전에 공동체(共同體)는 ‘운명이나 생활, 목적 등을 같이 하는 두 사람 이상의 조직체’로 정의되어 있다. 공동체는 두 사람 이상의 사람들을 묶는 핵심토대를 기준으로 혈연공동체, 지역공동체, 결사공동체 등으로 구분된다. 혈연공동체는 가족이 확대되어 특정 성씨를 중심으로 대집단을 이루어 형성된 종족(宗族) 조직을 기반으로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많이 약화되었지만, 아직도 일부 종족집단에서는 종친회(宗親會)를 핵심 조직으로 혈연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공동체는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을 공유하고 연대를 형성하여 이루어진 공동체이다. 결사공동체는 종교나 이념, 가치 등을 기반으로 모인 사람들의 조직체로서, 승가공동체와 중세시대 가톨릭 수사들의 공동체가 대표적이다.

전통사회에서는 지역공동체가 핵심이었다. 당시 삶의 조건은 자연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사람들의 이동도 빈번하지 않았다. 이 지역공동체는 한국사회에서 두 번에 걸친 충격으로 오늘날에 ‘붕괴’되었다는 진단을 받는다. 첫 번째 충격은 일제강점기 시기의 토지조사사업과 강제적인 행정조직 개편이다. 그 결과로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던 촌락들이 인위적으로 분리 혹은 통합되었다. 두 번째 충격은 압축적인 산업화로 인한 급격한 도시화이다. 농촌에서는 주로 젊은 층이 도시로 이동하였고, 주요 도시들에는 수용 가능한 인원을 넘는 인구가 집중되었다. 이 과정에서 지역에 근거한 공동체는 약화되었다.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핵가족화, 잦은 이주, 익명화, 개인화 등을 이유로, 같은 생활권에 거주하더라도 주민들 간의 상호교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로를 이어주는 공통의 관심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에 대한 연대감(連帶感)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파트, 연립주택 등과 같은 공동주택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역설적으로 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의 관점에서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활동을 이끌어내기 위한 도구로서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려는 정책적 시도들이 지속되고 있다. 소위 ‘마을공동체 만들기’로 지칭되는 사업들이다. 이 사업들은 지역주민의 일상생활을 담는 그릇과 같은 역할을 기대하며 마을공동체의 복원을 시도한다.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지역주민들이 공동체에 대한 연대감과 호혜성(互惠性)을 함양하고, 지역의 공동사안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공공성을 확대하고 공동체의식(공동체성)을 함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한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동의 가치와 이익을 위해 상호작용하고 공동의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김찬동·서윤정, 2012).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공동체에 관한 긍정적인 뉴스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부정적 뉴스가 더욱 빈번하다. 최근에도 강서구에서는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이, 대구에서는 경북대 기숙사 신축을 둘러싼 갈등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최근 지역사회에서는 지역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크고 작은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최근 한국사회의 고령화·저출산·불평등·양극화와 관련이 깊다.

경제성장으로 삶의 양적 지표는 크게 높아졌지만, 삶의 질적 지표들은 이와 반비례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촘촘하지 않는 사회에서 지금 당장의 생계수단을 유지해야만 나와 가족의 삶은 이어진다. 주거불안은 계속되고 있으며, 일터와 주거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청년들의 삶에서 미래는 존재하지 않으며, 노년의 삶은 더 이상 안락(安樂)하지 않다.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이웃과 상호작용하고 상호부조하는 공동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은 주거기능만을 제공할 뿐이다.

이 논문은 이러한 현실에서 ‘한국사회에 필요한 공동체는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고자 한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자는 승가공동체를 살펴보려 한다. 승가공동체는 인류의 최초기 공동체 중 하나이며,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오래된 공동체이다. 또한, 시대와 장소를 달리하면 새로운 모습으로 변형되어 존재하는 공동체들1)의 모범(模範)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공동체를 회복해야 하는 한국사회에서 승가공동체는 하나의 모범이 될 수 있다.2)

2장에서는 초기불교 시대의 승가공동체를 살펴보고 운영원리를 정리할 것이다. 3장에서는 승가공동체의 운영원리가 오늘날 한국사회에 어떤 시사점을 주고 있는지를 정리할 것이다. 마지막 4장에서는 연구자가 던진 질문, ‘한국사회에 필요한 공동체는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어야 하는가’에 답을 하고자 한다.

Ⅱ. 승가공동체의 운영 원리

연구자는 이전 논문3)에서 초기불교 시대의 승가공동체의 구성원리4)와 운영원리를 정리한 바 있다. 승가공동체는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기로 결심한 출가자들의 수행과 실천, 그리고 생활을 위한 조직체로서 일종의 결사공동체이다.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형성하는, 하지만 지금은 거의 붕괴된 지역공동체와는 다르다. 승가공동체의 운영원리는 그 역사성과 현재성으로 인해 이념형처럼 활용할 수 있다. 앞선 연구결과를 활용하여, 이 장에서는 승가공동체의 운영원리를 (1) 충분한 합의를 위한 민주적 의사결정, (2) 공동체의 기반으로서 재화의 공유, (3)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자치와 규범으로 정리할 것이다.

1. 충분한 합의를 위한 민주적 의사결정

‘승가’를 화합이라고 규정할 만큼 초기불교 교단에서는 화합을 중시하였다.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공동체 내의 모든 일은 공동체 구성원이 모여 결정하였다. 공동체 구성원이 모여 승가의 일을 결정하는 것을 ‘화합’이라고 하였다. 화합에서는 승가공동체에서 행하는 통상적인 일(행사)들과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여러 일들,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사건 등을 논의하였다. 이 승가의 화합을 갈마(승가갈마)라고도 한다. 승가공동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것들이 갈마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갈마는 주제의 경중에 따라 단백갈마, 백이갈마, 백사갈마로 구분되어 진행되었다. 백은 오늘날의 용어로는 보고, 제안, 안건상정 등의 의미가 있으며, 상정된 안건을 심의하는 회수에 따라 백이갈마, 백사갈마로 구분된다.

단백갈마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고지(告知)하는 화합이다. 이때에도 전원출석은 중요한 원칙이다.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겨지는 내용이라도 이를 공적으로·공식적으로 알리는 자리에는 승가구성원 전체가 참여하여 관련 내용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둘째, 백이갈마는 제출된 안건(백)에 대한 의견을 한 번 구하는 화합이다. 전원이 찬성하는 경우에 보고된 안건은 통과된다. 하나의 안건은 두 번 의결하지 않으며, 다수결로 의결하지 않는다. 셋째, 백사갈마는 심의하고 토론할 안건에 대한 찬반을 구하는 갈마로서, 논의를 세 번 반복한다. 공동체에 중요한 문제를 다룰 때 이 형식을 취한다.

갈마의 원칙은 전원참석과 만장일치이다. 전원참석은 형식적 원칙, 만장일치는 내용적 원칙이라 할 수 있다. 형식적 원칙으로 전원참석은 화합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졌다. 포살도 구성원 모두 참석하였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로 시작되었다.5) 기본적으로 구성원 모두가 참석하지 않는 갈마는 여법(如法)한 갈마, 정당한 갈마로 인정되지 않았다. 정당하지 않는 갈마를 진행하는 것은 부정의 죄를 범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질병 등의 이유로 갈마 참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현재와 같이 참석을 위임할 수 있었다. 이 경우에는 갈마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또한 갈마는 원칙적으로 만장일치를 추구하였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충분히 논의하기 위한 장치이다. 전원참석 원칙과 불참자의 위임도 이를 위해 존재하는 형식이다. 때문에 갈마에서는 충분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만장일치를 위해 노력하였고, 여러 노력에도 만장일치가 어려울 경우에는 별도의 갈마를 진행하였다.

이때 별도의 갈마는 쟁사(諍事)갈마라고 하며, 출가자들 간의 대립이나 범계 사항을 둘러싼 다툼 등을 주로 다룬다. 쟁사갈마는 7멸쟁법(滅諍法)이라 불리는 해결법을 기본으로 다툼의 성격에 맞는 멸쟁법에 따라 실행된다. 쟁사에서도 당사자와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충분한 논의가 전제되었다. 충분한 논의가 되었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다수결이나 여러 방법으로 결론을 도출하였다. 이러한 충분한 노력에도 모두가 납득하지 못하면, 현전승가를 해체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충분한 합의에 이르기 못한 것은 공동체의 실패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제대로 운영되는 공동체의 경우는 어떠한 경우에도 구성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위해 일단 갈마를 통해 내려진 결정에 다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7멸쟁법에 의해 올바르게 해결된 쟁사에 관해서도 그 결과를 다시 번복하는 것도 금지하였다. 그러나 갈마 자체에 오류가 발견된다면 그 갈마에서 내려진 결정은 무효가 되었고, 다시 갈마를 행할 수 있다. 쟁사를 일으킨 비구가 그 판정이 정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되면 다른 승가에 문제제기를 하여 다시 갈마를 받을 수도 있었다. 이처럼 승가공동체는 갈마 그 자체나 판결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증거가 확보되었을 경우에는 다시 갈마를 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해 두었다(이자랑, 2013: 240).

이처럼 승가공동체는 논의할 안건에 따라 갈마의 절차를 달리 하였고, 충분한 합의에 이르기 위해 정당한 갈마의 조건을 규정하였다. 이러한 규정을 통해 갈마 참석자들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에 이르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감안하여 재심의 절차도 마련하였다. 결국, 승가공동체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 이를 위한 충분한 논의를 원칙으로 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마련하고 실천하였다.

2. 공동체의 기반으로서 재화의 공유

초기불교 교단에서는 출가자들의 생산활동을 엄격하게 금지하였다. 오직 탁발과 보시를 통해서만 생존과 생활에 필요한 것을 획득할 수 있었다. 특히 음식물에 관해서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생활에 필요한 몇몇 재화들은 소유할 수 있었지만, 탁발한 음식은 공동체의 거주 공간에 보관하는 것과 조리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이로 인해 탁발은 매우 중요한 일과였다. 탁발 관련 규칙은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규정은 일곱 집 이상 방문 금지 규정이다. 한 마을의 일곱 집 정도를 방문하면, 해당 마을의 경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에 따라서는 필요한 양을 탁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일부는 건강 등의 이유로 탁발을 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에는 탁발을 통해 얻은 음식물을 구성원들이 함께 나누었다.

보다 큰 범주에서 재화의 공유는 승가의 승물(僧物) 관리를 통해 확인된다. 승물도 현전승물과 사방승물로 구분하여 그 처분권과 관리권을 구분하였다. 토지·건물 등의 부동산과 방사(房舍)나 의자, 침상 및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은 승가 내부에서 오랫동안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사방승물에 포함되었다. 음식이나 의류, 발우 등 개인에게 시주한 물건이나 단기간에 소멸될 가능성이 높은 물건은 현전승물에 포함되었다. 사방승물인 부동산이 출가자 개인에게 시주되었더라도 사방승물로 귀속되었다.

사방승물은 어떤 현전승가에 위치해 있던지 그 처분권은 사방승가에 있었다. 현전승가는 오직 관리권만을 가지고 있었고, 오늘날과 같은 소유권을 행사하지는 못했다. 다른 현전승가에 속한 사방승가의 구성원의 사용을 제한할 수 없었다. 반대로 타지에서 온 출가자가 승물을 이용하도록 도와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사방승가의 모든 구성원들은 사방승물이 어디에 있든 사용할 권리가 있었다. 여러 지역에 분포한 현전승가의 시설은 모든 출가자들이 전체 승가의 시설로서 소유되고 사용되었다.

이는 유행을 해야 하는 출가자의 생활양식을 고려할 때 생활의 편리를 도모하면서 수행과 참여라는 본연의 목표에 충실하게 하였다. 동시에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제자(佛弟子)로서 승가의 구성원이라는 정체성을 확립시키기도 하였다. 사상적으로는 불교가 기반하고 있는 연기론적 세계관에 의하면 ‘소유’ 그 자체도 항상 변화하는 것으로 특정한 개인의 것으로 고정하는 것은 불교 교리와 적합하지 않다.

3.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자치와 규범

현전승가는 자치를 행하는 독립적인 공동체로 인정되었다. 이때의 자치와 독립은 첫째, 국가와 사회로부터의 자치와 독립을 의미한다. 고대 인도에서는 불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종교집단이 국가와 사회의 간섭을 받지 않았다. 둘째, 현전승가는 사방승가를 구성하는 소공동체이지만, 사방승가의 통제와 지시를 받지는 않았다. 현전승가 내부의 일은 독립적인 갈마를 통해 결정하였다.

현전승가와 출가자들의 자율성 보장은 공통된 율장이 존재하여 가능하였다.6) 동시에 율장은 이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소기도 하다. 여러 지역에서 성립한 현전승가들은 자체적으로 갈마를 행하고 포살을 행하지만, 공통된 율장의 규칙에 의지하여 갈마를 행하고 포살을 행하기 때문에 하나의 승가, 즉 사방승가가 된다. 일례로 A지역의 현전승가의 소속이더라도 B지역의 승가에 들어가면, 해당지역의 포살에 참여해야 한다. 출가자들에게 모든 현전승가는 자신의 승가공동체였다.

현전승가의 실제적인 성립과 유지는 포살 모임이 화합의 모임이어야 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보름마다 출가자들이 모여서 비구계를 들고 자기반성을 하여 범계(犯戒)의 잘못이 있으면 고백참회로 청정을 회복한다. 포살 모임은 전원출석(승가 화합)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포살의 참여는 출가자의 의무이면서 스스로 비구(또는 비구니)라는 자부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자부심은 율장이 징벌의 개념이 아니라, 참회와 화합의 개념에 기초해 제정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율을 제정한 목적(이념)을 정리한 제계십리(制戒十利)는 화합과 참회, 공동체성의 유지로 정리된다.7) 출가자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경우에 자발적인 참회를 통해 죄에서 벗어나게 하고, 청정비구(비구)로 돌아가 수행을 지속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慚愧者得安樂]. 율장의 또 다른 제정원칙은 수범수제이다. 범계가 나타날 때마다 붓다가 계율을 제정하였다. 이로 인해 율장은 매우 구체적인 상황을 전제하고 있으며, 수많은 예외조항이 존재한다. 이는 수행자로서 출가자의 정체성과 삶을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이며, 동시에 수행자로서의 삶이 엄격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율장은 출가자를 보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앙승가가 없었던 초기불교 시대에 율장은 불교를 유지하는 핵심이었다. 율장에 구현된 규칙과 가치는 출가자들을 묶는 연대의 근간이 되었고, 연대감은 공동체 참여를 이끌었다. 승가공동체의 주요한 의사결정이 전원참석과 만정일치를 원칙으로 하며, 승가공동체의 핵심이 포살이었음을 생각한다면, 출가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되지 않으며 승가공동체는 성립하고 유지하기 어렵다.

Ⅲ. 현대적 함의

앞장에서 승가공동체의 운영원리를 세 가지, (1) 충분한 합의를 위한 민주적 의사결정, (2) 공동체와 공공성의 기반으로서 재화의 공유, (3)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자치와 규범으로 정리하였다. 이 장에서는 위의 세 가지 운영원리가 현대사회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지를 간략하게 정리할 것이다. 본격적인 논의에 미리 언급하면, 첫째, 충분한 합의를 위한 민주적 의사결정은 이해관계(利害關係) 조정(調整)과 타협을 위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라는 의미로, 둘째, 공동체의 기반으로서 재화의 공유는 공공성(公共性)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으로, 셋째,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자치와 규범은 지역공동체의 정체성과 공동체 구성원이란 자각을 위한 주민자치라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1. 이해관계 조정과 타협을 위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

승가공동체의 첫 번째 운영원리, ‘충분한 합의를 위한 민주적 의사결정’은 공동체의 운영에서 의사결정의 결과로서 합의가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참여와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의사결정과정 자체가 정당성을 획득해야만, 그 결과도 정당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과정의 정당성보다는 합의 도출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계층, 종교, 지역, 성별, 정치적 이념, 이해관계의 차이에 따른 갈등과 통합이라는 이율배반적 양상이 일반화된 현대사회에서 더욱 그렇다. 이러한 비판은 ‘민주주의 위기론’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사회는 1987년 오랜 반독재·민주 항쟁의 결실로 군사독재를 마감하고, 민주적 선거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 후 몇 번의 선거를 중단 없이 치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보수에서 진보로, 진보에서 보수, 다시 보수에서 진보로의 정권 교체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사회에서 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는 되돌릴 수 없는 문화로서 정착하였다. 하지만 실제 내용에서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의 내용은 오히려 후퇴하였거나, 최소한 지체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은 동의를 얻고 있다. 이러한 민주주의 위기론은 비단 한국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전세계에 일반화되어 있는 문제이다.

현실사회에서 운영되는 민주주의 제도들이 규정된 형식적 절차에 초점을 맞추고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사회에서 시민들은 선거 등의 방법으로 대표를 선택하고, 선출된 대표들이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있다. 그리고 관료제가 발달하면서 일반시민들이 의사결정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러한 역설적 상황은 국가 단위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반복되어 나타난다.

형식적 절차를 중시할수록 시민들의 목소리가 의사결정과정에서 소외되는 ‘민주주의의 형식주의적 왜곡’이 민주주의 커다란 위험요소로 작동한다.8) 첫째, 형식과 절차 위주의 운영구조(대의제와 관료제)에서는 시민들이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된다. 이는 ‘공론영역의 침식’으로 서술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구성원들보다는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경향이 있다. 대신에 사람들은 주관적 가치와 취미의 실현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이러한 의사결정 구조에서 개인의 주관적 삶은 공동체적 맥락으로부터 소외된다. 둘째, ‘절차에 의한 합의’에 대한 강조는 공동체의 도덕적 토대를 침식할 위험이 있다. 자유를 강조하는 민주주의 이념은 개인의 권리는 어떤 이유에서도 공익을 위해 희생될 수 없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권리와 권리가 충돌할 때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절차’에만 관심을 갖는다. 가치를 배제하고 사회관계를 권리의 관점에서만 조정한다. 특히 급격한 산업화로 근대사회로 전환된 한국사회에서는 개인의 재산권(財産權, property right)이 그 어떤 권리보다 앞선 권리로 이해되고 있다.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논의과정에서 공동선(common good)이나 공공선(公共善), 공동체를 위한 책임과 같은 도덕적 논의는 배제된다.

종합하면, 현재의 민주주의 제도는 개인들 간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절차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일부 대표들과 기술관료들이 주도하는 논의 과정에서 갈등의 당사자들은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공동체 구성원들의 연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1980년대 이후 심의 민주주의론(deliberative democracy)이 등장하였다. 심의 민주주의론은 형식적 민주주의, 대의제 민주주의가 갖는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대표적인 대안이다. 심의 민주주의는 시민들 간의 토론, 의사소통을 통해 개인들이 자신의 선호(preference)를 계속 변화시켜가면서 합의된 집단의사를 형성하는 민주주의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는 소수자(minority)의 의사는 무시되기 쉽다. 심의 민주주의는 소수자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한다. 다수결에 의존하는 의사결정이 야기하는 공동체 분열의 위험성도 극복할 수 있다. 반면에 심의 민주주의에서는 토론과 합의를 통해 시민이 직접 공동선 형성에 참여한다.

시민은 심의(토론과 합의) 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시민 문화를 활성화시키고, 그러는 가운데 민주적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할 수 있다. 심의과정에의 참여는 합의를 뒷받침하는 정당성의 기반이 된다. 결정에 앞서 각자가 자신의 선호나 선택의 이유를 제시하면서 토론이 시작된다. 토론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다른 개인이 이해가능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원칙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이 과정은 이해 관련 당사자들에게 모두 공개되어야 한다. 또한, 심의 결과는 최종적인 것은 아니며, 언제나 수정 가능하다. 새로운 주장에 의해 반박(反駁)되거나 반증(反證)될 가능성을 인정한다(서유석, 2008).

이러한 심의 민주주의는 승가공동체의 첫 번째 구성원리, ‘충분한 합의를 위한 민주적 의사결정’과 일치한다. 승가공동체의 경험은 충분한 토론과 합의, 즉 모든 구성원들의 납득(혹은 이해)을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견디어 내야 한다는 말해준다. 승가공동체의 여러 문제를 논의하는 갈마의 두 원칙, 전원참석과 만장일치는 충분한 시간을 전제해서만 가능하다. 즉, ‘효율(效率)’을 우선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충분한 합의를 중시하기보다는 시간 등 다른 이유를 앞세운다. 최근의 강서구 특수학교 건립 갈등과 경북대 도서관 신축 갈등은 이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두 사례에서 모두 이해 관련자인 장애아동의 부모와 경북대 학생들이 논의과정에서 배제되었다. 두 사례에서는 모든 이해 관련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하기보다는 시간과 분쟁 해결, 즉 당장의 조용함, 혹시 모를 방해 등을 이유로 합의를 서둘렀다. 때문에 두 사례에서의 합의는 불완전한 합의이며, 당장 다른 이해 관련자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오히려 갈등은 더 심화된다. 의사결정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합의 그 자체가 아니라,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충분히 합의 과정에서 참여하고, 이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토론을 멈추지 않는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때에 따라서는 다수결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다수결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어야 한다. 다수결을 위한 전제조건도 모든 구성원의 참여이다.

2. 공동체와 공공성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승가공동체의 두 번째 운영원리, ‘재화의 공유’는 ‘공동생산·공동분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현대사회에서의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 개념과 유사하다. 사회안전망을 넓게 이해하면, 모든 국민을 실업, 빈곤, 재해, 노령, 질병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구체적으로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등 기존 사회보장제도에 공공근로사업, 취업훈련 등을 포괄한다.

사회안전망 개념과 관련 제도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신자유주의가 본격 도입된 1990년대 후반에, 그러한 신자유주의 제도를 강제한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에 의해 제도화되었다. 1997년 경제위기를 전후해 김대중 정부는 새로운 복지프로그램들을 제정하였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하여 공공부조를 현대화하였고, 4대 사회보험의 포괄범위를 확대하였다. 이러한 사회보장프로그램의 확대조치로 복지지출은 크게 증대하였다(여유진 외, 2014: 245-251). 이후 현재까지도 변화된 시대환경과 사회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복지프로그램들이 도입되고 있으며, 복지재정은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처는 개인과 가족의 몫이란 인식이 크다. 한국사회의 복지체계는 공공부조보다는 본인 부담에 의존하는 사회보험 중심이며,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도 여전히 넓다는 비판이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사회복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취약하여, 그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들도 여전하다.

대표적인 시도는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보편주의(universalism)와 선별주의(selectivism) 논쟁이다. 이 논쟁은 2010년 6월 6·2 지방선거의 무상급식 논쟁에서 본격화되었고, 이후 새로운 복지프로그램이 도입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는 보편주의와 선별주의 논쟁이 복지국가의 성격과 경로를 규정하는 논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공(公)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논쟁에서 보수진영이 무상급식을 ‘공짜점심’이라 비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낸 세금이 복지재원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 소득재분배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그 만큼 조세저항은 큰 직접세보다 간접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로 분류된다. 조세부담과 공공복지지출 수준은 OECD 국가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복지의 직접적인 제공보다는 면세점(免稅點)을 높이고, 소득공제를 통해 세금을 환급해 주는 방식을 선호해 왔다. 때문에 조세에 대한 저항감이 강해서, 복지제도의 개선을 위해 증세에 대한 요구가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이를 회피하고 있다. 세금을 납부하고 필요에 따라 돌려받는 것이 복지국가에서의 연대의 기본 원리라는 점에서 조세에 대한 거부감은 연대에 대한 거부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여유진 외, 2016: 409).

조세 저항으로 상장되는 연대의 거부는 한국인들이 특별히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이기 때문이기보다는 사회안전망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2010년 쌍용차의 정리해고와 그로 인한 노조파업 때 노조가 내건 슬로건은 “해고는 살인이다”이었다. 이러한 슬로건은 실업에 의한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는 사회안전망이 부실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쌍용자동차와 같은 대기업 정규직에서 가능했던 생활이 다른 노동시장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현실과 인식을 보여준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일자리, 자영업을 통해서는 이전의 삶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다는 현실, 나아가 그처럼 불안정한 일자리를 얻기도 힘들며, 실업기간이 길어지면 자신과 가족이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보여준다.

한국사회의 실업보험의 최대 수급기간은 7개월이며, 대체율도 50%로 상대적으로 낮다. 실업보험의 수급이 종료된 뒤 사회안전망으로 실업부조가 부재하고 공공부조제도만 존재한다. 공공부조제도는 엄격한 부양의무자기준과 재산기준, 근로조건 기준으로 인해 접근이 제한되어 있다. 그 결과, 한국사회는 이탈리아, 일본, 영국과 함께 ‘부실한 실업안전망형’으로 분류된다. 이 유형에 속한 나라들은 빈곤과 불평등 수준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표준적 고용관계는 해체되어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자의 수가 증가하였고,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가율은 여전히 낮다. 청년 및 노인들의 높은 워킹 푸어 비율도 한국 노동시장의 대표적인 문제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저임금자와 고임금자 간의 사회보험 가입률 격차는 매우 크다. 이러한 현실에서 사회보험은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있는 개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시킨다(여유진 외, 2016).

이러한 사회에서 한국인들에게 자신과 가족 이외의 이웃을 위한 관심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서구사회에서 공적 영역은 근대 자본주의 성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공적 영역은 자본주의의 성장으로 변화된 사회구조에서, 새롭게 등장한 부르주아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논의하고 논의의 결과를 관철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이후 공적 영역(Public spheres)은 정치와 국가 자체를 비판하는 정치적 공적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서구사회에서 공적 영역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관심을 갖는 문제를 토론할 수 있는 사회생활의 범주이며, 사람들이 관습·독단·힘에 의지하지 않고 이러한 주체를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해된다(터너, 2001: 684). 이러한 측면에서 서구사회에서 공적 영역은 사회적·정치적·경제적 문제를 자유롭게 논의하고, 논의된 내용을 실천하는 공간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양의 사회이론에서 공과 사의 개념은 이와 다르다. 우선, 고대사회에서 공은 관(官)을 사는 민(民)을 뜻하는 구체적 대상을 지칭하는 개념에서 사상의 발전과 함께 점차 추상적이고 보편적 개념으로 발전하였다(박충석, 2001). 성리학에 이르러 공은 천리를 따르는 것(天理至公), 사는 사람의 욕심을 따르는 것(人欲之私)으로 정리되었다. “대도(大道)가 행해짐에 천하를 공(公)”으로 한다는 경구가 대표적이다.9) 이러한 성리학적 공사구분을 받아들인다면, 공은 인간의 본연지성이 실현되는 공간이다. 최석만과 이태훈(2006)은 이를 개인적으로 천지의 마음을 갖는 것, 가족에서의 효, 친구간의 친애, 국가에의 충성이라고 설명한다. 때문에 공과 사는 공간적 개념이 아니다. 삶의 차원에 따라 사가 되기도 하고, 공이 되기도 한다. 세상에 내 가족 밖에 없다면 우리 가족을 위해서 사는 것이 공이다. 나의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공이다. 하지만 다른 가족과 함께 살면서 남의 부모를 홀대하는 것은 사이다. 가족 내에서라면 내 가족원을 위한 것이 공이지만, 한 차원 높이 올라가면 자기 가족만을 위한 것은 공이 아니라 사가 된다. 가족이 다른 가족으로 나아가 자기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 집단을 위하면서 다른 집단도 이해하고 공공선을 지향하는 것이 곧 공공성(publickness)이다(최석만·이태훈, 2006; 오세근, 2015).

한국사회에서처럼 사람들이 자기중심적 삶에 매몰되지 않고, 가족의 삶을 넘어 이웃의 삶과 사회를 걱정하는 공공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과 가족의 안녕(安寧)이 보장되어야 한다. 승가공동체의 재화공유는 이러한 사실을 가장 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건강, 수행 등의 다양한 이유로 탁발을 잠시 거르더라도, 혹 탁발한 음식물이 부족하더라도 끼니를 걱정하지 않았다. 생활에 필요한 필수품을 얻기 위해 무리하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 지역에 상관없이 기본적인 의식주는 지역의 현전승가를 통해 해결되었기 때문에 유행 생활에 따르는 고달픔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3. 지역공동체의 정체성과 공동체 구성원이란 자각을 위한 주민자치와 주민참여

승가공동체의 세 번째 운영원리는 자치와 규범이다. 자치와 규범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토대이자 그 결과이다. 이때 규범은 공동체가 공유하는 가치를 구현하는 항목들로 구성되었고, 규범의 작동을 통해 공동체 가치는 균질하게 채워질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대사회에서 지역공동체의 가치와 규범은 (1) 이해관계 조정과 타협을 위한 충분한 논의와 합의, (2) 공동체와 공공성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토대이자 그 결과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 한국사회에서 지방자치는 매우 제한된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지방자치도 대의제 민주주의에 기초하여 설계되었다. 그래서인지 한국사회에서 주민참여는 그리 활발하지 않다. 이에 문제의식을 가진 자치단체에서는 주민참여를 활성하기 위해, 조례제정개폐청구권, 주민감사청구, 주민투표, 주민소송, 참여예산제, 주민자치회 등 다양한 제도들을 도입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주민참여는 부족하다는 평가이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실시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은 주민자치 실현을 위한 목적도 있다. 지방정부들은 공동체 복원으로 지역주민들이 공동체에 대한 연감감과 호혜성을 가지고, 지역의 공동사안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이는 주민자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김찬동·서윤정, 2012).

다양한 제도 중에서 주민자치회는 1999년 신설된 주민자치센터가 2013년에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개편한 주민자치조직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의 개정을 통해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센터가 이루지 못하는 지역공동체와 지역자치 활성화를 추구하였다. 하지만 이 법은 5년 한시법으로 제정되어 시범사업을 진행하다가 중단된 상태이다. 일부 지방정부가 주민자치회 운영에 의지를 가지고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본래 목적과는 다른 형태로 운영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풀뿌리 민주주의와 주민자치 활성화를 정책목표로 내걸고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를 일정한 재정과 정책결정 권한을 가진 주민자치회로 재구성하는 내용을 포함한 ‘혁신 읍면동’ 정책을 채택하였다. 주민자치위원회를 개편하여 더 많은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고, 마을계획 수립권 등의 권한10)을 부여하여, 실질적인 주민대표기구로서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한 새로운 시민참여모델들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에서는 광주 시민총회가 시민 주도로 100대 정책을 만들고, 서울시 13개 자치구 35개 동이 마을총회를 통해 지역에 필요한 마을계획을 만든 것을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2기 마을공동체 사업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주민자치회 강화를 설정하고, 주민의 참여기회를 확대하였다. 주민자치위원을 추첨으로 선정하고, 일반 주민들도 분과 활동과 주민총회를 통해 자치계획의 수립, 결정, 실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폭넓은 참여 구조를 통해 주민자치회가 지역주민으로부터 더 많은 대표성과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주민들의 참여가 단순 참여나 프로그램 선정 자문에 머물지 않도록 실질적인 결정권을 부여하도록 계획하고 있다(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서울연구원, 2017: 82-83).

하지만 주민참여와 자치는 제도의 개선만으로 되지 않는다. 현재 서울시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참여를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 주민자치회의 핵심인 마을공동체는 ‘마을’11)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지역공동체의 한 종류로 이해된다. 지역공동체는 ‘지리적으로 한정된 지역을 기반으로 생활하며, 서로 관계를 맺고 유대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조직체’를 의미한다.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은 지역에 대한 경험과 시간을 공유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주거지를 자주 이동하며, 주거지에서의 시간보다 일터에서의 시간이 긴 현대 한국사회에서 지역에 대한 시간과 경험을 공유하기는 어렵다.12) 더욱이 전통사회에서는 지역민들이 교류하며 유대 관계를 확인하고 표현하고 강화시켰던 마을의 골목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권혁희, 2013).

전통사회의 골목길처럼 마을 주민들이 모이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위해, 서울시에서는 ‘공동체공간’의 구축을 지원하였다. 2016년까지 서울시는 마을예술창작소 56개소, 우리마을공간 122개소, 마을기업 중 공동체공간형 155개소 등 총 331개소의 주민주도 공동체공간 조성을 지원하였다. 하지만 많은 주민주도 공동체공간들이 임대료, 인건비 등 운영상의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 주민주도 공동체공간은 자율성과 공공성은 높은 반면, 자립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서울연구원, 2017).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과 주민자치회 제도에서는 지역공동체의 정체성과 공동체 소속감을 형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부재하다. 현재는 지역주민들이 환경개선이나 육아, 소통과 같은 공통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여, 공동체의 목적13)이 명확해지고 관련된 일을 추진하고 조직할 주진추체가 있을 때 마을공동체가 형성되기 시작한다(김찬동·서윤정, 2012: 36-38). 주민들의 자발적인 문제의식과 문제해결을 위한 주체 형성과 활동이란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역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초기 단계는 전문가와 활동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무엇을 문제로 인식하고, 어떠한 문제로 규정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정체성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문제에 대한 심의가 시작되면,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와 ‘세계관’이 이야기되고, 주민들의 참여와 자치가 시작된다.

Ⅳ. 마무리하며

이 논문에서는 초기불교 시대의 승가공동체를 공동체의 전범(典範)으로 상정하고, 그 운영원리를 도출하고, 이를 현대사회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재해석하였다. 승가공동체의 제1원칙 ‘충분한 합의를 위한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서는 이해관계의 조정과 타협을 위해서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도출하였다. 제2원칙 ‘재화의 공유’라는 원리를 통해서는,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좁은 이해관계를 벗어나 공공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되고 작동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였다. 제3원칙 자치와 규범이란 원리를 통해서는 주민자치와 주민참여는 특정한 지역공동체의 정체성과 자신이 해당 공동체의 구성원이란 소속감을 형성한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점도 확인하였다.

논문에서 정리한 운영원리는 수행자들의 모임이었기 때문에 가능하였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참예한 현대사회에는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승가공동체로 상정하고 있는 지리적 조건, ‘대면접촉이 가능하고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지리적 공간’은 삶의 밀도와 속도가 낮았던 시대에나 가능한 조건이며,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만장일치를 지향하는 논의구조’는 실제 단순 소박하며 겸손하며 편안한 삶을 추구했던 수행자들에게나 가능하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승가공동체의 운영원리는 현대사회에서 공동체의 원리로서 차용할 수 있는 충분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 승가공동체는 ‘미래적 전망’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며, 그 핵심은 삶의 양식이다.

공동체의 세 가지 운영원칙은 서로 연관되어 있어, 단계별로 해결되기보다는 총체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정확한 민의(民意)를 반영하는 선거제도로의 개혁으로 상징되는 정치체계 논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보장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복지체계로의 개선, 주민참여를 확대하고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려는 주민자치회 개선방안 등이 각각의 운영원리와 대응하면서도 다른 운영원리의 정착을 돕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동체를 복원하고 활성화하려는 노력들은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세 운영원리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토대가 여전히 부실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사회는 여전히 ‘성장주의 이데올로기’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성장주의 이데올로기 속에는 우선의 성장을 위해 가능성 있는 일부를 밀어주고, 대신에 일부는 당장의 피해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가 담겨있다. 경제규모는 커지고 소득수준은 높아졌지만, 오히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승자도식의 삶이 만연해지고 있다. 삶의 양적 지표만큼 질적 지표는 개선되지 않고 있음에도, 여전히 언론에는 경제가 어렵다는 보도가 반복된다. 이러한 풍토에서 공동체 논의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 골목길이 사라진 도시에서 차단기를 내리고 담을 높이는 아파트 단지들만 늘어나는 사회에서 시민들 간의 교류와 유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동체 모임에 참여하고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마을사업을 같이 실천하자는 이야기는 공허하다.

승가공동체의 세 가지 운영원리를 한국의 마을(지역)공동체에 적용하고 작동하기 위해서는 삶의 양식을 수정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도 승가공동체는 본보기이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수행자의 편안하고 검소하고 겸손한 삶이다.14) 이러한 삶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사회에서 시작되었고, 수많은 논의들이 ‘전환’ 또는 ‘대안’의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산업구조 재편과 복지제도 개선에 관한 수많은 논의들 속에 담겨져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현실의 승가공동체는 현재 큰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소욕지족(少欲知足)에 기초한 수행자의 삶을 실천하고, 그러한 삶의 모습을 불교인부터 실천할 수 있도록 사표(師表)가 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고 있다. 되레, 현실사회를 따라간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불교신도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삶의 태도와 양식에서 다른 이들과의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불교신도들의 서원은 ‘자신과 가족의 기복’에만 갇혀 있고, 공적 영역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승가공동체가 보여준 삶의 양식을 참고하여, 무한경쟁, 무한욕망, 무한소유, 무한소비로 압축되는 한국사회의 삶의 양식을 변화시켜야할 시기이다.

Notes

1) 플럼빌리지, 불광회(불광산사), 마하시 명상센터, 정토회,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등이 대표적이다. 관련된 내용은 불광연구원에서 2014년에 발간한 『전법학연구』 제5호 참고할 것. 해당호에는 현대사회의 위기와 종교공동체의 역할을 주제로 관련된 논문들이 게재되었다.

2) 이후 논의에서 간략하게 언급되겠지만, 초기불교 시대 승가공동체는 공동체의 범위를 구성원들의 대면접촉이 가능하고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거리로 제한하였다. 이러한 공간의 제한에 대해 일부에서는 교통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의 서울시 조사에서는 이와는 다른 현실 인식들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의하면, 마을사업 참여자 750명이 생각하는 마을의 공간적 범위는 ‘행정동’이 42.8%로 가장 많았고, ‘집에서 대중교통 정류장까지’ 또는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 골목길’처럼 더 작은 범위도 24.2%로 두 번째로 많았다. 마을공동체로 볼 수 있는 이웃 관계는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39.9%로 가장 많았고, ‘공동육아, 주거 등 생활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사이’도 25.3%로 적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마을공동체에 대한 인식에는 행정동보다 작은 공간적 범위에서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일상적인 장소’와 행정동 단위에서 생활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적인 공론장’이 둘 다 존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응답 결과에서 일반시민은 일상적인 장소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서울연구원, 2017: 60-61).

3) 이 장은 연구자가 2016년에 발표한 논문, “공동체 모델로서 승가공동체의 적용 가능성에 대한 탐색적 고찰”(『한국학논집』 64)에서 주요 내용을 발췌하여 정리하였다.

4) 승가공동체의 구성원리를 살펴보면, 첫째, 승가공동체의 지리적 공간은 구성원들의 대면접촉이 가능하고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거리로 제한된다. 둘째, 승가공동체의 구성원들은 공동체의 규범을 준수할 의무가 있으며, 공동체의 가치와 생활양식을 공유한다. 셋째, 승가공동체의 가입과 탈퇴는 가격을 갖춘 사람들에게는 자유롭게 개방되어 있으며, 자격은 공동체 내부에서 심의하고 결정한다. 넷째, 승가공동체는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승가공동체들을 아우르는 원형공동체로서 사방승가 개념이 존재한다. 원형공동체라는 개념은 승가공동체가 동일한 가치와 목표를 추구하는 결사공동체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한, 이 개념을 통해서 이후 살펴본 ‘재화의 공유’라는 운영원리도 가능하며, 다섯째, 승가공동체의 규모에 따라 내부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의제의 수준이 상이했다. 논의해야 하는 의제의 수준에 맞추어 승가공동체를 새롭게 구성하기도 하였다. 이는 논의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며, 동시에 시간과 공간의 현실적 한계를 고려하여 논의의 편의를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때문에 현전승가는 그물망처럼 존재하였다. 서로 중첩되어 규모에 따라 좀더 큰 승가공동체가 작은승가공동체를 포괄하기도 하였지만, 공동체들은 독립적·민주적 원칙에 의해 자체의 의사결정 체제를 운영하였다. 이중에서 첫 번째부터 세 번째는 승가공동체의 내적 형식을 정리한 것이며,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승가공동체의 외적 형식을 정리한 것이다. 승가공동체는 원형공동체인 사방승가와 현실적 존재태로서 현존승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존승가는 인드라망과 같은 그물망형 결합구조로 이해된다. 승가공동체의 내적 형식은 가치와 생활양식, 일상생활의 공유이며, 생활을 공유를 위한 제한된 공간으로 정리된다.

5) 『사분율(四分律)』에 따르면 포살이 시작될 때에 전원이 출석하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승가는 모였는가, 화합하였는가?”라고 외치게 되어 있다(미츠오, 1991: 58).

6) 초기불교 시대에는 율장은 본문에 기술된 바와 같이 하나의 율장으로 존재하였다. 그러나 승가의 근본분열 이후 부파불교 시대에는 부파별로 율장이 성립되었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율장은 초기불교 시대의 율장의 원형이 아니라, 특정 부파들에 의해 전승된 것들이다.

7) ① 攝取於僧(승가를 결합시킴), ② 令僧歡喜(승가를 기쁘게 함 혹은 승가의 품위 유지), ③ 令僧安樂(승가의 집단생활을 원활하게 함), ④ 令未信者信(아직 신심을 지니지 않은 재가자의 귀의를 불러옴), ⑤ 已信者令增長(이미 신심을 지니고 있는 재가자의 신심을 더욱 돈독하게 함), ⑥ 難調者令調順(악인을 조복시켜 따르게 함), ⑦ 慚愧者得安樂(범계했더라도 참회함으로써 안락을 얻게 함), ⑧ 斷現在有漏(현재의 번뇌를 끊게 함), ⑨ 斷未來有漏(미래의 번뇌를 끊게 함), ⑩ 正法得久住(정법이 오래 머무를 수 있게 함, 불법 전지의 근원적인 힘). 『사분율』 권1(『대장경(大藏經)』 22: 570 하, 이자랑(2013) 225쪽에서 재인용).

8) 아래에 기술되는 민주주의 위기 요소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이정우(2000)를 참고할 것.

9) “大道之行也 天下爲公” (『예기禮記』 「예운禮運」편).

10) 마을계획 수립,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참여, 주민자치센터 공간 운영, 지역 공공시설 위수탁 등의 관한 부여될 계획이다.

11) 마을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경제ㆍ문화ㆍ환경 등을 공유하는 공간적 사회적 범위이며, 구체적으로는 행정구역 단위 중 하나인 동(洞)을 뜻하기도 한다(이명호, 2016a: 103). 관련된 구체적 정의는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참고할 것.

12) 통근시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박시내·전지영, 2017, 인구이동, 주거실태 특성 분석 - ‘15년 인총표본조사 자료를 중심으로 -, 『2017년 하반기 연구보고서 제1권』 통계개발원, 참고할 것.

13) 김찬동과 서윤정이 분석한 사례를 보면, 은평구 갈현동 갈곡마을은 버려진 공터를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마당으로 만드는 목적,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마을은 성대골어린이 도서관 설립, 도봉구 방학2동 방아골마을은 일회적인 마을축제에서 일상적인 골목문화제로 전환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14) 법륜은 8재계 중에서, ‘꽃다발을 쓰거나 향수를 바르거나 노래 부르고 춤추는 놀이를 하거나 또는 그런 곳에 가서 듣고 보지를 말라’, ‘높고 넓은 침상에 눕고 앉지 말라’, ‘때 아니거든 먹지 말라’는 현대사회에서는 마음이 편안해야 하고, 생활방식이 검소해야 하고, 자세가 겸손해야 한다고 이해되어야 하며, 이는 곧 수행자의 삶이라고 설명한다(「법륜스님의 즉문즉설」; pomnyun.tistory.com). 연구자는 수행자의 삶에 대한 가장 현대적인 해석이라 동의하고, 여기에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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