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머리말
새로운 유형의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2019년 11월 중국에서 최초 보고된 이후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하였다.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 1월 31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코로나 펜데믹 사태는 2023년 5월 5일 코로나19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의 해제를 발표하기까지 약 3년 동안 지속되었다. 이 기간 동안 종교 기관의 출석이 제한되면서 신앙생활은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의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라19이후 종교인들의 정기적인 종교기관 참여 비율은 2023년 상반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불교 사찰의 종교 생활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종교기관을 방문하지 않는 형태로 코로나19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조사되었다(한목협, 2023). 하지만 최근 불교계는 도심 사찰을 중심으로 신앙생활의 중심이었던 음력 초하루 법회가 주말 법회로 변화되고 있다. 사찰의 주말 법회는 어린이 법회, 청년 법회, 관음 재일, 지장 재일 등으로 연령별 혹은 경전이나 기도와 수행별로 세분화되고 다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법회 중에서도 특히 어린이 법회는 최근 출가자의 감소, 저 출산 시대, 젊은이들의 무종교 현상을 타파하고, 포교와 전법을 확산시킬 수 있는 중요한 법회이다. 코로나19 종식이후 2023년부터 도심 사찰을 중심으로 어린이 법회가 재개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어린이 법회가 어린이 불교 교육의 정합성에 부합되도록 운영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 어린이 불교 교육에 대한 율장과 경전에 대한 연구 및 이에 근거한 어린이의 발달 단계에 적합한 불교 교육에 대한 논의가 미흡한 것도 현실이다. 어린이의 발달 단계에 따른 어린이 불교 교육과 종교성 교육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 논문에서는 부처님의 어린이에 대한 가르침을 토대로 어린이의 발달 단계와 종교성 발달의 이론적 고찰을 바탕으로 개별 사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어린이 법회가 지향해야할 어린이 불교 교육의 방향성을 제언하고자 한다.
Ⅱ. 초기 불교의 어린이 불교 교육
오늘날 어린이는 불교 경전과 율장에서 동자(童子), 동녀(童女), 사미(沙彌), 사미니(沙彌尼), 영아(嬰兒), 영동(嬰童)에 해당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영아(嬰兒), 영동(嬰童)은 신생아와 유아기를 포함한 1세에서 6세의 어린아이를 지칭하는 말이다(김수필, 2019: 7; 유영란, 2006: 5). 동자(童子)는 4세부터 20세 연령의 남자를 말하며, 동녀(童女)는 여자를 말한다(김수필, 2019: 7). 사미란 동자 중에서 7세 이상에서 20세 미만의 출가 수행승으로 구족계를 받기 전 도제 승으로 출가하여 십계를 받은 남자 수행승을 말한다. 사미니는 여성이라는 성차만 있을 뿐, 그 성격은 사미와 같다(김수필, 2019: 7; 김영보, 2009: 23-24에서 재인용). 사미(沙彌), 사미니(沙彌尼)는 다 같이 비구·비구니가 되고자 근책(勤策) 하므로 사미를 근책남(勤策男), 사미니를 근책녀(勤策女)라 번역한다. 사미는 나이에 따라 3가지로 구별한다. 첫째, 7세에서 13세까지는 절에서 식탁의 음식을 보고 날아다니는 까마귀나 쫓는 일을 맡았다 하여 구오사미(驅烏沙彌)이다. 둘째, 14세부터 19세까지는 사미로서의 생활을 할 수 있으므로 응법사미(應法沙彌)이다. 셋째, 20세가 넘었지만 아직 비구로서 완전한 구족계(具足戒)를 받지 못하고, 사미 상태에 있는 것을 명자사미라 한다.1)
부처님께서 오늘날의 어린이에 해당되는 사미, 사미니, 동자, 동녀를 어떻게 바라보셨고, 어떤 가르침을 어떻게 가르치셨는지를 경전을 통해 연구하는 것은 어린이 법회가 나아갈 방향성을 알려 준다. 즉, 부처님께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셨는지에 대한 논의는 어린이 불교 교육의 목적과 내용 그리고 방법적 측면에서 어린이 법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증일아함경』에 부처님께서 사미스님이 깨달음을 문답을 통해 확인하시고 가르침을 주시는 모습이 서술되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국(摩竭國) 파사산(波沙山)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이른 아침에 고요한 방에서 나와 밖에서 거닐고 계셨다. 그때 수타(須陀)라고 하는 사미(沙彌)가 세존의 뒤를 따라 거닐고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돌아보시며 사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너에게 어떤 이치를 물을 터이니, 자세히 잘 생각해 보아라.”
수타 사미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영원한 형상과 무상한 형상은 그 이치가 하나인가, 혹은 여러 가지인가?”
수타 사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영원한 형상과 무상한 형상은 그 이치가 여러 가지이고, 한 이치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영원한 형상은 곧 안(內)이고, 무상한 형상은 바깥(外)입니다. 그런 까닭에 그 이치는 여럿이고, 하나가 아닙니다.” … 중략… 그때 세존께서 사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한 말이 참으로 통쾌하다. 나는 이제 네가 대비구(大比丘)임을 인정하노라.”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의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수마나(修摩 那)라고 하는 사미는 당시 나이가 겨우 여덟 살이었는데, 세존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있었다. … 중략 … “너희들은 나이 겨우 여덟 살인데도 나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단정히 앉아 사유하고 있는 저 수마나 사미가 보이느냐?”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예, 세존이시여.”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사미는 앞으로 이레 뒤에는 꼭 4신족(神足)과 4제법(諦法)을 얻고, 4선(禪)에서 자재(自在)를 얻고, 4의단(意斷)을 잘 닦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수마나 사미는 부처님과 법과 승가를 향해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언제나 힘써 부처님과 법과 비구를 공경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2)
부처님께서 8살 사미를 보고, 이레 후에 사선정을 얻고 4의단을 닦을 것을 말씀하신 내용이다. 이는 동자 혹은 사미도 나이에 관계없이 수행이 가능하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처님께서 8살 사미의 수행 과정을 점검하시고, 수행의 과제도 제시해 주시면서 깨달음으로 이끌어 주신다. 불교 교육 대상인 어린이는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이다. 초기 경전에는 어리지만 가벼이 대해서는 안 되는 네 가지에 대한 내용이 있다. 네 가지는 왕자, 불, 용, 도(道)를 배우는 사람이다. 부처님께서 도(道)를 배우는 사람은 나이가 어려도 소중히 여기고 받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불교 교육에서 어린이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앞으로 깨달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존재로 소중히 여기고, 가르쳐야 하는 존재이다. 어린이의 깨달음의 가능성은 초기경전 『장아함경』에 아래와 같이 나타난다.
혹 어떤 중생은 몸으로 착한 행동을 하고, 입으로 착한 말을 하며, 마음으로 착한 생각을 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사람 가운데 태어난다. 이 후식은 멸하고 사천왕에서 식(識)이 처음 생기며, 식(識)으로 말미암아 명(名)과 색(色)이 있고, 명(名)과 색(色)으로 말미암아 여섯 감각기관이 있게 된다. 혹 어떤 중생은 몸으로 착한 행동을 하고 입으로 착한 말을 하며, 마음으로 착한 생각을 한다.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사천왕천에 태어난다. 이 후식은 멸하고 사천왕천의 초식이 생기며, 인식 작용으로 말미암아 이름과 색이 있고, 이름과 색으로 말미암아 여섯 감각기관이 있게 된다. 저 하늘은 처음 태어날 때 이 인간의 한두 살 난 아이만 하고, 조화의 힘으로 저절로 화현하여 하늘의 무릎 위에 앉는다. 그러면 저 천신은 말한다.
‘이 아이는 내 아들이다.’
아이는 행(行)의 과보를 말미암기 때문에 저절로 지혜가 생겨 곧 스스로 생각한다.
‘나는 무슨 행으로 말미암아 이제 여기 태어났는가?’
곧 다시 생각한다.
‘내가 전에 인간에 있으면서 몸으로 착한 행동을 하고, 입으로 착한 말을 하며, 마음으로 착한 생각을 했다. 이 행으로 말미암아 이제 천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 내가 만일 여기서 목숨을 마친 뒤, 다시 인간에 태어난다면 마땅히 몸과 입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몇 배나 더 정근하여 모든 착한 행을 닦으리라.’3)
위 경전 내용은 어린이로 태어나서 정근하고, 착한 행을 닦음을 서원하는 다짐이다. 초기경전에서 어린이의 모습은 수행과 선업을 서원한 깨달음의 가능성의 존재이다. 더 나아가 초기경전에는 어린 수행자에게 배울 점이 있으면 배워야 함을 강조하는 내용이 있으며, 중생의 공부가 수승하고 선업을 많이 쌓이면 다음 생(生)에 어린아이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서술하고 있다(김수필, 2019: 9). 부처님 당시에 어린이는 나이에 관계없이 전생의 선업에 따라서 높은 수행의 발달 단계와 깨달음의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받아들인다. 초기 경전에서 나타난 불교 교육 대상으로서의 어린이는 깨달음이 가능한 존재로 규정되고 있으며, 또한 세속적 규범과 도덕적 삶을 위한 선업을 닦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가르침은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더불어 도덕적인 삶을 위한 선업(善業)을 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어린이 불교 교육의 목표는 깨달음이라는 이상 실현과 함께 인과(因果)에 바탕을 둔 도덕적인 삶이다. 오늘날 어린이 불교 교육은 민주 시민 교육이면서 깨달음을 위한 여정으로서의 불교 교육을 지향해야 함을 의미한다.
어린이 불교 교육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 내용과 방법에 대한 논의는 부처님의 라훌라에 대한 가르침에 기반한다. 『중아함경』은 라훌라의 성장에 따른 각각 다른 대화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는 세 편의 대화편이 있다. 첫 번째 부처님의 가르침은 라훌라가 7살이었을 때의 가르침이다. 두 번째 부처님의 가르침은 라훌라가 18살의 사미승 생활을 하고 있는 때의 가르침이다. 마지막 부처님의 가르침은 라훌라가 구족계를 받은 20살이었을 때의 가르침으로 아라한을 성취하도록 라훌라를 이끌어준다. 이러한 라훌라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나이에 따라 교육 내용과 교육 방법을 달리 하였음을 알 수 있다(신희정, 2018: 44-46). 라훌라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서 어린이 법회의 불교 교육과 관련된 내용은 7살의 라훌라에게 주신 가르침이다.
부처님께서는 곧 물그릇을 잡아 물을 조금 쏟고 나서 물으셨다.
“라훌라, 너는 지금 내가 이 물그릇을 잡아 물을 조금 남기고 쏟는 것을 보았느냐?”
라훌라가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내가 저들의 도(道)가 보잘것없다고 말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아서 이른바 저들은 알고 나서도 거짓말을 하면서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뉘우치지도 않으며, 안으로나 겉으로 부끄러워함이 없기 때문이다. 라훌라야, 그들은 또한 악이라고는 짓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라훌라야, 마땅히 이것을 배워 실없이 웃거나 거짓말을 하지 말라.”
부처님께서 다시 조금 남은 물그릇을 잡아 모두 쏟아 버린 뒤에 물으셨다.
“라훌라야, 너는 또 내가 조금 남은 물마저 모두 쏟아 버리는 것을 보았느냐?”
“보았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내가 저들의 도(道)가 다 버려졌다고 말하는 것도 이와 같아서 이른바 알고 나서도 거짓말을 하면서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뉘우치지도 않으며, 안으로나 겉으로 부끄러워함이 없기 때문이다. 라훌라야, 저들은 또한 악이라고는 짓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라훌라야, 마땅히 이것을 배워 실없이 웃거나 거짓말을 하지 말라.”4)
위 경전 내용은 부처님께서 7살의 라훌라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도덕적 덕목을 가르쳐 주시는 장면이다. 부처님께서 ‘물그릇’이라는 구체적인 실물을 통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기경전에 나타난 깨달음의 가능성의 존재인 어린이를 가르친 방법은 철학적 사변이나 이론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인 예화나 실물을 통해 차근차근 간명하게 정감 어린 교육자의 모습으로 점진적 교육이다(박선영, 1981: 159-160). 부처님의 교육 방법의 점진적 교육 방법이라 것을 고려하면 어린이 법회의 불교 교육은 어린이의 발달 단계에 맞춘 점진적인 교육 과정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에 두 번째 논의로 현대 교육학에서 논의되고 있는 어린이의 발달 단계 및 성장과업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어린이 법회의 불교 교육 내용과 방법을 논의해 보기로 한다.
Ⅲ. 어린이의 발달 단계와 불교 교육
모든 인간은 성장단계에 따른 발달 특징이 나타나고, 습득할 과업이 있다(서진희, 2018: 35). 개별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어린이 법회는 6살 전후의 어린아이에서부터 초등학교 6학년에 해당되는 어린이들로 구성된다. 어린이들의 성장과 발달과정에 대한 연구는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과 에릭슨의 성격 발달 이론, 셀만(Selman)의 사회적 조망 수용 단계 이론이다.
피아제(Piaget, J., 1996-1980)는 인간이 어떻게 지식을 획득하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인간의 정신 기능에 대한 발달적 관점을 연구하여 불변적 발달 순서로 인간의 인지 발달 4단계를 설정한다. 이들 우선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을 표로 나타내면 <표 1>과 같다.
출처: 정옥분(2006: 345), 정미경(2021: 93-94)에서 재인용.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불교 교리의 인지적 영역 학습은 2단계로 구분된다. 전조작기에 발달단계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 법회는 구체적 실물로 제시하는 경전 내용으로 구성할 수 있으며, 사회생활의 기초가 되는 덕목 교육이 가능하다. 어린의 인지 발달 영역은 정보 처리, 개념 이해, 의사소통, 문제해결로 구성된다. 정보 처리의 내용범주 영역은 주의, 지각, 기억, 추론, 표상의 5개 하위 요인으로 구성된다. 개념이해의 내용 영역은 수, 물리의 개념으로 구성된다. 의사소통 범위는 언어적 의사소통과 행동적 의사소통의 영역으로 구성된다. 문제 해결 내용의 영역으로는 일생 생활 문제 해결과 놀이 상황 문제 해결의 요인으로 구성된다(백지숙, 2018: 124). 어린이의 인지 발달을 위한 어린이 불교 교육 내용은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고,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예화가 많은 자타카와 백유경 중에서 선정할 수 있다. 자타카와 백유경은 인과(因果)와 도덕적 덕목을 중시하는 내용으로, 어린이 불교 교육과 더불어 민주시민으로서 지켜야할 덕목과 일맥상통한다. 자타카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은 유아 교육 현장에서 자기존중, 자기조절, 타인존중, 우정, 배려, 협동, 도움, 존경, 고려의 덕목을 함양하여 친사회적 행동 발달을 이끌어낸다(권은주, 2009: 117-118). 전조작기의 발달 단계의 어린이 불교 교육은 자기중심적 시기이므로, 어린이가 원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함으로 이루어진다.
구체적 조작기 발달 단계의 어린이는 협동학습이 가능하며,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불교 교육 내용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어린이는 자신의 역할을 수용하고, 또래 집단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친사회적인 행동을 한다. 구체적 조작기의 발달 단계에서 불교 교육은 또래 집단과의 상호 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협동학습을 통한 공감 능력 함양 교육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어린이 불교 성전이나 불교 동화를 재구성하여 부처님의 일대기나 가르침에 대해 이해하고, 실천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제은경, 2010: 8-9).
에릭슨(Erikson, H., 1896-1980)의 성격발달이론과 사회 문화적 역할에 관한 내용을 표로 나타내면 <표 2>와 같다.
출처: 정미경 외(2021: 97).
<표 2>에서 에릭슨의 성격 발달이론을 바탕으로 어린이의 발달 단계에 따른 어린이 법회에서의 불교 교육은 단계적으로 교육 내용과 방법을 구성할 수 있다.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불교 교육의 첫 단계로 교육대상은 3세에서 6세의 어린이들이 된다. 3세에서 6세의 어린이들의 발달 단계에 적합한 불교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표를 제시하고, 자신이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교육 방법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또한 불교 전통문화와 관습을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권은주, 1998: 107). 6세에서 12세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불교 교육은 격려와 인정을 바탕으로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여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어린이 법회로 실행되어야 한다. 이 시기의 어린이 불교 교육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중핵적인 규범들을 습관을 통해 내면화하는 덕성 교육으로 점차 자율적 도덕성 형성의 단계인 보편화와 일반화로 나아가는 기초가 되는 교육이다. 어린이는 그들의 환경에서 사물과 사상 간의 상호 관계를 탐색하는 수단으로써 숫자에 대한 논리와 규칙의 법칙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특히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며, 서로 조화를 이루는지 알고 싶어 한다(제은경, 2010: 8-9). 숫자를 활용한 어린이 법회의 교육 내용은 108 염주, 사성제, 삼법인 등의 불교 교리이다.
셀만(Selman)의 사회적 조망 수용(사회적 관점 취득)의 발달 특징은 <표 3>과 같다.
출처: 서진희(2018: 37).
쉘만의 사회적 조망 수용의 발달의 특징은 앞서 피아제와 에릭슨의 발달 단계보다 더 세분화된다. 6세에서 8세의 어린이들에게는 때론 권위를 앞세워 도덕적 습관화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학생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따뜻한 관계형성과 대화가 수반된다(신희정, 2018: 4). 8세에서 10세의 어린이들은 자신에 대한 이해와 타인의 관점을 동시에 고려하기 어려운 발달단계에 있으므로 개별화된 과업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0세에서 12세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불교 교육은 협동학습이 가능한 형태의 교육 방법을 구성할 수 있다. 타인에 대한 조망이 시작되는 단계이다(권은주, 1998: 107). 또한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이 나타남에 따라 또래 집단을 통한 협동 학습이 가능하다(백경임, 1996: 150-155). 어린이 불교 교육은 더욱 높은 단계의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도덕적 탐구와 성찰을 제안하고, 실천적 대화를 통하여 논리적으로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이끈다. 동시에 상대방의 논리를 수용할 수 있는 지혜와 자비를 갖출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불교 교육이 되어야 한다(신희정, 2018: 4-5). 이를 위해서는 어린이 법회의 불교 교육이 어린이의 정서적 능력을 신장시키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어린이의 정서 지능의 범주는 정서의 인식(자기 감정의 인지와 표현, 타인의 감정의 인지), 정서 억제(순응, 충동억제와 만족지연, 유혹 저항, 부정적 감정억제), 정서조정(감정 바꾸기, 숨기기, 억누르기)로 규정하였다(양옥승, 2006; 송미옥, 2018: 33에서 재인용). 어린이 법회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명상은 알아차림을 통해 자신과 감정과 생각을 인지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는 불교의 수행과 명상이 어린이의 정서 지능을 개발하고 신장하여 민주 시민으로써의 자질을 갖추는 교육이 됨을 의미한다. 어린이 법회는 불교 교육과 민주 시민 교육의 공통분모를 발굴하고, 그 접점을 찾아서 전인적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Ⅳ. 어린이의 종교성 발달 단계와 불교 교육
어린이 법회의 궁극적인 교육 목적은 깨달음이다. 교육 사상가 프뢰벨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신성을 지닌 존재라고 말한다. 어린이들은 종교성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종교성은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발전하게 된다(권은주, 2009: 125). 어린이의 깨달음의 과정은 교육 방법적 측면에서 부처님께서 라훌라를 가르치셨던 내용에서 잘 드러난다. 부처님의 라훌라에 대한 가르침은 라훌라의 성장과 발달에 따른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교육과정이다. 이에 어린이 불교 교육의 내용과 방법은 어린이의 종교성 발달에 대한 이론적 토대에 바탕을 둔다.
종교성 발달은 피아제의 인지 발달 단계처럼 발달의 단계를 거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린이의 종교성 발달에 대한 연구는 피아제의 인지 발달이론과 에릭슨의 발달 이론에 준하여 진행되었다. 파울러(Fowler, J., 1940-2015)는 에릭슨과 피아제의 이론을 정리하여 인간의 종교 발달 7단계로 분류하여 인간 전 생애에 걸쳐 종교 발달을 이룬다는 것을 밝혔다(제은경, 2010: 6-8). 종교성 발달에 대한 연구자로 함스(Harms, E., 1944), 드콘시(Deconchy, J-p.1991), 엘킨드(Elkind, D., 1971), 골드만(Goldman, R., 1964)이 있다. 연령에 따른 발달 단계를 표로 정리하면 <표 4>와 같다.
<표 4>에서 아동의 발달 단계에 따른 과업과 아동의 종교적 발달 단계의 특징을 연령별·학자별 특징을 종합하면 크게 4단계로 구분 지을 수 있다. 각 단계별 어린이 종교성 발달의 특징과 이를 바탕으로 한 어린이 불교 교육의 내용 및 방법은 4단계로 설명된다.
1단계(0-2세)는 피아제의 감각 운동기이다. 이 시기 아동의 종교적 사고 발달에 대해서 파울러는 미분화된 신앙기 혹은 원시 신앙(Undifferentiated faith, primal fath)으로 규정하고, 종교성이 발현되지는 않지만 돌보는 사람과의 경험을 통해 신앙의 원천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설명한다(권은주, 1998: 106-121). 파울러는 정서적 신뢰가 신앙 발달의 토대가 된다고 설명한다(김동기, 2013: 103). 엘킨드는 이 단계를 보존 탐색(serarch for conservation) 단계로서 영아기에 죽음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보존을 위한 탐색을 시작하고, 이는 변화 속에서 영속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제은경, 2010: 8-9; 김동기, 2013: 98-99). 신앙의 원천이 돌보는 사람과의 경험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영속성과 보존이라는 개념이 형성되는 시기이다.
2단계(2-6세)의 아동의 종교적 사고 발달의 특징을 함스는 아동이 신을 아빠 혹은 왕과 같은 상상할 수 있는 동화적 개념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한다. 파울러는 이 시기의 아동의 신앙은 직관적-투사적 신앙기로 부모나 중요한 성인들과의 경험을 통해 이루어짐을 강조한다(권은주, 1998: 106-121; 제은경, 2010: 7-8). 파울러는 이 시기의 아동은 신성함, 금기, 죽음, 도덕성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 된다고 설명한다(김동기, 2013: 103). 엘킨드는 이 시기를 표상 탐색(serach for representation)의 단계로서, 상호작용의 이미지와 언어로 된 표상으로 종교적 사고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제은경, 2010: 8-9; 김동기, 2013: 99). 골드만은 이 시기의 아동은 교회나 사찰의 가르치는 종교적 이야기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순종성을 지닌다고 말한다(권은주, 1998: 106-121).
3단계(7-12세)의 아동을 함스는 신을 제도적 종교의 가르침과 개념들로 이해한다고 설명한다. 파울러는 이 시기 아동의 종교성 발달을 신호적-문자적 신앙기로 규정한다. 이 시기의 아동은 논리적 사고가 생기고, 종교 집단에 참석하여 공동체의 전통·언어 및 관습을 익히게 된다. 또한 조작적 사고로 인하여 타인에 대한 조망 능력이 가능해진다. 드콘시는 이 시기를 두 가지 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1단계는 속성화 단계로 7세에서 10세에 해당하며, 신의 속성을 생각하는 특징이 있다. 2단계는 인격화의 단계로 11세에서 14세에 해당되며, 신을 인격으로 생각하는 것이 특징이다(권은주, 1998: 106-121). 엘킨드는 이 시기의 아동을 이해 탐색의 단계로 규정한다. 이 시기의 아동은 단순한 상호 관계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이론화하는 능력이 발달한다(김동기, 2013: 99). 골드만은 이 시기의 아동을 준 종교기(sub-religious stage)로 규정한다. 이 시기의 아동은 모든 지식을 현실 경험에서 관련시키는 사고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종교적 의미의 추상적인 개념이 이해되지만 사물에 관련되어 있고, 통합적인 전체를 이루지는 못한다(권은주, 1998: 106-121). 8세에서 10세의 어린이들에게는 타인과의 상호 작용보다는 개인화된 역할 수행의 교육 방법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사물과 직접적인 체험을 통한 종교성 개발이 필요한 시기이다(권은주, 1998: 107).
4단계(12∼15세)를 함스는 개별적 단계로 규정한다. 함스에 의하면 이 시기에 아주 다양한 형태의 신 개념이 나타난다. 파울러는 형식적 조작기 사고의 추상적 관념에 바탕을 둔 종교적 사고가 가능해진다. 청소년은 상호적 조망 획득의 발달이 이루어지고, 과거의 경험을 반영하여 미래와 개인적 관계에 관심을 가진다(김동기, 2013: 103). 드콘시는 이 단계를 내면화의 단계(interiorization)으로 규정하고, 사랑·신뢰·의심·두려움과 같은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사고가 가능하며, 신을 내면화시키는 단계로 설명한다. 엘킨드는 추상적·분화적 단계(abstract, differentiated stage)로서 10세에서 12세가 속한다고 설명한다. 이 단계에서 개인적 확신과 신념으로 표출된 내적 활동이 형성된다. 골드만은 이 시기를 추상적(abstract) 사고기로 규정하고, 자신이 속한 종교의 이유를 이해함으로써 성인과 비슷한 종교 개념을 갖는 시기로 설명한다. 이 시기는 추상적 사고와 상징적 사고로 진리의 의미 탐구가 가능해지면서 비로소 바른 종교관을 가질 수 있는 시기이다(권은주, 1998: 106-121). 논리적 사고와 가역성(可逆性)의 특징이 생기게 되고, 조작적 사고로 인하여 타인 조망 수용 능력이 가능하므로 신 또는 부모의 입장에서 종교 현상을 인식한다(제은경, 2010: 7-8).
위에서 정리한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의 종교성 발달 단계 중 사찰 내 어린이 법회에 해당되는 발달 단계는 2단계와 3단계이다.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어린이 법회는 5세부터 12세에 해당되는 어린이가 참여한다. 이는 각 사찰의 어린이 법회를 어린이의 연령별로 나누어서 그 수준에 맞는 교육 내용과 방법을 조직해야함을 시사한다. 이에 대한 공통적인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어린이들의 불교 교육은 지적 배움보다는 느낌이나 환상적인 방법으로 창조적인 일과 놀이를 통하여 어린이들에게 쉽게 이해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어린이들에도 종교성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유아들의 동화 주제에 대하여 실생활과 연관 지어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어린이 불교 교육은 자타카와 같은 불교 동화로 상상력과 더불어 도덕성과 지혜를 포함한 어린이의 전반적인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어린이 불교 교육 내용을 구성해야 한다. 특히 권은주는 자타카의 불전 설화는 언어 교육적, 지적, 사회성 발달에 교육적 기능이 있다고 설명한다(권은주, 2009: 115-129). 셋째, 어린이를 대상으로 불교를 교육한다는 것은 부처님의 가치관에 입각하여 바람직한 인격형성을 목표로 이루어져야 한다. 바람직한 인격 형성을 목표로 종교적 가치관 교육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송미옥, 2018: 34). 어린이의 발달 단계는 여러 가지 상황의 인과관계를 이해하며, 남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심정적인 준비를 갖출 수 있는 준비 단계로 도덕적 품성의 형성의 결정적 시기이다(권은주, 2009: 121). 어린이 법회의 불교 교육은 이러한 발단 단계에 적합한 교육 내용으로 불교 경전을 토대로 구성되어야 하며, 교육 방법으로 실물을 활용한 협동 학습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Ⅴ. 맺음말
초기 경전과 율장에 나타난 부처님의 어린이에 대한 가르침의 목적은 깨달음을 증득하는 것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지녀야할 덕목을 함양하고 선업을 닦는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근거하여 어린이 불교 교육의 목적은 깨달음에 이르는 종교성 함양과 더불어 민주 시민으로서 바람직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함양하는 것이다. 이러한 어린이 불교 교육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 내용의 구성과 교육 방법의 선정은 부처님께서 라훌라를 가르치셨던 내용에 근거한다. 라훌라의 성장에 따른 부처님의 가르침은 단계적이면서 점진적인 교육이었다.
어린이의 발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선별하고 재구성하여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은 연령별로 나뉜다. 어린이 불교 교육은 흥미가 중심이 되고 놀이와 동화를 활용하며, 실물 형태의 현실 경험과 관련성이 있는 내용과 방법으로 구성한다. 어린이 불교 교육은 어린이의 성장과 발달에 따라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교육과정이다. 사찰의 어린이 법회에 참여하는 어린이의 연령은 6세 전후부터 12세이다. 어린이 법회에 참석하는 어린이는 6세에서 12세 전후로 그 발달 단계별 성장 과업의 특징은 따라 2단계로 분류된다. 첫 번째 단계는 6세에서 8세의 어린이이다. 이 단계의 불교 교육은 자기중심적 사고의 시기로 구체적이고 명확한 과제를 제시한다. 개별적인 과제 수행을 주도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따뜻한 대화와 관계가 중요하다. 이 시기의 어린이는 종교적 사고가 가능하여 언어를 통해 부처님을 이해하고 순종적이며, 종교적 덕목을 습관화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8세에서 12세의 어린이이다. 이 단계의 어린이는 자기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용하고, 타인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친사회적 행동이 가능하여 협동학습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단계의 어린이는 근면성을 확보하여 성취감을 느낀다. 또한 사회규범과 종교적 덕목을 내면화할 수 있는 단계이다. 이 시기의 어린이는 제도적 종교의 가르침을 수용할 수 있으며, 언어와 문자를 통한 종교 교리를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어린이 법회는 개별 사찰에서 시행되는 어린이 법회에서의 불교 교육에 대한 추후 연구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 두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어린이 법회의 교육 대상은 6세에서 14세의 어린이이다. 지적·정서적·사회 조망적·종교성 발달 단계가 상이한 어린이들로 구성된 어린이 법회의 운영에 대한 교육 과정 개발 연구가 필요하다. 발달 단계가 다른 어린이들을 통합하여 한 법당에서 불교 교육을 진행할 경우, 발달 단계가 다른 어린이들 모두에게 학습 동기와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불교 교육 내용이 무엇인지 연구되어야 한다. 또한 발달 단계가 높은 어린이가 발달 단계가 낮은 어린이와 협동학습을 할 수 있는 교수 학습 방법도 모색되어야 한다. 둘째, 어린이 법회를 어린이의 발달단계에 따라 2개 또는 3개의 법회로 나누어, 불교 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제안한다. 어린이 발달 단계에 따른 세분화된 어린이 불교 교육 내용 및 교육 방법에 대한 개발이 필요하다.