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저출산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고령화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저출산과 고령화가 문제가 되는가? 저출산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는 일정수준보다 아이를 적게 낳는 현상, 즉 합계 출산율1)이 저하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고령화란 현상에 대한 정의는 평균 수명의 증가에 따라 총인구 중에 차지하는 고령자(노인)의 인구비율이 점차로 많아지는 것, 또는 한 사회에서 고령자 비율이 높은 상태를 뜻한다.
대한민국의 경우,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음을 인지하고,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종합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2003년 10월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기획단 내에 인구고령사회대책팀을 만들면서 그 대안을 국가 차원에서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4년 2월 9일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로 개편하고, 낮은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및 예측하고, 국민의 삶의 질 개선 및 지속적인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저출산·고령사회 종합대책(5개년 기본계획, 연도별 시행계획)의 수립과 평가를 심위하기 위해 2005년 6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였고, 같은 해 9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족했다. 즉, 우리 사회가 고령화뿐 아니라, 저출산이라는 문제에도 함께 직면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2015년 2월 6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정부는 합계출산율을 현재 1.19명에서 1.4명으로 올리기 위해 ‘만혼추세 완화’, ‘출산양육에 대한 지원강화’ 등을 담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을 발표했다.
출산율과 고령화 비율은 경제, 교육, 복지 등 한 국가의 여러 분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16∼2020)』의 수립배경을 참조하면, 제1·2차 기본계획 추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과 급격한 고령화 속도를 개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새로운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인구절벽 위기 대응의 마지막 골든타임인 향후 5년을 저출산 극복의 전기로 만들 필요를 지적하고 있다.2)
저출산과 고령화는 모두 생명과 깊은 연관이 있는 현상이다. 그리고 생명은 죽음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의 죽음교육이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본고에서는 죽음교육이 향후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탈피할 수 있는 자그마한 희망이 되기를 바라며, 그 과제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다만 그 범위를 전 사회로 확대해서 살펴볼 경우, 광범위하고 현학적인 논의에 그칠 수 있으므로 현 대한민국의 중등학교, 특히 불교계 종립학교에 한정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특수한 집단의 경우를 통해 보편적 현상을 조망하고 새로운 해결방안을 사고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중등학교 죽음교육에 대한 그동안의 선행연구를 살펴보고자 한다.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웰빙(well-being) 문화의 유행 이후,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정리하고 평안한 삶의 마무리를 일컫는 웰다잉(well-dying)이라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사회적 인식이 발전하면서 죽음에 대한 다양한 서적들이 출간되었다. 그 중 청소년 죽음교육에 대한 해외 사례의 내용이 기술된 서적도 출판되었다(차미영, 2006). 청소년 죽음교육과 관련한 학위논문도 여럿 발표되었는데, 중등학교 교과서에서의 생명윤리와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지만(이필연, 2013; 한진아, 2007), 한 단계 나아가 직접 죽음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교 현장에 도입을 시도한 연구물도 발표되고 있다(문현공, 2016a, 2016b). 기존의 연구들은 청소년 자살예방과 관련된 논문들의 비중이 높은 편이며, 종교와 관련하여 죽음교육에 접근하는 내용들도 일부 발표되었다.
선행연구들을 검토해보면, 우리나라의 청소년 죽음교육에 대한 논의는 그 철학적 의미 고찰에서부터 현장 적용 가능성에 대한 것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연구가 이루어져 왔으나, 제도적 차원에서의 검토에 대한 연구는 아직 기초단계로 보인다. 이에 본고에서는 제도적 차원에서 청소년 죽음교육을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본 논의에서는 중등학교 죽음교육의 현황은 ‘정규 교과’ 시간과 ‘교과 외’ 시간의 형태를 중심으로 탐색할 것이다. 현황 진단을 통해 앞으로의 중등학교 죽음교육이 저출산·고령화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교육이 되기 위한 과제를 제시할 것이다.
Ⅱ. 중등학교에서의 죽음교육 현황
중등학교 죽음교육의 현황은 ‘정규 교과’와 ‘교과 외’ 시간 형태의 교육 유형을 통해 각각 고찰해보려 한다.
정규 교과시간이란 국가교육과정에 의해 편제된 수업 시간을 뜻한다. 국가교육과정이란 “국가가 공교육(학교교육)의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교수-학습 내용과 방법 등을 문서화하여 공식적으로 공표한 계획”을 의미한다. 교육과정(curriculum)은 학교교육 초기에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해 나가는 책의 내용들과 그 학습 순서 등을 나타내는 ‘학습과정 또는 교수요목(course of study)’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오늘날 학교 교육과정은 학교가 제공하는 경험의 총체 혹은 학생이 경험하는 총체이며, 이는 학교에서 계획하고 실천하는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교육행위이다(교육과학기술부, 2011: 4-5).
2016년 현재 대한민국의 국가교육과정 차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대한민국 교육부가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을 위해 고시하였으며, 2014년 9월 24일에 총론의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2014년 9월에 교과 교육과정 개발 착수에 들어가 2015년 9월에 교육과정 총론 및 각론을 고시하고, 2017년 3월 및 2018년 3월에 순차적으로 교육과정 및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적용된다.3)
중등과정에 해당하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별책 1])』 및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교육부 고시 제2015-80호 [별책 1](교육부 고시 제2015-74호의 부칙개정))』 등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에는 교육과정의 성격, 구성의 방향 등이 제시되어 있으나, 이 중 ‘죽음’, 혹은 ‘삶의 의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다만, 각론(각 교과목)에서 죽음교육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고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로 나누어 보겠다.
고등학교의 경우, 『고등학교 교육과정(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별책 4])』에서 ‘죽음’을 다루고 있는 교과는 다음과 같다.
영역 | 핵심 가치 | 일반화된 지식 | 기능 |
---|---|---|---|
종교의 세계관* | 종교의 인간관 | • 각 종교는 특수한 구도와 개념으로 인간을 설명한다. | • 설명하기 • 비평하기 • 비교하기 • 비판하기 • 실천하기 |
종교의 역사관 | • 각 종교는 특수한 구도와 개념으로 역사를 설명한다. | ||
종교의 자연관 | • 각 종교는 특수한 구도와 개념으로 자연을 설명한다. |
* 대부분의 종교는 인간의 존재 자체를 설명하는 관점, 삶과 죽음뿐 아니라, 세계와 우주의 변화를 설명하는 관점, 자연과 생명을 설명하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 고통, 선과 악, 삶과 죽음, 운명과 자유 등 인생의 근본 문제를 이해한다 … 여러 종교의 생사관과 구원관 및 그 특징을 이해한다 … 여러 종교의 생명관과 그 특징을 이해한다 … 인간은 종종 고통, 선과 악, 삶과 죽음, 운명과 자유 등 존재 자체와 관련된 문제 상황에 직면한다. 대부분의 종교는 특정한 구도와 개념으로 이런 문제 상황뿐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를 설명하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관점은 역사적으로 종합되고 체계화된 사유와 경험의 산물이며, 인간의 존재 자체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된다.
이상 2015 개정 교육과정 내 고등학교의 경우 죽음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생활과 윤리’, ‘철학’, ‘종교학’, ‘보건’ 등 총 4개의 교과에서 죽음과 연관된 단원이 있었다. 하지만 이중 일반 선택 과목인 ‘생활과 윤리’ 교과를 제외한 나머지 교과는 교양과로서 학교장 재량에 따라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과목들이다. 즉, 전국의 고등학생들 다수가 배워야만 하는 ‘생활과 윤리’ 과목 외에는 죽음을 배울 수 있는 정규 교과 시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교과들의 죽음 교육 역시 해당 교과 내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대단원의 주제가 아닌 중단원 주제나 소단원의 여러 주제 중 하나로 다뤄지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 내용도 개론에 가까운 것으로 저출산·고령화와 연관된 부분은 거의 없다. 이러한 경향은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의 부칙개정인 제2015-80호에서도 이어진다.
중학교의 경우, 『중학교 교육과정(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별책 3])』에서 ‘죽음’을 다루고 있는 교과는 다음과 같다.
이상 2015 개정 교육과정 내 중학교의 경우, 죽음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도덕’ 및 선택과목인 ‘보건’ 등 총 2개의 교과에서 죽음과 연관된 단원이 있었다. 고등학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도덕’ 과목 외 죽음을 배울 수 있는 정규 교과 시간은 거의 없으며, 해당 교과 내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앞서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죽음에 대한 교과교육 비중이 낮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현재 불교계 종립 중등학교의 죽음교육 현황에 대해서는 국가교육과정에서 죽음에 대한 내용이 있었던 ‘종교’나 ‘철학’ 등의 교과서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불교계 종립 중등학교 중에서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한불교조계종 관련 학교4)에서는 『종교』 교과서(7차 교육과정 당시 개발) 및 『생활과 철학』 교과서(2009 교육과정 당시 개발)를 종교 교과, 생활과 철학 교과, 창의적 재량활동 교과 시간 등에 사용하고 있다. 미리 밝혀둘 것은 두 교과서 모두 중학교와 고등학교용의 목차가 거의 동일하며, 학령에 맞추어 내용 서술상 난이도를 조절한 차이만 있다. 이런 이유로 고등학교 교과서를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해당 교과서 중 죽음과 관련된 내용과 경향은 아래와 같다.
7차 교육과정 중 ‘종교’ 교과의 교육과정 내용체계 중 죽음과 관련된 부분은 ‘(2) 종교경험의 이해’ 중 ‘우주관, 역사관, 생사관’ 부분이다. 그리고 해당 체계에 상응되는 교과서 목차는 다음과 같다. 국가교육과정에서는 ‘생사관’이라는 주제어가 명시되어 있지만, 교과서 목차에서는 죽음에 대한 내용과 교육방향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표 7>).
2009 개정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2012년에 발행된 『생활과 철학』 교과서의 목차는 <표 8>과 같다.
현재 불교계에서 발행하고 사용하고 있는 『생활과 철학』 교과서에도 죽음에 대한 교육 내용 비중이 높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현재 불교계 종립 중등학교에서의 정규 교과 수업에서는 죽음 교육에 대한 제도뿐 아니라, 그 바탕이 되는 인식이나 대책 등도 거의 없다고 진단할 수 있다. 이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학교의 교과 과정인 종교교육에서 죽음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실시하고, 죽음에 관한 중고생용 교재가 20여 가지가 있는 독일의 경우와 극명하게 대비된다(차미영, 2006: 353).
앞서 정규 교과 시간의 죽음교육 현황에 대하여 제도적 차원과 실시 현황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교과 시간 외 중등학교 죽음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한국은 2003년 이래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자살로 인한 사망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OECD 2015). 우리 삶의 질을 보여 주는 하나의 기준으로서 한국의 자살률은 심각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 사망률은 OECD 34개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다. 한국 내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의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아도 청소년(10∼19세) 자살률은 2001년 3.19명에서 2011년 5.58명으로 57.2% 증가했고, 같은 기간 성인 자살률은 16.96명에서 2011년 33.58명으로 50.5% 증가했다(통계청 2011).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의 중등시기에 해당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죽음교육은 자살예방 교육이 대부분이다. 경남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청소년 생명존중 정신함양 및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한 2015 청소년자살예방 게이트키퍼교육 강사 양성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의령군보건소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도 관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캠페인과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이외 전국 여러 지역의 관계 기관 등에서 다양한 자살예방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간단한 기사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살예방이라는 단어에서 해당 교육의 목적을 바로 알 수 있듯이 해당 교육들은 광의의 죽음교육이라는 보다는 사회적 이슈인 ‘자살’이라는 현상을 억제하기 위한 예방 차원의 협의의 교육이 대부분이다.
불교계 종립학교의 경우, 교과 외 영역에서의 상시적이거나 체계적인 죽음교육은 아직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Ⅲ. 중등학교에서의 죽음교육의 과제 및 기대효과
청소년 죽음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철학적 배경부터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 연구되고 개발되었지만, 아직 국가교육과정에서 반영되거나 중등학교에서 제대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음을 앞서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등학교의 죽음교육을 위한 과제는 제도적인 도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제도적인 차원에서의 과제를 교과교육과 비교과교육으로 나누어 제시하려 한다.
죽음교육이 중등학교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는 국과교육과정에 그 내용이 주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 국가교육과정의 다음 차수 개정예고가 될 때, 이미 죽음에 대해 일부 내용을 담고 있는, ‘윤리’, ‘철학’, ‘종교학’ 등 교과에 죽음교육과 관련된 내용의 비중이 많아지도록 개정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국가교육과정은 우리나라 전체의 교육방향과 밀접하고 중요한 정책이므로, 첫 시도부터 바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처음에는 유관 교과의 죽음교육 내용의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종래에는 ‘죽음’이라는 과목이 개설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죽음’이라는 과목이 국가교육과정에 편입이 되기 위해서는 교원양성, 교과서 개발 등 부차적인 과제들도 따라 발생한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 종교계 사학에서 종교라는 과목을 1950년부터 자체적으로 가르쳐오다가, 정식으로 국가교육과정에서 ‘종교’라는 과목이 편제된 것은 1980년 초반인 제4차 국가교육과정부터였고, 교원자격증과 정식 교과서가 발행된 것은 1980년 후반부터였다.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과목이 국가교육과정에 편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 다음 차례는 죽음교육이 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의 장기적인 노력과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서 제시한 장기적 과제 외 지금 현장에서 죽음교육을 적용할 수 있는 제도는 ‘창의적 체험활동’이 있다. 국가교육과정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교과와 상호 보완적 관계 속에서 앎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심신을 조화롭게 발달시키기 위하여 실시하는 교과 이외의 활동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초·중등학교 학생들이 건전하고 다양한 집단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나눔과 배려를 실천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개인의 소질과 잠재력을 계발·신장하여 창의적인 삶의 태도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4개 영역으로 구성하되, 학생의 발달 단계와 교육적 요구 등을 고려하여 학교 급별, 학년(군)별, 학기별로 영역 및 활동을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4개 영역으로 구성하되, 학생의 발달 단계와 교육적 요구 등을 고려하여 학교 급별, 학년(군)별, 학기별로 영역 및 활동을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교육부, 2015b: 1589).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의 편성·운영의 주체는 학교이다. 학교장과 운영위원회와 협의하면, 준비를 통해 당장 다음 학기부터라도 죽음교육과 관련된 창의적 체험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중등학교 내에 죽음교육 관련 동아리를 개설할 수도 있고, 봉사활동도 조직할 수 있으며, 진로 교육도 가능하다. 창의적 체험활동과 죽음교육을 연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이란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법으로 2015년 7월부터 시행되었다.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가꾸고 타인이나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라 인성교육에 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해 시행하는 한편, 학생의 발달 단계와 학교 상황에 적합한 인성교육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성교육진흥법에서는 인성교육의 기본방향을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모두 장려되고 인간의 전인적 발달을 고려해 장기적 차원에서 계획되어야 하며, 다양한 사회적 기반을 활용해 전국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세 가지로 규정한다.
교육부 장관은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라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여야 한다. 종합계획에는 인성교육의 목표나 계획, 홍보, 재원조달·관리방안, 핵심 가치와 덕목 등이 포함된다. 지방자치단체 교육감은 종합계획에 따라 연도별 인성교육시행계획을 수립해 교육부 장관에게 통보한다.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은 종합계획이나 시행계획을 수립할 때 공청회를 열어 시민과 전문가에게 의견을 듣고 타당할 경우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해당 공청회에 죽음교육 관련 단체나 학자들이 참석하여 죽음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내고, 이후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은 1년마다 인성교육 활동에 대한 평가를 시행한다. 교사는 인성교육 관련 연수를 일정 시간 이수해야 하며,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 등 교원 양성기관 역시 인성교육 과목을 필수로 개설해 운영해야 한다. 중등학교 교사가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인성교육과련 연수의 주제는 죽음교육과 관련해서 개설하고, 교원양성기관의 인성교육과목에도 죽음교육 내용이 편제되도록 접근해야 한다.
학교의 교과교육 외 비교과교육으로서의 죽음교육의 방법으로는 다음의 과제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토론·실습 등 학생참여형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이다.5) 올해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자유학기제 운영을 위하여 죽음교육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설계하여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은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주관하는 ‘2016년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우리는 호모필름쿠스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대학도서관 사서 직업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였다. 같은 대학 내 생사문화산업학과에서도 관련 제도를 활용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법을 모색한다면 중등학교 죽음교육의 새로운 역할 모델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제3차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계획에 중등학교 학령기와 관련한 대책은 청소년 한부모 전용시설,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한 초등돌봄교실, 중등교육 양성규모 축소 등이다(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15: 73, 85, 172). 학교에서의 교육 내용과 관련된 제도나 계획은 없는 것이다.
해당 기본계획 수립 참여자 명단을 살펴보면(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15: 200-207), 죽음교육과 관련된 전문가도 없다. 2020년 이후 새로이 발표될 제4차 계획을 수립한 위원에 죽음교육 관계 기관이나 전문가가 참여하여 중등학교 청소년 대상 죽음교육이 저출산·고령화사회에 어떠한 긍정적인 역할을 미칠 수 있는 연구하고, 정책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대안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원회 구성원 선출 과정, 관련 공청회에 죽음교육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Ⅳ. 결론
‘죽음교육’이란 죽음의 의미를 평소에 미리 생각해 보고, 보다 의미 있게 살면서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어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자연스럽게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교육이다. 아직은 죽음에 대해 직접적으로 접할 기회가 적은 청소년기에는 생로병사와 상실, 슬픔 등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죽음교육은 단순히 죽음에 대해 준비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펴보며 가치 있게 살아가도록 하는 생명의 교육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죽음교육은 평상시에 죽음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삶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교육이다.
미국, 일본, 영국, 스웨덴, 오스트레일리아 등 해외 각국의 경우, 학교 정규과목에 죽음교육을 도입해 어렸을 때부터 죽음에 대한 이해를 도모시킨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죽음교재가 20종이 넘는 독일, 유치원부터 연령별 커리큘럼과 학습목표가 있는 미국 등 외국의 경우에는 죽음교육이 매우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청소년에 대한 죽음교육 제도가 전무한 실정이다.
죽음교육이란 단순히 스스로의 생명에 대해서만 고찰하도록 하는 1차적인 목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기를 넘어 타인과 사회 전체의 죽음과 삶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중등학교 시기의 죽음교육이 단시간 내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자살예방 등의 개인적 효과가 있겠지만, 이후 인생에 있어 생명존중 등 성인으로서 타인과 사회와의 연대의식을 통한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함양함으로서 간접적으로나마 저출산ㆍ고령화 시대의 험한 기로를 헤쳐나갈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를 위한 실천적 학술활동과 활발한 현장 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그 단초를 불교계 종립학교가 이끌어가길 기대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생명현상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깊어지고, 더 나아가 저출산ㆍ고령화라는 사회문제 해결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