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머리말
통계청이 종교 인구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2005년까지 한국 사회의 종교 인구는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여 왔고, 불교 인구도 유사한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러나 2015년의 조사에서는 2005년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매우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전체 종교 인구의 감소는 물론이고, 불교 인구가 약 310만 명 정도 감소한 것이다. 종교활동 참여자의 감소 추세를 체감하고 있던 대부분의 종교계에서는 사실 종교 인구의 감소라는 결과를 일정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조사 결과는 종교계의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고, 불교계에 미친 충격은 매우 컸다. 더욱이 조사 결과가 발표된 2016년은 대한불교조계종이 2005년 이후 지속된 출가자 급감으로 인해 다양한 출가 진흥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한 ‘출가 진흥 원년의 해’였기 때문에 그 여파는 다른 종교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신도 수 감소의 원인으로는 승려들의 범계로 인한 위신 실추, 종단 정치의 폐해, 종교성의 약화와 불교의 전근대성 등이 언급되었고(박수호·이민정, 2017), 출가자 감소와 관련해서는 다종교 상황의 심화, 종교의 기능적 대체물 증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성의 변화,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시대적 가치의 변화, 불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 출가 및 출가자의 역할에 대한 인식 미비, 불교계의 인재 경시 풍조 등이 거론되었다(박수호, 2016). 출가자와 신도 감소의 원인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지만,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원인 규명 없이 탈종교화 시대가 도래했다는 담론에 수렴되었다. 이와 함께 대안 마련을 위한 여러 주장이 언급되었지만, 명확한 인과관계에 근거한 주장들은 아니었다. 물론, 승가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불교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암묵적인 합의는 존재하였다. 다만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맞이하였다. 감염병의 초기 확산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불교계가 방역 당국과 갈등을 빚던 이웃 종교들에 비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3년 동안 지속된 팬데믹 기간에 사회는 급속히 비대면 문화가 일상화되는 변화를 겪었다. 이러한 변화는 종교계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사찰이나 교회, 성당 등 종교시설에서 직접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급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유승무, 2020; 이도흠, 2020). 탈종교화라는 종교 환경의 변화 속에서 위축되던 불교계의 위기는 더욱 심화하였다.
이와 같은 불교의 위기 상황 극복이라는 문제의식은 불교계에 광범위하게 공유되어 있다. 다만 어디를 대안 모색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각자의 처지에 따라 상이한 견해들이 나타난다. 이 연구에서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 승가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불교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이다. 이 입장에 서면 두 가지 질문이 가능해진다. 하나는 현재 승가의 이미지는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가이다. 막연히 승가의 이미지가 실추되었다고 하는 것은 불교계에서 기대하는 문제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어떤 이미지가 얼마나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불교계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이다. 불교의 위기 극복 방안은 이미 다양하게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각각의 대안들에 대한 시급성이나 중요성 등이 평가된 적은 없다. 나아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과학적인 원인 규명이 없던 탓에 기존의 위기 극복 방안들이 승가 이미지 제고에 부합하는 처방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이 연구는 재가불자들이 승가와 불교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승가의 이미지와 불교계의 주요 과제들에 대한 재가불자들의 현재 인식을 파악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특성들과 관련한 논의를 통해 향후 과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Ⅱ. 연구 방법 및 응답자의 특성
이 연구는 2022년 3월부터 1개월간 중앙승가대학교 불교사회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종단의 미래 설계를 위한 신도 여론 설문조사’(이하 ‘신도 여론조사’)에서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하고 있다. 이 신도 여론조사의 목표는 조계종단의 미래와 한국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 한국불교의 다양한 현실과 주요 과제들에 관한 재가불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었다.1) 불교계와 조계종단의 사정에 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정보나 경험이 있어야 응답이 가능한 질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조사 대상은 중앙신도회를 비롯한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산하 신도단체의 임원과 회원, 포교사, 불교계 시민단체 활동가와 회원, 불교학 관련 연구자, 각종 신행 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불교 신도들로 제한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조사원의 대면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신도 여론조사는 비확률적 임의 표집에 의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구글 폼에서 설문조사에 응할 수 있는 설문조사 페이지를 개설하고,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홈페이지에서 확인된 산하 신도단체에 협조를 구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설문조사 페이지의 URL(forms.gle/FkLYSx3UWE5XWxU37)을 각 단체의 회원들에게 공유하고, 회원들이 신도 여론조사에 참여하도록 권유해 주기를 요청하였다. 조사 대상에는 대한불교청년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한국교수불자연합회,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사단 등의 주요 신행 단체가 포함되었고, 1개월의 조사 기간 내내 5명의 모니터 요원을 통해 각 단체의 참여율을 확인하며 조사 참여를 독려하였다. 동시에 조사 참여자들에게 각자의 SNS를 통해 신도 여론조사에 관한 홍보 및 조사 참여를 권유하도록 요청하였다.
신도 여론조사를 위한 설문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응답자들의 인구학적 특성 및 신행 생활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문항(성별, 연령, 신행 기간, 수계 여부, 현재 함께 살고 있는 가족들의 종교, 거주지역, 직업 등 7문항), 신행 생활 및 활동에 관한 문항(신도교육 이수, 신앙의 동기, 신도 등록, 실참 중인 신행 활동, 수행 만족도, 신행 지도, 사찰 방문 및 신행 장소, 종교성 등 19개 항목 40문항), 신행 사찰에 관한 문항(사찰 프로그램 및 스님에 대한 만족도, 신도 관리, 신도조직, 사찰 재정 등 5개 항목 16문항), 스님과 승가공동체에 관한 문항(스님들에 대한 이미지, 스님들의 대사회적 활동, 스님들의 역할, 승가공동체의 청정성 회복을 위한 과제, 스님들에 대한 태도 등 7개 항목 26문항), 미래 사회에서의 사찰의 역할과 활동에 관한 문항(재가 종무원, 사찰 운영 및 시설 관리, 불사, 사찰운영위원회, 지역사회 활동, 의례의 현대화, 사찰의 역할 등 11개 항목 32문항), 미래 사회를 대비한 주요 종책에 관한 문항(신도 수 감소, 분야별 종책의 필요성, 불교의 현대화 등 6항목 27문항).
이 연구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것은 스님과 승가공동체, 미래 사회를 대비한 주요 종책에 관한 재가불자들의 인식이다. 특히 스님들에 대한 이미지, 스님들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평가, 승가공동체의 청정성 회복을 위한 과제, 스님의 주요 역할별 중요성, 신도 수 감소의 원인과 대응 방안, 불교의 현대화, 종단 주요 종책의 필요성, 미래 한국불교의 주요 과제 등이다.2) 각 항목에 대한 세부 사항은 <표 1>과 같다.
수집된 자료는 통계프로그램 ‘SPSS 21’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의 인구학적 특성(성별, 연령별 분포)과 신행 생활 특성(신행 기간, 수계 여부, 신도 교육 이수)을 파악하기 위해 빈도분석을 실시하였다. 이 연구의 기본 목적이 승가의 이미지와 불교계의 주요 과제들에 대한 재가불자들의 현실 인식을 파악하는 것이므로 문항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추리통계보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기술통계(빈도분포 및 평균) 위주로 자료를 분석하였다. 또한 필요한 경우에는 상관관계 분석도 활용하였다.
2022년 3월 8일부터 4월 8일까지 1개월간 진행된 조사에 총 1,529명이 응답하였다. 이 중에서 10대 1명과 무신론자라고 응답한 1명을 제외하고 총 1,527명을 분석에 활용하였다.
응답자들의 인구학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성별 분포는 남성이 36.6%(559명)이고, 여성이 63.4%(968명)로 나타났다. 연령별 분포는 60대가 38.0%(580명), 50대가 31.5%(481명), 40대가 10.7%(163명)로 조사되었다. 40대-60대의 중장년층 비율이 약 80%에 달하고 있으며, 30대 이하의 청년층은 13.3%로 나타났다(30대 8.7%[132명], 20대 4.6%[70명]). 일반적으로 알려진 불교 신도의 인구학적 특성을 고려하면, 남성의 비율이 다소 높은 대신, 연령이 높아질수록 분포가 늘어나는 일반적 추세가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응답자들의 신행 활동 특성은 신행 기간, 수계 여부, 신도 교육 이수 등 세 항목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응답자들의 신행 기간은 평균 18.7년이었고, 최빈값은 10년으로 전체 응답자의 11.1%를 차지하고 있었다. 신행 기간을 범주화하여 분포를 살펴보면 ‘5년 이하’가 17.4%(264명), ‘6-10년’ 24.6%(373명), ‘11-20년’ 24.75%(375명), ‘21년 이상’은 33.3%(506명)로 조사되었다(<그림 1>).
응답자들의 수계 여부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응답자가 수계를 했으며, 계를 받지 않은 응답자는 8.7%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오계를 수지한 응답자가 58.0%(885명)로 가장 많았고, 보살계 44.9%(685명), 삼귀의계 40.4%(617명), 팔재계 38.4%(586명), 십선계 9.6%(146명)의 순으로 조사되었다(<그림 2>).
응답자의 86.6%가 신도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고, 신도 교육을 받지 않은 응답자는 13.4%(205명)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문교육을 받은 응답자가 67.5%(1,030명)로 가장 많았고, 기본교육 이수자도 63.8%(974명)에 달하고 있다. 입교교육 이수자는 39.2%(598명)이었으며, 재교육 및 지도자교육 이수자도 각각 26.5%(404명), 14.5%(222명)으로 나타났다(<그림 3>).
이상의 결과를 통해 응답자들이 대부분 수계를 하고, 비교적 수준 높은 신도 교육을 받았으며, 신행 생활도 비교적 오랫동안 이어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불교계와 조계종단의 사정에 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정보나 경험이 있는 응답자를 기대했던 신도 여론조사의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 표집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Ⅲ. 승가에 대한 인식
승가에 대한 인식은 스님들에 대한 이미지, 스님들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평가, 승가공동체의 청정성 회복을 위한 과제, 스님의 주요 역할별 중요성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스님들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총 8문항을 질문하였다. <그림 4>는 각 문항에 대한 평균값을 보여주고 있다. 8문항 모두 평균이 3.0을 넘고 있으며, 8문항의 전체 평균은 3.30으로 나타나 기본적으로 스님들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나쁘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응답자들은 스님들이 정직하고 믿을 수 있으며(3.49), 선하고 친절하다(3.48)고 인식하고 있다. 동시에 스님들이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과 어려움에 공감하고 있고(3.44), 계율을 잘 지키고 있다(3.33)고 생각하고 있다. 한편, 스님들이 소욕지족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거나(3.10), 신도들과 격의없이 어울린다(3.12)고 생각은 상대적으로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다거나(3.21) 사찰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3.20)는 생각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를 통해 응답자들이 스님들의 개인적 자질이나 성품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공인으로서의 스님들에 대한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덜 긍정적으로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스님들의 소욕지족적인 삶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이 높지 않다는 것은 스님들에게 무소유의 삶을 기대하는 일반인들의 눈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수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스님들에 대한 이미지가 비교적 긍정적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이러한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신도 여론조사가 기본적으로 불교에 매우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응답자들이 불교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 종교성(구체적으로는 신심)의 결과를 비교해 보았다(<표 2>).
<표 2>에 의하면 응답자들은 불교에 대해 강한 호감을 보이고 있다. 종교적 신념이 자신의 삶의 근본이 되고 있고(4.32), 모든 생활에 불교의 영향력을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매우 독실한 재가불자들이다(4.08). 내세와 윤회, 기도의 공덕에 대한 믿음도 강한 편이다.
오랫동안 불교를 믿고 있고, 불교에 대한 교육도 충분히 받았고, 신심도 깊은 독실한 불자들이 형성하고 있는 스님들에 대한 이미지라고 보기에는 긍정성이 미약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만약 이 신도 여론조사가 불교에 막 입문한 초발심자나 불교를 믿지 않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어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을까? 결론적으로 스님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크게 긍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할 때, 향후 대응 방안은 스님들의 공인으로서의 이미지 제고와 일종의 ‘무소유’ 이데올로기 해체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스님들의 대사회적 활동을 ‘환경(생태)문제, 빈부격차, 가족해체, 세대갈등, 정치갈등, 지역갈등, 범죄/일탈의 교정·교화, 교육문제, 남북문제 등에 대한 활동’으로 정의하고, 응답자들에게 스님들의 대사회적 활동에 대한 찬성 여부와 스님들이 사찰이 위치한 지역사회에서 실천하고 있는 공적 역할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였다(<그림 5>).
<그림 5>에서 좌측 막대는 스님들의 대사회적 활동에 대한 평가를, 우측 막대는 지역사회 내에서 스님들의 공적 역할에 대한 평가를 보여주고 있다. 스님들의 대사회적 활동에 대해 찬성하는 응답자들의 분포가 55.4%이고, 반대하는 응답자는 18.1%, 평균값은 3.58로 나타났다. 지역사회 내에서 스님들의 공적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43.8%, 부정적 평가는 21.4%, 평균값은 3.33이었다.
각각 긍정적인 평가가 부정적 평가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일반적인 대사회적 활동에 대한 평가가 지역사회 내에서의 공적 역할에 대한 평가보다 상대적으로 더 긍정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실 지역사회는 사찰의 규모와 관계없이 대다수 단위 사찰들의 실질적인 활동 공간이다. 여러 이웃 종교와 경쟁적으로 공존해야 하는 현대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지역사회에서 온전한 영향력을 확보하지 못한 사찰은 존립의 근거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향후 지역사회 내의 공적 역할 제고와 관련된 다양한 대안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응답자들에게 승가 공동체의 청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자주 언급되는 네 가지 과제, 즉 계율 준수, 공동체 생활, 청빈한 생활, 철저한 수행 각각에 대한 중요성을 평가하도록 요청하였다.
<표 3>에서 보듯이 응답자들은 네 가지 과제들의 중요성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철저한 수행은 응답자의 90.5%가 긍정적인 답변을 할 만큼 그 중요성에 크게 공감하고 있고, 계율 준수의 중요성도 88.5%의 응답자가 긍정적으로 답하고 있다. 이에 비해 공동체 생활과 청빈한 생활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주요 과제 | 평균 | 표준편차 | 긍정적 평가(%) | 부정적 평가(%) |
---|---|---|---|---|
계율 준수 | 4.52 | 0.79 | 88.5 | 2.6 |
공동체 생활 | 4.35 | 0.85 | 83.0 | 2.7 |
청빈한 생활 | 4.37 | 0.86 | 82.9 | 3.1 |
철저한 수행 | 4.55 | 0.74 | 90.5 | 2.1 |
승가 공동체의 청정성은 불교의 위기에 대해 주고받는 많은 담론에 빠지지 않는 주제이다. 기본적으로 청정성 훼손을 위기의 원인으로 진단하는 이야기들이 많고, 설사 청정성 훼손과 무관한 위기라고 진단하더라도 대안으로 청정성 회복을 꼽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이 결과는 어떤 맥락에서건 승가 공동체의 청정성 회복이 불교계의 중요한 과제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청정성 회복의 핵심은 지계와 수행에 있음도 드러났다. 승속의 구분을 떠나 불교 신행의 핵심이 지계와 수행임을 상기하면, 지계와 수행에 중심축으로 한 승가의 이미지 제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승려의 주요 역할을 여섯 가지로 구분하고, 각각이 미래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할지에 대해 평가하도록 하였다.
<표 4>에 의하면 응답자들이 여섯 가지 역할의 중요성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자비 정신의 구현, 교학적 지식의 깊은 이해, 지계를 통한 청정한 생활의 경우는 90%가 넘는 응답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리고 사찰 운영 및 관리, 사회적 지도자로서의 활동 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 응답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이는 출가자 본연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Ⅳ. 주요 종책에 대한 인식
불교의 위기 극복과 미래 불교의 발전을 위한 주요 종책에 대한 재가불자들의 인식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 살펴보았다.
현재 불교가 당면하고 있는 최대 현안이 신도 수 감소라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신도 여론조사에서는 가담항설처럼 회자하는 신도 감소의 원인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을 살펴보았다(<그림 6>).
<그림 6>에 의하면, 가장 많은 응답자가 지적하고 있는 신도 감소의 원인은 ‘종교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서’이다(27.0%, 411명). 그 뒤를 이어서 ‘불교계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들 때문’ 22.8%(247명), ‘불교계의 포교 부재 때문’ 18.7%(285명), ‘동양 전통 종교의 구시대적 이미지 때문’ 11.6%(177명), ‘종교가 삶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 8.9%(135명), ‘국가의 편향적 정책 때문’ 4.5%(68명), ‘종교간 경쟁 때문’ 2.3%(35명) 등의 순으로 신도 감소의 원인을 지적하고 있으며, ‘기타’ 응답은 4.4%(67명)로 나타났다.
종교에 대한 무관심, 불교계의 각종 추문, 포교 부재 등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결과라고 여겨진다. 다만, 종교에 대한 무관심을 지적한 응답자가 불교계의 추문을 원인으로 보는 응답자보다 많다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결과는 우선 불교의 핵심 신도층에 현대사회의 탈종교화 경향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과거 불교계에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신도 다 떨어져 나간다’, ‘신도들이 창피하다고 항의하더라’ 등의 언설들이 불교계 내외에서 회자했던 것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라고 여겨진다.
한편, 신도 감소의 대응 방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몇 가지 대안들을 제시하고, 가장 중요한 대응 방안이 무엇인지를 질문하였다(<그림 7>).
<그림 7>에 의하면, 응답자의 47.5%(726명)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를 가장 중요한 대응 방안으로 꼽고 있다. 이어서 ‘불교를 현대화한다’ 23.8%(364명), ‘포교를 더욱 적극적 전개한다’ 12.3%(188명), ‘도덕성을 더욱 강화한다’ 9.8%(150명), ‘대정부 교섭력을 향상시킨다’ 2.1%(32명), ‘종교편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2.0%(30명) 등의 순으로 대응 방안의 중요성을 평가하고 있다.
우선 실생활에 유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다른 대안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응답자들이 신도 감소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안으로 불교의 유용성을 호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교의 현대화에 대한 응답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응답자들은 불교에 덧씌워진 ‘낡은 것’, ‘미신’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고, 음력이나 한문 경전 등 구시대적인 신행 문화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신도 감소의 원인과 대응 방안 사이의 정합성이 약해 보인다는 점도 눈에 띈다. 종교간 경쟁이나 포교 부재를 원인으로 지적한 응답자의 비율이 21.0%인데 비해, 포교 강화를 대안으로 꼽은 응답자는 12.3%이고, 불교계의 추문을 문제로 보는 응답자는 22.8%이지만, 대안으로 도덕성 강화를 주장하는 응답자는 9.8%에 불과하다. 불교의 구시대적 이미지를 걱정하는 응답자는 11.6%이지만, 불교의 현대화를 대안으로 추진하자는 응답자는 2배가 넘는 23.8%에 달하고 있다. 진단에 부합하는 처방을 제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일반적인 상식과 다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원인과 대안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표 5>는 신도 수 감소의 원인과 대안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음영이 표시된 칸에는 원인과 대안 사이에 정적인 상관관계가 있고, 상관관계 계수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으며, 이 값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응답 분포를 통해 발견한 응답자들의 원인 진단과 대안 선택 사이에 약한 정합성이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는 별도의 연구를 통해서 확인해야겠지만, 우선은 원인 진단과 무관하게 대안들의 실효성을 판단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종교간 경쟁과 포교 부재’-‘도덕성 강화’, ‘종교간 경쟁과 포교 부재’-‘유용한 프로그램 운영’, ‘구시대적 이미지’-‘포교 강화’, ‘불교계의 추문’-‘포교 강화’, ‘불교계의 추문’-‘불교의 현대화’, ‘불교계의 추문’-‘유용한 프로그램 운영’, ‘무관심과 무용성’-‘편향시정을 위한 교섭’, ‘무관심과 무용성’-‘포교 강화’, ‘무관심과 무용성’-‘도덕성 강화’ 사이에는 부적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각각의 원인을 선택한 응답자들은 해당 대안이 신도 수 증가 방안으로 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교 활동이 부재하기 때문에 도덕성 강화나 유용한 프로그램 운영은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고, 구시대적 이미지를 유지한 채로는 포교를 강화해도 소용없으며, 추문을 해소하기 전에는 포교 및 유용성 강화나 현대화의 의미가 없고, 관심 없는 사람이 종교 편향을 시정하고 도덕성과 포교를 강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겠느냐는 생각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이 부적 상관관계는 원인 진단에 부합하는 더 효과적인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역설적 주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불교의 현대화와 관련해서는 현대인의 근기에 맞게 불교 교리를 현대적 재해석하는 것과 전통 수행법(주력, 간화선, 염불, 절, 사경 등)을 재정립하는 것에 대한 찬반 여부를 질문하였다.
<표 6>에 따르면 교리의 재해석과 수행법의 재정립 모두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교리의 재해석에 대한 평균값은 4.40이고, 수행법의 재정립에 대한 평균값은 4.15로 찬성 의견의 분포 못지않게 찬성 의견의 강도도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리와 수행 체계의 현대화에 대한 요구가 광범위하고 강하게 퍼져 있음을 의미한다.
구분 | 교리의 재해석 | 수행법의 재정립 | ||
---|---|---|---|---|
빈도 | % | 빈도 | % | |
찬성함 | 1,269 | 83.1 | 1,145 | 74.9 |
유보함 | 203 | 13.3 | 291 | 19.1 |
반대함 | 55 | 3.6 | 91 | 6.0 |
한편, 교리의 현대화에 대한 여론이 수행법의 현대화 여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광범위하고 강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현대사회를 이해하고, 가치 체계를 정립하는 데에 필요한 교리의 현대화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전통적 수행법을 유지하고자 하는 저항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수행법의 재정립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을 통해 급진적 변화를 지양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종교적 개입이 필요한 한국 사회의 주요 영역을 사회적 약자(인권), 남북관계(통일) 및 탈북자, 기후 위기, 종교 평화, 생명 존중, 사회적 갈등 해소(화쟁), 차별 및 혐오 금지 등으로 제시하고, 각 영역에 대응할 종책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하였다.
<표 7>은 한국 사회의 주요 영역별 종책의 필요성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남북관계(통일) 및 탈북자 관련 종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영역에서 종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종책적 개입의 필요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영역은 생명존중 영역이고, 사회적 갈등 해소, 차별 및 혐오 금지 영역의 종책 필요성도 높게 인식하고 있다.
생명존중 영역은 1990년대 이후 불교계에서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온 영역이고, 사회적 갈등 해소는 2010년 출범한 화쟁위원회 활동에 힘입어 불교계의 활동이 지속되던 분야라는 점에서 기존의 활동 영역을 재확인하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차별 및 혐오 금지 영역의 종책적 접근의 필요성이 부상한 것은 최근 들어 더욱 심화하는 한국 사회의 사회적 양극화와 대립적 갈등 상황에 불교계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일반적 사회 분위기와 다르게 기후 위기 영역의 종책적 개입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응답자들에게 종교적 과제와 사회적 과제를 포함한 미래 한국불교의 주요 과제들의 중요성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였다.
<표 8>에 의하면 10개의 주요 과제들에 대한 중요성이 모두 높게 평가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평균값은 4.44인데,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히는 것은 ‘마음의 평화와 안정’(4.62)이고,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가장 낮게 평가된 것은 ‘기도와 종교적 구원’(4.04)이다.
6개의 종교적 과제 가운데 ‘마음의 평화와 안정’(4.62), ‘자비 실천: 봉사/사회적 약자와 함께 함’(4.58), ‘고통과 슬픔에 대한 치유’(4.56) 등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고, ‘깨달음 및 해탈’(4.31), ‘죽음 문제(임종, 재, 위안)’(4.34), ‘기도와 종교적 구원’은 중요성이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 과제는 전통적으로 불교에서 중시했던 종교적 과제들이었으나, 미래 사회에서는 그 중요성이 다소 약화될 것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엿보인다.
사회적 과제는 ‘사회문제 해결 노력’, ‘생명존중’, ‘환경보호’, ‘사람들간의 문화적 소통과 협력’ 등 4개 과제의 중요성을 평가하도록 요청하였다. 사회적 과제 중에서는 ‘생명존중’ 과제의 중요성이 가장 높게 평가되었고(4.58), ‘사회문제 해결 노력’(4.35)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불교가 사회문제 해결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생태 위기 극복과 소통과 협력 문화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의 중요성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추가로 한국 사회의 공동체 회복을 위해 불교가 가장 주력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를 질문하였다.
<표 9>에서 보듯이 응답자의 38.8%(592명)가 ‘심리적 위안과 치유’을 지적하였고, ‘양심과 도덕성의 강화’ 17.7%(271명), ‘배려문화의 진작’ 11.7%(178명), ‘보살핌과 연대’ 11.4%(174명) 등의 순으로 답하고 있다. 미래 한국불교의 주요 과제로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첫손으로 꼽았던 인식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분 | 빈도 | % | 구분 | 빈도 | % |
---|---|---|---|---|---|
배려문화의 진작 | 178 | 11.7 | 양심과 도덕성의 강화 | 271 | 17.7 |
보살핌과 연대 | 174 | 11.4 | 인간성 존중 | 160 | 10.5 |
생명가치의 확산 | 139 | 9.1 | 기타 | 13 | 0.9 |
심리적 위안과 치유 | 592 | 38.8 | 계 | 1,527 | 100.0 |
전통적으로 불교는 마음의 문제에 천착해 왔다. 수행을 통해 참된 마음의 본성을 찾아 평안함을 누리는 것이 불교 신행의 주요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미래 한국불교의 과제에 대한 인식의 기저에는 바로 그러한 불교 신행의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종교적 과제들 가운데 제의적 기능 혹은 의례적 기능과 관련된 과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미래 불교의 중심 기능이 의례의 봉행에서 마음 수행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과거처럼 각종 재의 봉행이나 불공, 기도 등을 사찰 운영의 중심으로 하는 사찰에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체적으로는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동시에 자비를 실천함으로써 자리이타를 지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가장 불교적인 방법으로 불교 및 한국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Ⅴ. 맺음말
지금까지 불교의 핵심 신도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승가의 이미지 제고와 불교 발전을 위한 당면과제들에 대한 재가불자들의 인식을 검토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서 확인한 주요 결과들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핵심 신도에 해당하는 재가불자들이 가지고 있는 승가의 이미지는 비교적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출가자로서 갖춰야 하는 개인적 특성이나 자질에 대한 이미지는 사회성이 부각되는 공인으로서의 스님의 이미지보다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다만 불교에 대해 강한 호감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핵심 신도들에게 구축된 승가의 이미지라고 보기에는 긍정성의 정도가 높은 편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둘째, 스님들의 사회적 활동에 대해 찬성하는 응답자들이 반대하는 응답자들보다 현저히 많았고, 지역사회 내에서 스님의 공적 역할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셋째, 승가 공동체의 청정성 회복이 불교계의 중요한 과제이며, 지계와 수행을 중심으로 청정성 회복을 위한 노력이 전개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넷째, 스님이 수행하는 여러 역할 가운데에서 자비 정신의 구현, 교학적 지식의 깊은 이해, 지계를 통한 청정한 생활의 중요성에 대다수 응답자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신도 수 감소의 원인으로는 종교에 대한 무관심, 불교계의 각종 추문, 포교 부재 등을 지적하는 응답자가 많았고, 대응 방안으로는 실생활에 유용한 프로그램의 운영과 불교의 현대화 등이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신도 감소의 원인과 대응 방안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는 둘 사이의 정합성이 약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섯째, 현대인의 근기에 맞춰 교리의 재해석과 수행법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점에 많은 응답자가 동의하고 있으며, 수행법의 재정립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생명 존중, 사회적 갈등 해소, 차별 및 혐오 금지 등에 대한 종책적 개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응답자들이 많았으나, 기후 위기에 대한 종책적 개입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인식되고 있었다.
여덟째, 마음의 평화와 안정, 자비 실천, 생명 존중 등이 미래 한국불교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들이 많았고, 죽음 관련 의례와 기도 및 종교적 구원 등 전통적인 제의적 성격의 과제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상에서 간략히 정리한 것처럼 핵심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의 결과에서는 몇 가지 주목할 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중심으로 향후 과제에 대한 논의를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승가의 이미지 제고가 필요하다는 담론적 수준의 주장이 경험적으로 입증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평균 신행 기간이 18년이 넘고, 불교 교육을 잘 받은 신실한 불자들에게서 수집한 경험적 자료를 분석하였다. 즉, 자신의 신심에 확신을 가진 핵심 신도들에게 나타난 승가의 이미지를 살펴본 것인데, 그 정도가 중간값을 약간 넘기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초발심자나 불교를 믿지 않는 일반인들이 승가에 대해 갖는 이미지가 이 조사의 응답자들보다 더 긍정적일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앵무새처럼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실효성이 있는 승가의 이미지 제고 방안을 마련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관련하여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던 바람직한 승려상에 대한 연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관련 연구가 많지 않고, 그마저도 경전이나 불교 설화에서 도출된 이념형적 승려상을 제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거나 리더십 유형의 일환으로 연구되고 있을 따름이다(설중환, 2000; 김응철·유승무·김영란, 2002; 황미숙, 2009; 김용태, 2014; 이예안, 2016). 승려상 또는 승가의 이미지는 스님을 바라보는 입장과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조명될 수 있다. 또한 스님이나 승가가 처해 있는 시대적, 문화적 맥락이나 상황에 따라서도 다양성이 드러난다. 따라서 승려상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기초 연구가 선행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이미지 제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여겨진다.
스님들에 대한 이미지 제고는 크게 두 가지 방향성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 하나는 승려다움의 재정립이고, 다른 하나는 적극적인 대사회활동이다.
승려다움의 재정립은 재가불자를 비롯한 사회의 일반 대중이 스님들에게 투영시키고 있는 승려상을 세우고 실현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 불교에 한국에 전해된 지 이미 1,600여 년이 지났다. 이것은 불교가 한국 사회에서 하나의 전통이고, 문화이며, 역사라는 의미이다. 그 전통과 문화와 역사 안에서 한국 사회는 많은 스님을 지켜봤고, 대중들이 기대하는 나름의 승려상을 구축해왔다.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법정스님의 『무소유』는 스님들의 소유나 소비에 대해 극단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스님들의 육식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율장은 스님들의 소유와 육식을 완벽하게 금지하고 있지 않지만, 이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재가불자나 일반인은 매우 적은 편이다. 따라서 불교의 본질이나 출가자 본연의 모습에 덧씌워진 가림막을 걷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불교와 출가자 본연의 모습인 지계와 수행에 근간을 둔 새로운 승려상을 정립해야 한다.
적극적인 대사회활동은 불교와 스님들이 가진 ‘선한 영향력’을 사회에 확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스님들이 대중과 공감하며 사회적 쟁점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만 무턱대고 대사회활동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대사회활동의 이론적, 교리적 근거를 세워야 한다.3) 날로 다양해지고 전문화되는 현대사회의 사회문제는 원인 진단과 해법 모색에 나름의 논리와 과학적 근거를 요구한다. 불교와 스님들의 대사회활동은 그런 논리와 과학적 근거에 불교적 관점과 실천 근거가 추가되어야 한다. 불교적 관점에서 원인을 진단하고, 대사회활동의 불교적인 실천 목표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자비 정신의 구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사회활동을 자비행의 실천이자 수행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을 확산시켜야 한다. 또한 ‘지금, 여기’를 강조하는 붓다의 가르침처럼 사찰과 스님들의 활동 기반이 되는 지역사회, 즉 내 이웃과 우리 동네부터 대사회활동을 전개해야 한다.4)
둘째, 승가의 이미지 제고와 미래 불교의 주요 과제 모두의 기저에는 지계와 수행, 마음의 평안과 자비 실천이라는 불교의 핵심 가치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승가의 긍정적 이미지 구축도, 불교 발전의 동력도 가장 불교적인 논리와 방법에 근거를 두어야 함을 의미한다. 가장 원론적인 주장임에도 이의 실천이 쉽지 않은 이유는 시절 인연과 한국 사회의 근기에 따라 재해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변화의 폭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5) 또한 종교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종교 무용론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무종교자 혹은 ‘종교 없음’ 현상이 종교 관련 연구자들의 연구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실정이다(주커먼, 2012, 2018; 화이트, 2014). 이런 상황에서 불교의 현대화는 기축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을 보여줬던 붓다만큼이나 현대사회를 일이관지할 수 있는 통찰을 갖추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부족한 개인적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불교계가 처한 현실 진단과 대안 모색에 과학적 방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신도 수 감소 원인과 대응 방안에 대한 평가 사이에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동안 불교계는 문제의 진단과 해법 모색을 과학적 분석이 아니라, 일부 소임자들의 직관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로 인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덮이거나 재발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막고 문제해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과학적 접근은 필수적이다. 특히 사회의 복잡성과 역동성이 점점 예측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현대사회에서 직관을 통한 진단과 해법 모색은 실패 가능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